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아동 10명 중 4명은 매일 학대받아…부모로 인한 학대 가장 높고 기관에서의 학대도 늘어나는 추세”

어릴 때 당한 학대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부정적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아동학대 상담 보호사례는 2001년 4천 133건에서 작년 9천 309건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학대 유형별로는 아이에게 식사 등을 제공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방임이 35.6%로 가장 많았고 정서학대와 신체학대, 성학대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로 인해 아동을 방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아동학대(child abuse)란?
신체적, 정신적, 성적인 측면에서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인(보호자 포함)의 폭력이나 가혹행위 및 유기와 방임(아동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않는 행위)을 총칭한다. 이 경우 아동의 연령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1975년에 미국 교육복지부에서 출간된 자료를 보면 미국 의회에서는 아동학대를“18세 이하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가 해를 당하거나 위협받는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아동복지의 책임이 있는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신체 또는 정신적 손상, 성적(性的) 학대, 무관심한 대우”라고 규정한 바 있다.

아동학대의 유형

1. 신체학대(Physical Abuse)-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아동복지법 제 29조 제 1호)를 말한다.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상황에서 신체적 손상을 입히거나 또는 신체손상을 입도록 허용한 모든 행위를 말하며 생후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체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심각한 신체학대이다. 멍, 화상, 찢김, 골절, 장기파열, 기능 손상의 원인이 되는 행위(물건을 던지는 행위, 떠밀고 움켜잡는 행위, 뺨을 때리는 행위, 물건을 사용하여 때리는 행위, 발로 차거나 물어뜯고 주먹으로 치는 행위, 두들겨 패는 행위, 총ㆍ칼 등의 흉기, 화학물질 혹은 약물 등을 사용하여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 반복적으로 꼬집는 행위, 전기충격, 물에 빠뜨리는 행위, 뾰족한 도구(바늘, 포크, 이쑤시개 등)를 이용하여 찌르는 행위, 할퀴는 행위, 몸을 거꾸로 매다는 행위,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체벌 등)모두가 신체학대에 해당한다.
2. 정서학대(Emotional Abuse)-아동의 정서에 손상을 주는 학대행위(아동복지법 제 29조 제 1호)를 말한다. 정서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말하며 언어적, 정신적, 심리적 학대라고도 한다. 정서학대는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당장 그 결과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의하여야 한다. 원망적ㆍ거부적ㆍ적대적 또는 경멸적인 언어폭력, 잠을 재우지 않는 것, 벌거벗겨 내쫒는 행위, 삭발을 시키거나 강제적으로 머리를 자르는 행위,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하는 행위, 차별, 편애, 가족 내에서 왕따 시키는 행위,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아동이 보는 앞에서 자주 부부싸움을 하거나 배우자를 폭행하는 행위 등), 아동을 시설 등에 버리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하거나, 짐을 싸서 내보내는 행위,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지속적으로 아동을 데리고 다니는 행위, 돈을 벌어 오라고 위협하거나, 아동의 나이에 적절하지 않은 과도한 일을 시키는 행위, 보호자의 종교행위 강요,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이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3. 성학대(Sexual Abuse)-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성폭행 등의 학대행위(아동복지법 제2호)와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거나 음행을 매개하는 행위(아동복지법 제 29조 제6호)를 말한다. 성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자신의 성적 충족을 목적으로 18세 미만의 아동과 함께 하는 모든 성적 행위를 말한다. 가족 내 성학대는 가족 및 친인척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태를 말하며, 가족외부의 성학대는 아동과 안면이 있는 사람 혹은 낯선 사람에게서 발생되는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강간은 두려움이나 강압적인 힘으로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 성학대 역시 두려움이나 힘을 이용하지만 다른 방법도 사용한다. 놀이를 통해 착각하게 하거나 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심리적으로 고립되도록 조정하고, 성인의 권위로 강요하며, 움직일 수 없도록 물리적인 억압을 하며, 위협이나 공포를 조성한다. 성적 유희, 성기 및 자위행위 장면의 노출, 포르노비디오를 아동에게 보여주거나 포르노물을 판매하는 행위, 관음증 등의 행위, 성기삽입, 성적 접촉(성인이 아동에게 자신의 성기나 신체를 만지도록 하거나 아동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 아동의 옷을 강제로 벗기거나 키스를 하는 행위, 드라이 성교, 디지털섹스, 구강성교, 항문성교, 애무 등), 강간 등과 같은 접촉 행위, 아동매춘이나 매매 등의 행위, 보호자의 부부관계 및 자위행위 목격 등으로 아동이 부적절하게 성에 노출되는 것, 성매매 업소에 아동을 데리고 가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4. 방임(Non-Intervention)-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아동복지법 제 29조 제4호)를 말한다. 방임은 아동이 위험한 환경에 처하거나 충분한 영양을 공급 받지 못해 발육부진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나이 어린 아동에게는 치명적인 결과(장애)를 가져오거나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또한 발달상황에 놓여있는 아동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잠재되어 있는 파생적인 문제들이 발견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청결하지 않은 외모에서 오는 집단 따돌림, 사회문제행동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물리적 방임에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 상해와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는 행위, 불결한 환경이나 위험한 상태에 아동을 방치하는 행위,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행위, 보호자가 아동들을 가정 내 두고 가출한 경우, 보호자가 아동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사라진 경우, 보호자가 아동을 시설 근처에 두고 사라진 경우, 보호자가 친족에게 연락하지 않고 무작정 아동을 친족 집 근처에 두고 사라진 경우 등이 해당된다. 교육적 방임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교(의무교육)에 보내지 않거나 아동의 무단결석을 허용하는 행위, 학교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는 행위, 특별한 교육적 욕구를 소홀히 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또한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하지 않는 행위, 예방 접종이 필요한 아동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하지 않는 행위, 장애 아동에 대한 치료적 개입을 거부하는 경우 등의 행위도 방임에 해당한다.

