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창설을 둘러싼 구단과 재벌의 이해관계

2012 프로야구 전반기 이슈는 바로 10구단 창단이었다. 아홉번째 막내 구단 NC의 2013 시즌 1군 진입이 확정된 가운데 야구계에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하루 빨리 10구단 창단에 대한 승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은‘시기’의 문제라며 무기한 보류를 결정했다. 아직 10개 구단에 선수를 수급할 만큼 고교야구를 비롯한 학생야구 저변이 넓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선수 수급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로야구 경기의 질적 하락에 따라 관중 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야구 인프라로는 10구단을 운영해 나갈 수준 부족, 무리한 진행으로 프로야구 전체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9구단 체제로 운영 될 경우 프로야구가 겪어야 할 파행도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보류 결정은 논리에 맞지 않다. 물론 프로야구가 활성화된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국내의 인프라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인구와 시장 등의 규모를 대비시켰을 때 현실적으로도 충분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부분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에 집중 돼있는 야구단의 분포와 향후 이룩할 발전과 프로야구의 팽창을 고려한다면 수요의 증가 없이 인프라가 확충되기를 바라는 것은 문제다. 결론적으로 10구단 창단이 9구단 체제의 유지보단 장기적으로 볼 경우 발전 지향적이라는 얘기다.

10구단 창설,시기의 문제? 적기였다
동명대 체육학과 전용배 교수는 10구단 창설의 보류 결정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공급을 바탕으로 수요를 늘린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오히려 프로야구 구단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요를 늘린 다음에 선수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게 맞다”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일반 경제활동도 아니고 프로야구 선수라는 특수 직업군에 있어서 공급을 늘린 뒤 수요가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전 교수에 따르면 실제 9구단인 NC 다이노스가 창원지역에 창단된 뒤 해당 지역 중학교 야구부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또 하나의 문제는‘적기’의 판단이다. 프로야구 인기는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해보다 17%나 관중 수가 늘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시즌 총 관중 수는 830만명을 넘는다. 프로야구 구단 수를 늘리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환경임이 분명했다. 또한 10구단 체제의 가장 큰 효과는 실제로 팀 1개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스포츠 산업에서‘마켓 사이즈’의 확대는 단순히 늘어난 팀 숫자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훨씬 높은 기하급수 형태의 수익 성장을 가져온다. 가시적인 효과는 방송 중계권료의 확대다. 공중파 3사와 그 자회사를 통해 4개 구장 경기를 중계하던 것에서 올 시즌 XTM이 가세하면서 중계권료에 변화가 발생했다. 일종의 관습적 균형이 깨지면서 중계권료가 높아졌다. 10개 구단 체제일 경우 하루 4경기가 아니라 5경기가 된다. 중계방송을 해야 할 경기가 하나 더 늘게 된다. 프로야구 인기에 비춰볼 때 중계권료의 폭등도 예상된다. 여러모로 따져 봐도 10구단 창설은 실보다 득이 많다. 구단 수의 확대는‘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다. KBO를 통한 통합 마케팅은 8개 구단일 때보다 10개 구단일 때 훨씬 효과가 크다.
▲ 지난달 한국프로야구위원회는 10구단 창단을 두고 회의를 열었다.

프로야구 질적 상승 지름길
선수들에게도 10구단 창설은 균등한 기회를 보장과 그로 인한 질적 상승을 위한 대안이다. 한 때 SK나 두산의 선수단은 타 구단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할 만한 선수들이 2군에 묶여있었던 점을 보라. 이는 비단 두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각 구단은 일부 포지션이 부족할 지라도 대부분의 포지션에 마다 타 팀에서 부러워할 만한 선수들을 서넛씩 보유하며 2군에서 썩혀왔다. 선수들은 1군에서 뛰기만을 고대하며 불철주야 땀방울만 흘리는 나날을 보내왔다. 이러한 문제에 물꼬를 트여준 것이 바로 NC의 등장이었다. 등장과 함께 시행된 2차 드래프트 제도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등용문이었다. 선수들을 옥죄던 구단들의 행태가 강제적으로나마 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0구단이 등장하게 된다면 전면적인 제도화가 시행될 것이고, 이는 곧 발전적으로 활성화 될 것이다. 트레이드(프로 팀 사이에서 전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소속 선수를 이적시키거나 교환하는 일)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선수들은 기회를 찾고 구단은 원하는 선수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번 2차 드래프트(신인 선수를 선발하는 일)를 통해 팀으로 유입된 선수들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롯데의 김성배가 정대현 이상의 활약을 펼칠치, SK의 박정배가 제 밥값을 할지는 이전엔 모를 일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LG의 박병호는 넥센으로 이적해 넥센의 심장이 되었다. 이대호에 눌려 만년 백업신세를 면치 못하던 박종윤도 당당히 주전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듯 2군에서 날리던 선수가 1군에만 올라오면 삐끗하고, 어느 구단에서는 민폐로 낙인찍히던 선수가 트레이드 이후 선전하는 데에는 보장받지 못하는 출전 기회가 그로인한 압박이 상당한 요인이 돼왔다. 따라서 10구단 창설은 균등한 기회 보장과 출전 압박을 해소 시킬 대안이자, 이는 결국 양적 팽창을 통한 질적 상승을 이끌어내는 기회였다.

