입맛 돋우는 가을 전어의 유혹!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 영양가도 만점!
왜 사람들은 유독 가을 전어에 집착할까?


고소한 냄새와 감칠맛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전어. 그 전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에 자연산 전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바다의 깨소금으로 비유되는 전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가을까지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전어는 錢魚, 全魚, 剪魚 등 다양하게 불렸다. 지역에 따라 새갈치, 대전어, 엿사리, 전어사리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가장 독특한 이름은 동해안에서 불리는‘어설키’다. 서유구의〈전어지(佃漁志)〉에는‘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 했다’고 할 정도로 예부터 맛있는 생선의 대명사였다. 전어는 남쪽에서 월동을 마치고 4~6월경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3~8월에 산란을 한다. 동중국해와 일본 중부이남, 한국 남해 연안 수심 30m에서 서식하며 7~8월에 기름기가 적고 11월 이후에는 뼈가 억세져 9~10월이 가장 맛있다.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어 잡이가 이루어지는데 남해안에서는 8월 중순부터 전어가 나오기 시작하며 서해안에서는 8월 말부터 전어 철이 시작된다. 특히 개흙을 먹고 사는 전어는 보성 득량만 일대. 곰소만 일대, 새만금 갯벌 일대, 광양과 하동 등 섬진강 하류 지역에서 많이 잡힌다. 한편 전어는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하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물 밖에서는 물론 수족관 안에서도 급한 성질로 인해 오래 살지 못한다. 이런 급한 성질 때문에 양식이 어려운 생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물에 걸린 전어 역시 빨리 죽기 때문에 어부들도 그물코에 잘 걸리지 않도록 전어 잡이 그물을 따로 만들 정도이다. 수십 미터 길이의 그물을 길게 둘러 전어 떼를 포획한 후 그물을 끌어올린다.

전어에 대한 옛 이야기
실학자 서유구가 1820년 집대성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 실린 전어 관련 기록에서는 <서남해에서 난다. 몸이 납작하고 배와 등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이 붕어를 닮았다. 비늘은 푸른색이다. 가느다란 털이 등에서 나와 꼬리에 이르기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해마다 입하 전후에 물가에 나와 진흙을 먹는데, 어부들은 그물을 쳐서 이를 잡는다. 살에는 잔가시가 있지만 부드럽고 약해서 씹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살이 통통하고 기름져서 맛이 좋다. 상인들은 절여서 서울에 팔아넘기는데 귀천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진기하게 여긴다. 맛이 좋아서 사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돈을 따지지 않으므로 전어(錢魚)라고 한다.> 정약전의 현산어보(玆山魚譜)에도 전어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전어(箭魚):속명을 그대로 따름, 큰 놈은 한 자 정도이다. 몸이 높고 좁으며 검푸른 색을 띠고 있다. 기름이 많으며 달콤하고 깊은 맛이 난다. 흑산에도 가끔 나타나지만 맛이 육지 가까운데 것만은 못하다.> 한편 이태원의‘현산 어보를 찾아라’에 따르면 전어의 이름에 錢이 들어간 것은 가슴지느러미 부분에 뚜렷한 검은 반점이 마치 동전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현산어보에 기옥된 전어는 箭(화살 전)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살치’라는 이름을 그대로 옮겼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마치 화살 같은 모양새와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라는 뜻이 이름에 남아있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전어에 대한 기록이 많은 것이 방증하듯 전어는 예로부터 중요한 어종이었다.

왜‘가을’전어일까?