아동학대 징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체적인 학대를 받았을 경우 아동의 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들이 생긴다. 발생 및 회복에 시간차가 있는 상처, 사용된 도구의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는 상처, 설명하기 어려운 화상, 담배불자국, 뜨거운 물에 잠겨 생긴 화상자국, 설명하기 어려운 골절, 시간차가 있는 골절, 복합 및 나선형 골절, 설명하기 어려운 절상, 입, 입술, 치은, 눈, 외음부 상처, 머리카락이 없어진 부분,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 탈모, 두뇌손상, 사망 등이 신체적 학대에 해당된다. 정서학대를 받은 아동은 성장장애와 신체발달저하를 겪게 되며 동시에 언어장애가 오는 경우가 많다. 방임의 상태에 놓인 아동들은 지속적인 배고픔, 열악한 위생상태, 계절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옷차림, 의학적 치료와 치과 치료의 불이행, 지속적인 피로, 불안정감 등의 징후를 보인다. 성학대는 뚜렷한 신체적 징후를 보이는데 학령 전 아동의 성병감염이나 임신, 걷거나 앉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생식기의 증거(아동의 질에 있는 정액, 찢기거나 손실된 처녀막, 질에 생긴 상처나 긁힌 자국, 질의 홍진(紅疹)등을 볼 수 있다. 항문에도 항문 괄약근의 손상, 항문주변의 멍이나 찰과상, 항문 내장이 짧아지거나 뒤집힘, 항문 입구에 생긴 열창, 항문이 좁아짐, 회음부의 동통과 가려움 등의 징후를 보인다. 외에 입천장의 손상이나 인두(咽頭)임질(pharyngeal gonorrhea)등의 징후를 보이기도 한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행동징후도 뚜렷이 나타난다. 어른과의 접촉을 회피하고 다른 아동이 올 때 공포를 나타내거나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극단적 행동을 하며 부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거나 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위험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를 풀지 않는다. 정서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특정물건을 계속 빨고 있거나 물어뜯는 징후를 보이며 행동장애(반사회적, 파괴적 행동장애), 신경성 기질 장애(수면장애, 놀이장애), 정신신경성 반응(히스테리, 강박, 공포), 극단행동, 과잉행동, 발달지연, 자살시도 등을 보인다. 방임의 상태에 놓인 아이들은 수업 중 조는 태도, 음식을 구걸하거나 훔침, 비행 또는 도둑질, 학교에 일찍 등교하고 집에 늦게 귀가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성적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행동을 하거나 해박하고 조숙한 성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명백하게 성적인 묘사를 한 그림들을 그리기도 한다. 타인 혹은 동물이나 장난감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인 상호관계를 이해하기도 한다. 또한 수면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유뇨증과 유분증을 보이며 위축되고 환상에 시달리며 유아적(퇴행행동)행동을 하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 또한 자기 파괴적 또는 위험을 무릅쓴 모험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며 충동성과 산만함 및 주의집중장애에 시달린다. 혼자 남아 있기를 거부하며 특정 유형의 사람들 또는 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방화나 동물에게 잔혹하며(주로 남아의 특징) 섭식장애(폭식증, 거식증)에 시달리고 비행과 가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사회관계에 단절되어 있으며 외톨이로 친한 친구가 없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

도대체 왜 아동학대를 하는 것일까?

