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고향 빈에서 찾아온 사극 뮤지컬

Review-뮤지컬 엘리자벳

1992년 초연 이후,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 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만으로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뮤지컬 <엘리자벳>은 3월 현재 인터파크 티켓 예매처에서 판매되고 있는 342편의 뮤지컬 중 일간, 주간, 월간, 연간 1위를 차지하며 뮤지컬계의 새로운 흥행기록을 돌파하고 있다. <엘리자벳>은 5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오스트리아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
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 실존했던 비운의 황후 이야기다. 유럽판 사극 뮤지컬인 셈.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 폰 비텔스바흐(1837~1898)는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다. 그러나 <엘리자벳>은 지난 2월 첫 공연을 시작하자마자부터 순식간에 관객들을 홀렸다. 오스트리아 황제였던 프란츠 요세프 1세의 부인 엘리자베스는 지체 높은 황족 태생이자 바이에른의 공주였지만 명예나 권위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인물이다. 황후가 된 후에도 엄격한 황실 예법에 추종하기보다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세간의 이슈가 되곤 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청춘기와는 달리 말년엔 아들이었던 황태자 루돌프의 자살을 목격해야 했고, 무정부주의자인 루케니에게 암살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만다. 이 작품은 황후의 암살범을 전면에 내세워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 그녀의 삶을 재조명해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전회 기립박수의 요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비해 오스트리아 뮤지컬은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이 난다. 오페라가 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오스트리아 뮤지컬의 단순하고 평면적인 스토리는 처음 뮤지컬을 접하는 관객층까지 소화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여기에 탄탄한 뮤지컬 넘버들은 이 작품의 큰 장점. 메인 넘버라고 알려진‘나는 나만의 것’이나‘마지막 춤’등을 위시로 한 솔로곡의 메인 테마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며, 루케니가 이끄는 대부분의 앙상블 곡 역시 극의 분위기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다만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전작 <모차르트!>의‘내 운명 피할 수 없어’와 같이 강렬한 넘버는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쉬운 점. 무대 활용 또한 좋았다. 턴테이블과 리프트를 주로 활용하는 무대는 화려한 궁정과 엘리자벳의 자유를 갈망하는 심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중간 인형극신은 분명 최근 보아온 어떤 뮤지컬 장면보다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뮤지컬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최고의 캐스팅까지 이루어졌다. 김선영, 류정한, 박은태, 윤영석, 최민철, 김수용, 민영기 등의 뮤지컬 전문 배우들에 옥주현, 김준수 등 수많은 팬을 이끌고 있는 가수이자 배우들, 그리고 김승대와 전동석 등 신예 배우들까지 모두 뒤처지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뽐낼 수 있는 실력파 들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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