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순 권사의 순창별미고추장


순창 고추장이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랜 세월 쌓인 솜씨도 그 비법일 터이고 섬진강 상류의 깨끗한 지하 암반수도 공신이겠지만, 사계절 습기가 많은 분지의 기후가 고추장의 발효균을 활성화하여 맛이 깊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순창은 여타의 지역과는 달리 늦여름에 메주를 띄워 겨울에 고추장을 담근다. 여름에 습기가 많으니 메주가 잘 뜨고, 겨울에 고추장을 담그니 서서히 숙성돼 단맛이 깊고 신맛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순창 토박이가 만드는 순창 고추장
-청춘을 바쳐 고추장을 만들고 장아찌를 담그고
“나고 자란 곳에서 듣고 본 대로 살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 세상 사람들이 저보고 ‘고추장 기능인’이라고도 하고 제가 만든 고추장을 ‘순창지역 특선 고추장’이라고도 합디다.”
설동순 권사는 전통발효식품 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해 헌신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장인정신분야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때 받은 상금 전액을 이웃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선뜻 기탁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나누면서 사는 삶이 가장 의미 있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힘이 닿는 대로 이웃에 봉사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고, 그렇게 살 맛 나게 살아야지요.”
이렇게 평온하게 이야기하지만 설동순 권사에겐들 파란만장하던 시절이 없었을 리 없다. ‘권사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한 그는 마을에 있는 순창읍교회를 다니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작은 교회이지만 사회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참된 교회라며 목사님 자랑하기도 잊지 않았다.

-힘 펄펄 나는 매운 밥상을 차리고
몇 년 전에 설동순 권사는 책을 낸 적이 있다. <힘 펄펄 나는 매운 밥상>이라는 제목의 요리책이다. 고추장과 장아찌 만드는 방법이 소상히 나와 있다.
“인생사는 맛이 맵고도 달콤한 것이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행복한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애.”
‘장인(丈人)’이라거나 ‘기능 보유자’라는 말은 설동순 권사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말이다. 차라리 ‘어머니’라는 명함이 더도 덜도 아니라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 생활에 지치고 가슴이 먹먹해질 때 설동순 권사가 차려주는 매운 밥상을 받고 싶다. 그러면 살아갈 힘이 펄펄 날 것 같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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