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11월 괴담’은 매년 11월이 되면 연예계에 큰 사건이 터진다는 속설로,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연예계의 큰 사건들이 공교롭게 11월에 발생하면서 생긴 소문들이다. 그러나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유독 매년 11월 연예계에는 너무나 많은 사건ㆍ사고들이 터지고 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11월에는 몸을 사려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하는데…‘11월 괴담’을 불러온 그간의 사건ㆍ사고들을 짚어본다.
연예계에 끊이지 않는 별의별 괴담과 저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계에는 당연하게도 여러 가지 소문과 속설이 난무한다. 연예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에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의 결혼이 파탄난다는 속설인‘오스카의 저주(Oscar Curse)’가 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배우 산드라 블록은 2008년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지 불과 8일 만에 남편과 결별했고, 2009년 수상자 케이트 윈슬렛도 이혼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토론토대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이 1936년부터 지난 2010년까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와 후보에 지명됐으나 수상에 실패한 배우들을 비교한 결과 수상자의 이혼율이 1.68배 높았다. 또 결혼한 여우주연상 후보자 265명 중 60%(159명)가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즘에는 한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빗대어‘00의 저주’라고 불리는 괴담도 있다. 국내보다는 할리우드에 이러한 작품에 대한 괴담과 저주가 많은데, 영화‘타이타닉’의 아성을 무너뜨린 영화‘다크나이트’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다크나이트의 저주’로 알려진 사건은 총 5개. 소문은‘다크나이트’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친 악당‘조커’역의 호주 배우 히스 레저의 죽음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8년 히스 레저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자신의 아파트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데 이어‘다크나이트’의 주인공‘배트맨’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도 어머니와 누나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배트맨의 조력자인 루시어스 폭스 역을 맡았던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먼도 교통사고를 당하며 루머의 확산을 도왔다. 또한 특수효과 전문가 콘웨이 위클리프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이 영화에 3초 정도 출연했던 홍콩 스타 진관희도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연예계에도 작품 관련 괴담과 속설들이
우리나라 작품 관련 괴담 중엔 이른바 영화‘두사부일체의 저주’가 유명하다. 영화‘두사부일체’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듯 잇따라 입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로폰 상습 투약혐의로 배우 김성민이 구속된 이후 전창걸과 강성필까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인정하면서 연예계 마약 파문이 일었고 이어 배우 박용기가 검찰에 자수하면서‘두사부일체의 저주’가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영화‘두사부일체’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로, 김성민은 3편‘상사부일체’에서 조폭 김상두 역으로 출연했고 전창걸은 2편‘투사부일체’에서 체육교사 강기석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또 전창걸은‘상사부일체’에서도 소심한 회사원 김대리 역으로 출연했고 각색에도 일부 참여했다. 강성필은‘두사부일체’,‘투사부일체’에 연속 출연했으며 박용기는‘투사부일체’에서 웃기는 악역 이광규역으로 분해 출연했다. 때문에‘두사부일체의 저주’라고 회자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성균관 스캔들의 저주’가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KBS 드라마‘성균관 스캔들’에 함께 출연한 강성필과 전태수가 각각 대마초 흡연과 폭행사건에 연루돼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성균관 스캔들’에서 전태수는 성균관 장의 하인수 역을, 강성필은 하인수의 뒤를 따라다니는 임병춘 역을 맡아 콤비를 이뤘다. 앞서‘꽃남의 저주’도 있다. KBS 드라마‘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스타급으로 성장한 배우 이민호, 김현중, 김범 등이 후속작에 출연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민호는‘개인의 취향’에서 손예진과 호흡을 맞췄지만 평균 시청률 11.7%로 겨우 두 자릿수 문턱을 넘었고,‘장난스런 키스’와‘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각각 출연한 김현중과 김범은 부진한 시청률로 드라마‘꽃보다 남자’의 명성을 무색케 했다.