우리나라 속담에는 유독 먹을 것과 관련된 것이 많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가을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을 들 수 있다. 고된 시집살이에 집을 나간 며느리가 제 발로 집을 찾아들 정도로 전어는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는 뜻이다. 전어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 말고도 많은데‘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다’,‘가을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시어미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가을에 전어를 못 먹으면 한겨울에도 가슴 시리다’또 어느 여름날, 나이 일흔에 죽을 날만 기다리던 노인이‘죽는 것은 괜찮지만, 올가을 전어 맛을 못 보고 죽는 게 억울하다’등 우스갯말까지 있다. 가을 전어는 맛과 냄새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영양가 면에 있어서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어의 전체적인 영양분은 계절별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가을에는 생선의 맛을 결정짓는 지방성분이 봄이나 겨울에 비해 최고 3배 높아진다. 봄에 살코기 100g당 2g이던 지방이 가을이면 6g으로 올라가는 것. 가을에 먹는 전어가 특히 고소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어패류에는 제철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맛이 좋고 영양가가 좋을 때가 제철인 셈인데, 주로 산란기를 기준으로 삼는다. 산란기 전에는 종족 보존을 위해 체내에 영양분을 쌓아두어 지방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란기 전에 가장 살이 오르고 맛이 좋다. 반대로 알을 품고 있거나 낳은 후에는 영양분을 알에 빼앗겨 버려 살이 거의 없다. 꽃게 중 암컷을 봄에 잡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어는 5~7월에 산란을 마치며, 그 후 벼가 익을 무렵인 9월부터 월동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시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뼈가 부드러워지면서 맛도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영양가도 만점인 가을전어
전어는 단백질이 24.2%, 지방이 2.4%로 구성된 고단백식품이다. 전어의 살 부위는 100g당 126㎉의 열량을 내며, 칼슘은 210㎎, 인 317㎎, 철 1.4㎎이 들어 있다. 또한 DHA가 607㎎, EPA는 1119㎎이 들어 있다. DHA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증진시키고, EPA는 뇌혈관 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탁월하다. 그래서 어린이에게는 두뇌 발달, 노인에게는 치매 예방에 좋은 생선이라 할 수 있다. 불포화지방산도 풍부해 몸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뇌졸중이나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또한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도 빼 놓을 수 없다. 뼈째 먹는 생선이므로 칼슘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필수아미노산 역시 이소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등의 8종류가 함유되어 있으며, 비타민 D와 E가 풍부해 노화방지에도 좋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장을 보하고 장을 깨끗하게 해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잡은 후 비늘과 내장을 제거하고 살은 약재로 쓴다. 예로부터 “음기를 보하고 기를 북돋우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음이 허하여 내열이 생긴 것과 식은땀에 열이 나는 증상, 잘 낫지 않는 부스럼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린내가 나는 단점이 있는데 전어의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은 쌀뜨물에 5분 정도 담가 놓았다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 주는 요리 전용 술이나 식초 등을 살짝 넣고 조리를 하면 비린내를 없애 주고 살을 단단하게 해준다. 깔끔한 회 맛에 길든 사람은 전어가 느끼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마늘과 양파, 무, 오이와 함께 초장에 무쳐 먹으면 좋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야채의 영양소까지 섭취할 수 있고, 마늘과 양파는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순전히 영양만을 고려한다면, 전어는 구워먹기보다는 회로 먹는 게 좋다. 굽는 과정에서 DHA와 무기질 등이 소실되기 때문이다. 전어를 고를 때는 몸길이 20cm 이상으로 큼직한 것이 좋다. 이보다 적은 전어는 구우면 기름기가 많이 빠져나가 먹을 게 별로 없다. 구이용 전어를 많이 샀을 때는 소금을 뿌리지 않고 냉동실에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보관한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전어
전어는 가을이 되면 뼈가 부드러워지고 기음이 올라 맛도 고소해진다. 전어의 참맛을 느끼고 싶다면 꼬들꼬들한 회가 최고지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의 맛과 향도 놓칠 수 없다. 그래서 통째로 구워낸 구이는 전어의 구수한 맛을 그대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또 세꼬시처럼 뼈째 손질돼 씹는 맛과 감칠맛이 제 맛인 전어회와 미나리, 오이, 깻잎 등과 함께 맛을 낸 매콤 새콤한 전어회 무침 또한 별미이다.
▶전어회 - 전어회는 뼈회다. 20cm미만의 작은 전어는 등뼈 째로 어슷썰기를 하며 고소한 맛이 뼈에 배어 있기 때문에 전어 애호가들은‘등뼈 썰기’를 선호한다. 전어는 쌀뜨물이나 소금물에 5분 정도 담가두면 비린내가 없어지고 살이 단단해진다. 된장, 초고추장, 고추냉이, 참기름, 마늘 다대기를 적절히 섞어 각자 입맛에 맞는 황금비율을 찾으면 된다. 전어회는 싼 만큼 푸지게 먹어야 하는데 한 점씩 오물오물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야채에 크게 싸서 먹는 것이 제 맛이다. 상추보다는 깻잎에 더 어울리며 얇게 벗긴 양파에 싸서 먹어도 별미다. 광양지역 토박이들은 신 김치에 싸서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참 맛을 느끼고 영양가를 고스란히 흡수하려면 전어회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전어초무침 - 비릿한 생선 맛이 싫다면 새콤달콤 무치는 전어초무침이 좋다. 미나리, 오이, 깻잎 등과 함께 맛을 낸 매콤 새콤한 전어회무침는 별미중의 하나이다. 고추장을 적게 넣고 된장을 더해 구수하면서 점잖은 맛을 내기도 한다.
