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불화ㆍ살인충동까지 불러일으키는 층간소음의 비밀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들려오는 때 아닌 한밤 중 고함소리와 오디오 소리, 물새는 소리. 달콤한 주말 아침을 전쟁 통으로 몰아넣는 청소기 소리, 못질 소리, 드라이기 소리. 이처럼 층간소음은‘당해보지 않고는 모른다’라고 할 만큼 당사자가 받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때문에 귀에 거슬리는 작은 소리로 시작한 층간소음의 갈등은 종종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먼 친척보다 낫다는‘이웃사촌’의 정겨운 목소리를 살인을 부르는 목소리로 둔갑시킨 층간소음.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될‘문제’이다.

소음, 그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
오디오를 틀자 귀를 찢을 듯한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오디오와 스피커가 통째로 흔들린다.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 천장에 붙여놓은 우퍼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위층에 전달된다. 이번에는 선풍기다. 선풍기 날개에 달아놓은 줄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천장을 때린다. 일정한 리듬을 갖는 이 둔탁한 소리는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게 한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아래층 사람이 위층에 고통을 되갚아주는 방법’으로 제작된 동영상의 내용이다. 이 같은 보복용 동영상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많다. 단순히 귀에 거슬리는 작은 소리로 시작한 층간소음 갈등은 종종 참혹한 결과를 불러온다. 최근엔 층간소음 때문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창밖으로 항아리를 던져 주차돼 있던 윗집의 자동차를 파손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아리를 던진 아래층 사람은 불구속 입건됐으며, 그가 남긴 진술은“윗집에서 나는 물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였다. 층간소음 문제로 항아리를 던지는 극단적인 행위가 놀랍겠지만, 이는 약과에 불과하다. 아랫집 사람이 휘발유를 담은 소주병에 불을 붙여 위층 현관에 던진 일도 있었다. 짧게는 몇 달, 길면 몇 년 동안 층간소음으로 다투어오다가 위층 사람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여러 건이다. CCTV에 생생하게 찍힌 이웃 간 난투극 장면이 저녁 뉴스에 오르는 것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층간소음 관련 민원 창구인‘이웃사이센터’역시 상담을 신청해오는 대댜수의 민원인들이‘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한 극단적인 충동 행위자들의 심정을 당해보니 이해하겠다’라고 반응한다고 증언했다. 더구나 층간소음 문제는 가까운 이웃 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흐르게 되는데다, 매일 마주치게 되는 이웃이다 보니, 일상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결국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데에도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층간소음, 올바른 원인 파악부터
더군다나 인간에게 소음의 영향과 그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인체에 생리적, 심리적 영향을 줌과 동시에 작업 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심장박동수의 감소와 피부의 말초혈관 수축 현상, 호흡의 크기 증가 및 소화기 계통에 문제를 일으킨다. 장기적으로 소음에 노출됐을 때는 심하면 혈액 장애와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으며, 혈액 장애는 심장과 뇌에 영향을 준다. 소화기 장애 및 호흡기 장애도 뒤따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민원인들 중 스트레스성 탈모와 불면증을 호소하며 친정으로 피신한 임신부도 있고, 다년간의 층간소음으로 인해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방광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층간소음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겨준 원인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일단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보통 천장을 맞대고 있는 윗집을 지목하게 된다. 그러나 민원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윗집만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공동주택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대각선 위층이거나 한층 건너 위층 혹은 아래층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실제 사례들로 종종 확인되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통계적으로 볼 때 층간소음의 약 70% 이상은‘아이들의 뛰는 소리’다. 여기에는 성인도 포함된다. 이 같은 발소리가 원인일 경우에는 서로 조금만 조심하면 해결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동주택에서의 생활 윤리의식과 에티켓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악기 소리나 가구 끄는 소리, 각종 가전제품 소음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이러한 층간소음 문제는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민원센터 입장에서도 해결하기가 난감한 경우가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아랫집에서 윗집에 아이들 뛰는 소리를 조심해줄 것을 부탁하면‘아이들이 다 그렇지, 그럼 공중부양해서 키우란 말이냐’라며 전혀 개선에 동참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 법적 소송 또한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아랫집이 이사를 가거나 감정의 골이 깊어져 큰 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비극적인 사건의 시작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위층에 외국인이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현장 확인 결과 외국인 가족이 매우 조심하며 생활하는데도 아래층에서 집요하게 항의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엔 센터차원의 대응도‘외국인 차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또 아파트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피아노 교습을 해 거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있었으며,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히스테릭한 반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어디서부터가 소음인가?
