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서라벌’ 민경호 단장-

극단‘서라벌’은 공연예술 문화 발전 및 시민들의 문화 향수 기회 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극단이다. 오로지 창작만을 고집하며, 중앙과 연계한 지속적인 교류 및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극단 서라벌만의 독특하면서도 창조적인 우수 연극을 빚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16년 동안 창작 60여 작품을 제작, 전국을 대상으로 정기공연을 포함한 약 10,000여 회의 공연을 진행하였다. 2011년 제 92주년 3.1절 기념식에 초청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극단‘서라벌’의 민경호 단장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경호 단장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 석사를 졸업하고 용설아트스페이스(죽산공연장)극장장이자 (사)한국연극협회 경기도 지회 이사로 재임하고 있으며 극단‘서라벌’의 대표이다.

Q. 연극인으로 데뷔하게 된 시기와 동기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연극을 전공하진 않았어요. 공대를 졸업하고 반도체 관련 회사에 다니다 극단‘서라벌’에 전 단장님을 알게 되었죠. 극단‘서라벌’은 예술인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서라벌 예대를 졸업하고 성우생활을 하기도 하셨던 김운식 선생님께서 ‘건전한 문화예술향유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로 1995년에 창단하셨으나 제대로 극단의 명맥이 이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98년도 말에 그분과 인연이 닿아 극단‘서라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을 우연찮게 뵙고 극단‘서라벌’에 관한 얘기를 하다 공연진행에 관한 기획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어요. 제가 전시나 기획 쪽에 관심이 있던 터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공연진행을 하던 와중에 김운식 선생님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단원들도 굉장히 힘들어 했었고 내부적인 여러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었죠. 그 상황에서 제가 그 분의 뜻을 이어받아 극단‘서라벌’의 명맥을 이어가기로 결심하면서 운영을 시작했고 결국 문화예술경영으로 전공도 바꾸게 됐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극단‘서라벌’의 초석을 다져놓으신 선생님의 뜻을 잇고자 노력 중입니다.

Q. 극단‘서라벌’은 주로 어떤 공연을 하는가
극단‘서라벌’은 창작공연을 기본으로 창단하신 분의 뜻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상업적 코드 보다는 대중적 코드가 맞겠죠. 창작위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외에 알려진 좋은 작품들을 극화하여 올린 경우는 거의 없고 오직 순수 창작으로만 공연을 합니다. 순수 창작으로만 작품을 올리다보니 내용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겁니다. 2009년 부터는 판타지쇼‘드림’이라는 뮤지컬로 대중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공연중 입니다. 상업적코드의 컨셉을 가지고 처음 올린 작품이에요. 외에는 대중적 코드에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한 정극위주의 공연을 주로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건곤감리’라는 작품이 있는데 6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은 국가 주요 행사에 초청되고 있습니다.

# 극단‘서라벌’의 연극 ‘건(乾) ·곤(坤) ·감(坎) ·리(離)’는 일제 강점기라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현재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우뚝 선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한국의 힘을


표현한 작품으로 2007년 러시아 니콜스키-우스리스크 국제연극Festival 참가를 시작으로 같은 해 보훈처와 함께하는 전국 현충 시설의 순회 공연 시작하였다. 2008년에는 러시아 연해주 5개 도시를 순회공연 하였고, 같은 해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초청공연 되었으며 2009년에는 국립극장 KB의 청소년 하늘극장에서 공연되기도 하였다. 또한 같은 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 64주년 8.15 광복절 기념식 초청공연을 하였으며 2010년에는 경술국치 100년, 호국보훈의달 기획공연으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공연하였다. 같은 해 제 65주년 8.15 광복절 기념식 초청공연, 청산리 독립전쟁 90주년 기념행사 축하공연도 펼쳤다. 2011에는 제 92주년 3.1절 기념식 초청되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한 명실상부한‘대한민국 대표공연’이다.

