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옆을 지나가다 공자는 무덤가에서 슬피 흐느껴 우는 여자를 보았다. 공자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의 통곡은 슬픔에 또 슬픔을 겪는 사람의 울음이로군요.” “그 말씀이 옳습니다. 전에 우리 시아버님이 이곳에서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어요. 남편도 역시 목숨을 잃었고, 이제는 제 아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잃었답니다. “ “왜 당신은 이곳을 떠나지 않습니까?” 그녀가 말했다. “이곳에는 압정을 행하는 나라님이 없으니까요.” 그러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말을 기억하여라. 얘들아, 압정을 행하는 나라는 호랑이보다도 무섭단다.”
정치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부정부패, 비리’등 이라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를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권력남용은 정치판뿐만 아니라 사회의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존재한다. 권력을 좆는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후진국부터 선진국까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부정 선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와 유신헌법의 제정,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삼청교육대, 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에 야당의원들이 강행했던 대통령 탄핵, 현 정권의 수많은 비리사건 등 권력 남용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권력은 때때로 사람을 눈멀게 한다. 그리고 권력에 눈먼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끼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어진 권력을 멋대로 휘두를 수 없도록 적절하게 제어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바라야 하는 선진사회일 것이다. 물론 강제로 제어하기 전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자 인격의 문제다.
나는 경기도지사다
▲ 누리꾼들이 김문수 도지사 사건을 패러디해 만든 자료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 남양주 소방서 119상황실 소방관과 통화한 녹취 파일이 작년 12월 28일 인터넷에 공개된 후, 김 도지사는 시민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 시작했다. 온라인에는 당시의 상황을 주제로 각종 패러디가 제작ㆍ유포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김 도지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암에 걸려 요양 중인 지인의 병문안을 위해 경기도 남양주를 찾았다. 김 도지사는 지인의 아내가 남편이 위독할 때마다 직접 운전해 서울 병원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암환자 후송에 관해 문의하기 위해 긴급전화인 119에 전화를 걸었다. 소방관이“119입니다”라고 전화를 받자 김 도지사는“나는 도지사 김문수”라고 답변하며, 전화 받은 소방관의 관등성명을 요구했다. 119는 긴급 전화이므로 전화 받은 소방관은 장난전화라 판단, 일반전화에 문의하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문수 도지사는 다시 같은 번호
▲ 누리꾼들이 김문수 도지사 사건을 패러디해 만든 자료
로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은 다른 소방관에게도 똑같이“나는 도지사 김문수”라고 밝히며, 방금 전화를 끊었던 소방관의 이름과 지금 전화 받은 소방관의 관등성명을 재차 요구한다. 두 번째로 전화 받은 소방관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전화 건 용건을 물었으나, 김 도지사는 용건은 말하지 않고 자신이 도지사라는 것만 총 9번 밝힌 후 전화를 끊었다. 문제가 커진 것은 이후였다. 나흘 뒤인 23일 전화를 받았던 두 소방관이 가평과 포천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그리고 28일 통화녹취 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누리꾼들은 김 도지사의 고압적인 녹취 파일을 패러디한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퍼뜨리며 이 사건을‘나는 도지사다’로 명명했다. 인터넷에 녹취 파일이 유포된 지 하루 만에 김 도지사는 소방재난본부를 방문, 두 명의 소방관을 원직 복귀토록 지시했으며, 다음 날에는 남양주소방서를 찾아가 해당 소방관들을 직접 만나는 등 일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지난 1월 12일 손바닥tv‘이상호 기자의 손바닥뉴스’에 출연한 김 도지사는“(다시 전화하게 될 경우) 서로 오해 없도록 용건을 빨리 말하는 게 좋겠다”며,“국민과 소방관 분들에게 큰 부담과 상처를 드려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119 전화 논란은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인터넷의 위력 또한 실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김 도지사는 김정일 사망을 누르고, 이틀 연속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시의원이다
▲ 전 성남시의원 이숙정
민노당의 이숙정 전 시의원은 시의원이던 지난해 1월 27일 판교주민센터에 찾아가 취업창구보조를 담당하는 공공근로자 이모씨(23세, 여)에게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행패를 부려 물의를 일으켰다. 이숙정 전 시의원은 주민센터에 들어오자마자 구두를 벗어던진 뒤 서류뭉치와 가방을 이 씨에게 던지고 이 씨의 머리채를 잡는 등 소란을 피웠고 이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녹화됐다. 자세한 정황은 이러하다. 2011년 1월 27일 목요일 오후 세 시 사십분 경 이 씨가 전화를 받았다. 이 씨가“누구세요?”라고 묻자, 이숙정 전 시의원은“나 이숙정인데”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세 번을 더 이 씨가 누구냐고 묻고 전화는 끊겼다. 약 십분 쯤 후에 이숙정 전 시의원이 나타나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군지 찾고, 이 씨는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숙정 전 시의원은 욕설과 함께 달려와 핸드백으로 이 씨의 얼굴을 가격하고, 머리채를 잡아 무릎을 꿇리려 하였다. CCTV에 녹화된 이 장면으로 이숙정 전 시의원은 성남 분당 경찰서에 고소를 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사죄드린다. 치밀하게 조사하고 엄격하게 책임지겠다”며 트위터를 통해 먼저 사과한 후, 다음 달인 2월 2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같은 달 7일 이숙정 전 시의원은 탈당했다. 