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박은태

정말 지루하고 뻔한 관용구라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배우’란 말이야말로 뮤지컬 배우 박은태에 딱 들어맞는 수식어일 것이다. 뮤지컬 배우 박은태는‘라이언 킹’앙상블로 딱 한 번 뮤지컬에 참여한 후, 바로‘노트르담 드 빠리’의 주조연 자리를 꿰차며 뮤지컬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쉴 틈 없이 대형 뮤지컬과 연극의 주연을 도맡으며 정상에 올랐고, 지금은 국내 첫 대형 창작 뮤지컬‘피맛골 연가’를 초연에 이어 2년째 공연 중이다. 스타가 되고 싶기보다는 4~50년 후에도 무대 위에 서고 싶은 게 배우로서의 꿈이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게 개인적인 꿈이라는 소박하고 감성적인 배우 박은태를 만나보았다.


Q.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다.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경영학을 선택한 것은, 후에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폭이 넓지 않을까 싶어서였고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항상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는 건 아니고, 노래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대학을 다니면서도 전공과 상관 없이 자꾸만 노래 부를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기웃거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디션을 볼 기회도 생겼습니다. 데뷔는‘라이언 킹’이었습니다. 앙상블로 참여해 첫 장면에서 코뿔소로 분장해서 나왔어요. 그때 무대에 서서‘이 길이 내 길이구나’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어진 오디션은‘노트르담 드 빠리’였습니다. 그 작품의‘그랭구아르’역할이 지금의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했죠. 사실 운이 정말 좋았던 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뮤지컬 오디션은 마이크가 없이 진행되거든요. 그런데 라이언 킹과, 노트르담 드 빠리는 예외적으로 오디션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제가 사실 타고난 성량이 좋은 것도 아니고, 더욱이 당시에는 정말 아마추어였기에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건 지금까지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랍니다. 관계자분들게 감사하고 있습니다(웃음).

Q.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과 역할에 대해 소개해달라.
8월 23일부터 9월 10일까지 공연하는‘피맛골 연가’에서 주인공‘김생’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피맛골 연가는‘서울시 피맛골 재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만든 서울대표 창작 뮤지컬 첫 번째 작품인데요, 2010년 초연으로 제5회 뮤지컬어워즈에서‘작사/작곡상’,‘조명상’,‘음향상’ 3관왕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올해도 초연 때의 제작팀과 주요출연진 그대로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서울시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작품이라 많은 부담이 됐어요. 평범한 상업공연과 달리 어떤 색이 입혀질 위험성이 있거든요. 그러나 피맛골 연가는 그런 어떤 정치색 없이 누구나 쉽게 관람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랍니다(온전히 사랑이야기만은 아니지만요). 제가 맡은 역할은 피맛골에 사는 서출‘김생’입니다. 옛이야기의 주인공답게 의협심이 강하고 남성적인 그런 캐릭터는 아니고요, 홍반장 같은 캐릭터라고 하면 맞을까요? 김생은 곤경에 처한 연인을 도와주기 위해 양반의 과거시험을 대신 보게 되고, 그 양반의 동생‘홍랑’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더 이상의 줄거리는 직접 관람하시는 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니 여기까지만 소개하겠습니다. 피맛골 연가가 완벽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사실 완벽한 작품이란 게 어디있겠느냐만은요. 그러나 우리나라 대형 창작뮤지컬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다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창작뮤지컬만의 매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랍니다. 뮤지컬대중화를 위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전 공연의 티켓가격이 여타 대형 뮤지컬 티켓에 비해 50%이상 저렴하다는 것도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큰 메리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 추석 전 공연관람, 어떠세요?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겁니다.

