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ITEM) 구입위해 범죄 저지르고, 살인으로 번지기까지”

밤 12시가 넘으면 자동으로 청소년들의 게임 사이트 접속을 막는‘셧다운제’가 지난해 4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청소년들도‘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1인시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밤새 폭력게임을 하던 미국 명문대 중퇴생이“게임 속에서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에 부엌의 흉기를 들고 나와 길을 가던 시민을 찔러 살해한, 이른바‘묻지마 살인사건’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게임중독에 빠진 중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죄책감에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게임중독은 반인륜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 폐해를 줄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인터넷 게임중독의 정의

아직까지 명확한 진단 기준은 없으나 임상 현장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게임에 몰두하여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도하게 PC게임을 하면서 발생하는 게임중독도 통칭하여 인터넷 중독이라고 불린다. 유병률은 2~15% 정도로 파악되며, 남녀 성비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 사용을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발병위치와 원인
자극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특히 자극이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거나, 가변성이 있어서 어떻게 변화할지 잘 모르는 것일 경우에는 더욱 주목을 끌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자극에 더 집착하게 된다. 과거에는 이런 자극들이 우리의 생존과 관계있는 중요한 것인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낯선 사람은 우리의 적일 수도 있으므로 특히 주목하는 것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되면서 우리는 생존과 관계없는 다양한 자극의 홍수에 휩싸이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이 출몰한다. 이 대부분은 우리에게 필요 없는 자극들이지만, 항상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여기에 주목하게 되고 끝없이 이 속을 헤매고 다니게 된다. 항상 상황이 바뀌면서 끊임없는 주목을 요구하는 온라인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게임들은 새로운 아이템 획득, 등급 승진 등의 강력한 자극을 내세우면서 우리의 한정된 에너지를 거기에 투자하도록 만든다. 게임 개발자들은 사용자의 주목을 얻기 위해 항상 더 자극적인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바로 이것이 중독을 일으키는 덫이 되는 것이다. 한편, 우울감, 강박적 경향,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 충동성, 낮은 자존감, 사회적 불안감 등 다양한 종류의 정신과적 문제도 인터넷 중독과 관계된다. 특히 우울증은 인터넷 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울증 환자는 의욕과 흥미가 떨어져 평소에 하던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적은 노력으로도 집중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 일시적으로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활동은 접어둔 채 인터넷에 몰두하게 되며 겉보기로는 인터넷 중독으로 보일 수 있다.

인터넷(게임) 중독의 증상과 치료

인터넷 중독에 빠지면 먼저 시간감각이 없어진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그만 해야겠다는 시도는 매번 실패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된다. 지나치게 오래 사용하여 현실세계에서 해야 할 학업, 업무의 성과가 떨어지며, 대인관계가 줄어든다. 학생은 출석을 하지 못해 휴학을 하거나 제적을 당하기도 하며, 직장인은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켜 그만두게 된다. 심하면 컴퓨터가 있는 방이나 PC방에서 며칠간 꼼짝도 않고 식사까지도 그 안에서 해결하면서 지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소아와 청소년의 경우, 컴퓨터 사용시간을 놓고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고, 폭언과 공격적 행동을 하는 등 반항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갈등이나 우울함, 불안감이 강해질 때 인터넷에 접속하면 기분이 나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보상이나 자가 치료를 위해 인터넷에 빠지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또한 병적인 탐닉에 대한 죄의식, 자기조절 실패로 인한 좌절감 등이 우울함을 악화시키고 자존감을 낮춰 더욱 인터넷에 몰두하게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현재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치료에서는 그룹 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그룹 프로그램은 예방 프로그램과 치료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모두 인지행동적 모델을 주로 이용한다. 또한 개인치료로서도 인지치료가 많이 사용되며 인터넷 중독을 가진 환자들은 오랫동안 비적응적인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현실생활에 대한 두려움, 심리적 고통에 대한 정신치료도 시행될 수 있다. 인터넷 중독과 관계되거나 인터넷 중독으로 보일 수 있는 우울증, 강박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치료하면 인터넷 중독 증상도 호전될 수 있다.