한 달 뒤 보도 자료에 따르자면 이숙정 전 의원이 2010년 한 미용실에서도 지갑을 도난당했다며 소란을 피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2010년 9월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미용실에서 300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경찰과 함께 미용실의 CCTV와 직원들의 소지품, 분리수거함 등을 확인했으며, 미용실 직원 2명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피의자 신문조서까지 작성했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후 이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갑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숙정 전 시의원은 판교동 주민센터 난동 이후 성남시의 임시회에 3개월간 출석하지 않았으나 의정활동비와 수당(1194만원) 꼬박꼬박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의원직을 유지하면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당시 성남시의회 관계자는“규정상 이유도 있지만 이 의원이 개인사정으로 의정 활동을 당분간 못한다는 사유서까지 제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의정활동비와 수당은 매달 정해진 날짜에 이 의원 계좌로 입금됐다”고 말했다.
나는 대통령이다 2011년 12월 16일 쟈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권력 남용 했다고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언론의 발표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전직 국가원수가 유죄 판결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 형사법원이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파리 시장 재직 시 권력을 남용하고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이 1995년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파리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측근 21명을 파리 시청에 위장 취업시켜 140만 유로의 공금을 유용했다는 것. 이들은 파리 시청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시라크 전 대통령 캠프에서 일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유죄가 인정되지만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로 인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없었고, 79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시라크 전 대통령은 2차 대전 이후 프랑스 국가 원수로는 처음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나는 남대문시장의 관리자다
서울‘남대문시장’은 무법지대였다. 시장의‘관리자’들은 힘없는 상인과 노점상들 위에 군림하며 돈을 갈취했다. 관리자들은 공유지를 상인에게‘임대’해주며 돈을 챙겼고, 노점상들에게 강제로 신형 손수레를 팔았다. 지난 1월 11일, 남대문시장의 상인 및 노점상들을 상대로 수년간 금품갈취와 폭행 등을 일삼은 시장 경비원 및 관리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시장 관리자인 (주)남대문시장은 1954년 청소ㆍ화재ㆍ소비자 보호ㆍ노점 억제ㆍ시장질서 유지 등 시장관리업무를 하는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체다. 단순한 시장관리회사로 남대문시장 내 본동 상가 등 17개 상가와 38개 상인회가 입점한 1만여 개 점포 상인들이 부담하는 순수 청소 관리비(연간 22억 원 상당)가 이 회사의 공식 수입원이다. 그러나 이 회사 관리자들은 시장 전체를 자신들의 사적 소유물인 것처럼 통치하기 시작했다. 남대문시장의 땅을 가진 지주들이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에 일반 상인들에겐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경찰은“시장회사의 간부와 직원들이 시장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상인들 위에 군림하면서 툭하면‘장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둥 영업권과 생존권을 담보로 온갖 협박을 자행, 상인들을 괴롭혀 왔으며 마치 남대문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봉건제국의 제왕처럼 굴었고 법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처럼 횡포를 휘둘러 왔다”고 밝혔다. 47년간 상인들이 수차례 회사 관리 내역을 요구했으나 이를 묵살해 온 것이다. 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 직원들은 상인을 갈취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는 악순환은 계속 되었다. 심지어 이들은 상가 예산 집행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상인들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노점상인과 점포상인들을 상대로 피해사실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수십 년간 제왕적 권한을 행사해 온 피의자들이 형사 처벌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며 피해 진술 사실이 알려지면 보복이나 생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진술 거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회사는 각종 이권에도 손을 뻗쳤다. 대표 김 씨는 2008년 중구청으로부터 29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남대문시장 한가위대축제 행사를 실시하고 행사대금을 부풀려 1000여만 원을 빼돌렸다. 2010년에는 공중전화 박스를 철거한 자리(6.6㎡)에 아동복 노점을 불법으로 내주고 매달 30만원씩을 챙겼다. 한때 불야성을 이루던 남대문시장은 그 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남대문의 상인들은 최근 남대문시장은 오후 10시만 넘으면 대부분 상가 불이 꺼지고 암흑으로 변해 버리는 등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고 걱정한다. 상인들은 그 이유를 바로“(주)남대문시장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대답한다. 또한“수십 년 동안 공무원들이 불법을 방조한 것도 착취를 가능하게 했던 이유”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2월 첩보를 입수한 뒤 상인 166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주)남대문시장 사무실 압수수색, 관계자 계좌추적 등을 통해 수십 년째 이어져온 갈취 관행을 밝혔다. 