그렇다면 당장“내 이웃의 거슬리는 저 소리, ‘층간소음’이다”라고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소음이란 청각으로 느끼는 감각공해로 물리적 현상을 말한다. 소음의 크기를 살펴보면 시계 초침이나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20dB 정도로 아주 작은 소리에 속하고 50dB에서 60dB 정도가 조용한 사무실이나 보통 승용차 내부의 소리다. 80dB 정도부터는 지하철 내의 소음 정도로 매우 시끄럽게 느끼는 소음이다. 가장 높은 수치는 120dB로 전투기 이착륙 소음이다. 층간소음은 어디에 해당할까. 안타깝게도 층간소음에 관한 법적인 기준은 현재 없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표준화시키기에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층에 혈압이 높고 매우 예민한 사람이 산다고 가정한다면, 위층에서 일반적으로 생활하며 걸어 다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층간소음에 관한 법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층간소음 판정 및 피해 배상 기준이 되는 수치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에 대한 법규제도는 사전 예방 측면에서 주택건설기준이 있고, 하수 관리 측면에서 환경 분쟁 조정제도, 하자 분쟁 조정제도가 마련돼 있다. 또 환경 분쟁 조정시 피해배상 기준은 뛰어다니는 소리가 주간(오전 6시~저녁 10시) 55dB 초과시, 야간(저녁 10시~오전 6시) 45dB 초과시 위층 거주자는 배상 책임자가 된다. 그러나 이는 5분 평균값으로, 피해자가 느끼는 소음 피해는 순간소음이라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아 환경부에서 현재 보완 작업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흡하나마 기준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웃 간 층간소음은 순간소음에 해당되므로 직접 현장에 가 측정해보면 거의 99% 이상이 기준치 이하로 측정된다는 데 있다.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힐 각오를 하고 정부 관할 기관에 민원까지 제기했는데 분쟁 조정을 할 만한 측정 기준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 피해자고 가해자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법적으로 해결하려 해도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은데다가 뾰족한 해결 방안을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보상을 받더라고 층간소음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층간소음 문제는 무엇보다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가 최선의 방법이다.

층간소음 해결, 최후의 보루는?
그럼에도 층간소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유는 바로 전 국민 65%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 다세대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이기 때문이다. 서울 거주 기준으로는 83%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언제라도, 누구라도 층간소음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수치이다. 지금까지는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면 주로 환경 분쟁 조정제도를 통해 해결해왔으나 피해 정도를 입증하기 힘들고 만족할 만한 조정액을 보상받기 쉽지 않은데다 민사 소송으로 해결할 경우 환경 분쟁 조정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웠다. 더구나 층간소음 피해자가 원인자에게 소음 발생 자제를 직접 요청할지라도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무시하거나 보복하는 등의 대응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촉발되는 각종 사건들이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정부가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그 시작으로 환경부에서 올3월에 개설한 민원센터‘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층간소음 측정 및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각종 민원을 제기하고 싶어도 마땅한 전문 기관이나 담당 부서가 없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 해결 된 것이다.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층간소음에 관한 민원은 한 해 평균 3백40건 정도였고, 환경 분쟁 조정은 30건 정도에 불과한 데 반해, 3월에 첫 업무를 시작하고 7월 현재까지 5개월간 누적된 상담 건수만 3천 건에 육박하고 있다. 접수 현황 누적 건수도 7백여 건에 달한다. 그간 층간소음이 우리 생활 속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알 수 있다. 이웃사이센터의 문제 해결 과정은 이렇다. 1단계는 전화 상담 업무다. 층간소음 피해자인 민원인의 상황을 충분히 들어주고 원인 분석과 해소 방안 등의 실질적인 관련 내용에 관해 안내해준다. 많은 경우 이 단계에서 불만이나 갈등 상황이 종료된다. 다음 단계는 현장 진단과 측정 업무다. 사태가 더욱 심각할 경우 현장에 방문해 진단 측정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음 분야, 갈등 조정 분야의 외부 전문가와 동행을 하기도 한다. 그 뒤 사실 관계 확인과 함께 공동주택의 특성 파악과 소음 원인 진단, 소음도 측정, 층간소음 완화 방법 모색 등을 알아보며 문진표를 작성한다.