Q. 차기작 소개와 함께, 작품을 고를 때 중시하는 점이 있다면 알려달라.
10월 20일 오픈하는 뮤지컬‘햄릿’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햄릿은 2000년 프라하 공연을 시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도 그 영향력을 인정받은 작품이며 국내에서는 2007년을 시작으로 이번 공연이 벌써 네 번째입니다. 그 다음 공연도 예정된 것은 있는데 아직 어떤 역할로 참여하게 될 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네요. 그렇지만 좋은 작품이니까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작품을 고를 때는 사실 특별히 까다로운 기준이나 선이 없는 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연(鳶)을 믿거든요. 딱히 어떤 작품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어떤 오디션을 봤을 때 그게 연이라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하기 싫은 작품인데도 어떤 상황에 휘말려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하고 싶은 작품인데도 절대 연이 닿지 않는 작품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연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또 애정이 생기고 사랑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저에게 오디션의 기회가 주어지는 작품이라면 뭐든 열린 마음으로 응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사실 저는 배우가 작품을 가리기 시작하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고,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요. 어떤 작품이건 간에 결국 배우의 내공을 쌓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일정만 잘 맞는다면 작품을 고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몇 년간 활동을 해왔는데 별 후회되는 일도 없으니까,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Q. 공연예술은 동일 작품에 여러 번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그러고 보니‘사랑은 비를 타고’,‘모차르트’,‘노트르담 드 빠리’,‘피맛골 연가’모두 두 번 이상 참여했네요. 다시 하면서도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또 초연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도 느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꼭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 이건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인데요. 전 한 작품에 참여할 때 마다 최대한의 모든 열정을 원 없이 쏟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고 나면 정말 기운이 빠져 같은 고생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아지더라고요(웃음). 데뷔하며 앙상블로 참여했던‘라이언 킹’은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또 인연이 닿으면 모든 작품에 다시 참여하게 될 수도 있고요. 아, 확실히 다시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거미여인의 키스’인데요. 작품은 너무나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 때문에 연기에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노하우를 좀 배우긴 했지만, 또 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바로 또 하라고 하시면, 많이 망설이게 될 것 같아요(웃음).

Q. 때로는 참여하고 있는 작품의 극본이나 연출이 맘에 차지 않을 수 있고, 배역에 공감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럴 때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사실 그게 배우가 극복해야 할 가장 힘들고 중요한 점인 것 같아요. 물론 그럴 때가 있죠. 특히 저 같은 경우엔 작품을 딱히 고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연출의 말에 반기를 든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럴 생각도 없고. 연출은 배의 선장이니까, 어떤 작품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배우가 연출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기를 해내는 것이 바로 배우의 내공이 아닐까요.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최대한 맞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 그게 또 배우가 성장하는 길이고요. 게다가 공연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서 제가 제 역할에 빠져들지 못한다고 투덜대는 일은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Q. 배우생활을 하면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면?
사실은 제가 첫 작품으로 유명세를 치르게 된 케이스잖아요. 근데 그건 다 운도 좋았고 작품도 좋았기 때문이었는데, 당시에는 철없이 좀 거만해졌었어요. ‘노트르담 드 빠리’ 이후‘햄릿’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역할에 집중하기보단 스스로가 어떻게 보일지에만 집중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하고 노래하니, 결과가 좋았을 리도 없고 당시의 6개월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창피한 시절입니다. 그 때가 첫 번째 위기였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연극‘거미여인의 키스’. 상대배우가 남자여서 내 정체성이 혹시 흔들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웃음) 연기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이었습니다. 거미여인의 키스를 하고나서‘모차르트’를 다시 하게 되었는데, 초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모차르트란 한 인간에 대해서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감히 모차르트 같은 천재 예술가와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의 제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배우로서의 박은태, 미래 한 아버지로서의 박은태, 생활인으로서의 박은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고, 어느 것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할지 고민하게 한 경험이었습니다.