게임중독이 약물 범죄로… 어른되면 더 위험해진다

최근 한 의사가 게임을 말리는 임신한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등 게임 중독은 이제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을 넘어 가족과 사회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8일 여성가족부ㆍ문화일보의 의뢰로 중앙대 IT와 가족생활연구팀이 전국 소년원 청소년들의 입원 전 인터넷 사용 실태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 청소년에 비해 중독 상태가 고위험군에 속한 이들은 약물 복용 등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범죄 유혹에 노출 정도가 극심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중독 정도가 심한 청소년의 환각제 섭취 경험도 눈에 띄게 많았다. 환각제등 약물 섭취는 흡연이나 음주에 비해 반사회적 위험도가 훨씬 높은 비행 행위라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소년원 청소년 중 정상군은 6.2%만 약물 섭취 경험이 있었지만, 주의사용군은 7.9%, 고위험군은 19.7%가 약물 섭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엿볼 수 있는 행동의 하나인‘왕따’ 경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터넷 게임 중독이 심각할수록 왕따 가해ㆍ피해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원 청소년 중 중독 수준이 정상인 청소년의 72.0%는 왕따 가해ㆍ피해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고위험군 청소년은 49.9%가 왕따 경험이 있었다. 주의사용군 청소년의 왕따 경험 비율도 38.6%에 달했다.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은“이번 조사로 최소한 인터넷 중독이 범죄 유혹의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2009년의 연구에서 대부분의 청소년(85.6%)들이 인터넷 이용 장소로 주로 자신의 집을 꼽은 반면, 이번 조사에 응답한 소년원 청소년의 PC방 이용률은 45.0%에 달했다. PC방 이용률은 중독이 심각해질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고위험군 소년원 청소년 63.5%가 PC방에서 인터넷을 주로 이용했고, 주의사용군의 47.5%, 정상군의 43.1%가 PC방을 이용했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고위험군 소년원 청소년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PC방에서의 인터넷 이용은 부모가 사용 시간과 폭력ㆍ선정적 프로그램 이용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 중독을 더 심하게 할 위험이 있다. 중앙대 연구팀은 또“PC방 이용은 청소년들이 유해한 환경에 노출될 위험성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만원 게임 아이템 탐나… 무슨 짓이든 하는 아이들

▲ 온라인게임‘리니지2’의 캐릭터가 각종 무기와 갑옷 등의 아이템으로 무장했다(위 사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고급 아이템일수록 게이머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된다. 아래는 아이템을 갖추지 못한 약한 캐릭터들이 모여 있는 모습. NC소프트 제공
김정민(가명ㆍ17)군은 지난해 불법으로 휴대폰을 사고파는‘휴대폰깡’업자에게 최신형 스마트폰을 두 번이나 팔았다. 판매대금 100여만원으로는 모두 게임 아이템을 샀다. 새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그게 없어 상대방에게 지거나 무시당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그는“휴대폰 잃어버렸다고 엄마에게 혼나는 것보다 전투에 지는 게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모르는 게임의 세계는 다양하다. 게임 이름이나 내용도 모르는데 게임 아이템을 사고파는 아이템 거래 시장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부모가 많다. 김군의 부모 역시 아들이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휴대폰깡’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뒤에도“대체 무슨 말이냐”며 의아해했다. 아이템은 게임에서 사용되는 장비와 소모품으로, 칼이나 활 같은 무기, 갑옷이나 방패 등 방어구를 비롯해 캐릭터의 체력이나 마력을 올려주는 소모품 등 다양하다. 게임 속에서 통용되는 화폐도 아이템에 속한다. 게임업체들이 이 아이템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기도 하지만 게임 사용자들이 게임을 해서 얻을 수 있거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은 게이머들끼리 직거래로 매매된다. 아이템 중개업체를 통해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인기 있는 아이템은 몇천만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MMORPG(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게임)인‘리니지’의‘집행검’은 25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아이템 거래 중개업체에서 한 달에 1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 정도를 결제해 아이템을 사는 안희준(가명ㆍ26ㆍ서울 응암동)씨는“레벨(게임 능력)을 다 올린 후에도 아이템의 급수에 따라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가 갈리기 때문에 좋은 아이템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결국 현금 결제로 게임머니를 사고 이를 통해 아이템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이 형성되면서 아이템이 아이들을 폭력과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임, 또 다른 마약에 쉽게 빠져드는 저소득층