감정적ㆍ법적 보복은 현실적 대안 아냐
그러나 센터가 모든 층간소음 문제에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진 못한다.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소음 측정을 하게 되면 99.9%가 피해 배상 기준 이하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이 매우 순간적이고 일시적이며 느끼는 개인차가 크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확실한 피해 배상이나 감정 보복을 원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말은 당사자 간 합의에 치중 된다. 일부 층간소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관련 민원센터의 해결책은 지나친 합의 중심의 결과를 유도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층간소음에 관한 현실적인 법체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단 관련 민원센터인 이웃사이센터는 강제성을 가지는 집행기관이 아니다. 또 강제성을 가지더라도 층간소음 문제는 공동주택의 설계 및 시공까지 관련된 광범위한 원인을 갖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 기관이 해결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공권력 행사기관(경찰)이더라도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이다.

화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기
다음은 소음관련 민원센터 및 경찰 신고 사례를 통한 다양한 해결사례이다. 심야 시간대에 위층에서 아래층을 괴롭히기 위해 주기적으로 망치질을 하는 탓에 신경쇠약 치료를 받아왔던 신고자. 위층과 아래층을 조사한 결과 보일러 급배수관 내 공기에 의한 타격음으로 확인돼 급배수관 내 공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됐다. 다음은 공동주거지에서 빈번한 악기 소음에 관련된 사례이다. 피아노 전공자로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의 연주 소음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입시생은 야간 연습에 이어폰을 끼고 연주하는 것으로 주민들은 주간 연습은 양해하는 것으로 원만한 합의가 도출됐다. 사실 공동주택,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고백한 한 젊은 주부는 당시“출산 후 아이를 돌보며 몸조리를 하고 있어, 절대 안정이 필요했던 상황 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위층에 살고 있는 세 살짜리 남자아이의 뛰는 소리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들리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천장을 치고, TV와 인터넷 게임의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놓는 등 정도를 넘는 보복 행위를 했다. 센터에서 현장 조사를 마친 뒤 관리소장이 자리한 가운데 4자 대면을 한 결과, 자신이 울면서 위층에 사과를 해야만 했다”고 고백했다. 출산 후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과민 탓에 작은 소음에 격하게 흥분하는 민폐를 낳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기사를 통해 보도된 바 있었던 한 신고자의 경우엔“보일러 소음을 빌미로 위층에서 보복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다”라며 아래층에서 민원을 제기했었다. 뿐만 아니라“위층 사람이 빙초산이나 물을 자신의 머리 위에 뿌리면서 괴롭히기까지 한다”라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현장을 방문해보니“보일러 소음은 없었으며, 위층에서 소음도 전혀 나지 않아 신청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었다”라고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층간소음은 핑계일 뿐이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아닌 문제로 신고 되는 민원을 제외하고 나면, 소음으로 인해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전체 10% 이하에 해당된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 공동체 의식 부재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 아무리 피해자라고 해도 직접 감정 대응을 하거나 보복 행위를 하는 것은 벌금형 및 과태료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삼가고, 아파트 관리소장과 같은 공신력 있는 제3자의 중재를 통해 의사 전달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렇듯 층간소음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 없이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호해질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층간소음 문제는 서로의 고통을 인정해 주고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만이 어제의 내 이웃이 원수가 돼, 매일 마주쳐야 하는 껄끄러움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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