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인터뷰-2011 젊은 연극인 김진만 연출가
# 아직은 스산한 겨울 기운이 남아있는 3월의 어느 날.‘2011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하고 고전명작인‘노인과 바다’를 극화하여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진만 연출가를 만나기 위해 대학로의 한 극장을 찾았다. 시종일관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 준 김진만 연출가 덕분에 한 시간여의 인터뷰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Q. <2011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하는 등 연출가이자 극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데뷔하게 된 동기와 그동안의 삶이 궁금하다.
Q. <2인극 페스티벌>의 창시자로 알고 있다.
A. 네 맞아요.‘팔판동 9인회’활동 당시‘2인극 페스티벌’을 기획했죠.‘팔판동 9인회’는 당시 여건상 제작환경이 무척 어려웠기에 젊은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창의적인 작업을 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 진 모임이에요. 저도 최초 구성원 중 하나였고 9명의 극작가, 배우, 연출가로 구성 되어 9명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 이어가는 방식이었어요. 그곳에서 좋은 창작 작업이 많이 이루어졌고 다양한 활동의 계기도 마련했어요. 지금은 다들 자기 색깔이 명확한 예술가들로 성장하여 자리 잡았습니다. 초기 멤버로는 작가 겸 연출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김낙형, 김학선, 민복희, 유수미 씨 등이 있고 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있는 박원상, 최덕문, 박정석, 그리고 연출가 하일호 씨 등이 있습니다. 초기멤버들 후에 장우재, 정세혁 등 유명한 연출가이자 작가들을 많이 배출됐죠. 그러한‘팔판동 9인회’활동 도중 탄생한 것이‘2인극 페스티벌’이예요. 제가‘2인극페스티벌’을 제안했고 2000년 동숭아트센터에서 당시 젊은 예술인들의 신선한 발상과 정신을 높게 사 두 달간 무료대관을 해주기도 했죠. 10년 가까운 배우생활을 접고 연출가이자 극작가로의 삶에 들어선 것이 올해로 벌써 12년 정도 되었네요.
Q. <노인과 바다>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연극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는가.
A.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는 노벨상과 퓰리처상을 함께 탄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에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무대화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기에 5년간 연구를 했어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작품이라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자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우선 무대화에 상당한 공력이 필요함을 느끼고‘노인과 바다’에 관한 전 세계의 논문을 읽으며 다양한 시각의 해석을 섭렵한 후 헤밍웨이의 활자 뒤에 숨겨진 이면의 깊은 세계를 바라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후 배우들과 함께 무대언어로 새롭게 표현되는 부분에 대한 2차 연구를 했어요. 소설은 묘사지만 무대언어는 구체적인 대사와 배우들의 행위들로 표현이 되어야 하므로 효과적인 장면이 필요해요. 헤밍웨이가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부분을 끌어내고자 노력했어요.‘노인과 바다’는 단편소설이지만 극화하면 분량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노인의 모놀로그와 전지적 작가시점이 들어간 작품이다 보니 무대화시키기도 쉽지 않았죠. 여러번 고비를 맞으며 왜 그동안 이 작품이 무대화되지 않았는가를 실감했고 포기하고 싶기도 했었어요. 그렇지만‘당시 헤밍웨이가 가졌던 생각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힘을 냈어요. 비극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노인의 삶을 작품에 투영시키겠다고 다짐했었죠. 노인과 바다에 연결되는 이미지를 찾고 어부들의 표정이나 손짓, 웃음, 손때 묻은 배 등을 보기위해 동해안을 찾아 며칠씩 숙박을 하기도 했었죠. 소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무대언어로 승화 시키는데 포커스를 맞춰 작품을 구현했습니다. 세계적인 명작을 잘못 연출하면 비난을 피핳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Q. 약 50여개가 넘는 공연 및 뮤지컬을 연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은 어떤 것이며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
