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하느님의 백성
"구교·신교라는 용어는 1965년 이전에 사용하던 말입니다. 그 당시는 그 용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천주교에는 구교 냄새가 났던 게 사실입니다. 보수적이었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고, 권위적인 면이 있고 그랬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몇 백 년 간 누적되어 있던 변화욕구와 변화의 필요성을 비로소 확인하고 개혁한 것이죠. 그 때 공인된 사목헌장에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조명하고 우리 시대 주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발견하는 데 공동 협력하려는 교회의 진지한 노력이 드러나 있습니다."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장)는 가톨릭교회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포용의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근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단지 비신자를 신자로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비신자나 혹은 타 종교인을 개종시키지 않더라도 예수님이 세상에 주려고 한 메시지를 그에게 전달해서 그들이 기쁠 수 있고 진짜 높은 수준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을 복음화라고 하는 것이지요.”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형제로 대하기를 거절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감히 모든 사람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온갖 차별과, 혈통이나 피부색이나 사회적 조건이나 종교적 차별의 이유로 생겨난 모든 박해를,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 알고 배격하는 바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채택된 ‘비 그리스도교에 대한 선언’ 중)”

“저는 두 가지 의미에서 복음화를 하고 있어요. 신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는 정확한 신앙의 언어로 이야기 합니다.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종교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들의 삶이 불행에서 행복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동일한 복음(福音)화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신부가 왜 기업이나 관공서에 강의를 하러 가느냐고요? 신부들이야말로 ‘인간’에 관한 전문가이기 때문이지요.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는 겁니다.”

‘오라’하지 않고, 세상으로 ‘가는’ 교회
지금까지 교회는 본당을 중심으로 신자들을 끌어들이는 구조였다. 교회의 일원이 되려면 본당을 찾아가야 했고, 교회의 문턱은 사실 높았다. 사목의 대안을 모색하는 ‘미래사목연구소( www.fpi.or.kr)’는 사제가 복음을 들고 세상 구석구석을 찾아가고 세상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0년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야말로 교회가 사회 속에 머무르면서 사회를 위해 존립한다는 사실을 실천으로 보여준 종교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미래사목연구소의 지향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나눔은 나눔을 낳습니다”
차동엽 신부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공학도였고 해군장교 출신이다. 대개의 성직자와는 차이가 있는 이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후반은 민주화 운동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입니다. 저 또한 가치와 실존의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신부가 되었는데, 신부가 된 것은 그런 고민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때 이 사회를 위해 사제가 할 역할은 많았습니다. 민주화 운동도 있었고 약자를 위해 투신하는 방법도 있었지요.”
서인석 신부가 쓴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젊은 시절의 차동엽 신부는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 뒤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그 책의 메시지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닿아 있다고 했다. 차동엽 신부는 그의 책 <바보 Zone>에서 고 유일한 박사를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액장학금을 주는 유한공고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공부를 공짜로 하게 된 것이 한 돈 많은 사람의 희사가 아니라 전인적인 희생 덕이었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사랑은 사랑을 낳고 나눔 또한 나눔을 낳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강연이나 그의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얻고 희망을 찾게 되는 이유는 이토록 절실하게 삶을 살아온 그의 진정성을 말이나 글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부모들의 서재에서 그 자녀들의 손에 의해 다시 읽히는 책
차동엽 신부는 <무지개 원리>, <향주삼덕:믿음 희망 사랑>, <행복선언>, <뿌리 깊은 희망>, <통하는 기도>, <맥으로 읽는 성경>, <밭에 묻힌 보물>, <여기에 물이 있다>, <바보 Zone>을 집필했고, 지금도 자신과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무지개 원리>에 대해 ‘나를 위한 행복과 성공의 교과서’라고 했고, <바보 Zone>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전인적인 자기계발이 나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지성과 감정과 의지가 어떻게 긍정의 에너지로 자극 받아 온전하게 꽃을 피우겠는가 하는 것이 저의 관심입니다. 최선을 다 해서 자기계발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무지개는 축복의 약속입니다.”
지금 <무지개 원리>는 부모들의 서재에서 그 자녀들의 손에 의해 다시 읽히고 있다. <바보 Zone>에 대해 차동엽 신부는 “우리 스스로 우직하지 못 하니까 우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바보라고 나무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보들이 욕먹는 걸 뒤집어 놓고 보니까 ‘진정한 인간론’이 나오는 거예요. 누구든지 자기 안에 바보지대가 있는데, 바보를 구박함으로써 자신의 바보지대를 주눅 들게 한 거지요. 이제 그 바보지대를 당당하게 내 놓고 펼쳐보자는 의도로 쓴 책이 <바보 Zone>입니다.”라며, 바보의 원조야말로 김수환 추기경이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언젠가 석굴암에 가서 넋을 잃고 불상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뭔가에 깊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라는 고백을 한 사람이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의 가장 큰 인물인 김수환 추기경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작가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는 바보에 대해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문제는 그것을 보는 관점인 것이다.

BE FOOLISH!
차동엽 신부는, 그의 메시지가 이 시대의 위대한 소시민들에게 통쾌한 9회 말 역전극을 연출해 낼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바보철학을 살짝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으라 ▷바로 실행하라 ▷작은 일을 크게 여기라 ▷큰 일을 작게 여기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걸음으로 가라 ▷충직하라 ▷투명하라 ▷아낌없이 나누라 ▷노상 웃으라
“끊임없는 추구와 목적달성의 꿈이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이 일차적인 행복이 깨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요? 고요함과 머묾 속에서 현실의 행복 인자를 늘일 수 있다면 보다 수준 높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역동적으로 열심히 추구하는 행복과 만족을 아는 고요한 행복이 서로 보완된다면 가장 행복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정중동(靜中動)하고 동중정(動中靜)하는 행복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다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보완하는 삶의 방식을 가정에서 작은 모임에서부터 적용하고 실천해 나가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차동엽 신부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도 부드러웠다.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는 이성적이고도 정확한 언어 사용에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아 적당한 선비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호쾌한 웃음소리는 따뜻한 정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슨 부탁이든 하면 들어줄 것 같은 넉넉함이 넘쳐 나왔다. 인천가톨릭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학생들을 보면 “그 전에는 ‘나는 선생이고 너희는 학생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선배고 너희는 후배다’라는 생각이 들더니 요즘은 ‘나는 아버지고 너희는 자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게 된다”며 미소 지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동엽 신부를 ‘인생 해설가’라고 한다. 삶에 대한 그의 진정어린 조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그에게서 ‘아버지’를 보았다. 보석 같은 바보 지대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그런 바보인 줄도 모르는 이 땅의 천생 바보들에게 힘내라고 어깨를 다독여주는, ‘하는 일마다 다 잘 될 거야’라고 말 해 주는 사람. 그가 아버지가 아니라면 누구이겠는가. <NP>
차동엽 신부는 198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해군 OCS 72기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서울 가톨릭대학교,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미국 보스턴대학교 등에서 수학했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1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2011년 현재 인천 가톨릭대학교 교수와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이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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