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맛과 멋의 도시, 전라북도 군산”

창문을 열면 살랑이는 봄바람과 만개한 꽃들이 인사를 하는 완연한 봄이 돌아왔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직장, 학교를 나와 어디론가 내달리고 싶은 여행의 계절 봄. 인파가 몰리는 각종 지역축제를 뒤로하고 고즈넉한 옛 멋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눈과 입을 사로잡는 맛집도 즐비한 전라북도 군산으로 향했다.

‘옛 멋’과‘현재의 멋’이 공존하는 군산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전라북도에 위치한 군산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여행은 나의 전부였다. 전국 곳곳 다니지 않은 곳이 없지만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터라 주로 강원도나 경기도의 서해를 위주로 다녔다. 어쩌다 전라도를 간다 해도 바다가 있는 곳은 여수가 전부였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을 내 집 마냥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짬뽕이 유명하다는 정도의 얘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절친한 친구가 군산으로 이사가버려 그를 만나기 위해 우연히 찾았던 군산. 이제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여행지를 떠올리면 손에 꼽을 만큼 군산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번 군산여행의 주제는 맛과 멋이다. 군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그림 같은 영화 속 촬영지와 군산의 근대문화유산 탐방, 그리고 군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군산은 서울에서 차로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가는 길 중간 중간에는 눈을 즐겁게 해 주는 많은 여행지들이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서해안 여행지로 유명한 태안, 안면도 자연휴양림, 서천, 그리고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외목마을 등 유명한 여행지들이 여행자의 피로를 녹여준다. 흔히 사람들은 군산을 그저‘오래된 도시’라고 얘기한다. 그것은 군산이 오래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전라도의 제일 큰 항구도시중 하나로 자리잡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많은 보물과 문화재, 그리고 여러 수탈한 물품들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전초기지가 군산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군산을 거닐다 보면 옛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물이나 유물들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당시에는 그저 아픔의 기억이며 삶의 터전이었을 뿐인 곳들이 지금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일반시민들에게 개방되어 문화관광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군산이 영화 속 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도 옛 조선의 모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군산에서 맛보는 여덟가지 짜장면

사실 필자는‘군산’하면 가장먼저 생각나는 것이 먹을거리이다. 바다와 인접해 있고 오래전 항구도시로 왕성하게 발달해왔었던 군산이기에 그만큼 유명한 식당들이 많이 있다. 군산은 40~50년 이상 운영된 식당들이 많은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기에 자연스레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전하면서 대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군산의 식당들은 옛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군산의 유명한 식당들 중에는 몇몇 매체들에 소개되면서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듯한 식당들도 많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맛집’을 발굴하는 것은 신선한 재미가 없다. 자고로 남의나라에 가게 되면 현지의 음식을 맛보아야 한다고 했다. 외국에 가게 되면 불편한 의사소통으로 현지인과 대화해가며 그 나라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알아보고자 하지 않는가. 하물며 말도 잘만 통하는 국내여행에서 조금의 발품과 낮선 사람들과 대화할 배짱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맛과 멋을 찾아낼 수 있다. 군산에서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명한 음식점들을 제쳐두고 현지인들만 찾아가는 알려지지 않은 맛집들을 찾아보자고 결심 했다. 얘기했듯이,‘군산’하면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음식, 그중에서도 짬뽕을 빼놓을 수 없다. 군산에 도착하자마자 군산이 고향이라는 택시기사에게 현지인들이 만족하는 중국집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간 곳은 군산에서 30년 넘게 한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진성원이라는 중식당이었다. 보통 군산의 짬뽕은 돼지고기를 볶아 진한육수에 각종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해물짬뽕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진성원은 짜장면 메뉴만 8가지로 짜장면 맛에 대한 고집을 가지고 있는 식당이다. 30년이란 세월이 어울리게 허름하지만 옛 멋이 가득한 가게에 들어서자 조금은 무서운 인상을 가진 사장님이 반겨주셨다. 옛 멋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사장님이“사진은 왜 찍는거냐?”며 넌지시 물어왔다.“서울촌놈이 군산에 여행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현지 분들이 이집을 추천하더라. 맛있는 거 먹었다고 자랑하려고 사진 찍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표정이 밝아진 사장님이 가게이름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성이‘진’씨인 사장님은 31년 전 자신의 가게를 준비하면서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진성원’으로 짓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듬해 아들이 태어났고 당연히‘진성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자 했으나 가게이름도‘진성원’이라고 하고 싶었다고. 그러나 아들이름과 가게이름을 같이 할 수는 없다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진성원’이라는 이름은 지금의 중국집‘진성원’이 차지하고 아들에게는‘진상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아들만큼 애착을 가지는 가게이기에 아깝지는 않다고 했다. 아들 같은 중국집‘진성원’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메뉴 짜장면. 그러나‘진성원’에는‘보통 짜장면’외에도 유니짜장, 사천짜장, 쟁반짜장, 간짜장, 삼선짜장, 삼선간짜장,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물짜장면까지 총 8가지 종류의 짜장면이 있다. 필자는 새로운 음식을 탐하기에 물짜장면을 주문했다. 보통 짜장면은 춘장을 넣어 볶기 때문에 거무스름한 색인데 물짜장면은 투명한 소스에 각종해산물이 가득 들어가 있어 처음엔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울면 같은 것을 물짜장면이라 부르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맛이 참 희한했다. 해산물이 깊이 우러난 투명한 소스가 짜장면과 삼선짜장면이 가진 장점만을 골라낸 듯한 맛을 내고 있었다. 두 가지 음식의 조화로운 맛이 있는 군산의 진정한 맛집이다.

