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서커스 박세환 단장
Q. 동춘 서커스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서 설명 부탁한다

Q. 어떻게 서커스를 시작하게 되었나

Q. 동춘 서커스를 책임지는 단장이 되게 된 과정을 알려달라
Q. 한국에서 서커스를 하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의 서커스단은 본질적으로 적자이기 쉽습니다. 관객들이 오려면 봄가을이 좋은데, 그렇다고 여름겨울을 쉴 수는 없거든요. 여름겨울을 쉬면 단원들의 기술이 무뎌지고 몸이 무거워져서 봄가을이 되었을 때 바로 공연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운동선수들이랑 똑같아요. 김연아 선수도 우승을 한 다음날부터 다시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정말로 여름이나 겨울에는 관객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그러니 적자지요. 거기에다 서커스는 아무리 늦어도 10살부터는 훈련을 시작해야 합니다. 단역을 만드는 데에도 3년은 걸리고요. 왕도가 없는 기술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서커스가 잘 알려지지 않아 서커스인을 기르기 위한 교육체계가 없습니다. 2008년에 사실은 문화관광부에서 서커스 아카데미를 만들어주겠노라 약조했었는데, 이후 장관과 실무자가 바뀌며 다시 미뤄진 상태입니다. 모든 예술에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투자가 이루어지면 공연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공연의 질이 향상되어야 더 많은 관객이 찾을 것이고, 더욱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연관광산업화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게 바로 서커스입니다. 서커스의 매출이 전 세계 공연예술의 수익 중 5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장르 자체가 없는 상태입니다. 왤까요? 연극도, 국악도, 클래식도, 미술도 모두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는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고, 교수진이 있고, 정치인들이 있는데 서커스에는 그런 힘이 없습니다. 서커스에 관련한 힘 있는 무리가 없어요. 그런데 그런 이유로 한국의 서커스를 죽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춘을 끝까지 잡고 있을 테지만, 길어야 10년이면 저도 물러나야 할 텐데, 후계자가 없습니다. 물론 진작부터 홍보에 힘을 쏟았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만, 저 혼자 하기엔 벅찹니다.
Q. 동춘의 단장을 하면서 후회한 적이 있다면?
후회는, 정말 많이 했지요(웃음).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지금 기억나는 건 2003년의 태풍 매미였습니다. 여수광장에서 공연하고 있었는데, 태풍이 온다는 겁니다. 평소라면 미리 천막을 거둬두었을텐데, 하필 그 날이 추석이었어요. 추석연휴 며칠간의 매출이 평소 몇 배의 매출인지라 천막을 거뒀다가 다시 치는 일주일을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 결국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추석 당일, 아침 11시 공연이었어요. 관객이 천명 가까이 들어와 있었는데, 극장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랴부랴 관객을 내보내고 딱 20분 후, 그 큰 극장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날아가는 데 딱 10분이 걸렸고요, 다시 햇빛이 비추는 데 딱 20분이 더 걸렸습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망가진 천막을 철거하는 비용만 2천만 원이 들었습니다. 음향기기며 모든 장비와, 단원들의 모든 물품도 완전히 날아가 버렸고, 많은 단원들이 동춘을 떠났습니다. 수해대책본부에서도 가설극장의 경우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당장 먹고 살아야 할 일이 막막했으니 공연은 해야 했습니다. 별 수 없이 남은 짐만 추슬러 진주로 이동을 했습니다. 빌어서 땅이며, 음향이며, 조명이며, 포장마차용 천막까지 빌려 공연을 단행했습니다. 그래서 공연을 하는데, 사람들이 끝도 보이지 않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한 달간을 그랬어요. 알고 보니 저희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가 되었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동춘 서커스를 살리고자 와주신거였죠. 입장료가 성금이고 후원금이고 기금이었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가 몇 달이었잖아요. 사람 모인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아야 하는 질병이었으니까, 어떻게 이겨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루에 관객이 10명정도 들어오고 그랬어요. 급여만 5억 가까이 밀렸습니다. 결국 2009년 11월에 해체선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신 것도 바로 관객 분들이었습니다. 동춘 서커스를 살려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고, 어르신 분들은 청와대에 전화까지 해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리저리 돈을 빌려서 해체선언 한 달 만에 김포체육관에서 다시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폭설이 내리는 겁니다. 눈이 정말 무릎까지 내리는 거예요. 이제는 정말로 끝났구나 싶은 순간에, 관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찾아오신 분들이 전화로 지인을 부르는 모습을 봤어요. 동춘을 살려야 한다고요. 동춘 서커스는 정말로 여러분이 살려주신 겁니다. 그 이후에도 정말 끝이구나 싶은 순간마다 도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작년 2010년 5월 부채를 갚을 수 있었어요. 이건 정말이지 기적입니다.
