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스승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요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조롱하는 일 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0년 12월 16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11월에는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이 담임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생에 의한 폭행만 문제가 아니다. 자기 자녀를 때리거나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폭행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교사가 폭행과 폭언을 당한 사건은 지난해만 108건에 이른다. 교권이 살아나야 공교육이 살아나고 교육자가 존경받아야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날로 추락해만 가는 교권. 돌파구는 없을까.
폭행당하는 교사, 교권은 없나
▲ 경기도 파주의 한 중학교에서 자습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것을 꾸짖는 여교사에게 남학생이 위협을 가하며 삿대질을 하는 동영상의 일부분.
교권추락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 12월 강릉의 모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47세 여교사의 꾸지람에 격분해 교사를 폭행하고 목을 조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선 사건으로 수원 모 고교에서는 고교1학년 재학 중인 남학생이 25세 여교사의 얼굴을 때린 사실도 드러났다. 뿐만이 아니다. 춘천시에서는 초등학교 남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고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5학년생이 싸움을 말리던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는 등 한 달 사이 학생에 의한 폭행사건만 셀 수 없을 정도다. 한 여교사는“상식밖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학교에 재직 중인 이 여교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이젠 이런 사건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학교에서 아이들이 잘못되는 것을 함부로 나무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대놓고 책상에서 자더라도 해코지를 할까 두렵다”고 말하며 최근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지정되면서 처벌의 징계수위도 대폭 낮아져 지도를 할 방안이 좁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학생들의 경우 어떠한 잘못을 저질러 징계를 받아야 할 상황이 와도 퇴학이나 무기정학 수준의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단지 며칠간의 등교지정이나 봉사활동 등이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징계일 뿐이다. 또 다른 고등학교 남자 교사는“전해 듣기로 요즘은 교사에게 반항하면 반에서 영웅이 된다더라”고 혀를 찼다. 이 교사는“여교사들과 남교사들의 지도나 훈육의 강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 학생들이 여교사들을 자신의 아래로 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새로 부임한 여교사의 의욕에 학생들이 부합하지 않는다면 여교사들이 순순히 져주는 모습을 보여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도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총은 교권사건실적보고서를 인용해 지난2009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폭행 건이 2001년 대비 9배나 증가했다고 말하며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교총은‘교권침해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학생인권조례’도 중요하지만‘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도 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티즌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교육계의 현실이다”라 단정 지으며“개중‘교사가 잘못했으니 학생에게 맞아도 싸다’는 위험한 선동이 이는데 실제 많은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이어“학부모들도‘집에서도 뭐라 안하는 우리 아이에게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나’는 생각이 이제는 일반적”이라고 분석했다.
고귀한 권리, 교권.
교권(敎權)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말하며 교사가 갖는 고유의 권위와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권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이며 교육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교육위원회 제도를 통한 중등교육 이하의 학교교육 행정이나 사회교육 행정이 중앙통제적인 정치권력에서 벗어나고, 일반 행정에서도 독립하여 교육 자치를 누리는 것 등은 교권이 존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직접 교육실천에 나서는 것은 교육자이며, 교육행정은 그에 필요한 여러 조건의 정비와 확립을 꾀하여야 하는 것으로 이는 어디까지나 교육의 환경을 잘 갖추자는 것이지 교육 자체를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교권을 말할 때에는 흔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교사의 권리만을 생각할 수 있으나 보다 정확한 의미에서 교권이란‘교육에 관한 일정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이 특정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부여한 권리로서, 크게 나누어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할 권리’로 나누어진다. 즉, 어떤 형태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등을 학생, 학부모, 교사, 국가, 사학의 설립자 등 교육과 관계되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귀한 권리인 교권이 추락한 원인은 어디에 있고 그 해결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교권추락의 다양한 원인을 알아 본다
교권추락의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과거에 전문직으로 여겨졌던 교직의 지위가 사회 경제적 직업으로 하락한 것도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을‘문화와 지식, 예를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시각에서‘가르치는 일을 하는 월급쟁이’라는 시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교사에게서 지식적인 부분만을 요구하게 되고 교사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잃게 되는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사회 경제적인 부분이 강조되어 정해진 시간에 대한 노동의 대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져 스스로 교사의 의식이 부족해진 부분이 많아졌다. 두 번째로 지나친 자식사랑을 들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출산율이 낮아져 각 가정에 하나 또는 두 명의 자녀를 두는 것이 보편적이 된 요즘, 자녀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자녀에게 쏟는 관심은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지나쳐서 교육현장에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게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가 교육에 있어서 권리를 갖는 만큼 학부모들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권리는 어느 정도의 선이 그어져야 하고 서로의 고유한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무너지게 되면 중간입장인 학생도 혼란을 겪게 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기는 불가능해 질 것이다. 세 번째 원인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의 상실을 들 수 있겠다. 제대로 된 교육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임은 자명한 일이다. 학생이 교사를 믿지 못하고 교사가 학생을 믿지 못한다면 절대 제대로 된 교육은 이루어 질 수 없다. 이는 일방적이어서도 안 되며 상호간에 믿음을 필요로 한다.