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한우 신재기 대표

한우의 60%가 경상북도에서 출하되고 그 중에서도 안동 · 영주 · 봉화 · 의성이 맛의 정점에 놓여 있다. 안동한우는 매년 안동시에서 “한우아가씨” 대회를 주최할 정도로 안동의 특산물로 튼실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신재기 대표가 운영하는 <안동한우>는 안동시 품질추천 사업장으로서 자신의 농장 및 안동한우축산농가에서 정성스럽게 사육된 누렁이 한우만을 취급한다. 그의 안동한우 사랑과 나누며 사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왜 안동한우인가

▲ 진공포장한 안동한우
외국산 쇠고기의 경우를 보더라도 호주산 보다는 미국산 쇠고기가 품질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다름 아닌, 기후풍토 여건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게 <안동한우>신재기 대표의 설명이다. 호주처럼 평균 기온이 따뜻하면 고기의 탄력이 떨어지고 또 생풀을 먹고 운동량이 많은 방목의 특성상 고기가 질긴 편이다. 반대로 너무 추우면 열량 소비가 커서 적정 지방을 함유하기 어렵기에 마블링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산의 경우 한우와 마찬가지로 곡물 비육을 하지만, 유통 특성상 냉동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안동을 포함한 경북 북부지방은 이러한 기후풍토에 비춰 봤을 때, 소의 육미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그가 유통하는 안동한우의 경우, 항생물질 및 유해물질 투여 금지 등으로 엄격히 사육한다. 생후 13~18개월까지 육량증가와 지방형성에 중점을 두고 사육하며, 생후 19개월부터 24개월까지에는 육질 속에 백색지방을 골고루 분포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와 같이 평균 23~25개월간 사육한 640kg 이상의 완숙한 소만 취급하므로, 여타 쇠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거의 없으며 한우 쇠고기만의 깊은 맛이 있다. 도축장에서 등급을 받은 후 0℃ - 2℃의 냉장실에 보관하며, 등급별로 선별하여 부위별 골발 작업을 실시한다. 소비자가 용도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29개 부위로 정형한 후, 신속히 진공 포장하여 숙성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잘 숙성된 안동한우는 차량을 이용하여 직영판매장에 공급되어 냉장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마블링이 고루 분포되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안동한우의 육질은 적합한 사료와 적정한 운동 그리고 최적의 기후 조건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공포장과 숙성의 선두주자

오늘의 우리는 숙성된 고기의 진가를 익히 알고 있으며, 진공 포장된 한우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숙성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정성껏 준비한 고기를 두고 “신선하지 않은 것”이라는 억울한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 세계 음식 박람회에서 진공 포장을 유심히 지켜 본 그는, 한우 업계 처음으로 진공 포장을 도입했다. 그런데 역시 예기치 않은 일로 고객들의 항의를 받게 되었다. 다름 아닌, 진공 포장된 상태의 한우가 어둔 빛깔을 띠는데 신선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진공 포장시 발생하는 압축 때문으로 지극히 정상적이며 포장을 뜯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 고유한 빛깔을 찾는다. 그러나 당시는 이러한 진공 포장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절이었고, 신재기 대표는 그러한 오해 가운데에서도 꿋꿋이 오늘의 <안동한우>를 이만큼 키워 왔다. 이제 그의 손을 거친 안동한우는 별 다른 품질 보증 없이도, 신재기 그의 이름만으로 안심하고 믿고 사먹는 단골고객들로 가득하다.

고구마 100박스에 담긴 情

지난 해 그는 또 하나 일을 벌였다. 친척들의 손을 빌려 난생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재미삼아 소일거리로 지은 고구마 농사 출하량이 무려 100박스가 되자, 당황한 건 다름 아닌 그와 아내였다. 농약 한번 안 뿌렸어도 땅 속 열매라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부부는 주저함 없이 그간 <안동한우>를 잊지 않고 매번 찾아 준 단골고객들에게 고구마 1박스씩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이왕 선물하는 것이기에 기분 좋게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택배비까지 부담해서 선물로 드렸단다. 그 일로 부부는 외려 선물을 받은 사람들처럼 맘이 훈훈해져 한동안 마냥 즐거웠다. 그건 기꺼운 마음으로 무언가 나눠 본 이들만이 느껴 본 행복일 테다. 이들 부부에게 미처 생각도 못한 답례용 선물들이 왔을 때 역시 오고 가는 情에 흠뻑 취해 “이것이야말로 나눔의 행복이구나” 싶었단다. 한우 먹는 것을 참 즐겨서 한우 사육과 동시에 직판장을 이끌어 왔던 지난 이십여 년이 진정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신재기 대표. 그는 자식들이 원하면 기꺼이 가업으로 이 일을 넘겨줄 생각이란다. 그만큼 안동한우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올 봄에는 감자를 심어 단골고객에게 선물로 드릴 계획이라는 그의 눈매가, 정말이지 순하고 정한 눈빛의 토종 한우를 닮아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한번 쯤 그에게서 안동한우를 구해 먹고, 그가 건네는 무공해 감자 선물 또한 받아보고 싶어졌을 거다. 신재기 대표,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건 단순히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사골곰국보다 더 짙은 농도의 순백색 따뜻한 마음이다. 그래서 그의 안동한우를 먹는 사람들은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가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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