‘장군의 아들’,‘타짜’로 유명한 히로쓰가옥

자, 이제 배를 채웠다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히로쓰가옥이다. 군산 신흥동에 위치한 히로쓰가옥은 일제강점기 시절 부유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였던 곳으로 당시 포목점과 미곡유통업을 하던‘히로쓰’라는 일본인이 거주하던 곳이다.‘히로쓰’는 당시 대지주들이 많이 살던 군산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히로쓰’의 집은 예전에는 월명동과 명산동에 몇 채가 더 있었지만 실제 거주하던 거주인들이 개ㆍ보수 하여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구)호남제분에서 소유하고 있던 신흥동의 히로쓰가옥을 현재의 모습으로 보수하여 개방하였다. 이곳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장군의 아들’에서 일본 야쿠자 두목 하야시의 집으로 그려졌고 최동준 감독의 영화‘타짜’에도 나오면서 군산의 관광지로 떠올라 현재도 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하고 있다. 히로쓰가옥의 전체구조는 2층으로 ㄱ자 모양의 뜰에는 일본식 석등과 정원이 있고 안채에는 일본식 다다미방이 있으며 복도 중간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집안의 창을 모두열고 정원의 나무와 연못을 바라보면서 다다미방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으리라.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보면 발밑에서 오래된 나무로 연결해 만든 복도가 끼익끼익하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어릴 적 학교 청소가 하기 싫어 뒤꿈치를 들고 나무복도를 살금살금 걸어 도망가던 그 때도 이런 소리가 났었지.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히로쓰가옥은 현재 군산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