Q. 서라벌 극단의 대표작인‘건곤감리’의 기획의도와 내용은 무엇인가.
‘정극 3대 실력 항쟁지’가 세 곳 있습니다. 두 군데는 북한에 있고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안성이‘3대 실력 항쟁지’타이틀을 가지고 있죠. 3.1독립운동기념관에서 재연극 공연을 하다 한국의 역사를 가지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공연작품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문제가‘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경우 한국의 역사에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연계나 회사에‘한국의 역사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벽을 느낌과 동시에 어려워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꺼려하고 창피해 하는 것이죠.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는 어려운 시기를 침탈당한 나라가 아니라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일제시대에 침탈당해 고충을 받은 나라가 아니라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처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올라섰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안성시와 기념관과의 긴 협의 끝에 상설공연으로 시작했고 전국순회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독립운동의 본거지인 러시아 연해주에서 순회공연을 하면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일제침략부터 해방까지의 과정이 주 내용이며 고통스런 역사를 이겨내면서 동시에 끝까지 버틴 독립정신을 객관적인 눈으로 봐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역사가 있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공이 아닌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았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죠.
얼핏 들으면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연극‘건곤감리’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차라리 화려한 몸짓의 표현과 웅장한 음악으로 장면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고 빠른 이해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고민을 많이 했죠. 그 결과 퍼포먼스, 현대무용, 화려한 조명과 무대, 난타 등 현대적 요소들을 충분히 가미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대사를 배제한 이유 중 다른 한 가지는‘해외에서도 자랑스러운 한국의 역사를 꼭 이해하고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에 서 대사가 아닌 몸짓에 더 충실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영화‘브레이브 하트’의 경우 영국에게 핍박받던 스코틀랜드의 이야기, 즉 한 나라의 역사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히트를 치는 등 세계적인 영화가 되었죠. 그것처럼 대사를 배제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면 충분히 한국의 역사와 한국공연의 색깔도 전달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연극‘건곤감리’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러시아 국제연극페스티벌에 초청작으로 진행했을 당시 러시아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 사람이나 전쟁에 관한 아픔이 있기에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공연 양식에 대한 반응은 가히 굉장했죠. 후에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과 연계하여 장기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전에 감상할 수 있는 사진전을 먼저 만들어서 공연을 감상하기 전, 전쟁당시의 사진과 현재의 한국에 관한 사진을 전시해 그들의 이해를 먼저 도운것도 주력했습니다.

Q. ‘건곤감리’를 연출할 때 어떤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자 노력했는가.
연출가에게 선열들이 고통받고 핍박받는 부분보다도 그러한 역사를 극복해 나갔다는 부분에 중점을 맞추고 부각시켜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모스크바 대사관이나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조차도‘대한민국’이라고 하면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이나 풍물을 떠올립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만 있을 뿐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땠는지 나타낼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무수한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세계 각국에‘사무라이 정신’이란 것을 각인시켰습니다.‘사무라이 정신’은일본을 대표하는 정신적인 부분이죠. 한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렸을 때 기업의 이미지나 어떤 사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숭고한 정신이 각인된 이미지를 세계인들이 떠올렸으면 합니다.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고 고난의 시기를 잘 이겨낸 굳건한 민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세계인들의 경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조하지만, 힘들었던 나라, 어려웠던 나라가 아니라 그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한 나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이러한 의지를 공연에 투영시키고 싶습니다. 해외공연 때마다‘한국이란 나라가 전쟁의 아픔을 겪으면서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일궈낸 나라라는 것을 몰랐다.’,‘좀 더 한국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국격을 높이는 일의 한 부분이 아닐까요?

