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굶어죽어 가는데 김정일은 호화열차에 성대한 생일파티...국제적 구걸에 강제로 주민헌금까지 걷는 북한 식량난의 두 얼굴-

최근 북한은 또다시 국제식량구걸 행각에 나섰다.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지난 8월 28일에서 31일까지 영국의 데이비드 앨턴 상원의원을 만나‘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며 대북 식량 지원을 호소했다. 앨턴 의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 VOA와의 인터뷰에서“최 의장은 60년 만에 북한을 강타한 지난해 최악의 한파와 수확량 부족으로 앞으로 두 달이 위기라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열악한 식량사정으로 외부지원에 목마른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을 앞두고 올해도 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올해는 특히 김정은 후계체제가 시동을 건 상황이라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의 생일을 성대하게 지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일찌감치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 준비 소식을 알려왔다. 주민 6백만 명이 아사의 기로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일 행사는 물론 명품시계, 호화 유람선 등 호화사치품을 마음껏 누리는 북한의 지도층의 행태는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다. 대외적 식량위기에 봉착했다는 북한 식량난의 진실을 들여다본다.

지난 7월 말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20만여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통일부는 19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에게 제출한 북한 쌀 비축 현황 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일부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기준 1일 최소권장량(성인 1일 458g)을 기준으로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50여만t으로 추산했다. 올해 수요량을 460여만t, 지난해 생산량을 411만t으로 추산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통일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북한이 해외에서 23만7000t의 식량을 도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 말, 부족량은 20만여t 정도로 추정된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북한군의 연간 식량소비량은 약 27만t으로 추산했다. 북한 군인수(119만명)에 군인 1인당 1일 배급량 624g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1일 정상 배급량은 성인기준으로 곡물 700g이지만 북한군에는 1973년부터 전쟁비축미(12%), 1987년부터 애국미(10%) 등의 명목으로 22% 감량 배급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북한은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하지만 올해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은 아니며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며“북한 당국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사치품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을 식량수입에 투입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농촌 지역보다 도시 빈민들의 식량 부족 상황이 훨씬 심각해”
▲ 먹을 음식이 없어 토끼풀을 뜯어 먹으려고 한다는 북한의 소녀
한편, 지난1996년부터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활동을 해온‘좋은벗들’의 이사장인 법륜스님은 한 일간지와의 통화에서“남편이 배급을 못 받으면 전식구가 굶는 입장에 놓인 가정들이 많고 특히 함흥이나 청진 등 도시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륜 스님은“농촌 지역에서야 어찌됐든 풀이나 나물을 캐며 연명할 수 있지만 도시 지역에는 풀도 없지 않나”면서“화폐개혁 전에는 배급이 잘 안되더라도 장사를 하며 버텼는데 화폐개혁 이후 장사도 안 되고 십 수년 간 저축해 모은 돈도 휴지 조각이 돼버린 상태”라며 도시 빈민층들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교육 및 건강문제도 심각한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한 학급 정원이 28명일 경우 학교에 나오는 아이 수가 절반이 안 되는 지역도 많다”며“(북한 당국의 지시로) 선생님이 결석한 학생의 집으로 가보면 학생이 영양실조로 누워있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어“이 같은 영양 결핍 현상은 성인 노동자들에게도 만연해 노동자 출근율도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륜 스님은 또“결혼을 안 하거나 미루려 하고 혹은 아이를 가질 경우 낙태시키려 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면서“불법낙태 시술비에 대한 부담으로 민간요법으로 낙태시술을 하다 보니 산모 건강에 대한 부작용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사례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식량을 구하려고 가구를 팔다가 집까지 팔아넘기는가 하면 이혼율이 높아지는 등 가족해체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ㆍ미 양국 정부가‘모니터링’을 문제 삼아 대북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의 기준을 어느 정도에 둘 지에 따라 다른 문제”라며“‘(북 당국이) 10%라도 떼먹으면 못 주겠다’는 게 기준이라면 결국 못 믿는다는 말 아닌가”라고 전했다.