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과 북한 사방사업추진, 강원대 전근우교수

사람과 산. 우리 고유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근간인 산이지만, 산의 풍요로움과 중요성을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다행히도, 맑고 푸른 우리 강산의 산림을 위해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방, 임도, 벌출, 산림환경 보전 및 훼손지 복원등에 관한 연구에 불철주야 매진하는 한국산림공학기술연구회. 최근 제3대 회장으로 선출된 전근 우 회장은 강원대를 졸업하고 일본 북해도대 박사학위를 받은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이자, 우리나라 사방분야의 손꼽히는 산전문가다 .


▲ 강원대 산림과학부 전근우교수
1시간 반의 무료한 버스여행을 마친 후, 소박한 도시, 춘천에 도착했다. 산림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없이, 분야전문가를 만난다는 것은 기자로서 그리 흔쾌한 일은 아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나 긴장한 모습으로 교수님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길 30분. 다행히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산지기’답게 소박한 모습으로 편안히 기자를 만나주셨다. 그리고 인사가 끝나기 전에 급박히 꺼내는 2007년 사방사업 100주년. 그가 1998년 북한을 방문했을때,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의 복구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국 산림공학연구회의 회장으로 사방 100주년을 맞아 북한의 사방사업을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방사업이란 무엇인가

보통 일반 사람들은 산에 나무를 심으면 그만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 비바람에 의해 물, 흙, 모래, 자갈 등이 이동될 때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재해의 예방, 복구를 위한 사방사업을 해야 그 나무와 산림이 유지, 보존된다. 즉 사방사업(砂防事業)은 공작물을 설치하거나 식물을 파종, 식재하여 산지나 기타 토지의 붕괴를 예방하고 토사의 유출 또는 모래의 날림을 방지하는 일이다. 이미 황폐해진 토지를 복구하는 일과 함께 경관을 조성하고 수원을 함양시키는 일도 포함된다.

사방사업의 역사

과거 우리 조상들은 주택과 농경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사방사업을 실행하여 왔으며 오늘날과 같은 사방사업은 1907년 당신 한성 창의문(지금 자하문)에서 적묘공 등의 공종으로 시행한 것이 효시이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일제강점기의 산림수탈과 8.15 해방, 6.25 동란을 겪으면서 극도로 황폐해졌으며, 오늘날과 같은 녹화성공에 사방사업이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다. 국토가 녹화되면서 사방사업은 그 필요성이 줄어 조직과 예산이 대폭 축소되었고, 일부에서는 앞으로 사방사업은 완결된 사업으로 더 이상 실행할 필요가 없는 사업으로 인식되어 오기도 하였다.

사방사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태풍과 집중호우가 빈발화, 대형화하고 있고, 예측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산사태 등 산림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방사업의 중요성이 다시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및 2005.8월의 전북지역 집중호우시 사방댐이 재해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고, 이를 지켜본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방사업 실행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연재해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토지의 이용증가로 재해취약지역이 늘어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심각한 북한의 산림 실태보고

77%가 산지로 구성된 북한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우수한 생태자원을 지니고 있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948만 헥타르의 북한의 산림 면적은 남한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전체 산림 면적 중 약 11%에 달하는 103만 헥타르의 토지가 임목이 없는 황폐지역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북한은 국토 면적과 산림 면적이 남한보다 넓지만 황폐지역이 많기 때문에, 산림의 건강상태와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 지표인 임목축적이 남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개발사업과 임산원료 사용으로 황폐화

인구밀도와 농업 의존도가 높아 대규모의 다락밭(비탈진 곳에 층이 지게 만든 밭)개발도 추진되었던 평안 남북도와 황해 남북도 지역은 1995년과 1996년 홍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한때 해발 200미터까지 개간사업이 진행되는 등 이 같은 산림 황폐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식량난, 경제난과 함께 에너지난에도 시달리는 북한은 80년대 중반이후부터 농촌지역의 모든 주택이 임산원료를 사용해, 90년대에 들어서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취사 및 난방용 연료로 임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도시지역의 아파트에서도 아궁이를 임산 원료용으로 교체하고 공동연료창고를 마련하는 등 거리낌 없는 임산원료 사용에 북한의 도시지역 인근 야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가 추진한 다락밭 건설과 임산 원료 채취로 경사가 완만한 임산공업림 지역도 상당 부분 훼손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의 문제만을 해결하려 급한 불을 끄려다 더 큰 불을 낸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돈벌이가 없는 북한 주민들이 멀쩡한 나무를 채취해 중국으로 판매, 반출하는 일도 허다하다며 양강도, 자강도 지역의 산림훼손이 타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고 전한다.

▲ 북한의 산지

산지황폐화는 식량부족문제와 직결

북한의 산지 황폐화는 국토녹화를 통한 국토보전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농업생산기반 붕괴 및 식량사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산지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식량문제 해결은 고염불에 불과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구조적 식량난은 1946년 3월에 실시된 토지개혁을 그 시발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 당시는 모든 농지가 명목상으로는 개인 소유였으나 토지의 유동성이 전혀 허용되지 않아 국가소유와 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농업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1956년 시작된 농업협동화 정책에 따라 모든 농지가 집단화되었으며, 이에 노동능률의 저하와 함께 식량부족이 초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은 농경지 확장을 중심으로 한 식량증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농경지 확장방법으로는 간척지 개발, 다락밭 건설, 새땅찾기 등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대두되었다.

북한 황폐지 복구사업 추진전략 및 방안

북한의 황폐지를 복구하는 것은 홍수, 갈수 피해와 토사재해를 막는 국토녹화에 그치지 않고 붕괴된 농업기반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이기도 하므로 통일 이후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또한 산림복구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저임금상태의 풍부한 북한 주민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이며 북한의 경제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황폐산지 복구사업을 통일이후로 미루면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며 복구사업이 장기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한다.

산림청과 더불어 국가적 차원에서 이끌어야

그러나 광대한 황폐지 규모에 비해 현재의 대북 지원 사업 규모는 매우 작다. 민간단체인 ‘평화의 숲’과 ‘새천년생명운동’ 등에서 수년째 여러 지원 사업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수해피해를 입은 양묘장 복구나 묘목 등 조림에 필요한 몇 가지 물자를 지원해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와 같은 민간단체 수준의 소규모 황폐지 복구사업만으로는 사실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접근 방안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산림복구사업은 남측의 산림청과 북측의 임업성이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되 업무 부담을 해야 할 것이다. 즉 북측은 현재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남측에서는 기술지원과 사업비용을 제공하고 북측에서는 인력제공 등 역할 및 기능을 분담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사방사업과 일반 조림사업으로 구분하여 , 연료림 조성사업과 대체연료 확보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방 100주년을 맞아

마지막으로 전근우 교수는 2007년이 사방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으로 사방사업의 전환을 맞아 영일지구 사방기념공원 준공행사와 병행하여 실시할 예정이라 한다. 이때를 맞이하여 우리 북한의 산림 황폐화를 고발하고 북한의 사방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한국산림공학기술연구회. 북한의 황폐지 녹화사업은 민간 NGO 등을 통한 소극적 전략보다는 정부 기관 사업으로 계획적 사업으로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러기 위해선 산림청의 위상이 승격되어 북한의 헐벗은 황폐지가 조속히 녹화되어함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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