Q. 극단‘서라벌’의 연극‘건곤감리’는 현충일과 3.1절, 광복절 등 국가 주요 보훈 행사 시 공연을 펼치고 각종 수상을 하는 등 활약이 대단하다. 앞으로의 행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선열들이 써 놓은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라는 취지와 목적이 극단 하나의 힘으로 이뤄지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개별적으로 움직였을 때의 파장은 할 수 있는 만큼, 보여줄 수 있는 만큼의 효과를 가져 올 뿐이죠. 국가적 차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한국의 역사에 문외한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타켓으로 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세계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었다, 일제강점시기를 제대로 알리고자 만들었다’하면 보훈처나 현충원에서 공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것은 사회의 벽이고 편견입니다.‘건곤감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일반 대중과 호흡하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현대적 요소와 결합이 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쉽게 공감하고 이해될 것이며 희망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자신감도 얻을 수 있는 공연입니다.‘슬프다, 부끄럽다, 힘들다, 어렵다’라는 느낌은 받지 않으실 겁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뿌듯하다, 자랑스럽다, 희망적이다, 감동적이다’라고 많이들 느끼시고 그 느낌을 전파하고 싶어 하십니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그저 웃고 즐기는 작품만을 찾고 어려운 작품에 대한 반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더 힘든 시기를 되돌아보고 선열들의 지혜와 용기를 느낌으로써 희망과 자신감을 얻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Q. 단원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어떤 것인가.
우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연출은 연출자에게 일임하고 안무는 안무지도자에게 일임합니다. 배우가 작품에 임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제 손을 떠난 것입니다.
작품이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한 지원을 할 뿐 작품예술에 대한 부분은 일체 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극단장으로서 언행과 자세를 중요시하는데 극단‘서라벌’ 이 첫 번째로 꼽는 덕목은‘예(禮)’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언행이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연기자는‘서라벌’의 색깔과 맞지 않기 때문에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배우와 스텝들이‘서라벌’의 색깔에 스며들 수 있도록 예를 지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 한국 문화/예술계의 현실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러 가지 환경적 제약이 많은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한 극단의 대표라고 밝히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봅니다. 예전에는 예술인들은 그나마 존경이나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너무 화려하게 포장되어서 돈과 깊은 연관이 있는 듯 대하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예술인들이 화려하게 살아가는 것은 상위 1%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저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극단을 물려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분에게는 기본적인 삶과 경제적인 여건을 고민하는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배고파야 예술한다’는 생각도 있긴 하지만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문화를 전파하는 사람입니다. 예술인들의 삶과 정신이 풍요로워야 더 집중해서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삶과 경제적 여건의 고민 없이 순순하게 극단생활에 몰입해서 제작하고 기획하고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모든 예술가들은 즐겁게 살아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어야 하니까요. 자신이 불행한데 어떻게 다른이에게 진정한 감동과 행복을 줄 수 있겠어요?‘연극을 합니다’라고 얘기했을 때‘배고픈 직업’이라고 떠올리는 것이 싫습니다. 그것이 어떤 예술의 낭만인 것처럼. 이러한 사회의 눈들이 예술에 몰입해서 살아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다른길로 내몰고 있는 겁니다.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예술계에 발을 담으려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줄어들고 있어요. 어떻게든 빨리 얼굴을 알려 소위‘뜨고 보자’는 생각으로 예술계에 입문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죠. 그런 친구들도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정말로 공연이 좋아서, 창작이 좋아서 예술계를 찾는 친구들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순수한 예술혼을 일깨워 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들이 집중해서 예술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 조성을 다 끝낸 다음에 제 개인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극단‘서라벌’을 통해서 그런 지지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작품 하나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예술혼을 투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성능에서 나오듯이 작품과 연기로 인정받는 극단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민경호 단장. 그는 시종일관 자신보다는 극단‘서라벌’과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건곤감리’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예술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더불어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는 친구가 되고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는 위로가 되는 바로 그런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시간이 있고 돈이 있을 때만 향유하는 것이 문화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없어지는 것이 문화콘텐츠이다. 개인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문화예술을 즐긴다면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바탕이 되어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 한국의 문화는 깨어나야 한다. 극단을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이 풍요로운 몸과 마음으로 오롯이 예술에 열정을 쏟아 대중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신저가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며 순수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극단‘서라벌’과 민경호 단장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