“북한이 중앙배급체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주더라도 일반 주민에게 모두 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우리처럼 개인적 사회라면 지원한 식량 루트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북한이 집체적 사회다보니 우리와 개념이 좀 다른 것 같다”며“개인적으로도 그 문제 때문에(북측 관계자들과) 많이 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북한이 지원받은 식량을 다른 나라에 다시 싣고 가지 않는 한 장마당을 통해서 좀 더 싸게 공급된다든지 하는 형태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북한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카터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방북 보고서를 통해“방북시 만난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분배에 관한 미국의 모니터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식량 상황,‘고난의 행군’초기와 유사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과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평화재단 주최로 북한의 식량 상황과 사회변화 등에 관한 강연회가 열렸다.‘좋은벗들’의 법륜 이사장은, 북한의 식량 상황이 19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초기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다시 식량 위기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법륜 이사장은 내, 외부적인 요인 6가지를 제시했다. 내부적으로는 2006년과 2007년 연속적인 폭우로 곡창 지대가 수해를 입은데다, 정부가 장마당 단속과 뙈기밭을 금지하면서 개인 보유 식량이 더욱 축소됐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2006년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으로 외부 지원이 감소한데다, 2008년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매년 지원되던 40만t의 식량도 끊겼다. 또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식량 수출을 제한하고 국제 식량가격이 급등한 것도 북한의 식량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통일교육원의 권영경 교수는, 7.1 경제개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생산은 그대로인 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커졌다고 지적했다.“생산력 증대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 기능의 도입에 의해서 다만 유통경제만 비대해졌을 뿐이고, 이로 인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되었지만 주민들의 생활고와 식량 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유통경제의 확대는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부유층도 발생시켰다”는 권 교수는“대북 사업가의 말에 의하면 베이징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매일 명품 20여 점이 고려항공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다”면서“하지만 인구의 50% 이상은 최저 빈곤 생계선 아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북한 경제가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식량 구걸하면서 호화열차 타는 북한 김정일
북한 조선중앙TV가 30일 저녁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소개하는 28분 14초짜리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김정일 특별 열차의 응접실 내부 모습을 두 차례 공개했다. 응접실 내부를 촬영한 첫 화면은 영상 시작 1분 55초 만에 나온다. 특별 열차가 지난달 20일 오전 북ㆍ러 국경을 통과해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일행이 정차한 기차에 올라 김정일과 환담하는 모습이 방영되는 50초 동안 응접실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소 좁아 보이는 응접실엔 김정일 집무용으로 추정되는 원목 책상과 의자, 열차 길이 방향으로 놓인 베이지색 소파와 대리석 탁자가 놓여있다. 바닥에 깔린 마루는 광택이 좋아 대리석으로 착각할 정도다. 대북 소식통은“가구들이 소박해 보이지만 모두 해외의 가구 장인들에게 최상급 재료로 주문 제작시킨 사치품”이라고 말했다. 차창엔 반투명 버티컬 블라인드를 설치해 외부에서 내부를 보기 어렵게 했다. 책상 뒤쪽 벽에는 한반도 지도가 표시된 대형 전자 모니터가 걸려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특별 열차의 이동 경로와 주변 지도가 모니터 위에 나타난다”며“객차 내부 너비를 2.5m 내외라 보면 모니터 크기가 40~50인치쯤 되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이 모니터로 영화 감상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접실 내부 모습은 영상 시작 15분 26초 만에 다시 등장한다. 바이칼 호수 유람을 마친 김정일이 특별 열차 안에서 러시아 연방 부랴티야 공화국의 뱌체슬라프 나고비친 대통령 일행과 담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응접실 내부를 20초간 살펴볼 수 있다. 2001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밀착 수행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당시 러시아 대통령 전권특사는 2002년‘동방특급열차’란 책을 통해 김정일 특별 열차의 내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일 특별 열차는 소련의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것이다. 열차엔 위성 항법 시스템과 위성 전화가 설치돼 있어 김정일이 열차 여행 중에도 본국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ㆍ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특별 열차는‘달리는 특급호텔’로 불릴 만큼 안락하다. 방탄 설비가 된 김정일 특별 열차엔 응접실 외에도 회의실과 최고급 침실 등이 구비돼 있다. 전용칸 바닥은 방탄 철판을 깔아 폭발물이 아래에서 터질 경우에도 안전하게 만들어졌다. 총 20량 내외로 편성되는 특별 열차 중 4량은 의료진과 의료 장비용으로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대처할 수 있다.