Q. 동춘 서커스 단원은 몇 명이나 되며,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지금 단원은 50여명 정도로 모두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중 중국인 단원은 18명 정도 되고요. 중국인 단원과도 보통 5년 이상 장기계약을 해서 우리나라의 안무와 언어를 거의 습득한 후에 공연하고 있습니다. 원숭이도 몇 마리 함께 지내고 있어요. 예전에는 코끼리라든가 다른 동물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면서, 재래식 서커스보다는 테마 서커스(서커스+뮤지컬, 과학, 연기 등)를 요구하더라고요. 그래서 동물이 나오는 분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하루 일과는 어떤 공연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도에서 장기공연을 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아침 10시경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12시경까지는 몸을 풀고, 2시, 4시, 6시 공연을 하고 이후엔 자유시간입니다. 1회 공연은 보통 100분이며, 서커스는 17가지정도 보여드립니다. 쌍철봉 묘기, 접시춤, 궁중실크무용, 링위의 링, 조형, 단지묘기, 링체조묘기, 외발자전거타기, 발레와 서커스, 변검마술, 수직줄타기, 훌라후프묘기, 외줄타기, 사다리 넘기, 2인 공중회전, 두남자의 힘, 비보이무술체조 등으로 이루어지며 대부도 같은 관광지에서는 쇼를 위주로, 예술회관 투어 등에서는 테마서커스를 합니다.
Q. 현재 동춘 서커스의 공연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
대부도에 상설공연장을 설치하고 공연 하고 있으며, 롯데월드에서도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공연합니다. 대부도 공연의 경우에는 대부도 관광활성화 정책에 따라 윈윈정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대부도 내에서 식사나 숙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서커스 입장료를 2만원에서 8천원으로 할인해드리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매우 반응이 좋아서 주말에는 하루 평균 1000~1500명의 관객이, 평일에는 500~600명의 관객이 찾아주십니다. 지금 그렇게 공연을 시작한 지 4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일 년간 공연해보고 계속 반응이 좋다면 안산시 측에서 상설극장도 세워주겠다 한 상태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안산시 김철민 시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전국 순회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10월 5일 광양예술회관, 6일 동해시, 7일 금천노인종합복지관, 8일 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 10일 롯데월드, 23일 논산 강경젓갈축제, 11월 3일 논산문화예술회관, 8일 달서구청, 12일 김제문화예술회관, 15일 양촌노인복지관, 22일 군포노인복지관, 30일 한국육영학교 등에서 공연하게 됩니다. 또한 내년 2012년 경남고성에서 열리는 세계엑스포에서도 3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공연하기로 확정이 된 상태입니다.
Q. 동춘 서커스의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커스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캐나다에 있는‘태양의 서커스’처럼 되고 싶습니다. 이 서커스단의 매출이 연간 1조에서 1조 2천억입니다. 우리는 왜 못하겠습니까? 사실 서커스는 동양인에게 더욱 유리하거든요. 몸도 가벼워 더욱 멀리 높이 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주는 어디에서도 알아주잖아요. 또한 관광객을 위해 전국 주요도시에 상설극장을 세우고 공연을 하고, 서커스 박물관과 서커스 아카데미를 세우고 싶습니다. 전 19살부터 지금까지 50년을 서커스에 바쳤습니다. 서커스를 위해 밥을 먹고 잠을 잡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집 한 채도 없습니다. 제 모든 것은 모두 서커스를 위한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동춘 서커스를 찾아주었던 관객과, 찾아줄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정말로 깊이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에 우리 동춘 서커스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86년 동안 이어왔고, 100년을 향해 가는 중입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지금껏 여러 번 살렸고, 용기를 주었고, 입장료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관객여러분 없이는 동춘 서커스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서커스가 이대로 없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저희도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게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겠습니다. <NP>
김엘진 기자
eljin@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