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혈투,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 재미 선보여

교통, 숙박문제 운영미숙 지적돼
180억 저조한 수익, 내년 예산 확보 시급한 과제로 남아

국내 최초로 코리아 인너테셔널 서킷이 10월 22~24알 사흘에 걸쳐 전남 영암에서 열렸다. F1 그랑프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라 불리지만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컸다. 하지만 그 중요도와 의의만큼 대회진행이 원만했던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번 경기를 통해 본 우리의 모터스포츠의 수준을 진단해보자.

지난 10년 중 가장 흥미진진했던 경기

2010 F1 월드챔피언십 총 19라운드 중 17번째 레이스인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전남 영암 서킷에서 펼쳐졌다. 정남 영암 서킷은 총 길이 5.615km로 아시아에서도 가장 긴 코스로 전체 19개의 코스 중에서도 5개밖에 없는 반 시계 방향 코스다. 10월 22일 연습 주행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12개팀, 24명의 드라이버들은 23일 예선을 거쳐 24일에는 서킷 55바퀴 총 308.825㎞ 돌아 최종 우승자 자리를 다퉜다. 이번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건설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600억원 초과된 4000억원에 달한 데다 대회 일주일 전에 서킷 검사를 통과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이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진행돼 아슬아슬함을 더했다. F1그랑프리가 끝난 며칠 언론에서는 연일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관중동원 능력을 치하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모터스포츠 전문매체인 오토레이싱의 김태종 편집장은“미하엘 슈마허를 비롯해 대부분의 F1 드라이버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서킷 상태가 훌륭했고 결승전에서는 빗속 혈투까지 벌어져 재미가 배가됐다”며“F1A(국제자동차연맹)가 지난 10년 동안 레이스 중 가장 흥미진진한 경기라고 밝혔을 정도로 F1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사실, F1 그랑프리의 수익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각계 언론에서는 결승전을 관람하는 관중이 8만명, 그리고 사흘을 통틀어 17만명이 경주장을 찾았다며 칭찬 일색의 기사를 내놨다. 실제로 이 기록은 신생 서킷의 결승전 관중이 5만명 안팎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관중 동원력을 보여준 셈이다. 또 이번 경기는 전 세계 188개국에 중계됐다. 해외에서 관람객뿐 아니라 선수와 기술진을 포함한 자동차 관계자도 4000명이 방문했다. 이는 관중동원력뿐 아니라 F1 그랑프리를 통해 대한민국의 관광과 국가 브랜드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이번 대회의 수익은 이 같이 꿈에 부푼 우리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달 초에 공개된 바에 의하면 이번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18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초 기대했던 예상수익의 1/4에 불과한 금액이다. 때문에 올해 창립대회를 통해 740억원의 수익을 올려 내년 대회를 치르기 위한 800억원의 비용을 확보하려던 대회운영법인인‘카보’와 전남도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저조했던 수익에 전남도와 카보에 차질 우려

▲ 2010 F1 월드챔피언쉽 총 19라운드 중 17번째 레이스인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10월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전남 영암 서킷에서 펼쳐졌다. 10월 22일 연습 주행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12개 팀, 24명의 드라이버들은 23일 예선을 거쳐 24일엔 서킷 55바퀴 총 308.825㎞ 돌아 최종 우승자 자리를 놓고 다퉜다.
F1 그랑프리는 향후 올해부터 2016년까지 7년간의 대회 개최를 통해 생산유발 1조8000억원, 부가가치 8600억원, 소득유발 4300억원, 고용유발 1만8000여 명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또한 건설비용으로 도비 880억원 외에 국비가 528억원이 투입돼 모두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번 대회 개최로 카보 등은 당초 올해 740억원 수익을 거둬 내년대회 소요예산에 투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수익이 180억원에 그쳤다는 공식발표는 내년 대회 예산 확보에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내년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F1매니지먼트인‘FOM’에 내놓아야 할 개최권료와 TV중계권료 등 약 5천100만달러와 대회운영비, 조직운영비, 마케팅홍보비 등 약 80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대회수익이 미미해 추가공사비용 등이 발생하면서 전남도와 카보의 주름이 늘었다. 때문에 전남도는 정부에 대회운영비로 204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으며 조직위 운영비 120억원 등 300억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했다. 나머지 296억원은 카보의 다른 출자사들이 나눠서 충당해야겠지만 주주사들이 추가 출연을 주저할 경우 전남도 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방채 발행 등으로 재정에 큰 부담을 겪고 있는 전남도로서는 국비 지원이 안될 경우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올해 대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내년 대회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회운영 미숙‘보완이 필요해’

