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분체기계(주)
일반적으로 0.1μm~1mm의 입자지름을 가진 고체물질을 분체(粉體, pulverulent body)라고 한다. 단단한 물체를 잘게 부수는 분쇄(粉碎)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재료에서 제약수지, 사료, 각종 식품에 이르기까지 분쇄의 적용범위는 광범위하다. 국내 분쇄분체기계 분야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수입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한국분체기계(주)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조차도 대부분 비싼 외국 분쇄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했습니다. 20여 년 간 이 분야에서 종사했는데,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적 생산을 시도해보기도 여러 차례 했지만 정밀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화학연구원과 한양대학교, 영남대학교 등의 전문적인 연구 인력과 MOU를 체결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안태철 대표(한국분체기계(주), www.hankookmc.co.kr)는 결국 기존의 해외 제품보다 앞선 ‘초미립 분쇄시스템’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리게 되었다. 국산화는 물론이고 수출을 통한 기술력 선양에도 앞장서는 위치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나노(nano) 수준의 정밀도와 정확도를 자랑하는 분쇄기계류의 쾌거!
-열이 발생하지 않고 철분이 전혀 생기지 않는 친환경제품
마이크로 에어 제트 밀(Micro Air Jet Mill)과 마이크로 에어 클래시파이어 밀(Micro Air Classifier Mill) 등의 제품은 독일이나 일본에서 신소재 개발에 적용하고 있는 초미분(1micron) 의 수준을 넘어 서브마이크론(sub micron, nano) 수준의 분쇄정확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기계를 가동할 때 소음이 적어 쾌적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고, 분쇄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지 않고 철분이 전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신소재 등의 산업 전반에 적용될 뿐 아니라 식품, 화학품, 의약품, 화장품 등을 제조할 때 사용해도 위생적인 문제에 있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분쇄분체기계를 사용하는 분야 중에는 곡류, 해조류, 한약재, 설탕 등 식품이나 약재 관련 업종이 부지기수다. 분쇄 시 발열이나 산화로 인한 변질이 없기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향신료 등은 맛이나 향기가 손실되지 않는 방식으로 분쇄를 한다고 하니 웰빙 트렌드에도 마침맞다고 할 것이다.
“폐목재나 나무껍질 등을 잘게 파쇄하여 퇴비를 만들면 나뭇잎이나 풀과 비교할 수 없는 양질의 퇴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기질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소더스트 머신(Sawdust Mashin)을 활용한다면 우리 농토를 살리고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구하는 기업, 지원하는 정부’에 희망을 걸다
한국분체기계(주)의 신제품 개발에서 주목할 점은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를 충족시키는 '친환경 기기'라는 것이고,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 과학적 순수학문을 학계와 업계가 함께 연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는 점은 타 업종에서도 본받아야 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분체기계의 미세한 하자가 소비자 업체에 중대한 과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분체분쇄 기계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0.01%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함을 유지해야만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이 기술력과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으려면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안태철 대표는 연구와 개발, 그리고 투자가 맞물리지 않으면 기초 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산업(Reproductive Industry)’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분체기계(주)가 이룬 성과를 개별 기업의 성공 사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사회 전체가 협조하고 지원해야 제2, 제3의 성공 기업이 나오게 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2011년의 희망은 연구하는 기업, 지원하는 정부에 걸어 본다. <NP>
이태향 기자
ythsun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