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수도권ㆍ고학력자ㆍ젊은 층을 잡아라. 야권, 정권심판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라.
4ㆍ11 총선이 끝났다. 의석수로는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뒀으며 득표수는 비등했다. 과반수를 차지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정책과 공약들을 현실화시키는 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번 총선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배우게 되었다.‘여소야대’가 확실하다며 기대한 야당은 무참히 기대가 꺾이며 오만함의 대가를 치렀으며, 여당은‘MB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선전하였다. 야당은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MB 심판’에 목을 매었고, 여당은 이름을 바꾸고 가능한 지역을 차례차례 손에 넣었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바로 그 결과였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총선의 의혹들이 남아있다.
4ㆍ11 총선 결과

4ㆍ11총선의 전문가 평가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선거 직후 많은 언론이 새누리당의 압승, 야권의 패배라고 하며 수도권만 볼 때는 새누리당이 대패했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12석 가운데 43석은 6:4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득표로 따지면 새누리당이 7석 가량 되는 것이 객관적 수치인데 6개월 만에 상당히 약진한 것이다. 충청ㆍ강원 유권자들은 대선 전초전으로 생각한 것 같다. 야권의 정권심판론 대신 새누리당의 미래 선택론이 상당 정도 충청ㆍ강원과 영남권에서 먹혔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에서 시비를 가릴 것이다. 이는 야권 지지자와는 상관없다. 아무리 차별화하려고 해도 야권 지지자들은 쇼라고 할 거다. 하지만 중간층은 다르다. 새누리당이 더 야당 노릇을 한다고 할 때, 중간층에게‘박근혜’와‘이명박’은 달라 보인다. 그 전략은 성공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의‘보완재’성격을 가진 새 지도부를 고민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총선에서 약점이라고 지적된 수도권, 중간층, 20~40대 세대에게 호소하는, 그들의 표를 가져올 사람으로 지도부를 꾸리는 방안이다. 원희룡, 남경필, 정두언 등을 지도부에 앉혀 당무는 그들에게 맡겨 욕을 먹더라도 1표라도 갖고 올 보완재를 만들고, 박근혜는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는 것이다. 선거 직후에 박 위원장이 당 정상화를 얘기하면서 지도부 구성을 언급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의석수로는 새누리당이 이겼으나 내용으로는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 박 위원장이 수도원 친박계 후보 지역으로 최소 11곳에 힘을 썼으나 명확한 한계를 보여줬던 불안한 승리다. 집권 여당이 거야견제론을 얘기한 것을 처음 봤다. 여당이 두려움을 줬지 희망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김용민 막말 파문이 있어 반사적 승리의 성격이 굉장히 강했다. 야권연대가 갖는 이중성 때문에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후보가 나와야 한다. 정치 경력이 있건 없건 기존의 진보 및 야권 세력과 함께 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새누리당이 민주당 등 야권보다 더 역동성 있다. 안 원장이 나선다면 박근혜를 상대로 ‘올드(낡음) 대 뉴(새로움)’의 구도를 짤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뉴’를 선택해왔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민주당이 진 선거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진 게 아니라, 민주당 입장에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었고, 바뀌어야 한다고 했으나 못 고쳐서, 즉 할 일을 하지 않아 깨진 선거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민주당은‘반엠비’,‘엠비는 나쁘다’에만 머물렀다. 앞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거냐를 얘기해야 하는데 실패했다.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면, 누가 와도, 안철수가 나가도 득표율은 제한적이다. 안철수든 김두관이든 문재인이든 그 사람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면, 담는 그릇이 좋아야 한다.
2012 대선 후보들
윤희웅 사회여론조사연구소 실장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야권에서는 확고하게 대선주자의 위치를 구축한 박근혜 위원장의 대항마를 빨리 만들어 내야하는 동시에 안 원장 없이 당내 주자들 사이에 경쟁이 이뤄졌을 때 대중의 관심도가 높지 않은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권 대선주자 첫 번째로 꼽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이번 총선에서, 여당집결지인 부산에서 당선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대권주자로 부각되기 위해서는 당내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일각에서 차기 주자로 주목하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는“영남지역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고 친노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선시장에 들어와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유권자들이 야권내 대선주자의 한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실장은 새누리당의 박 위원장에 대해서는“김문수, 정몽준, 정운찬 등 여권 내 주자들이 있지만 당내 경선 등을 통해 박 위원장의 대항마로 서기가 만만치 않아졌다”고 인정했으며“앞으로 남은 기간 수도권 표심, 20~30대 젊은층, 고학력층과 직장인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는 이루어질까
4ㆍ11총선이 끝난 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4월 16일 중앙일보 단독보도로 나온‘안철수 원장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기사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중앙일보는“(안 원장이) 지난 달 중순께 중도ㆍ합리적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 한 야권 중진에게‘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정치 실험에 나서겠다. 동참해달라’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안 원장은 총선 기간 중에도 각계 전문가와 접촉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갔다. 민주당 박지원 최고위원도 라디오 방송에서“직접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안 원장을 돕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한번 만나 보자, 그런 오퍼(제의)를 몇 번 받아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안 원장이 야권 중진 인사를 만나 대선 출마 의사와 함께 대선캠프 역할을 할‘포럼’창설 계획을 밝혔다는 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안 원장 측은“정해진 것이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연구소와 기부재단으로는 정치 활동이 부족해 포럼을 만든다는 설도 있지만 안 원장은 두 조직을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연했던 SBS<힐링캠프>에 안 원장도 출연신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도 전했다.