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한우 신재기 대표
왜 안동한우인가

진공포장과 숙성의 선두주자
오늘의 우리는 숙성된 고기의 진가를 익히 알고 있으며, 진공 포장된 한우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숙성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정성껏 준비한 고기를 두고 “신선하지 않은 것”이라는 억울한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 세계 음식 박람회에서 진공 포장을 유심히 지켜 본 그는, 한우 업계 처음으로 진공 포장을 도입했다. 그런데 역시 예기치 않은 일로 고객들의 항의를 받게 되었다. 다름 아닌, 진공 포장된 상태의 한우가 어둔 빛깔을 띠는데 신선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진공 포장시 발생하는 압축 때문으로 지극히 정상적이며 포장을 뜯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 고유한 빛깔을 찾는다. 그러나 당시는 이러한 진공 포장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절이었고, 신재기 대표는 그러한 오해 가운데에서도 꿋꿋이 오늘의 <안동한우>를 이만큼 키워 왔다. 이제 그의 손을 거친 안동한우는 별 다른 품질 보증 없이도, 신재기 그의 이름만으로 안심하고 믿고 사먹는 단골고객들로 가득하다.
고구마 100박스에 담긴 情
지난 해 그는 또 하나 일을 벌였다. 친척들의 손을 빌려 난생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재미삼아 소일거리로 지은 고구마 농사 출하량이 무려 100박스가 되자, 당황한 건 다름 아닌 그와 아내였다. 농약 한번 안 뿌렸어도 땅 속 열매라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부부는 주저함 없이 그간 <안동한우>를 잊지 않고 매번 찾아 준 단골고객들에게 고구마 1박스씩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이왕 선물하는 것이기에 기분 좋게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택배비까지 부담해서 선물로 드렸단다. 그 일로 부부는 외려 선물을 받은 사람들처럼 맘이 훈훈해져 한동안 마냥 즐거웠다. 그건 기꺼운 마음으로 무언가 나눠 본 이들만이 느껴 본 행복일 테다. 이들 부부에게 미처 생각도 못한 답례용 선물들이 왔을 때 역시 오고 가는 情에 흠뻑 취해 “이것이야말로 나눔의 행복이구나” 싶었단다. 한우 먹는 것을 참 즐겨서 한우 사육과 동시에 직판장을 이끌어 왔던 지난 이십여 년이 진정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신재기 대표. 그는 자식들이 원하면 기꺼이 가업으로 이 일을 넘겨줄 생각이란다. 그만큼 안동한우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올 봄에는 감자를 심어 단골고객에게 선물로 드릴 계획이라는 그의 눈매가, 정말이지 순하고 정한 눈빛의 토종 한우를 닮아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한번 쯤 그에게서 안동한우를 구해 먹고, 그가 건네는 무공해 감자 선물 또한 받아보고 싶어졌을 거다. 신재기 대표,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건 단순히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사골곰국보다 더 짙은 농도의 순백색 따뜻한 마음이다. 그래서 그의 안동한우를 먹는 사람들은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가보다. NP
채지혜 기자
hammuk@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