히로쓰가옥에서의 향수를 뒤로하고 형형색색 저마다 사연이 있을 아름다운 벽화거리를 따라 금광동쪽으로 15분정도 걸어가다 보면 동국사에 다다르게 된다. 동국사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양식의 사찰로써 1913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승려 우치다(內田)에 의해‘금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 한국의 전통사찰과는 확연히 다른 양식을 띠고 있으며 주요 건물은 대웅전, 요사채, 종각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8ㆍ15광복 뒤 김남곡 스님이 동국사로 사찰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인 선운사의 말사이다. 대웅전은 요사채와 복도로 연결되어 있고, 팔각지붕 홑처마 형식의 일본 에도(江戶) 시대의 건축양식을 띠고 있다. 건물 외벽에는 창문을 많이 달았고 우리나라의 처마와 달리 처마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동국사 대웅전은 2003년에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었다. 동국사는 절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꽤 아담했다. 언뜻 보면 일본식 전통가옥의 형태를 한 부잣집 정도랄까? 마당 한켠 구석에는 자그마한 범종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봐온 절의 커다란 범종과는 달리 책가방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의 종이었다. 저 작은 종의 소리는 어떨까 궁금하여 범종을 직접 타종해 보았다. 일반 절에 가면 종 근처에는 가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범종을 볼 수 있는데다 직접 쳐볼 수도 있다니. 내가 직접 쳐본 종의 소리는 어떨지 약간의 호기심과 그 소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묘한 떨림이 오기까지 했다. 범종을 손으로 살짝 두드리고 귀를 기울여 보니 작지만 은은하게 그리고 깊이 있는 울림을 내고 있었다. 100여년간 담아온 세월을 풀어내듯 천천히, 가냘프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은은한 소리를 내었고 그 소리의 울림이 멈출 때까지 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안녕,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에 오면 꼭 가봐야 한다는 경암동의 철길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서 본 모습은 오래되고 신기한 풍경인데도 불구하고 낯설지가 않았다. 흡사 어린 시절 무엇이든지 커보이던 동네의 골목길 같았다. 철길은 동네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고 집들은 철길을 중간에 두고 서로를 마주보며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원래 경암동은 육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 옛날 바다였던 곳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군산앞바다를 매립하면서 방직공장을 만들었는데 그곳이 지금의 경암동이다. 해방 전인 1944년 4월경 페이퍼코리아라는 회사가 원료와 생산품을 나르기 위해 철로를 만든 것이 지금의 경암동 철길이라고 한다. 현재는 약 50여채의 집과 건물만이 남아있는데 그마저도 주민들이 거의 다 이주하여 빈집이고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은 채 몇 가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철길을 걸으면 정말‘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몸소 느낄 수 있다. 2m남짓한 간격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집들과 그사이에 있는 철길, 그리고 중간 중간“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들. 낯설고도 신기한. 그러나 정겨우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그런 곳이다. 아쉬운 점은 얼마 후 경암동 철길마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군산시에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현재의 경암동 철길마을을 철거하고 새로운 경암동 철길마을을 만든다고 한다. 과거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이곳을 보존할 수는 없는 걸까.

불이 꺼지지 않는 가마솥

씁쓸하고 허한 몸뚱이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어야겠다. 저녁은 어디서 무얼 먹을까. 군산 곳곳을 다니는 분들께 물어보자. 택시기사. 택시기사에게“먹을 만한 것 좀 알려달라”고 하자 대뜸“제대로 된 음식 먹고 싶으면 민선초가에 가라”고 한다. 나운동에 위치한 민선초가는‘초가’라고 하기엔 규모가 상당한 민속식당인데 20년 넘게 설렁탕, 도가니탕, 갈비탕, 수육, 전골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라고 한다. 전국으로 맛집을 찾아 여행을 하다 보니 웬만한 음식점은 줄줄이 꿰고 있는 것은 물론 먹어보지 않아도 대충 음식의 맛이 간파가 된다. 보통‘곰탕이 거기서 거기지’라고들 많이 생각하지만 제대로 된 곰탕을 만들려면 엄청난 정성과 진짜 제대로 된 재료들이 필요하다. 시중 대부분의 곰탕집들은 만들어진 육수에 수육을 넣지만 민선초가는 소뼈와 사태, 양지머리 등을 넣고 18시간 이상 커다란 가마솥에 푹 고아진 제대로 된 곰탕이었다. 곰탕을 끓이는 가마솥은 성인남자 2~3명은 들어갈 정도로 크다. 자고로 곰탕은 재료를 많이 넣고 오랜 시간을 끓여줘야 맛이 진해지고 제대로 된 맛을 낸다고 했다. 민선초가의 설렁탕은 맛이 없는데 맛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동안 맛이 있다고 생각했던 화학조미료 가득한 고깃국의 맛을 전혀 내고 있지 않기에 맛이 없었다. 그러나 민선초가의 곰탕은‘곰탕’의‘진짜 맛’을 내고 있었기에 맛이 있었다. 그저 재료의 맛에 충실한 곰탕본연의 진한 맛이 맛있다. 정직한 맛으로 든든한 배를 안고 잠을 청했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진포해양테마공원