▲ 인터넷 게임의 한 장면. 잔인한 장면을 여과없이 연출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달 3일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을 살해한 이모(37)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2012년 1월 24일 L(53)씨와 술자리에서 다툰 뒤 앙심을 품고 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11곳을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게임 중독자였다. 그의 친구는 게임밖에 없었다. 이혼하고 직장도 없이 2005년 무렵부터 고시원에서 혼자 살아온 그의 10㎡(약 3평)짜리 좁은 방에는 데스크톱 컴퓨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밤새 큰 효과음이 쿵쾅거리는 게임을 하는 이씨를 옆방 사람들은 나무랐지만 이씨는“왜 게임을 방해하느냐”며 신경질을 내고 욕을 했다. 이씨는 경찰에서“나는 할 게 게임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012년 1월 27일 새벽,‘빌려간 10만원을 갚으라’고 다그치던 친구를 살해한 고교생 김모(18)군 역시 게임중독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의 목을 조른 후, 친구의 주머니에서 10만원을 꺼내들고 처음 간 곳은 PC방이었다. 그는 구로역 인근의 PC방에서 아예 살았다. 범행 전에도 7시간 동안 게임을 했고, 범행 나흘 후 체포될 때까지도 밤이면 줄곧 이 PC방에서 온라인 축구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시원, PC방에 사는 빈곤층 게임중독자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소외 계층이 힘든 현실을 피해 게임 속으로 빠져들면서 현실과의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게임 중독은 더 심각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2010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정의 인터넷 중독률은 11.1%로, 500만원 이상인 가정(6.6%)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소득이 적을수록 중독률이 높아지는 것은‘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옆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같은 조사에서 한부모 가정의 인터넷 고위험사용자 비율은 6%로, 부모가 다 있는 가정(2.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소득층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고 인터넷에도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정부가 2000년부터 시작한 저소득층 자녀 교육정보화지원사업은 지난해까지 19만6000명에게 컴퓨터를 보급하고 통신비를 지원했다. 투입된 예산이 466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은 이 컴퓨터를 친구 삼아 집에서 혼자 게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1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게임·인터넷 중독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에 무료 보급한 컴퓨터가 빈곤 계층 어린이를 중독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보급뿐 아니라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게임중독에 빠지고 삶이 더 피폐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셧다운제, 게임중독 방지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신지호 한나라당 국회의원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셧다운제’가 실시된다. 2010년 행정안전부 조사를 보면, 9살부터 19살까지 청소년들의 인터넷중독률은 12.4%(87만명)로 성인의 약 두배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적용 연령이다. 위 조사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중독이 심한 고위험 사용자군의 비율은 중학생이 2.1%인 반면, 고등학생이 3.5%였다. 그런데 왜 고등학생이 셧다운제의 예외가 되어야 하나? 그래서 필자는 적용 연령을 16살 미만에서 19살 미만으로 상향조정해, 고등학생을 포함하는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 여러 반론이 제기됐다. 먼저,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묻고 싶다. 19살 미만 청소년들에게 술ㆍ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왜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다음으로 게임은 축구, 야구, 구슬치기, 제기차기와 같은 놀이의 일종인데 왜 지나친 규제를 하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축구나 제기차기에 중독돼 부모를 살해하고 묻지마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 최근 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의 사회적 손실 비용이 연간 5조50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16살 미만의 인터넷중독자에 의한 비용만 9039억원으로 추계된다고 한다. 자녀와 부모의 갈등 비용, 범죄 및 사건사고로 인한 사회통합 저해 비용 등을 포함하면 사회경제적 비용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한다. 게임중독자의 뇌가 마약중독자의 뇌와 매우 흡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육계 단체인 교총과 전교조 모두 19살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셧다운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이 법의 논의 과정에서 게임업계의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명분 아래 게임업계의 입장을 상당 부분 대변했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보호가 그보다 하위 가치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뇌신경 다 타들어 갈 때까지…”김현수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정신과 교수

▲ 분당서울대병원 김상은 교수팀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법을 이용해 촬영한 인터넷 게임중독자 (왼쪽)와 코카인 중독자의 뇌 사진 비교 모습. 김 교수는 “두 사진 모두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안와전두피질 활성화 정도가 높았다”며 “게임중독도 마약중독 같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김현수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정신과 교수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가 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간은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이르기도 한다. 대부분 6개월이 넘는다. 이 기간 게임에 완전히 사로잡혀 좀비처럼 지낸다. 그들의 공통적인 말은“그렇게 시간이 지난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술에 취해 시간 개념이 없어진 것과 같다. 현실에 대한 에너지는 스위치를 끄고, 가상 세계에서 전사(戰士)처럼 지낸다. 그들이 거짓말, 심지어 도둑질이나 해킹, 가출을 해서라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중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성(耐性)과 갈망(渴望)에 따른 현상이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고, 더 많이 해야만 새로운 만족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때 게임 욕구가 더 강렬해지는 족쇄에 채워져 있는 것이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알코올이 '양식'이 되는 것처럼, 게임에 빠지면 게임이 양식이 되는 셈이다. 의학적으로 중독된 사람들의 뇌 작용은 중심 통제 센터가 망가졌다고 보면 된다. 중독 이전에는 보통 사람들처럼 통합적인 뇌기능에 따라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 행동하지만, 중독에 빠지면 행동의 통제 센터 역할을 중독 중추가 대신 맡게 된다. 뇌의 관제탑이 게임이라는 테러범에게 접수된 격이다. 이 때문에 게임 갈망으로 자기도 모르게 범죄에 쉽게 빠지고 폭력적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게임 좀비는‘뇌신경이 다 타들어 갈 때까지 뇌가 보상과 쾌락을 추구하는 상태에 빠진 중독자’를 말한다. 게임을 하다 아이템을 잃어 다른 게이머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 게임을 하다 아기 돌보기를 잊어 아이가 사망한 사건, 게임에 빠져 있다가 동생을 망치로 살해한 사건 등 그간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게임 관련 사건은 정상적 뇌활동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뇌의 관제 기능을 잃은 상태에서 벌어진 것이다. 게임 좀비에서 벗어나려면 게임을 끊어야 하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게임과 단절하고, 금단 증상에 대한 약물과 행동 치료를 받아야 뇌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뇌종양이나 뇌질환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모든 온라인게임은 중독성이 있다.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빠져보기 전에는 스스로 알 수 없고, 이미 빠진 뒤에는 헤어나오기 힘들다. 따라서 무심코 게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미리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신의 원래 성격이 충동적이거나, 지나친 집착을 하거나, 다른 건전한 취미생활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하며, 다른 건전한 취미생활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도 게임이나 무한정 인터넷 서핑 같은 문제행동을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고 현실세계에서 대인관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취미생활이 많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