‘11월 괴담’의 시작
뭐니뭐니해도 국내 연예계 관련 속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11월 괴담’이다. 유독 11월에만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잦아‘11월의 저주’라고 불리기 시작한‘11월 괴담’은 근거없는 소문으로 치부됐지만 지난해 한 방송사에서 11월 괴담을 집중 분석한 결과, 1월부터 12월까지의 연예계 사건 사고의 분포에서 11월에 일어난 사건의 비중이 다른 달보다 20% 정도 높았다. 연예계의‘11월 괴담’은 2000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사건의 모양새를 달리하는데, 2000년 이전에는 유명 연예인의 사망 사건이 11월에 집중되면서 괴담이 출발했고 2000년 이후에는 사망 사건은 물론 다발적 대형사건ㆍ사고마저 꼬리를 물면서‘11월 괴담’이 확대 재생산됐다. 1971년 11월 7일,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배호가 신장염 투병중 사망하고 1985년 11월 29일에는‘이름모를 소녀’로 유명세를 치른 가수 김정호(본명 조용호)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한 1987년
11월 1일에는 가수를 넘어 뮤지션으로 추앙받는‘사랑하기 때문에’의 유재하가 20대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끝내 절명했다. 1990년 11월 1일에는‘내 사랑 내 곁에’의 가수 김현식이 간경화로 숨지면서 유재하와 김현식이 세상을 떠난 11월 1일이 그들이 지닌 가요계의 무게마냥 큰 의미로 연예계를 짓누르게 된다. 결국 김정호-유재하-김현식이 서로의 꼬리를 물며‘11월 괴담’을 잉태한 셈이다. 이후 더욱 충격을 주었던 것은 1995년 11월 20일에 있은 댄스그룹 듀스의‘김성재 약물 중독사망’사건이다. 당시 가요계의 정상에 있던 그의 미스터리한 죽음은‘11월 괴담’을 연예계가 짊어져야 할 멍에로 만들었다.
2000년대, 점점 불어나는 연예계 11월 악재
▲ 2000년 11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가수 강원래.
1999년에는 중견 배우 김성찬이 KBS 2TV<도전지구탐험대>촬영차 라오스를 방문했다가 말라리아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해당 프로그램은 큰 비난을 받았다. 1년 뒤인 2000년 11월에는 인기그룹‘클론’의 멤버 강원래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됐고, 같은 달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끈 여가수 백지영이 이른바‘비디오 사건’에 휘말려 가요계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탤런트 송영창은 원조교제 혐의로 구속되었고, 지금은 무죄가 밝혀진 개그맨 주병진 또한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라 불리던 탤런트 김승우, 이미연 부부가 이혼하였고 가수 강타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 불구속 입건되었기도 했다. 또한 단아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끈 배우 황수정은 2001년 11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가수 싸이도 같은 달 대마초 흡입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같은 해 11월 개그맨 양종철이 사망하였다. 2002년 11월에는 가수 변진섭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되었다. 2003년 11월에는 탤런트 박
▲ 2007년 11월, 전 남자친구로부터 비디오사건으로 협박받르며 연예계를 잠정은퇴했던 가수 아이비.
원숙의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탤런트 고현정이 이혼하였다. 2004년 11월에는 개그맨 김진수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되었고 다음해인 2005년 11월에는 배우 송강호와 가수 전진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되었다. 또한‘은방울 자매’의 가수 박애경이 위암으로 사망하였고 가수 신정환이 불법 도박으로 연행되기도 하였다. 같은 달 가수 송백경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었고 영화배우 김부선이 대마초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2006년 11월에는 前 폭력조직 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배우 권상우 협박설이 공개돼 세간을 시끄럽게 했고, 2007년 11월에는 연예계 잉꼬 부부인 박철ㆍ옥소리의 간통 및 이혼 공방이 공개돼 팬들을 놀라게 했다. 가수 아이비도 같은 달 전 남자친구로부터 비디오 협박 사건에 시달렸다.