이튿날 첫 번째 행선지는 진포해양테마공원. 2년 전 처음 진포해양테마공원을 찾았을 때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다시 찾은 진포해양테마공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군산의 관광명소로 자리잡혀 있었다. 구)군산세무소와 역사박물관 바로 옆인 군산내항에 위치하고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은 다른 테마공원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테마공원이 아니다. 공원에 들어서면 대한민국의 3군인 육군, 해군, 공군의 모든 전투장비들이 웅장하게 그 위용을 자랑하며 전시되어 있다. 진포해양공원은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기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며 진포대첩은 세계최초로 해전에서 화포를 사용한 전투로 알려져있다. 필자가 군 복무시절 20사단 기갑부대에 있던 탄약수송 장갑차 M-548과 얼마 전까지 자주포대대에 배치되어있던 8인치 자주포, 2007년까지 한국의 주력전차였던 M48-A2C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차들을 다시 보니 아련한 군대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의 모든 건아들이 다 그랬겠지만 참 고생 많이 했는데. 진포해양테마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장갑차와 자주포들은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겠지. 공원 다른 편에는 마니산273함이 전시되어 있는데 1982년 군산해양경찰서 소속으로 배속되어 26년간 50마일 7만여시간을 군산앞바다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주요임무는 배타적 경계수역의 감시와 외국선박의 불법어업을 단속하는 일이었으며 1993년 10월에 서해페리호사건(1993년 10월 10일 09:40경 전북 부안군 위도면 파장금항을 출항하여 격포항으로 항해 중이던 여객선 서해페리호가 10:00경 위도 동방 4.6km 해상 임수도 근해에서 심한 풍랑으로 인해 더 이상 항해가 불가능해지자 위도로 회항하려고 하였으나 선수를 돌리는 순, 선체가 심한 너울파도에 맞아 기우뚱거림에 따라 승객과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 전복ㆍ침몰하여 승선원 362명(승객 355, 선원 7) 중 29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구조된 사고)당시 큰 활약을 했다고 한다. 현재는 진포해양공원에 전시되어 관람과 해경체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진포해양공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물은 위봉함이었다. 위봉함은 4000톤급 이상의 함정으로 작전병력 500명 이상, 수륙양용전차 트럭 15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함선이다. 1945년 1월 16일 미국에서 LST676으로 건조되어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상륙작전에 참전, 1959년 1월13일 미국으로부터 인수받아 LST676으로 명명된 후 대한민국 주력 상륙함으로 상륙작전과 수송작전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1965년부터는 월남전 당시 백구부대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전하였다고 한다. 48년간의 작전수행을 마치고 2006년 12월 31일 명예퇴역을 한 후 2011년부터는 진포해양공원에서 다양한 체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ZONE1에서는 고려시대 무기와 진포대첩을 재현하였고, 진포의 역사에 대한 상영관을 운영 중이다. ZONE2는 가족들의 휴식공간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꾸며져 있다. ZONE3는 병영체험의 일환으로 식당, 침실, 화장실, 욕실 등으로 꾸며져 있으며 해군의 미래와 과거에 대한 설명도 같이 들을 수 있다. 군산 근대문화역사 투어를 하는 이들이라면 진포해양테마 공원을 빼놓지 말기를.

영화를 보는 내내‘저기가 어디지?’궁금했던 그 곳
진포해양테마공원을 나와 박희곤 감독의 영화‘퍼펙트게임’촬영지로 유명한 월명야구장을 찾았다. 월명야구장에서 촬영된‘퍼펙트게임’은 故최동원 선수와 선동렬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솔직히 영화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했는지, 그들이 그 당시 어떤 마음으로 이 구장에 섰을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 속에서 보았던 그들의 열정과 고집은 필자에게 작은 감동을 남겼고‘군산에 가게 되면 영화촬영지 탐방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해 준 영화였다. 월명야구장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나도 저기에 가고싶다’를 되 뇌이던 곳에 발도장을 찍었으니 반쯤은 소원성취를 한 셈이다. 마지막 여행지로 정한 신성리 갈대밭으로 향했다. 군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은 박찬욱 감독의‘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배우 이병헌이 지뢰를 밟고 송강호와 신하균을 만나는 극적인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영화 속 웅장하게까지 느껴지던 갈대밭을 기대했지만 허무하게도 허허벌판이 필자를 맞았다. 하지만 늦가을에 신성리 갈대밭을 다시 찾는다면 웅장한 갈대밭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가창오리떼의 하늘을 검게 수놓는 군무를 볼 수 있으리라. 올 가을, 다시 군산여행을 기약하며 멋과 맛으로 가득해진 몸과 마음을 안고 서울로 발걸음을 옮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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