아동학대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부모의 미성숙이다. 나이가 어리고 안정되지 못한 부모들은 아동의 행동이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여 아동학대를 쉽게 행하고 건전한 가족관계의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아동양육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아동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잘 모르거나 건전한 가족 관계가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부모들은 종종 자신의 자녀가 가진 능력이상으로 부모의 기대수준에 맞게 행동해 주기를 원하는데 이처럼 높은 기대는 아동학대의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잦은 경제적 어려움, 실직, 잦은 병치레, 가정불화 등 가정 내 위기요인으로 인해 부모들이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성숙한 부모들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동에게 그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동양육의 부담을 도와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 이웃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경우에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 중 30~60%정도는 자신들이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편 알코올중독ㆍ약물중독에 빠진 부모들 또한 자신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아동을 학대하기도 한다. 부모의 그릇된 아동관 및 양육관으로 아동을 소유물로 생각하며, 아동에 대한 권리의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들이 아동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체벌과 훈육을 혼동한다. 아울러 부모의 낮은 자아존중감과 낮은 감성, 의기소침함이나 부모의 분노, 좌절 혹은 성적욕구와 같은 충동과 감정조절의 무능력, 원치 않는 아동, 부모의 불안, 우울증, 기타 정신질환도 아동학대로 이어진다. 가정적ㆍ사회적 요인도 빼 놓을 수 없다. 가정적ㆍ사회적 요인은 가족관계 및 구조의 문제, 사회전반의 분위기 등이 포함되며, 이 요인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게 된다. 가족 구성원간에 갈등이 존재하거나 가족상호작용이 약하여 아동학대가 발생하기도 하며 미성년가족, 한부모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등 가족구조의 특성이 아동학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양육에 대한 지식의 부족, 높은 스트레스, 가족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의 결여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대아동 10명중 4명 매일 학대받아…학대가해자 83.2%가 부모”

지난해 학대를 겪은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4명이 거의 매일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학대를 받은 전체 아동 5천657명 중 2천320명(41.0%)이 거의 매일 학대를 경험했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다음으로 2∼3일에 한 번 학대를 받은 아동은 1천81명(19.1%), 일주일에 한 번은 689명(12.2%)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학대를 경험한 3세 미만 영아가 2009년 455명보다 16% 증가한 530명으로 집계됐다. 아동을 학대한 가해자의 직업과 소득을 살펴보면 무직ㆍ전업주부ㆍ단순 노무직이 65%였으며 소득수준은 100만원 이하가 53%에 달했다. 영아 학대자들은 특히 양육 태도와 방법이 잘못됐거나 사회ㆍ경제적 스트레스와 고립을 겪는 사례가 5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아동 양육에 대한 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학대 유형은 여러가지 유형이 함께 나타나는 중복학대가 42.3%, 방임 33.1%, 정서학대 13.7%, 신체학대 6.1% 순이었다. 학대행위 발생장소는 가정 내가 87.9%로 가장 많았고 집근처나 길가 2.8%, 복지시설 2.2%, 어린이집 1.8%, 친척집 0.9%, 학교 0.6%, 이웃집 0.6%로 각각 나타났다. 아동학대자는 부모가 83.2%로 가장 많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친부 49.4%, 친모 30.2%, 계부 1.3%, 계모 1.9%, 양부ㆍ양모 0.4% 순이었다. 부모 외에는 타인 9.4%, 친인척이 6%로 조사됐다.

case 1. 구립어린이집, 욕하고, 때리고, 가두고…

▲ 지난해 10월, 논란이 되었던 서울 중랑구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영상 중 일부. 교사가 아이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음식을 먹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특별시 중랑구의 구립 어린이집의 적나라한 아동학대 영상이 공개돼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2011년 10월 18일 MBC‘뉴스데스크’에서는 서울 중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동을 학대하는 충격적인 영상과 함께 그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교사는 다짜고짜 아이를 때리더니 우는 아이 입에 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가 하면 옆에서 한 눈을 파는 아이를 손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그렇게 날마다 잠든 걸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라고 말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같은 달 서울특별시 금천구에 소재한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좁고 컴컴한 화장실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벌을 세웠다. 이 두 어린이집은 모두 구청이 직접 관리하는 구립 어린이집으로 더 큰 논란이 일었다.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대부분 사립보다 원비가 저렴하고 구청이 직접 관리를 해준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구립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 한다. 일례로 140명이 정원인 서울 강남의 한 구립 어린이집은 대기자만 2천 900명이 넘는 등 구립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동학대 영상이 공개되자 구립어린이집에 관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어린이집 학대아동, 폭력성ㆍ불안 증세 등 학대 후유증 보여