2009년, 신종플루와 함께 불어닥친‘11월 괴담’의 정점
2008년 11월에는 탤런트 김정은이 동료배우 이서진과 결별, 가수 박지윤도 영화 및 CF 연출자 용이감독과 결별했다. 또한 MC이자 방송인 강병규가 도박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당시 치사율이 높은 신종 질병인‘신종플루’의 확산으로 가수 샤이니의 종현, 온유, 태민, 가비앤제이의 노시현, 2AM의 조권, 정진운, 이승기, f(x)의 엠버, 크리스탈, 설리, 휘성, 엠블랙의 이준, 천둥, 티맥스의 김준, 코요태의 신지, 개그맨 정종철, 곽현화, 이지수, 김근현, 아나운서 조우종, 배우 김남길, 이승효가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배우 이광기의 아들 석규 군이 신종플루로 사망해 충격을 주었다. 오랜 기간을‘기러기 아빠’로 지내다가 최근 들어 가족과 함께 살게 된 이광기 씨는 화목한 가족을 방송을 통해서도 공개하면서 행복을 찾으려 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광기는“얼굴도 귀엽고 끼도 많아 주위에서 배우시켜도 되겠다는 말을 많이 듣고 얼마 전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했는데 그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어버렸다”며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잇따른 사고, 부상, 수술 신종플루로 인한 연예계 공포가 극에 달한 2009년 11월에는 각종 사건ㆍ사고와 부상, 수술소식도 끊이지 않았다. 가수 신정환은 2009년 11월 6일,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신정환은 앞 차량이 급정거를 해 이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돌렸다가 옆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고 이로 인해 오른쪽 정강이뼈에 개방성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또한 가수 조성모는 2009년 10월 28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출발 드림팀 시즌2’ 촬영 도중 넘어져 왼쪽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사고 직후 서울 혜화동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고 부서진 뼈 조각을 맞추는 재수술을 받았다. 같은 달 MBC 새 수목드라마‘히어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던 배우 김민정은 어깨 부상을 호소하며 아쉽게 하차했다. 2009년 초 드라마‘2009 외인구단’을 촬영하면서 어깨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 부상이 드라마‘히어로’에서 액션연기가 많아 재발을 한 것이다.
법적분쟁, 탈퇴, 자살까지
▲ 2009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자살한 모델 김다울.
2009년에는 스타들의 잇따른 법정 분쟁도 발생했다. 신동엽은 2009년 11월 3일 형사 고소를 당해 곤란을 겪었다. 신동엽이 10억의 계약금을 차후에 20억원으로 조작, 변경했다는 이유로 소속사에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엽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계약서는 신동엽이 운영하던 소속사와 지금의 소속사가 합병하기 전에 정당한 방법으로 수정한 계약서임을 주장했다. 신동엽은 사건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횡령 혐의로 두 번째 고소를 당했다. 출연료를 신동엽이 소속사를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수령한 후 자신의 활동비로 사용해 왔다는 것을 주장하며 추가 고소를 신청한 것이다. 같은 달 가수 2PM의 박재범의 한국비하발언으로 인해 그룹에서 영구탈퇴 당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또 프랑스 파리에서는 모델 김다울이 스무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자살을 선택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11월도 끊이지 않은‘11월 괴담’
▲ 2000년대 이후 11월 연예계 사건 빈도 수. ▲출처: 위키백과
지난해에는 신인 탤런트 강대성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였고 MC이자 방송인인 강병규가 횡령혐의로 검찰에 피소되었다. 가수 박남정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되는가 하면 가수 이진원이 사망한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탤런트 박혜상이 자살을 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한 가수 이승철이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불구속입건 되었고 영화배우 유동숙이 신종플루로 사망하였다. 영화배우 김한섭 또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매년 11월만 되면 발생하는 연예계의 악재들. 사고, 사망, 애정 문제에 더불어 신종플루까지 더해 안타까운 소식을 더하고 있다. 연예계의 신종플루와 함께 이슈로 떠오른 11월 괴담. 수많은 연예인들이 이 괴담의 주인공이 되거나 악재에 처한 당사자의 측근 혹은 지인이 되어 가슴앓이를 한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이 같은 괴담이 사라지도록 연예인 모두가 언행을 조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