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 바로‘대화’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교육의 절반 이상이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와‘주입식으로 지식을 전달 받는 학생’이라는 피상적인 사이로 바뀌어 대화가 단절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처럼 학교구성원들 간에 대화가 없어짐으로써 서로에 대한 반감만 점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와 교사간의 신뢰도 없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않으면 않을수록 학부모는 교사의 교육에 간섭하려 하게 되고 결국, 서로 간에 신뢰가 깨진 상태로 서로에 대한 오해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원인으로는 교사의 책임감 상실을 들 수 있겠다. 교권이 추락하는 이유에서 교사 자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교사들은 교사임용제도를 통해 교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데 일단 시험에 붙고 나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안일한 태도를 일관하며 주어진 일들만 처리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의욕이 넘쳐나는 젊은 교원일수록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교실과 교무실의 분위기에 대한 절망감은 크다고 한다. 이미 안일해진 분위기에서 뭔가 해보려 하면 그것이 도리어 눈치를 받아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교사의 질에 대한 논의가 생기는 세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교육의 질과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수가 늘어나길 바란다. 이는 교사 스스로가 교권상실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노력 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문제점을 들 수 있다. 교권의 추락과 교실의 붕괴현상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과거 몇 년 동안 이미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던 일들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수면위에 떠올랐을 때 미미한 태도를 보여 온 법적·제도적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교육관이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교육관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면 무엇보다 제도적인 해결방안이 시급하다. 학생이나 교사의 문제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나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기존 제도들을 활성화 시켜 교권추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날로 더해가는 교권 추락. 돌파구는 없나? 교권추락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교장은“교권 추락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어 오는 과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요인들이 결부돼 빚어 진 것”이라고 밝혔다.“스승을 군주, 아버지와 동격으로 존경했던 군사부일체의 관념이 무너진 데다 공교육 현장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교권이 흔들리게 됐다”며“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우리나라의 시위 문화와 학부모 민원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민감한 반응도 한 몫 한다”고 전했다. 얼마 전 교육부는‘교원 침해 사건을 늑장 보고하면 교장을 엄중 문책 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교육 현장을 통솔하고 조정하는 교장의 재량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보여 진다. 그는“교육부조차도 교장을 우습게 보는데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을 우습게 보는 건 당연한 귀결 아닐까”라며“그렇지만 교권 회복은 교원 스스로 반성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교육 한다면 학부모님들도 그 뜻을 이해해 주시지 않겠나. 그리고 과도한 체벌은 금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위한 제재 수단은 인정해 줘야 한다. 학부모와 교육 당국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부산의 한 대학교수는“지금 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든 말든 떠들던 말던 휴대폰을 하든 말든 선생님이 꾸짖기도 힘든 상황”이라며“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는 교육목적의 체벌조항이 엄연히 규정되어 있는데도 현실적으로 교육당국에서는 체벌은 못 하게 하고 있다. 수업태도가 불량한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은 예로부터 인정되어 온 교육수단이 아닌가. 이마저도 못 하게 하니 교사의 본질적이 권한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전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협력하고 책임지면서 긴밀한 관계를 이루어 가지만 국내에서는 학부모의 목소리만 높은 형편이다. 교사들이 학생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만큼 이제 학부모들에게도 교육참여의 권한에 걸 맞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 된다. 그는“이를 위해 교육당국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간에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 학부모는“학부모나 학생들 사이에는 학원 강사가 때리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학교 선생이 때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에 우선하는 현실이 교권 추락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 한다. 그는“교권추락을 개탄하기 전에 교사들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교원단체들끼리 패를 갈라 반목하고, 심지어 일부 교사는 성적조작, 성추행, 학생 폭행 등 교직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교권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존중돼야 하는 고귀한 권리이다. 하지만 교사들 스스로 본분에 충실할 때 교권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라며“선생님들이 늘 연구하는 자세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교직에 맞는 도덕성을 가질 때 학부모와 학생은 따라가게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 연대 소속의 한 학부모는“예전에는 선생님이 엘리트요 지식인이다 보니 모두 존경하고 예우하며 의존하는 분위기였다면 현 시대에는 학부모들 스스로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이런 시각이 옅어진 것”이라면서도“자녀문제의 상담을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 절차를 모르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과 1대 1로 맞닥뜨려 해결하려다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자식사랑도 문제다. 학부모들도 이제는 성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당국과 선생,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바로서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생인권과 체벌 금지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역기능에 대해 제대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체벌금지가 교사의 교권침해로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교권추락이 더 이상 우리 교육계에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시점에 실추된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처방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또한 교사는 교육의 질을 결정하고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역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성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과 제대로 된 교사, 존경과 신뢰로 선생을 대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설 때 대한민국의 추락하는 교권에 해답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