기득권층은 호의호식, 사치와 향략 일삼아
▲ 벌거벗은 채 기쁨조의 공연을 보며 유흥을 즐기는 김정일의 모습. 이 외에도 호화유람선, 명품시계, 명품양복 및 구두, 승용차, 양주, 희귀음식 등 김정일의 취향은 사치스럽기 그지없다.
국제 사회에 식량을 구걸하면서도 대남 무력공격을 하는가 하면 김정일의 애완견이 1,000만원이 넘는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김정은의 권력세습도 모자라 기득권층 자녀들이 권력을 대물림하는 엉망진창인 상황이다. 이런데다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은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년에 500만 톤의 식량이 산출되고 있으며 이는 지나친 사치만 하지 않는다면 전 주민이 먹고 남을 정도의 양이다. 그런데도 아사자가 생기는 것은 북한 집권층들이 이를 공정하게 분배할 의사가 없고 사치와 향락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 듯 얼마 전에는 북한 기득권층의 생일파티에서 여대생들이 매춘까지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최고위층이 체제 유지와 기득권 보호를 위해 무기를 개
▲ 북한이 식량난에도 스위스 명품시계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이 차고 있는 명품시계.
발하고 호화 사치를 하면서 주민들을 식량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부패와 분배의 비효율성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극심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998년 현대에게 소위‘7대 사업권’을 내주면서 5억 달러를 뒷돈으로 받았다. 게다가 금강산관광 대가로 5억 달러 이상의 돈을 받아갔으며 아직도 5억 달러에 가까운 미지급금이 있는 상태다. 이러한 막대한 돈을 챙기면서 30년 사업권을 줘 놓고는 사이가 안 좋을 때마다 뺐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기득권층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모든 계약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맺은 비핵합의서 등 모든 합의도 마찬가지로 지킬 의사가 전혀 없다. 국제적인 룰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의 모든 기준은 김정일 일족에게 도움이 되느냐가 첫 번째 기준이고 그 외 부패한 기득권층이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느냐가 두 번째 기준이다. 그 외에는 국제적인 신뢰는 물론이고 주민들이 다 굶어죽는다고 해도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

北 작년 작황 20년 이래 최고 수준...“김정일, 식량 있는데 안 푼다”
▲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 북한의 해외 식량구걸은 정치 군사적 목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사항이다.
미국의 소리(VOA: Voice of America) 방송은 지난 달 24일“대북 지원 사업을 하는 미국의 5개 구호단체가 북한에 대한 식량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아프리카 최빈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를 향해‘식량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북한의 긴급 식량 구호 요청을 받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는“지난해 북한 작황(作況)은 지난 20년간 가장 좋은 편이었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주민이 겪는 식량난은 북한 정권과 군이 쌀을 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① 북, 작년 식량 생산 줄지 않아
정부 통계(1991~2009년)에 따르면 북한 식량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5년(454만 톤)과 2006년(448만 톤)이었다. 정부는 아직 2010년 생산량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448만 톤이라고 밝혔다. 최근 20년간 작황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매년 필요한 식량은 약 500만 톤으로 추정된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식량 생산이 350만 톤 이하로 떨어질 때 아사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1997년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을 때의 생산량은 250만 톤에 불과했다”고 했었다.
