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방학을 맞아 해외로 유학 및 어학연수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이들은 유학 및 어학연수에 앞서 각종 서류준비와 현지에서 다닐 학교와 학원문제, 믿을 만한 홈스테이와 능력 있는 가디언 선별 등 많은 항목에 대한 준비를 유학원에 수수료를 주고 일임한다. 현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정확한 정보로 확실한 도움을 준다는 유학원의 광고를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유학원의 이러한 마케팅이 과대ㆍ허위 광고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부모와 친구의 곁을 떠나 머나먼 이국에서 공부와 생활을 함께 해 나가야 하는 유학생, 그들에게 정당한 수수료를 주고 진정한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이 되레 금전적, 정신적 손해만 입고 있는 상황을 좇아본다.
과대광고, 허위광고에 속아 너도나도 유학길에 -여인숙에 가까운 기숙사에 온천시설은 온데간데 없어 지난해 6월 호주 브리즈번의 한 대학에 어학연수를 떠난 권모(26ㆍ여)씨는 첫 수업시간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학원 광고와 현지의 실상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권 씨에게 호주 어학연수를 제안한 유학원은“한국 학생이 있을 수 있다”고는 했지만 권 씨가 속한 반에는 12명 중 8명이 한국인이었다. 유학원이 기숙사라고 설명한 숙소는 배낭여행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여인숙에 가까웠고, 온천 시설이라고 광고했던 곳은 터만 남아 있었다. 지난달 귀국한 권 씨는“유학을 나가려는 주변 사람에게 유학원만 믿으면 안 된다고 꼭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유학ㆍ이민 관련 업체에 대한 피해, 고발은 지난해 59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피해, 고발 사례 중 소비자보호원 개입으로 분쟁을 해결한 구제 건수도 89건에 이르렀다. 유학생들은 유학원이 과장광고를 넘어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고 입을 모은다. 호주에서 지난달 귀국한 김 모(30ㆍ여)씨는“요리와 미용 관련 직업을 가지면 영주권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유학원의 말에 어학연수를 중도 포기하고 음식점에서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씨는 호주 정부로부터‘요리와 미용 관련 직업에 대해 영주권을 발행할 계획이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귀국 후 김 씨는 유학원을 찾아 항의했지만“쉽게 영주권을 딸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최근 학부모들은 유학원이 으레 과장광고를 하는 것으로 보고 항의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등학생 아들을 필리핀에 보낸 백 모(43ㆍ여)씨는“유학원이 필리핀 학교에서 식사가 제공된다고 광고했지만 아들에게는 밥이 안 나와도 당황하지 말라고 말해 뒀다”면서“요새 정확히 말 해주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학사기에 꿈마저 빼앗긴 유학생들
이미 부도 난 회사가 학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학생을 보내 고학생의 가슴을 울린 경우도 있다.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자립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 모(23ㆍ남)씨는 어학연수 정보를 알아보던 중 한국 워킹홀리데이 1호라는 유학원 지사장 최 모 씨와 알게 됐다. 호주 어학연수 비용은 다른 곳의 절반이었다. 적은 비용과 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비행기 값을 대주겠다는 지사장 말에 김 씨는 유학원에 어학연수비 3백만 원을 내고 포스터 붙이기 등의 잡다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3개월 후 호주로 떠난 김 씨는 약속돼 있던 홈스테이 안내자도 없고, 학원 등록도 되어 있지 않다는 말에 유학원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유학원에서는 호주에서 걸려오는 김 씨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고, 한국에 있는 김 씨의 친구가 발신표시제한 전화를 한 후에야 지사장과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유학원에서는 절차가 잘못된 것 같다며 곧 등록을 해주겠다는 말뿐이었고, 유학원의 말만 믿고 낯선 곳에서 일주일을 전전한 김 씨는 결국 학원의 등록날짜가 지나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해당 유학원은 김 씨가 비용을 낼 당시 이미 호주와 유학원을 이어주던 브로커가 먼저 등록한 유학생의 돈을 챙겨 달아난 상태였다. 그러나 유학원은 이를 숨긴 채 김 씨가 냈던 비용을 먼저 돈을 낸 다른 유학생의 비용으로 당겨 쓴 것. 즉, 이 회사는 이미 부도 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학원등록이나 묵을 곳 등의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채 김 씨를 보낸 것이다. 