Q. 연출한 작품들의 발상이 독특하다. 극작이나 연출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무대화 하는가.
일상생활 속 모든 것들이 소재죠. 연극‘안아주세요’를 구상할 때는 우렁이 된장국을 먹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이 시대에 우렁각시 같은 사람이 누구나 필요하지 않을까? 나를 위해서 헌신하고 내 아픔을 보듬어 주고 내가 없을 때 대신 힘든 일을 해주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우렁각시 설화를 찾아보고. 그러다 점진적으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안아주세요’가 탄생했죠.‘익스트림 로미오와 줄리엣’또한 자동차 바퀴를 들여다보다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러다‘로미오와 줄리엣’에 접목시킬 수 있었어요. 2000년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2005년에 형상화 했으니 5년의 연구를 한 것이죠. 다른 작품을 진행하면서도 자료조사를 게을리 하지 않아요. 아이디어를 통한 연구가 충분히 숙성이 되었을 때 작품으로 끄집어냅니다. 덕분에 수시로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에요. 어떤 작품에 어떤 장르로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는 작품 수만 13개 정도 돼요. 언젠가는 모두 무대에 올릴 겁니다.
Q. 배우들의 지도나 극 연출 시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는지.
요즘은 출연배우 하나만을 앞세워 극을 알리려는 이들이 많죠. 그렇지만 저는 각 배우들이나 스텝들의 전체적인 앙상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팀워크에요. 공연은 종합예술인 만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서 예술적인 소양을 나누며 형상화 시켰을 때 좋은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서로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어우러짐 속에 서로가 작품을 위해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를 내며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작품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기도 하고요.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독창적인 창작물이 나오는 것이거든요. 그렇지만 연습만큼은 힘들게 시키기로 유명해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연습하고 하드트레이닝 시키기 때문에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가끔은 힘들어 하죠. 그렇지만 연습과정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처절하지만 즐겁게. 처절한 연습과정을 거치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을 수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Q. 최근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논란이 됐었다. 예술인으로서 문화예술계의 현실에 대해서 한마디 해 달라.
A. 일단은 대단히 가슴 아픈 일이에요. 예술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예술가들은 배가 고프다, 혹은 가난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그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의 눈이 문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배고픔’이란 것. 즉 물질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혼이 갈구하는 순수한 예술을 쫓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예술인들이 기본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사회적 인식’이 그들을 방치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국가와 국민이 당연시하는 풍토 때문에 구조적인 장치 마련에 소홀해 사회복지 차원에서 최저생계를 구현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개선책을 마련하는 아픈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장르들 중에서도 연극인들의 삶은 안타까울 정도로 비참한 것이 사실이에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영화인, 연극인 등 예술인들 중 부유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극소수에요.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아직도 각고의 노력에 불구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극단은 자발적공동체이며 누군가 떠밀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원해서 온 것이기에 가혹할 만큼 큰 책임이 뒤따르죠. 극단에 수익이 생기면 나눠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입이 없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이 업계의 현실입니다. 월급체제라는 것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요. 대다수의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안정적인 개런티를 받으며 공연을 하고 있지 못해요. 뮤지컬은 많이 상업화되면서 좀 나아졌지만 연극인들은 여전히 힘겹게‘투쟁하듯이’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예술인들이 예술에 혼을 쏟을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극작이나 연출을 하면서 아직 못 보여준 이야기가 있다면.
A.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편이에요. 10년째 연구하는 작품 중 하나가‘국내성’이라는 작품입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을 중심으로 당시 고구려 사회에 대한 얘기를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대본수정작업 중에 있는데 구상만 12년째네요. 태왕사신기 등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나오기도 전에 초고가 탈고되었지만 방대한 양의 대본과 스케일로 인해 국내성에 맞는 제작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무대에 올릴 수가 없어요. 좋은 제작여건을 만나게 된다면 올릴 수도,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못 올릴지도 모르겠네요. 또 우리나라의 씨름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연극을 5년 째 계획 중에 있어요. 씨름을 했던 배우들이나 선수들, 혹은 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용하고 싶어요. 육중하지만 노련한 씨름기술을 지닌 이들과 퍼포먼스를 구상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스포츠로서 씨름이 침체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시작했어요.
Q. 연출과 극작을 지망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박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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