② 북한군 비축미(米)만 100만 톤
작년 9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북한이 전쟁을 대비해 비축한 쌀이 100만 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100만 톤이면 북한군 119만 명이 하루 500g씩 4년 7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북한 전 주민(2400만명)의 석 달치 식량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은 작년 초 춘궁기 식량난을 넘기 위해‘2호 창고(군량미)'를 일부 열었었다. 그러나 천안함ㆍ연평도 도발로 위기감이 고조되자“주민들에게 군량미를 강제로 걷어 갔다”(대북 소식통)고 한다. 안보부서 당국자는“북한은 1987년부터 식량 생산량의 12%를 전쟁비축미, 10%를 애국미로 떼어놓는다”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북한이 2008년 이후 남한의 식량 지원이 끊기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줄어 사정이 어렵겠지만 묻어둔 쌀을 먼저 푼 뒤 외부에 손을 벌리는 게 순서 아니냐”라고 말했다.
③ 느긋한 중국
중국은 북한 체제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이 북한의 식량 지원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대북 비공개 식량 지원 규모는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중국이 최근 대북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정황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식량 때문에 북한이 무너질 상황이라면 중국이 지금처럼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④ 자구 노력도 안 해
지난 1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매장된 금(金)의 잠재가치는 2000톤(61조3274억원), 은(銀)은 5000톤(1조9124억원)에 달한다. 김정일 해외 비자금도 4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금ㆍ은을 팔았다거나 김정일 비자금을 썼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 탈북자는“북한에서 생산된 금은 당(黨)이나 김정일 개인금고로 들어간다”고 했다. 게다가 북한은 올해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1990년대 중ㆍ후반의 대기근 때처럼 자존심을 접고 고개를 푹 숙이는 절박한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⑤ 분배ㆍ유통 구조의 불평등
북한 당국은 식량을 체제 핵심 계층에만 주로 배급한다. 예전과 달리 일반 주민들은 시장에서 식량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쌀값이 폭등했다. 천안함ㆍ연평도 도발 이후 주민들이 쌀을 사재기하거나 보유한 쌀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지금 북한에는 쌀이 없는 게 아니다”라며“북한이 정말 급하다면 분배ㆍ유통 구조의 불평등부터 개선했을 것”이라고 했다.

외부 지원 식량, 김정일 통치자금으로 전환되는 정황
굶주린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간 식량이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금까지 외부 지원 식량이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전환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증언으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보안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김성진(가명)씨는 외화벌이 사업으로 진행되는 송이버섯 및 사금 채취 대금을 외부 지원 쌀로 대신 지급한다고 증언했다. 송이버섯 및 사금 채취 사업은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8호 및 39호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38호 39호는 각 지역에 외화벌이 기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기업소는 송이버섯 및 사금 채취 사업뿐만 아니라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다. 외화벌이 기업소는 주민들이 채취한 송이버섯과 사금을 모아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해 외화를 획득한다. 그렇게 획득한 외화는 상급 기관인 38호 및 39호실로 들어가며 이는 김정일의 주요 통치자금으로 사용된다. 즉 송이버섯 및 사금 채취 대가로 외부 지원 쌀이 지급된다면 이는 김정일의 독재 통치 자금을 외부 세계가 직접 도와주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김성진씨는 군부대에서 외부 지원 쌀을 하역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항구로 들어온 쌀을 하역하고 관리하는 사람은 모두 인민군대”라며 그들은 자신들이 인민군대임을 숨기기 위해 사복을 입고, 차량 번호판도 바꿔 단다고 전했다. 군부대는 확보한 쌀을 장마당에 팔아 군부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항구에 쌀이 들어오면 2~3시간 안에 근처 장마당에서 지원받은 쌀이 판매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김성진씨는 말했다. 그렇다고 군부대 일반 병사들이 큰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군부대 안에서도 담당 간부들이 지원받은 쌀을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 식량난에도 김정일 생일 준비
▲ 지난해 김정일의 생일에 열린 수중축하쇼. 이 쇼를 비롯한 많은 공연들을 위해 무수한 주민들이 동원되었다.