▶전어구이 - 미식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전어는 소금구이가 제 맛’이다. 전어가 얼마나 맛있으면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고 했을까. 그만큼 기막히다는 이 냄새는 전어 몸에 밴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오는 것이다.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통째로 먹는다. 머리가 가장 기름이 많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씹으면 고소한 기름이 입속 가득 번진다. 전어는 하얗고 결이 고운 몸통을 담백하고, 내장은 고소하면서 쓴맛이 도는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천하 일미다.
▶젓갈 외 음식들 - 전어로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엽삭젓’혹은‘뒈미젓’이라 부르고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전어속젓’이라 한다. 내장 중에서도 위만을 모아 담은 것은‘전어밤젓’또는‘돔배젓’이라 하며, 양이 많이 않아 아주 귀한 젓갈에 속한다. 호남지방에서는‘전어깍두기’를 담아 먹기도 하는데 이 음식은 강원도나 함경도 지역의 명태아가미로 담은 서거리깍두기와 흡사하다.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전어축제 속으로
볼거리만으로는‘2%’부족하다. 즐길 거리와 먹을거리가 있어야 한다. 가을을 맞아 전국에서 전어의 참맛을 느끼고 체험할 있는‘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무창포 전어축제 - 이번 달 10일까지‘2010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대하·전어 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엔 개막식 축하공연, 맛살잡기 체험, 맨손고기잡기체험, 가요콩쿨대회, 가두리낚시체험, 대하까기대회 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펼쳐진다. 무창포에서 살아있는 전어의 소비자 값은 1kg에 1만5000원선, 양식 대하는 1kg에 2만5000원선이다. 음식점에서 먹을 땐 2만5000원, 3만5000원선에 팔린다. 또한 이번 달 6일부터 축제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신비의 바닷길도 체험할 수 있다. 신비의 바닷길 절정시간=△오는 24일(금) 오전 10시29분(조위 75cm) △25일(토) 오전 10시57분(70) △26일(일) 오전 11시25분(74) △10월 6일(수) 오전 8시39분(79) △7일(목) 오전 9시23분(32) △8일(금) 오전 10시04분 (3) △9일(토) 오전 10시44분(-5) △10일(일) 오전11시20분(6)이다. 이 시간보다 1~2시간 전에 현지에 도착해야 바닷길을 즐길 수 있다.
▶홍원항 자연산 전어축제- 고소한 냄새와 감칠맛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전어. 그 전어가 가장 맛있다는 미각의 계절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가 충남 서천군에서 열린다. 군은 10월 2일부터 17일까지 서천군 서면 홍원항 일원에서‘제10회 홍원항 전어축제’를 열어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어 모을 예정이다. 지난해 신종플루 여파로 축제가 열리지 않아 2년 만에 열리는 축제이니 만큼 미식가들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0년 서면 홍원항에서 전국 최초로 전어축제를 시작해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10월 2일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인기가수의 축하공연, 전어 시식회가 펼쳐지며, 야간에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감동의 초가을 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각 행사장에서는 맨손으로 전어잡기, 조개잡이체험, 바다낚시, 관광객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축제 기간 동안 20여 척의 어선을 동원해 하루 10톤의 자연산 전어를 확보할 예정이어서 물량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축제장 음식 가격을 1kg당 전어구이는 2만5000원, 전어회 및 회무침은 2만8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맘껏 전어요리를 즐길 수 있는 홍원항 전어축제의 이미지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정정호 홍원항 전어축제 추진위원장은“전어 축제의 본 고장인 서천에 오셔서 가을의 진미인 전어도 맛보고 가족, 연인과의 아름다운 초가을 바다 추억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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