뿔난 선수들 올스타전 참가 거부
이에 프로야구 선수들도 거센 반발에 나섰었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파업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단순히 올스타전 한 경기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프로야구 규약은 올스타에 뽑힌 선수가 불가피한 이유 없이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경우 10경기 출전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박 총장은 이에 대해“올스타전을 거부했을 때 선수들은 10경기 출장 정지를 당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일이 이뤄진다면 그 경기만큼 전체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을 수 있다. 리그 중단까지 고려하겠다”라며 초강수를 뒀었다. 프로야구에 대한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지금이 10구단 창단의 적기라는 그의 주장은 그럴 듯 했다. 또한 9구단 체제로 정규리그가 운영될 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에도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었다. 이에 KBO가 10구단 창단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고 우여곡절 끝에 올스타전이 열리게 됐다.
▲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10구단 창단과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재벌리그?
문제는 이 같은 논의들이 모두‘표면적 논의’에 매번 그쳐왔다는 점이다. KBO 이사회가 이번, 10개 구단 승인을 무산시킨 데에도 겉으로 내세운‘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독점체제를 유지하려는 기존 구단들의‘자사 이기주의’가 더 컸다. 당초 찬성하던 구단들도 반대 구단들의 설득에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의‘끈끈한 커넥션’이 작용했다는 설이 정설로 알려졌다. 재벌의 일원이기도 한 구본능 KBO 총재의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업을 끼워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재벌 소유가 아닌 구단의 도태를 기다린 뒤‘재벌리그’로 재편하자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어느새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둘러싼 논의는‘재벌’대‘반재벌’의 구도가 돼가고 있다. 프로야구도‘대마불사’로 통하는 재벌 논리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프로야구 원로들은“인기가 높은 지금이야말로 프로야구가 모기업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야구는 야구만을 생각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넥센에 지면 그룹이 졌다고 생각을 하니까 문제”라고 말했다. 선수협회가 파업 가능성을 결의한 만큼 공은 KBO로 넘어왔다. 당초 10구단 창단에 적극적이었던 입장이어서‘샌드위치’신세가 됐다. 구단들이‘재벌논리’로 사실상의 담합을 하고 있어 파업을 막기 위한 협의 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기회에 프로야구의‘독립’을 고민해야 될 때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야구, 재벌 없인 수익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단 자립의 길은 멀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돈을 벌어들이는 구단은 전무하다. 가장 관중이 많이 들어오는 롯데조차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사이 롯데와 두산, 삼성이 순이익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SK와 KIA, LG, 넥센, 한화 등 5개 구단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최근'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상승한 인기 덕분이다. 프로야구 관중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2007년 441만 명, 2008년 564만 명, 2009년 635만 명, 2010년 624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엔 715만 명으로 최초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팬들이 많이 오면 구단 수익은 증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역시 순익에서 흑자를 낸 구단도 따져보면 적자다. 모기업의 지원금을 빼면 죄다 마이너스가 된다. 롯데 관계자는“그룹으로부터 광고로 지원금을 110억 원 정도 받는다. 이 돈을 광고비로 처리하면 흑자고 지원금으로 보면 적자”라고 설명했다.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그룹 지원을 받지 않는 넥센이 41억원 적자에 그친 건 오히려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게 지원금을 제하면 롯데 역시 73억 원 적자 구단이 된다.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246억 원을 받은 삼성이 그 돈을 지원금으로 처리하면 적자폭은 2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아직도 프로야구는 모기업 없이 자생할 수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구단에 광고료 명목으로 내는 비용은 과다하다. 그래서 대기업은 광고료가 아닌 지원금, 프로야구를 통해 사회 공헌을 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구조와 환경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이 팬들의 소유가 아니라 몇 구단주의 소유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 역대 프로야구 감독들역시 지난 달 9일 10구단 창단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팬들에게로의 권력이동 시급
미국 메이저리그는 전체 수익 중 51%가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이제 우리도 현재 구단의 수익구조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모기업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팬들의 호주머니에서 가져와야 한다. 팬들에게서 주수입이 들어와야 하고 그래야 팬들에게 프로야구가 돌아간다. 10구단 체제가 만들어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10구단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고 10구단 체제가 만들어져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야구 애호가, 재벌에 한정 된 이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팬들로부터 수익이 들어온다면 이것은 영구적인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의 독립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이 이것이다. 대주주인 모기업의 총수에게서 소비자인 팬들에게로 권력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구단이 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수익성 개선 노력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구단들은 지자체와 경기장, 광고판 등에 대한 계약에 큰 비용을 써야 해 장사를 잘해봐야 별로 남는 게 없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체육학과 교수는“일부 지자체는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곳도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 몸값 역시 해마다 올라 구단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구단의 안정된 수익을 위해 구장의 운영권이 지자체에서 장기적으로 구단에게 임대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와 팬들에게 더욱 편안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스폰서십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수입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2군의 운영권을 다른 기업에 팔고 현재 프로야구가 없는 중소 도시로 프랜차이즈를 옮겨 시장의 확대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10구단 유보의 진짜 속내'재벌리그의 브레이크'
그런 의미에서 이번 10구단 창설은 반드시 이뤄졌어야 하는 부분이다. 수원과 전북이 서로 10구단을 유치하겠다고 경쟁하고 나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31번째 시즌을 치르는 동안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유치 경쟁을 치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허구연 야구발전실행위원장(MBC 해설위원)은“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자체의 프로야구 유치 경쟁은 기존 프로야구 연고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 구단에도 훨씬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수원과 전북 모두 야구장 장기 임대, 야구장 광고권과 네이밍 권리 양도 등 구단에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었다. 서울시가 잠실야구장 광고권을 70여억 원에 가져간 것과는 정반대다. 허 위원장은“새로운 지자체가 구단에 보이는 태도는 현재 구단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야구장 관련 계약 조건을 바꿈으로써 구단의 수익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역시 이번 10구단 창설은‘재벌리그’의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였다. 때문에 더욱 이번 10구단 창설에 재벌들은 반기를 들었을 수밖에 없다.