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으나 끝내 제3지대에 머물거나 여야 대선후보 결정 직전까지 결심을 미룰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희웅 사회여론조사연구소 실장은 이번 총선 이후 인터뷰에서“정당득표율로 보면 야권이 여당에 비해 이론적으로는 우세한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의 역할이 주목된다”며“대한민국 대중들의 정치 기류를 도식화해보면 여당성향의 보수층, 정권심판 정서를 갖는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 외에 정치 불신에 기반해 새 정치를 갈망하는 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범야권으로 볼 수 있는 안 원장이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층을 흡수하면, 전통적 야당지지층과 진보층까지 흡수할 수 있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여론조사“박근혜>안철수>문재인”

해소되지 않는 부정선거 의혹
새누리당은 전략적으로 승리했고, 야권은 전략 부재로 참패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부정선거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강남구 개표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시 강남구을의 투표함은 총55개였다. 그리고 무려 30%에 해당하는 17개 투표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가 되었던 투표함은 대부분 봉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거나 바닥 훼손이 발견되었다. 특히 이 중 5개의 투표함은 아예 투표함 투입구에 봉인이 되어 있지 않거나(4개),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1개)였다. 공직선거법 168조에 따르자면“투표관리관은 투표소를 닫는 시각이 된 때에 투표소의 입구를 닫아야 하며, 투표소 안에 있는 선거인의 투표가 끝나면 투표 참관인의 참관하에 투표함의 투입구와 그 자물쇠를 봉쇄ㆍ봉인하여야”한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이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17개나 된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강남구 선관위는 이번 사건을‘단순업무미숙’이었다고 발표했다. 강남구 선관위는 해당 투표소의 투표관리관과 투표참관인을 소환하여 경위를 확인한 결과 업무처리 미숙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봉인을 할 때 투표지를 넣을 수 있는 곳을 봉인해야 함은 굳이 업무지시를 따로 받지 않아도 일반적인 상식상 당연한 것이다. 투표지 넣는 곳을 봉인하지 않으려면 어떤 이유로 투표함을 봉인하는 것일까. 또한 구룡마을 쪽에서 선거 참관인으로 일했던 A씨는“투표장에서 목격한 투표함 봉인 상태와 다르다. 선관위가 투표함을 자물쇠로 채운 뒤 그 위에 엑스(X)자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봉인한 것을 보았다”며 개표장에서 봉인됐던 투표함이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으로 바뀌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개포1동 제5 투표구에서 나온 투표함은 A씨가 봉인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X자 모양의 테이프도 봉인도 전혀 없었다. 또한 강남구뿐 아니라 이러한 의혹은 다른 곳에서도 제기되었다. 그 중 하나가 일련번호 절취에 관한 것이었다.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지(투표용지 왼쪽 하단 모서리 절취선)가 있는데, 이를 절취하지 않고 투표용지를 나눠주었다는 것. 이런 주장에 대해 선관위는 절취선을 자르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련번호표를 만든 이유다. 일련번호는 투표용지가 정확히 몇 장이 배부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준인데, 절취선을 잘라내지 않은 투표용지가 그냥 들어간다면 다시 새로운 투표용지를 넣어도 부정투표용지를 적발할 근거가 없기 때문. 심지어 자신의 이름으로 타인이 투표를 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서울시 구로갑 지역 수궁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한 B씨는“오전 9시 40~50분경 투표를 하러 갔다. 신분증과 등재번호를 잘라간 종이를 제출하고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니, 이미 제 이름에 서명이 되어있고 누군가 제 이름으로 투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다. 결국 선관위의 업무실수라고 밝혀졌다고는 했으나“저는 주민등록상 앞번호가 8이고 그 분은 앞번호가 7이었는데”라며 B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토록‘단순 업무처리 미숙’이라고 보기에는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번 총선의 개표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는 대한민국 선거가 이미 숱한 부정선거를 겪었기 때문에 더욱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3ㆍ15 부정선거’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가장 굴욕적 사건이다.1987년‘12ㆍ16부정선거’때는 봉인되지 않은 채 투표함이 이송되던 일을 적발한 시민들이 선관위 사무실에서 백지 투표용지 1,560매와 정당대리인 도장, 투표함 등을 발견하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에 치러진‘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루어졌다. 여당 비서관이 자신이 모시던 국회의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왔지만, 이 역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시 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이겼음에도, 부재자 투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모든 지역에서 승리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부정선거 의혹은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다. 선거의 결과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와 의혹 또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국민의 한 표 한 표는 그 누구의 표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참여정부 시절 치러진 선거는 대부분 철제 투표함을 사용했으나 2007년부터 대부분 종이 투표함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다시 철제 투표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모론에 불과하다할지라도,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서는 애초에 가능한 한 의심될만한 것을 모조리 없애는 것이 맞다는 것. 선거는 가장 공정해야 하며, 반드시 중립적으로 투표와 개표가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지난 선관위가 보여준 모습들은 분명 무조건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다. 부정선거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정선거 의혹만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NP>
김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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