심지어는“가면 다 준비되어 있으니 잘 다녀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 온 김 씨는 돈을 환불받기 위해 유학원에 찾아갔으나 번번이 약속날짜를 미룰 뿐이었다. 지사장인 최 씨는 한국 워킹홀리데이협회에서도 질이 좋지 않다고 소문난 사람이었고, 유학원의 본사에서는“우리와는 별도다. 관계없는 일이다.”라며 외면했다. 이리저리 피하던 최 씨에게서 받은 돈은 겨우 30만원. 결국 김 씨의 부모님이 유학원 본사에 “법정에서 보자”며 고소를 들어가고 나서야 세 달 만에 겨우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떠나기 전이라도 정직하게 말을 해줬으면 그렇게 억울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젠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친구는“유학원에 갔을 때 천연덕스럽게‘사업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자네들이 너그럽게 용서해라’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자식도 있는 사람이 학생을 상대로 그럴 수는 없는 짓”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을 통한 유학원 계약, 집단소송으로 이어지기도
바쁜 생활 탓에 충분한 정보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상담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지난해 9월, 임 모(23)씨는 일본취업을 위해 한 포털 사이트 카페 운영자 조 모(31)씨에게 상담을 신청했고, 조 모씨는“엔화를 싸게 환전하려면 지금 해라”,“지금 입학등록을 하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된다”며 재촉했다. 이에 임 씨는 3백여만 원을 송금했으나 10월 초, 연락이 뜸해진 조 씨는“돈을 돌려주지 못 하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잠적했다. 이 카페는 많은 피해자가 속출해 경찰에 신고 됐고, 그 동안 같은 수법으로 8천 3백여만 원을 가로챘던 조 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경찰에 자수했다. 최근 한 유학관련 인터넷 카페 역시 집단소송에 들어갔다. 이 카페 담당자는 서둘러 수속을 하면 학비를 할인해준다는 명목으로 여러 회원에게 돈을 송금하게 한 뒤 연락이 끊겼다. 속속들이 피해자가 늘어나 이 카페의 회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카페에서 사기를 당한 이 모(29ㆍ남)씨는“미국 1년 어학연수비용이 다른 업체에 비해 절반이었다”며 수수료와 학비도 할인해준다는 말에 끌렸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인 유학원의 등록금 사기사건으로 인해 영국 현지에서 아직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또다시 한국 유학생 40여명이 현지 에이전트에 1억5천만 원 가량의 숙소 보증금과 월세를 사기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런던 북서부 지방에 거주하던 유학생을 노린 이 모(30)씨는 유학생들의 집세 뿐 아니라 대학등록대행, 여권연장 대행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돈을 받아 그대로 달아났다. 이 씨는 10채의 집을 빌린 유학생들에게 다시 방을 빌려주는 전대방식을 통해 5만 파운드(약 9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받은 뒤 지난 28일 달아났다. 피해학생들은 집주인과 직접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 세입자의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씨는 대학등록금과 기숙사비 대행명목으로 서너 명에게서 1인당 5백만에서 1천 2백만 원을 가로챘고, 비자연장을 해주겠다며 6명에게서 돈과 함께 여권도 챙겨 달아났다. 이 때문에 여권이 없어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된 학생은“돈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에서는“이미 한국에서도 또 다른 사기 혐의로 고소된 상태라 지명수배했다”며, 영국 경찰에도 입국 시 체포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다. 많은 학생들이 유학원에서 들은 것과 현지 상황이 너무 달라 당황하기도 한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김 모(23)씨는 유학원을 통해 학원과 숙소를 잡았으나 현지 상황이 유학원에서 들은 것과 너무 달라 당황했다. 학교 시설은 형편없었고 숙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기간을 짧게 계약했던 김 씨는 현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숙소와 학원을 옮길 수 있었다. 김 씨는“학원은 몰라도 숙소는 대부분 엉망”이라며“유학생들도 한두 달 동향을 파악한 후 집을 옮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유학원‘I-20 장사’, 인가학교 명의사용 대가로 수십 만 달러 오가 LA총영사관 전직 직원이 연루된 불법 병역연기 사건으로 일부 한인 유학원 및 학교들의 복마전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한인 유학원이나‘세비스’(SEVIS) 무인가 학교들은 I-20(유학생 입학허가서)를 발행할 수 있는‘세비스’인가 학교들과 짜고 수십만 달러가 오가는 I-20 장사를 공공연하게 벌이고 있다. 