▲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 단체들은 10구단 창단 보류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이렇듯 이번 10구단 창설 논란을 둘러싼 구단과 재벌의 이해관계는 한국야구 구조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표면적인 이유였던‘인프라 부족’도 50%는 진실이나, 50%는 거짓이었다. 수요 없는 공급이 가능한 적이 있었던가? 턱 없이 부족한 아마추어 야구 팜, 부족한 경기장 시설 등은 분명 창설 유보 원인임은 분명했으나, 초,중,고에 수십여 개의 야구부가 신설되고 선수들이 고교를 거쳐 프로에 진출하기 까진 최소 10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라면, 수요 없는 초중고 야구부 창설은 가능한 논리일까? 10구단 창설이 성사됐다면, 공급처는 자연히 생기기 마련이었다. 양적 팽창 없는 질적 성장은 어불성설이다. 운영의 어려움 등의 이유보단 보다 좋은 선수를 독과점할 기회의 축소가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경기 운영상의 문제도 그렇고, 현재 한국야구의 9개 구단은 여러모로 실리적이지 못하다. 재벌위주의 구단 운영이 만연한 한국 프로야구. 이를 좌우하는 재벌 구단주들이 10구단 창설을 유보한 데에는 각고 끝에 1군에 진입한 NC마저 없애고, 기존의 8개 구단으로 회귀하려는 심산이 깔려있었음을 팬들이 모를 리 없다. 더 이상 프로야구는 기업의 단독 소유물이 아니다. 프로야구 30년 동안 매년 수백억씩 내놓으면서 프로야구를 지탱해온 공로는 인정받아야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성장하였고 국민과 야구팬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데 이바지했다. 이제 프로야구 구단이 변화해야 한다. 사고의 대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프로스포츠 본연의 모습으로 철저히 즐거움을 팔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 성장하는 진정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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