▲ F1대회 운영법인인 카보(KAVO)가 국내 TV중계권료 협상과정에서 132억원의 엄청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의회 정환대 의원이 11월 19일 F1대회지원본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연간 400만명의 관중이 동원되고 6억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보는 세계적인 대형 이벤트인 F1을 통해 모터스포츠 불모지인 한국에 모터스포츠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는 평가다. 또한 2012년여수엑스포와 2013년 순천국제정원박람회 등 대형 국제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전남도를 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 있어서도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가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가 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지만 경기운영과 마케팅 능력은 수준 미달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이는 미완성 경주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마케팅 등이 목표에 비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주장 건설지연으로 대회 개최여부 논란에 이어 대회 10여일 FIA(국제자동차연맹)을 앞두고서야 경주장 검수통과와 대회 개최가 최종 확정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렇다 보니 FIA로부터 국내 최초로 그래이드A 자동차경주장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F1 대회 개최 전 추진했던 국제 레이싱 대회 개최도 자동으로 무산돼 F1레이서들이 한국 서킷에서 사실상 첫 시험운행을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서킷 급커브 간의 안전지대 등 안전시설에 대한 추가보완 작업과 정비가 대회 공식 연습주행 때까지 계속됐고 일부 드라이버들은 서킷에 대한 불만으로‘더러운 경주장’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총 10만 석 규모의 가설스탠드 가운데 일부가 대회 공식일정 중에도 설치공사가 계속되고 곳곳이 막바지 공사로 인해 공사판을 방불케 해 대회 관계자와 드라이버, 관중들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또 막판까지 혼미한 대회 개최 일정으로 마케팅에서도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외신들이 대회 취소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함으로써 국내외 붐 조성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 여파가 티켓판매실적 저조로 이어지는 위기에 봉착하고 이에 따라 전남은 막판 티켓 강매에 나서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또 관중 동원을 위해 무료 자유이용권을 무차별로 배포해 공짜 티켓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특히 대회 개최에 가장 필수적인 타이틀 스폰서 역시 유치에 실패했고 통상 6개월이나 1년 전에 이뤄지는 중계권자 협상이 늦어지면서 대회 개최 직전에 주관 방송사가 선정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 대회 3일단 운영 미숙과 교통, 숙박시설 등 기본 인프라 부족에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FIA이 고용한 외국인 경비업체 관계자들은 한국어를 못해 관람객의 90%인 내국인들이 주차장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 경주장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이 시설 위치를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상당수 관람객들이 수 km를 오가는 등 우왕좌왕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교통이었다. 대회 당일까지 경주장 주요 접근로인 무영대교의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비포장 상태에서 임시 개통됐다. 또 주차 부족 사태도 심각했다. 일부 관람객의 경우 무리하게 차량을 경주장 인근까지 가져가기 위해 안전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해 눈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숙박시설은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일간지‘코리
▲ ▲ 경남 창원에 세워졌던 F3 자동차경주장. 지금은 시설물 대부분이 철거됐고, 경주로는 일반 도로로 쓰이고 있다.
에레 델라 세라’는 대회 기간에 경주장 주변의 숙박시설 부족과 러브호텔을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경주장 내 식당, 음수대, 화장실, 유아시설 등의 편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국 순위나 자동차 업체 순위에서 세계 5, 6위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 중에서 모터스포츠의 활성화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꼴찌다. 우리의 부족한 현 상태가 이번 그랑프리의 대회운영 미숙으로 드러났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앞으로 6년 동안 여섯 번 더 열린다. 이번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현지 F1조직위와 카보는 1000억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치르고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지적이 틀린 말만은 아닌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미숙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돈을 쏟아 붓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대회가 아니라 자동차 관련 사업 아이템 및 관광 등으로‘돈 버는’마케팅으로 돈도 벌고 고용도 창출하는 관광벨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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