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단-2011 대한민국 결혼문화

우선 우리나라의 결혼 연령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평균 초혼 연령은, 1920년대 18세에서, 2003년 28세로 상승했다. 1950년대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은 여자 만 20.4세, 남자 만 24.5세(1955년 조사)로 약간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고 이 같은 경향은 80년대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물론 당시 직장 생활을 하던 여성들은 이보다 더 늦게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결혼을 곧 평생직장으로 여겼던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무살이 되자마자 결혼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였다고 당시 결혼문화를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면 노처녀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는 혼인 문화 연구가들의 주장은 당시의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0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만 27.8세, 여자 만 24.8세였다. 그리고 이 같은 초혼 연령은 계속해서 상승하여 지난 2001년 현재 남자는 만 29.6세, 여자는 만 26.8세를 기록했다. 지난 90대 이후 평균 결혼 연령이 매년 0.3세~0.5세 정도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남자의 평균 초혼 연령은 만 30세를 훨씬 넘어섰고, 여자는 만 28세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연령대가 평균치이고, 또 만으로 계산된 점을 모두 감안한다면 요즘 여성들이 체감하는 평균 초혼 연령은 30~32세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30~34살 연령층의 결혼은 남성의 경우 90년 7만3800건에서 지난해 9만1100건으로 늘어났고, 여성도 같은 기간에 2만3500건에서 4만1700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이십년 전 노처녀로 치부되던 연령대가 이십년 뒤 현재에는 가장 결혼하기 좋은 적령기가 된 셈이고 노처녀-노총각의 개념자체가 무의미해 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셈이다.
연애결혼 52%, 중매결혼 45%

결혼 비용 1억 원 이상 33.4%, 4천만 원 이하는 14.8%

일단 ‘주택 비용을 포함하여 총 결혼 비용으로 어느 정도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2천만 원 이하에서부터 1억 5천만 원 이상까지의 항목에 걸쳐 대체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으나 절반이 넘는 54.4%가 8천만 원 이상의 결혼비용을 예상한다고 밝혀 고비용 결혼 문화가 계속 확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결혼 비용을 예상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무려 33.4%를 기록, 전반적인 우리나라의 결혼 비용이 이미 ‘1억원 시대’를 맞이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8천만 원 이하의 결혼 비용을 예상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45.6%를 기록했으나 이 중 4천만 원 이하의 절약형 응답자는 14.8%에 불과했으며 2천만 원 이하의 초절약형 응답자는 지난해보다도 크게 떨어진 4.2%에 머물렀다. 특히 2천만 원 이하의 결혼비용을 예상한다고 밝힌 응답자들의 경우 2차로 표본추출을 해 재조사해 본 결과, 80%이상이 주택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시댁 합가형 커플’인 것으로 나타나 결혼을 한 후 독립을 하는 분가형으로 전환할 경우 최소 4천만 원 이상의 결혼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비용 상승 영향, 신랑 결혼 비용 8천만 원 이상 68.1%

실제로‘신랑 측 결혼 비용으로 어느 정도를 예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8.1%가 8천만 원 이상이라고 응답했으며 이 중 1억 원 이상을 예정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34.7%에 달했다. 반면 6천만 원 이하를 결혼 비용으로 예정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1.9%였고 2천만 원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는 12.8%로 극히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2천만 원 이하를 선택한 응답자들의 50% 가까이가 시댁 동거형을 선택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되어 결국 주택을 마련하려해야 하는 신랑 측 최저 결혼 비용은 현실적으로 6천만 원 선인 것으로 분석됐다. 신랑의 결혼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신부 측의 결혼 비용도 매년 상승곡선을 그려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랑 측이 준비해야 하는 주택의 크기가 늘어나는 만큼 준비해야 하는 혼수도 많아지고, 또 혼수품들이 대형화, 디지털화 하면서 혼수비용이 상승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20011년 결혼 예정인 예비 신부들은 결혼 비용으로 3천5백만 원 이하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가 과반수가 넘는 51.4%가‘1천만 원 이상-3천5백만 원 이하’를 결혼비용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천5백만 원 이상 5천5백만 원 이하를 예정하고 있는 응답자도 33.6%를 기록하고 5천5백만 원 이상을 예정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열명 중 한명 꼴인 8.7%에 달해 신부 측의 현실적인 결혼 비용도 이제는 3천만 원대로 안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1천만 원 이하의 결혼 비용을 예상한다는 예비 신부는 6.3%로 매우 적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신혼집 구입유형 선호도, 전세 69%, 주택구입 23.5%

