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대북정책
2008년 MB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북 관계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민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요구와 논란 역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햇볕정책으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정말‘유연성’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더욱‘원칙성’을 지켜야 하는 것일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효율적인 대북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우리는 따스한 햇볕을 내리쫴야 하는 것일까, 거센 바람을 일으켜야 하는 것일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대북화해협력정책(對北和解協力政策)’

대북화해협력정책의 효과

대북화해협력정책의 한계
이전 정부의 대북화해협력정책을 통해‘남북정상회담’이나‘개성공단설립’등의 성과는 분명히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측에 현금이 건네진‘대북불법송금사건’등은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진정성과 투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또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강행사건으로 인하여 대북정책에서 내세운‘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대북화해협력정책은 국가의 안보를 망친다”는 지적에 대한 대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교류와 대북지원 역시 쌍방 간이 아니라 일방적인 것이며 지원 물자가 인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현 상황 역시 그 효과성에 의문을 가져오는 문제 중 하나다.
MB 정부의 대북정책‘비핵ㆍ개방ㆍ3000’

MB 정권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평화지수

MB 정권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경제적 이익
10.4 선언에서 합의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자원개발, 한강하구 공동 이용,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조선협력단지 건설, 백두산 관광 실시 및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 경의선 연결 등은 모두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경제협력 계획을 담고 있었다. MB정권은 대선에서‘경제대통령’이란 것을 내세우고 실용주의를 강조하였었다. 그러나 실제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실용주의보다는 이념과 체제 대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가 지난 7월 25일 입수한 남북경협실태보고서(백서)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남쪽의 직접적인 경제손실 추정액은 45억8734만 달러(약 4조839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쪽의 손실 추정액은 8억8384억만 달러(약9324억원)으로 남쪽의 5분의 1수준이었다. 또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 효과 등이 실현되지 않은데 따른 남쪽의 간접손실은 이 보다 더 큰 124억7466만 달러(13조1608억원)으로 추산됐다. 남쪽의 직접적인 경제손실은 개성공단이 23억2141만 달러로 가장 많고, 남북교역 중단 14억6734만 달러, 금강산 관광 7억5350만 달러, 북한영공 우회 운항 2310만 달러, 개성관광 2200만 달러 순이었다. 북쪽은 남북교역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6억6854만 달러로 가장 컸고 금강산 관광 중단 1억2538만 달러, 개성공단 5733만 달러, 개성관광 2600만 달러, 제주해협 우회 항해 659만 달러였다. 이 백서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산하 남북경협피해실태조사단(단장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이 지난 1월24일부터 석 달 동안 154개 남북경협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작성한 남북경협실태보고서를 따른 것이다.
MB 정권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남북 간의 대화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 민족의 최종 목표는 역시 통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 없이는 전쟁 위험도 사라지지 않고, 외세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경제 번영의 기회도 놓치게 된다. 군사독재 시절인 박정희, 노태우 정권도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등에 합의하였으며 마침내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며 6.15공동선언으로 통일의 가능성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10.4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구체적인 합의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MB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을‘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며 이전 정권의 모든 성과를 부정하며, 동시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도 부정하였다. 통일 논의 역시 중단된 상태다. 6.15공동선언은 2항에서“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로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며 연합연방제 통일방안을 합의하였다. 또 10.4선언은 2항에서“남과 북은 남북관계 확대와 발전을 위한 문제들을 민족의 염원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국회 회담 등을 합의하였다. 그러나 MB 정부는“자유민주주의 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6.15공동선언 2항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남북 사이에 통일 논의가 중단되었다. 이산가족 상봉과 식량 지원 같은 인도적 문제의 발생 역시 간과하고 넘어갈 부분은 아니다. 6.15공동선언 3항에 명시된“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기로 하였다”는 약속에 따라 남과 북은 그간 이산가족 상봉을 꾸준히 추진하였으나 MB 정부 이후 이는 중단되었다. 또한 지금은 6.15, 10.4선언의 합의 사항이자 지난 정부에서는 수시로 열리던 총리회담, 장관급 회담, 실무회담 등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MB 정권 이후,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민주주의
우연인지 필연인지 MB 정부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북풍이 불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로 현 정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이후 범민련 사건, 진보연대 사건으로 이어졌다. 천안함 사건은 그 정점을 찍었다. 아직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의 원인이‘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강력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의혹을 주장해 논란이 되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고소, 고발을 당했다. 이러한 반대론자들에 대한 해군, 국방부 등의 고소, 고발은 반대론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비춰졌으며 천안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이승헌 버지니아대학교 물리학 교수는“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 지적했다.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KBS 추적 60분’역시 천안함 문제를 다루려다가 상부에 의해 삭제 지시가 들어왔고, 제작진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방송 취소를 하기 위한 이중 편성에 들어갔다. 결국 제작진은 이를 수용하였고 해당 내용은 삭제 후 방영되었다. 이후 추적60분 제작진은 중징계에 해당되는 경고를 받았고, 이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비판적 언론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며 일제히 반발한 바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일부 누리꾼들마저 국정원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국정원은 이러한 누리꾼들의 수년치 이메일을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났으며, MBC 후플러스 제작진은 이들 누리꾼들이 북에 동조한 이유로 수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MB 정부의 반민주, 반인권 실태에 대해서는 국제기구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2008년 국제 엠네스티 동아시아 담당 조사관 노마 강 무이코는 공안기관이 “군중통제장치를 남용”했고“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국제기자연맹(IFJ)과 국제노조네트워크(UNI Global Union)는“2008년 이후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고 하였다. 또 유엔 의사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뤼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했음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올해에는 보수적인 국제 인권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조차 한국을‘언론자유국’에서‘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하였다.

제로섬(Zero-Sum)이 아닌 윈윈(Win-Win)이 될 수 있길
우리는 남북 간 관계에서의 일방성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 측에서 보았을 때 대북화해협력정책은 북한체제의 전복을 기도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적인 설득인데, 북한 정부에서는 대북화해협력정책이란 단어에 대해 기본적인 거부감과 체제붕괴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남한이 원하는 절대적 이익을 실현하는 대상으로 북한을 인식하고 있듯, 북한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 역시 지금의‘비핵ㆍ개방ㆍ3000’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분명한 것은 대북정책의 대안을 남한 정부가 갖지 못한다면 갈등과 불안의 상태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북정책은 냉전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현 정부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화해ㆍ협력과 평화공존, 점진적 통일로 나가는 최선의 선택이다. 대북정책이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닌‘윈윈(Win-Win)게임’이 되기 위해서는“원칙에 충실하되 현실을 고려해 유연성 있게 추진하며, 국민에게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겠다”밝힌 현 정부의 노력은 물론, 두 눈을 크게 뜬 국민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관심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NP>
김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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