또 인가 학교의 직인이나 서명을 위조해 I-20을 파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며 일부 학교들은 1만 달러만 내면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I-20을 발급하는 실정이어서 이것이 한국 병역 연기 서류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업계의 증언이다. 실제 한인 타운에 소재한 N학교 등 3곳의 학교는 i-20을 판 혐의로 연방 정부‘세비스’관할국으로부터 학교 폐쇄 조치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학브로커들은 한인 타운에 간판을 걸고 있는 상당수의 학교들이 I-20을 발급할 수 없는 세비스 무인가 학교들인데도 다른 학교 발행 I-20을 체류신분 유지용으로 학생들에게 팔고 있다는 것이다. 브로커A씨는“지난 해 세비스 인가를 취소당한 A어학원 업주로부터 100여장의 I-20을 타 학교 명의로 발급해 달라며 20여 만 달러를 제의받은 적이 있으나 이를 거절했었다”며 이 업주는 이 100여장의 I-20을 또 다른 브로커를 통해 모 신학대학으로부터 발급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I-20인가가 없는 학교가 인가를 받은 학교의 I-20을 위조하거나 단기어학원이나 2년제 인가 학교를 I-20에 4년제 학교로 위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학원장 B씨는“우리 학교로 전학을 원한 한 재일동포 여학생의 I-20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 서명이 위조된 우리 학교의 가짜 I-20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사에서 입수한 한 위변조 I-20 중에는 어학원이 분명 ‘이름뿐인 학교’가 I-20상에 버젓이 4년제 대학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재학 중인 학교와 I-20상의 학교가 전혀 다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불안한 미래가 유학 부추긴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 속에 해외로 나가는 한국유학생은 점점 늘고만 있다. 이유는 불안한 미래 때문.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조기 유학을 보내고, 이미 취업한 사람들도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전문 학위를 위한 유학을 간다. 대기업을 다니다 미국으로 MBA를 공부하러 간 이 모(36ㆍ남)씨는“공부를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공부한 만큼의 보상은 있을 것”이라며, 아예 미국에서 취업하려고 준비 중이다. 취업 문턱에 다가선 대학생들은 더하다. 취업준비중인 권 모(26ㆍ남)씨는 “채용 지원서에 유학경력을 필수사항으로 써넣으라는 회사도 있다”면서 “좋은 데 가려면 지금이라도 나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졸업을 하고 취업이 안 돼 뒤늦게 유학을 다녀 온 사람도 있다. 국내 유명 대학을 나온 이 모(27ㆍ여)씨는 만점에 가까운 학점과 975점의 토익점수를 가지고도 2년이나 취업하지 못했다. 이유는 이 씨가 지망하는 곳이 해외유학경력이 있는 사람만을 채용했기 때문. 결국 이 씨는 졸업 후 2년이 지나서“분해서라도 다녀와야겠다”며 유학을 떠났다. 어문계열의 대학생들은 일찌감치 어학연수를 준비한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1년 정도 전공언어사용국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오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현지에서 자연스러운 수준의 회화를 익혀와 본격적인 문법 수업에 들어가면 훨씬 학습능률이 높기 때문. 올 2월 어학연수를 떠날 3학년 박 모(22ㆍ남)씨는“1년 늦게 가는데 선배들은 걱정스럽게 쳐다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와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조기유학을 떠난 아이들은 정신장애를 겪거나 비행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2004년 중학교 때 부모님의 강요로 유학을 떠났다 적응을 하지 못한 채 3년 만에 돌아온 강모(20ㆍ남)씨는“유학은 자신의 의지와 결심이 굳건할 때 가야 한다”며,“유학을 다녀온다고 해서 무조건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늦은 출발을 하는 강 씨에게 만약 나이가 좀 더 들어서 갔다면 잘 적응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절실히 가고 싶어서 갔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이어“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한국에서라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유학만이 성공의 길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한국을 떠나는 