한 웨딩업체가 1천6백여 명의 예비 커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예비 커플들이 선호하는 신혼집 마련 유형으로는 역시 전세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혼집 마련 유형을 묻는 질문에‘전세’유형을 선택한 응답자가 69.1%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주택구입이 23.5%, 월세 1.6%, 시댁동거 6.0% 등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세나 월세보다‘주택을 구입하겠다’고 하는 예비부부들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 이번 조사 결과 신혼집 구입 유형으로 주택 구입을 선택한 응답자는 23.3%로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12.5% 보다 11%가량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함과 동시에 전세 대비 매매가의 간격이 크게 좁혀졌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건물주들이 전세보다는 월세 세입자를 희망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전세를 구하지 못한 예비부부들이 ‘월세를 사느니 조금 무리하더라도 집을 아예 구입하겠다’는 입장을 갖게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월세에 대한 예비부부들의 선호도는 지난해(7.6%)보다 크게 떨어진 1.6%를 기록했고‘시댁에서 살 계획이다’라고 밝힌 응답자 또한 6.0%로 지난해보다 약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신혼집 주거 형태로는 여전히 아파트가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희망하는 신혼집 주거 형태를 질문한 결과‘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무려 72%에 달해 19.8%를 기록한 다세대-다가구나, 5.1%를 기록한 단독주택에 비해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다. 결국 다세대-다가구 보다 비용 면에서 훨씬 높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이렇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결혼 비용을 상승시키는 심리적 요인으로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혼 비용 부모 의존율, 신랑 72.9%, 신부 58.4%

한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결혼 비용을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고 밝힌 남성 응답자는 예상대로 20.6%에 불과했던 반면 부모님께 결혼비용을 의존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남자 72.9%로 나타나 결혼 비용과 관련한 남성들의 부모의존율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 의존과 관련 결혼 비용을 부모님이 전액 부담한다고 밝힌 남성응답자도 13.3%에 이르렀고 50%이상을 의존한다고 밝힌 경우도 36%나 되어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사실상 결혼하기 힘든 신랑들이 상당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부모님께 의존하는 대신 은행 대출을 통해 결혼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새로운 결혼 비용 마련법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결과 은행 대출을 통해 부족한 결혼 비용을 충당한다고 밝힌 예비신랑은 6.5%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결혼 비용을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하는 부모님들 중에서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 은행 대출을 이용해 결혼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실제 조사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결혼 비용과 관련한 부모의존율은 신부 측도 마찬가지다. 물론 신랑보다 결혼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부 측의 경우 부모나 은행 대출 의존율이 신랑보다는 비교적 적게 나타났지만 액수 대비 의존율은 오히려 신랑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일단 본인이 결혼비용의 전액을 부담한다는 예비 신부 측 응답자는 신랑 측보다 훨씬 높은 39.5%를 기록했다. 이것은 신부 측의 결혼 비용이 신랑 측보다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지만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해 직장생활 초기부터 저축을 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신부 측도 신랑 측보다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결혼 비용 부모의존율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 중 결혼 비용을 부모님이 전액 부담하는 경우는 10.9%로 적은 편이었지만 부모님 의존율이 50%이상인 경우가 22.8%, 의존율 50%이하가 24.7%를 기록, 총 58.4%가 부모님께 결혼 비용을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은행 대출 등을 이용한 결혼비용 마련은 2.1%로 신랑 측보다 훨씬 적었다. 흥미로운 것은 결혼 비용 마련과 관련해 총 비용이 높으면 높을수록 부모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 결혼 비용이 낮으면 낮을수록 본인 스스로 결혼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사람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또 예비 신부의 경우는 나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결혼 비용을 부모님께 의존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높았던 반면, 사회 활동이 오래되는 등 나이가 많은 예비 신부일수록 독립적으로 결혼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참고로 27세 미만의 예비 신부들이 결혼 총 비용이 높았고 27세 이후의 예비 신부들의 결혼 총 비용이 낮아 신세대일수록 고비용 결혼문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대비 부모의존율은 신랑 측도 마찬가지였다. 총 결혼비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결혼 비용에 대한 부모 의존율이 높게 나타났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자금이 부족해요. 부모님 사정도 여의치 않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예비 신부라면 그리고 부모님께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이 여의치 않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이러한 푸념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도 마찬가지다. ‘빚내서 결혼시켜요’,‘자식 결혼 시키느라 집안 기둥이 휘청거립니다’물론 물질적으로 풍족한 이들에겐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이겠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의 무수한 커플들이 결혼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돈이 없으면 결혼은 할 수 없는 걸까? 대답은 ‘NO’이다.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우리의 부모 세대는 많은 결혼 자금이 없이도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잘 키워내어 세대를 이어냈다. 하지만 이제는‘가정과 자녀를 인생의 목표로 두고 사랑을 기반으로 살아가며 쌓아가자’는 당연한 논리가 고개를 내밀 곳이 없다. 쉽고 편하게, 혹은 남부끄럽지 않게(?), 시작하고 싶어하는 세태가 주류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그저‘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잔치’인지,‘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한팀’이 되어 새출발을 하는 과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NP>
박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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