지난해 11월, 아동 학대 신고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수원 A어린이집에 다녔던 일부 아동들에게서 정신적 이상증상이 나타나 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부모들은 이같은 증상이 학대 피해의 후유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최근 A어린이집 아동 중 5명이 수원시 장안구의 소아정신과에서 심리검사를 받은 결과, 대부분‘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약물치료와 놀이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부 아이들은 폭력성과 불안지수 등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최근 심한 불안감과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에 다닌 영진(4ㆍ가명)이와 현민(3ㆍ가명)이의 부모들은“얼마 전부터 아이가 화장실 가기를 극도로 꺼리는가 하면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자주 깨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며“심지어 부모가 다가가면‘오지말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민이의 아버지 B씨는“세살배기 현민이가 지금 신경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데, 아버지 마음이 어떻겠느냐”며 분개했다. 네살배기 쌍둥이 승준(가명)이와 승연(여ㆍ가명)이의 어머니 C씨도“승준이는 집에 있으면 한없이 밝고 쾌활했었는데, 어린이집을 다니고부터 말수를 잃고 또래 아이들과 싸움도 자주 한다”며“승연이도 밤중에 자다깨 울거나 부모에게 오지 않고 컴컴한 방 안에서 어두커니 홀로 서 있거나 쭈그린채 앉아있는 행동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어린이집 원장은“아이들의 이상증상이 어린이집에서 빚어졌다면 보상을 하겠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도 않고 섣불리 잘못을 단정지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서부경찰서는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A어린이집 원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case 2. ‘보이지 않는 폭력’ 방임ㆍ정서학대가 70%, 아동학대 중 87.9% 가정에서 발생

지난 1998년 4월 세상에 알려진‘영훈이 남매 사건’은 전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당시 아동학대 제보를 받은 한 언론사 취재진과 아동보호단체 활동가들이 경기도 의왕시의 한 집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발견된 6살 사내아이 영훈이는 2주일 동안 밥을 굶은데다 발은 젓가락에 찔린 상처로 부어있었고, 등에는 다리미로 지진 자국이 있었다. 학대를 당한 건 영훈이만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영훈이 부모가 영훈이 누나를 굶겨 죽인 뒤 집 앞마당에 묻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엽기적인 이 사건은 아동학대를 가정 내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 이를 계기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면 개정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생기는 등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정비됐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아동학대는 줄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0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아동학대 건수는 7000~8000건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방임이나 정서학대 같은 소극적인 학대는 아동학대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통계 수치로 나타나는 아동학대보다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1년 3분기 아동학대현황>을 보면, 전체 아동학대 건수 가운데 신체 학대와 성적 학대 등 적극적 학대는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방임과 정서학대 같은 소극적 학대였다. 소극적 학대는 대부분 부모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0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학대 행위자 가운데 무직(26.0%)ㆍ단순노무직(15.1%)ㆍ비정규직(6.9%) 등 소득수준과 고용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소득이 낮으니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하고,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보낼 돈이 없어 아이들을‘방임’하게 되는 것이다. 직업이 없거나 병이 있으면 가족 내 갈등이 증폭되는데, 이런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정서 학대라는 형태로 표출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극적 학대가 적극적 학대보다 재학대율(학대로 치료를 받은 뒤 또다시 학대를 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도 경제적 형편이 쉽게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고소 5.1%에 그쳐…‘솜방망이’ 처벌

우리사회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솜방망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2010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5657건의 아동학대 가운데 고소ㆍ고발된 경우는 290건으로 5.1%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의 판결까지 받은 사례는 160건에 불과했으며 아동학대 가해자는 아동복지법의 학대ㆍ방임 금지 조항으로 처벌을 받는데 이 조항은 형법보다 형량이 낮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교사나 경찰을 포함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두고 있으나 이들이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 실적도 저조한 것.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된 내용 중 아동학대사례는 지난 2009년도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고 잠재위험사례는 14% 증가해 아동학대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임이나 정서 학대 등 소극적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면서도 아동보호서비스를 예방 중심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다른 사람의 아이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면 처벌 수위가 높은데, 자기 아이를 학대할 땐 형량이 낮거나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 적용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아동학대상담원들이 강제권 없는 민간인 신분이라 부모의 반발을 억누르고 아동학대 문제에 개입하는 게 쉽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상담원에게 강제 개입ㆍ분리 권한을 부여하거나, 상담원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Child Protective Services)의 상담원이 아동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이고 인간적인 예방제도 도입이 시급
아동학대로 판정을 받아야만 아동보호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재 구조가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취약하다는 비판도 있다. 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신고는 됐지만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아동학대 판정을 받지 못한 사례부터 낮은 단계의 아동보호서비스를 받게 하자”고 제안했다. 2010년에 신고접수된 건 가운데 아동학대로 판정이 나지 않아 보호 조처를 못 받은 경우가 40%에 이르렀는데, 이런 사례들도 아동보호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안동현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부부가 자녀를 출산하거나 돌잔치 때 지자체에서 유아용품 등을 사들고 찾아가 축하해주면서 복지 서비스와 연결해주고 동시에 학대 가능성이 있는 환경인지 살피는 인간적인 예방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학대피해 아동 보호와 학대자 관리를 위해 아동학대 신고의무 불이행시 과태료 부과, 학대자 피해아동 접근제한ㆍ치료위탁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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