Q. 작품을 쉴 때는 무엇을 하나?
실은 한참 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하나 올리려면 몇 달간의 연습과정이 필요한데, 저는 데뷔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온 케이스거든요. 영화배우들이나 가수들이 활동 중간중간에 충전의 시간을 가지잖아요. 뮤지컬배우에게도 그런 기간이 좀 필요한데,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뮤지컬 배우의 개런티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서 들어오는 오디션을 마다할 용기가 쉽게 나지 않기도 합니다(웃음). 배우이기 이전에 생활인이니까요. 후에 제 가정을 꾸린 뒤도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깐이라도 쉬게 될 때는 보컬, 연기, 발레 등의 레슨을 꾸준히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쉬는 기간도 배우생활을 더욱 잘 해내기 위한 기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Q. 많은 배우들과 공연했는데, 가장 잘 맞는 배우가 있다면?
딱 생각나는 분은 서범석 배우님, 여성분들 중에는 지금 같이 피맛골 연가를 하고 있는 조정은 배우님, 모차르트에서 만났던 정선아 배우님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공연하면서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실제 배우들 사이에 연애감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꼭 같이 연기해서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직장에서도 사내연애가 가능하잖아요(웃음). 그리고 사실은 살짝 경계하는 면도 있습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 둘이 너무 친해지게 되면 다른 배우와 스태프에게도 위화감을 줄 수 있거든요. 또 정말 허물없이 친해져버리면 서로에게 기대치가 커져 일적으로는 삐끗하는 경우도 있고해서 같은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일부로 약간의 거리를 두기도합니다. 또, 이건 뮤지컬만의 특성이긴 한데, 다른 연기와는 달리 감정 외에 노래에도 신경을 써야 하잖아요. 상대를 마냥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서는 노래를 잘 해낼 수가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상대의 목소리와 나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감정에 빠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전 아직 연애에 올 인하는 역할도 맡은 적이 없네요. 거미여인의 키스 때에는, 사랑이야기에 감정몰입도 뮤지컬보다 조금 더 수월한 연극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상대배우가 남자였거든요(웃음).

Q. 연극과 뮤지컬,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꼈으며 어느 쪽에 더욱 끌렸는지 궁금하다.
원래부터 참 좋아하는 연출님의 작품이어서 큰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참여했고,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웃음). 그래도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과 연극은 기본적으로 연기한다는 건 같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잡고 간다면 뮤지컬은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게 되기 때문에 사실 감정선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말하다 말고 갑자기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상적이지 않으니까요. 오열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신에서도, 정말 오열해버리면 안되거든요. 관객에게는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슬픈 감정은 그대로 끌고 가면서, 동시에 가사가 정확히 전달되도록 노래해야하니까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노래가 좋아서 뮤지컬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연기를 자체를 진정으로 좋아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연극이던 뮤지컬이든 가리지 않고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

Q.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장이 있다면?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뮤지컬의 대중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있고요, 연기와 노래를 훌륭히 해주기만 한다면 누구든 언제든 환영입니다. 기왕이면 아이돌로 인해서라도 객석이 꽉 찬 무대에서 공연하게 된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어요. 그리고 사실 뮤지컬계는 굉장히 냉정한 곳이라서, 그게 누구이든 실력이 부족하면 결국 쫓겨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뮤지컬배우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가끔 뮤지컬 전문 배우가 TV속에서 일반 연예인들의 들러리같이 비춰지는 모습만은 가슴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실력 있는 아이돌이 뮤지컬무대에 섰을 때도 그러한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결국은 그런 것 같아요. 우선은 관객이 와주어야 뮤지컬이 활성화되고, 그래야 훌륭한 뮤지컬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래야 뮤지컬 관객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창작 뮤지컬도 발전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결국 그건 우리의 몫이겠죠.

Q. 특별히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사실 딱히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창작뮤지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이야기에 끌리더라고요. 피맛골 연가도 그렇고, 실은‘대장금’이나‘빨래’에도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한(恨)이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정말 한국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슬픈 사랑이야기도 좋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며칠 전에 TV를 보다가 고두심 선생님이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어요. 평소 보던 드라마도 아니었고 딱 한 신만 본 것인데도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그 한 장면이 지금까지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런 게 바로 내공이겠죠. 물론 이제 겨우 5~6년 차인 제가 그런 연기를 하겠다는 건 건방진 소리겠지만, 3~40년이 지난 후에라도 그런 내공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많은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제가 맡을 모든 캐릭터에 진심으로 공감하기 위해서요.

Q. 배우 박은태의 최종 목표와 인간 박은태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배우로서는 엊그제 양희은ㆍ양희경 40주년 콘서트를 봤는데,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타가 되려고 노력한 사람에게가 아니라, 인고하는 긴 세월을 훌륭히 견뎌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자리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40년, 50년이 지난 후에도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배우로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입니다. 저는 부유하지 않은 집안의 삼형제로 자라났는데, 부모님께서는 한 번도 저희들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어요. 그게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상적인 명예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자녀들로 하여금 진정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제 부모님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그렇게 되고 싶은 게 꿈입니다. 결혼을 하고 제 아이들이 지금 저와 같은 생각만 하게 된다고 하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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