유학생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유학원 장삿속에 희생된 어린 학생들 올해 초, 필리핀으로 어학연수 간 한국 학생 113 명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억류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세한 유학원들이 얼마 안 되는 서류 발급 수수료를 아끼느라 현지에서 불법 연수를 자행한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학원의 경우 학생들을 무(無)비자 상태로 데려갔고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하는 데 꼭 필요한 외국인 학업허가증(SSP)을 발급받지 않았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 행위지만 지금껏 숱한 유학원이 해왔던 관행이니‘안 걸리면 그만’이라고 여긴 것이다. 유학원의 장삿속에 공연히 죄 없는 학생들만 피해를 입었다. 인솔자 보호 아래 숙소에 머물고 있다지만 대부분 초등학생이라는데 낯선 땅에서 얼마나 겁이 나겠는가. 영어 배우러 갔다가 어린 나이에 범법자가 돼버린 아이들의 처지가 딱하다. 다행히 필리핀 당국의 협조로 여권을 돌려받고 이달 중 귀국할 수 있게 됐지만 부모 입장에선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과대ㆍ허위 광고, 높은 수수료 등 장삿속 버려야
지난해 해외로 유학을 간 유학생 수는 총 19만 여 명. 6년 전에 비해 5만 명이나 증가했다. 더욱 풍요로운 생활과 빛나는 미래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기대 속에‘해외원정출산’붐과‘기러기아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해외유학. 그러나 약속한 현지 학원과 숙소가 등록되지 않은 채 학생을 외국으로 보내거나, 유학생들의 숙소 보증금과 월세, 여권까지 챙겨 달아난 에이전트, 인터넷 유학관련 카페 사기 등 다양한 유학사기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6년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유학생은 7천여 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조기유학도 이미 7천 명이 넘어섰다.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유학이다 어학연수다 해서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본격적인 유학 철인데다 원 달러 환율도 크게 떨어져 많은 학생과 부모님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유학을 가기 위해 유학원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먹잇감으로 노리는 유학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학생 피해는 잇따르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4년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 유학원 한 곳에만 시정 권고를 내렸을 뿐 이후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전단지 등 구체적인 증거 없이 구두 상담을 통해 안내하는 내용에 대해 과대광고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유학원 측은 과대광고 의혹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어학 실력이 늘지 않은 학생들이 억하심정으로 유학원에 화살을 돌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른 유학원 관계자는“대부분의 업체가 과대광고를 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더러운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캐나다에 비해 연수 비용이 3분의 1 정도로 저렴해 최근 필리핀으로 떠나는 학생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유학원 사이트마다 ‘무비자로 입국해도 현지 경험 많은 원장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 ‘여권과 항공권만 준비하면 최대 1년까지 연수 가능’ 등 현실을 호도하는 문구가 가득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유학원들의 영업 실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학부모들도 싼 곳만 찾지 말고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인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 아울러 조기 어학연수, 유학의 실익도 따져봤으면 한다. 2006년 3개월 이상 체류 목적으로 출국한 청소년이 사상 처음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상당수는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리조트 또는 홈스테이 가정에 머물게 되므로 관리 소홀로 여러 종류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만큼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인지 한번쯤 헤아려봐야 할 때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