열악한 식량사정으로 외부지원에 목마른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을 앞두고 올해도 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일찌감치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 준비 소식을 알려왔다. 평양방송은 1월13일 김 위원장의 생가인 백두산 밀영의 고향집으로 올해 첫 답사행군이 시작됐다면서 양강도에서만 수만 명의 중학교 졸업반 학생이 고향집으로 답사길에 나섰다고 전했다. 백두산 밀영은 고(故)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 비밀근거지로, 북한은 1942년 2월 김 위원장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전국 각 지역의 주민과 학생, 군인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전후로 백두산 밀영 고향집을 다녀간다. 북한은 또 이달 중순부터 평양을 포함해 각 도에서‘제15차 김정일화(花)축전’을 열기 위해 사전작업에 한창이다. 또 보통강변의 빙상관에서는‘백두산상국제휘거(피겨)축전’이, 평양 창광원 수영관에서는‘2.16경축 수중발레모범출연’이 열리고, 전국 각지에서 경축공연과 체육경기대회가 마련되는 등 갖가지 기념행사가 줄을 잇는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69세 생일을 맞는 해라 65세나 70세 생일처럼 북한이 더 크게 기념하는‘꺾어지는 해’는 아니지만, 김정은 후계체제가 출범한 와중임을 감안해 김 위원장의 건재를 더욱 과시하는 쪽으로 생일행사가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에게로 권력 이양이 시작된 시기인 만큼‘레임덕’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민족최대의 명절’로 지정된 김 위원장의 생일을 각별히 챙길 것이란 분석이다. 대북매체 열린북한방송도 후계자 김정은이 책임을 지고 부친의 생일을 준비하고 있으며, 생일을 기념해 열리는‘정일봉 축포행사’의 규모도 예년보다 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북매체 데일리NK는 김 위원장 생일 행사에 맞춰 후계자 김정은을‘띄우는’내용이 포함된 공연도 마련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당의 지시에 따라 각 지방의 기업소와 공장 단위로 준비하는 축하공연에‘백두산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또 한 분의 위대한 선군영장을 모셨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것은 물론‘김정은 동지를 높이 받들어 선군 위업 완성하자’는 결의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레임덕 차단 기회로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과 지위를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北 4인 가족 1년 식량이 백미 78kg?
▲ 북한은 한국의 지원물품을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한편 핵무기 개발 등 군사적 용도로 사용해 왔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 주변 농촌마을에 살고 있는 한 가정은 이 모씨과 아내, 그리고 두 자식까지 해서 모두 4식구가 살고 있는데, 이 가정에서 올해 농장에서 받게 될 식량은 백미 78kg이 전부라는 것이다. 규정대로 한다면 북한의 농장에서는 식량과 함께 자금도 분배되야 하지만 1990년대‘고난의 행군’이후부터 농장원들에게 돌아가는 식량과 분배자금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특히 분배자금은 갖가지 세금이 붙어 오히려 빚만 늘고 있는 형편이다. 육체노동을 하는 성인의 1일 평균 필요량은 곡물 700g이지만 북한이 지난달 성인 주민 한 명에게 배급한 식량은 하루 200g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4월 400g에서 5월 190g, 6월 150g으로 계속 줄다가 7월과 8월에는 200g으로 약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지만 하루 필요량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양이다. 때문에 이 씨 가족이 백미 78kg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인 150g씩 계산하더라도 하루 600g, 열흘이면 6kg, 1개월이면 18kg으로 4개월 열흘치에 불과하다. 네 식구가 아무리 아껴 먹어도 반년치 식량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8개월은 알아서 벌어먹거나 그렇지 않으면 앉아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 이 씨는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대신 아침 일찍부터 들에 내보내 논에서 나는 잡풀(돌피씨)을 베어다 말린 후 이를 탈곡해 부족한 식량을 채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또“이 씨의 말에 의하면 그의 가정은 이번 추석에도 아이들이‘돌피’를 자르는 척 하면서 훔쳐 온 벼로 쌀을 만들어 조상 산소에 갈 수 있었지만 벼를 훔치는 사람들이 늘자 경비가 강화되고 돌피를 베려고 논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렵다”며,“심지어 농장에서 일하는 농장원들도 저녁에 퇴근할 때면 몸수색을 진행할 정도로 경비가 심해져 북한 전 지역 농장들이 그야말로 군부대 위수경비구역을 방불케 한다”고 덧붙였다.