경찰은 수년간 자릿세 등 영업 보호비 명목으로 16억8000만원을 갈취한 경비원 김 씨 등 4명을 공갈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자릿세를 받아 챙긴 (주)남대문시장 김 대표 등과 회사 직원과 영세 노점상에게 신형 손수레를 강매한 노점상연합회 다우리의 회장 김 씨 등 8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유형의 서민 상행위 침해행위가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는 지도교수다 지난해 모 일간지의 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의 권력에 굴복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들은“우리는 지도교수의 노비”라고 자조하며 지도교수의 온갖 잔심부름을 처리하기 일쑤였다. 교수 대신 우체국이나 은행 등을 돌며 심부름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교수의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지거나, 세탁소 업무 등을 도맡아 처리한다. 교수의 개인 여행 일정을 짜고 숙소를 잡는 일도 대학원생들의 몫. 이러한 개인 심부름뿐이 아니라 대학원생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는 교수들도 많다. 그러나 교수의 막강한 권력 밑에서 대학원생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싶다면 해외로 나가야한다는 농담도 오간다. 하루 15시간씩 일하면서도 교수가 시키는 일은 개인비서처럼 다 해야 한다. 눈 밖에 났다가 학위를 받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교수의 절대권력 앞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의 한 관계자는“다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공적으로 언급하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공식적으로 학생회에서 문제제기 된 적은 없다”고 밝힌다. 조교의 업무시간 역시 정해져있으나 지켜지지 않기 일쑤다. 사실 사적으로 심부름을 시키는 문제는 교수의 자발적 개선 말고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학원생들이 들고 일어날 리도 없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는“교수들도 문제의식은 있지만 대안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양육강식의 세계
지난 2011년이 끝나가는 무렵, 아이들의 자살소식이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었다. 학교 내 왕따나 성폭행 등의 문제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몬 원인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세대 왕따와 요즘의 왕따는 확실히 그 급이 다르다. 십여 년 전만해도 학교의 왕따는 해당 아이와 놀아주지 않거나, 물건을 빼앗거나, 시비를 걸거나 하는 방식으로 드러났다. 물론 그러한 왕따 역시 아이들을 자살로 몰고 갈 만큼 잔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세대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또래 친구를 괴롭힌다. 구타와 욕설은 기본이고 담뱃불로 지지고, 가족을 조롱하고, 금품을 빼앗고, 각종 도구를 사용해 고문을 하고, 성추행이나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다. 그러한 일을 저지른 가해자도 문제지만 직접적으로 그러한 폭력과는 관련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 아이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을까? 문제는 아이들은 언제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힘을 포함하여, 부모의 재력일 수도 공부일 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가 서열화 되어 밟고 밟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회에서 살아왔다. 십여 년 전의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을 때는 간호사, 선생님, 의사, 과학자, 슈퍼마켓 주인 등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TV에 출연한 한 똘똘해 보이는 여자아이는 꿈을 묻는 질문에 당당히“재태크”라고 대답했다. 놀라운 것은 그 아이가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자가 되거나 부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면 연예인이 되어 화려한 삶을 누리는 것이 장래희망인 아이들은 이제 주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꿈을 빼앗아 규격화시켜 돌려준 주범은 누구일까. 바로 현실이다. 친일파가 떵떵거리며 살고, 국가유공자의 자녀들은 생존하기 위해 허덕이는, 정치인의 비리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은폐되고, 수천 명을 학살한 전직 대통령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살아가는, 사람이 죽어나간 용산과, 대기업이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거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들어가는, 친일 문인의 글이 버젓이 교과서에 실리고, 한국사는 선택해서 배울 수 있는, 인터넷 방송에서 타 연예인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지상파에 당당히 출연하는 현실이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다. 물론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에 별 관심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사건의 배후를 알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정확히 직시하고 있다. 심지어 뱃속에 들어있는 태아에게 태교가 끼치는 영향도 큰데, 지금 아이들에게 세상이 끼치는 영향력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이 클 것이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힘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자를 구타하는 세상을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다. 강한 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리아이들이 배우며 자라는 것을, 옳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미 시대착오적인 발상일까? 아니면 붙잡아 앉히고‘현실은 현실이고 폭력은 나쁜 것’이라고 설교하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를 이해해줄까?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