수해에 식량난, 여기에 헌금강요까지
수해의 고통에다, 식량난까지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이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빌미로 헌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극찬한 신작 연극,‘오늘을 추억하리’를 보면,‘고난의 행군’당시 발전소 건설 노동자에게 자신의 쌀을 나눠주고 굶어 죽은 어린소녀‘송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소녀를 애국열사로 치켜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 관영 매체들이 연극 속 주인공의 희생을 미화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시장이나 도심 등 군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공개 강연 등을 한 뒤 헌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 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북한이 강성대국 선포와 김일성 100회 생일, 3대 세습 선전 등 내년도 선전용 정치행사를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수단도 방송과 신문, 군중 집회 등 전방위적이다.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한국-유럽간 현격한 시각차
북한의 식량지원문제에 대해서 미국 및 한국과 유럽 국가들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은 전통적인 인도주의정신에 따라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은 상당 부분 다르다. 식량 지원을 해봐야 군량미로 쓰일 뿐 일반 주민들에게 거의 가지 않는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영국의 앨턴 상원의원은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은 군량미를 비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미국과 한국 측 의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600만 명이 당장 위기에 처해 있다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힌 만큼 (식량 지원으로)시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춘궁기에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해 있다며 남측 민간단체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지원단체‘좋은벗들’은 지난 겨울 강추위로 북한 곳곳에서 아사자와 동사자가 속출했다고 전한바 있다.

군량미로 전용 의혹 떨칠 수 없어
유엔식량계획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대북식량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북한이 대규모식량지원을 군량미로 비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거기다 2012년이 소위 그들이 선전하는 강성대국시작의 해로 지원식량을 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독재 공고화에 악용할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지원한 식량이 군용으로 전용되지 않고 주민 손에 들어가는 것을 관리 감시하는 현장 모니터링제도가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다.
사실 북한 정권은 인간 생존의 가장 기초적 욕구인 식량을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 당·정·군 등 체제보위계층에게는 정상적으로 식량을 배급하면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갖도록 유도해온 반면, 일반 주민들에게는‘다른 생각’을 못하고 당장의‘먹는 문제’ 해결에 급급하도록 방치함으로써 체제를 위협할 세력이 되지 못하도록 해왔던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이밥(쌀밥)에 고깃국’선동을 통해 주민들의 노력을 착취하는 파렴치한 행태도 지속해왔다. 김정일 역시 겉으로는 먹는 문제 해결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을 떠들어대지만 속내는 주민들이 배불리 먹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주체농법을 고수하면서 중국과 같은 개인영농제 도입 등 개선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굶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무조건적 대북 식량지원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당연하게도 한국, 미국에 비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게 마련이고 정확한 상황 판단과 대처를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앵벌이하는 아이를 불쌍히 여겨 돈을 주어도 대부분은 그들을 거느리고 있는 포악한 조직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과 비슷한 작금의 현실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택했고 최악이던 관계를 돌려 좋게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실수를 범했고, 현 정부는 아무런 관계개선 노력없이 감정적 자극을 하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통해 오히려 된통 당하고 말았다. 이런 오류를 거울삼아 지금 취할 수 있는 노선은 여러 국가가 참여한 실질적이고 철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진 후에 그를 통해서만 지원하는 것이고, 미국 유럽과도 충분한 의논을 통해 공조 체제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아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지만 호화롭게 사는 특권층과 북한군의 곳간을 더 채워주지 않고 아사 직전의 6백만 북한 주민을 살리는 길이 이것이라면 시도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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