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따라 떠나는 낭만가도 ”
여행기고가 강일모 kang1mo@nate.com
‘닭갈비’하면 춘천 명동
강원도 절경 속 신비로운 절, 청평사
소양호는 춘천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으므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소양호는 국내 최대 인공호수로 면적 1,608㏊, 저수량 27억t, 수면직선거리 60km, 굴곡수면거리 120km나 된다고 하니 대충 들어도 그 크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소양호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타고 섬 안으로 들어가면 청평사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섬 선착장에서 1km의 산길을 걸어가다 보면 해발 770m에 청평사가 보인다. 고려 광종(973년)에 영현선사가 처음 세웠다고 알려졌고 그 후 폐사되었던 절이 선종(1089년)때 이자현이 관직을 버리고 이곳에 들어와 문수원이라는 이름을 짓고 선을 즐겼는데 이때부터 주변 호랑이와 이리가 사라져 평화롭게 되었다고 해서 청평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경내에 들어서서 회전문을 지나면 이자현이 석축을 쌓고 만든‘고려정원’이 있는데 계곡에서 물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고 오봉산이 비치게 했다고 하며 아직도 경내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고려정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정원으로 고려시대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이다. 회전문은 보통의 담들과 달리 흙담으로 만들지 않고 창살을 달아 만든 형태인데 불교의 윤회사상을 상징한다고 한다. 청평사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아까 마주쳤던 폭포가 하나 나오는데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하여 구성폭포라고 불린다고 한다. 산을 오르다 더위에 지쳐있을 때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운지 체면불구하고 계곡에 몸을 담그니 뼈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동해 해안여행의 시작 속초
당일치기로 떠난 춘천여행이 어느새 2일째가 되어가고 있을 때 속초에 도착했다. 속초에는 이미 어둠이 깊게 내려 있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향한 곳은 속초하면 떠오르는‘동명항’이다. 설악산과 고민하다 동명항을 고른 이유가 세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일출, 두 번째는 해산물, 그리고 세 번째는‘영금정’때문이다. 우선 동명항으로 이동하였는데 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상인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항구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동명항’은‘동쪽에서 해가 밝아오는 항구’라는 이름대로 일출명소로 유명해서 매년 1월 1일이면 많은 인파가 모인다. 일출이 잘 보이는 곳으론 속초전망대와‘영금정’의 해돋이 정자가 유명하다.‘영금정’은 동명항 북쪽으로 등대가 서있는 암벽 아래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바위의 삼면은 바다와 닿아있고 한쪽 면은 육지와 닿아있는 형국인데 일제 강점기 시절 속초항 개발 때 돌산을 파괴하여 축항을 이용하느라 넓은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영금정’이라는 이름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칠 때 신비한 소리가 들리는데 돌산위로 오르면 아무도 없었다. 산이 거문고를 타는 것이다>라는 이야기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영금정’옆에는 해돋이 정자가 있는데 다른 정자와 달리 바다위에 세워진 해상정자로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는 정말 장관이니 속초에 간다면 놓치질 않길 바란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 후 맛보는 고소한 생선구이
주문진하면 어시장. 생전 처음 보는 생선부터 다양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차 있어 무엇을 먼저 먹을지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주문진 어시장. 바다엘 왔으니 생선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문진에서도 유명한‘실비집’이라는 생선구이집으로 향했다. 싱싱한 생선구이는 다른 집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이 집의 특징은 반찬으로 가리비젓갈과 날치알 젓갈을 준다는 것이다. 생소한 젓갈이지만 한번이라도 맛을 본 사람이라면 다음에는 반드시 시장에 들러 사가게 되리라. 항구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아라나비’.‘아라나비’의‘아라’는 순우리말로 바다를 뜻하고‘나비’는 난다는 뜻으로 조합하면,‘바다 위를 난다’는 뜻이 된다. 바다와 바다사이를 줄을 타고 왕복하는 기구인데 시원한 바닷바람에 가속이 더해져 엄청난 쾌감과 스릴을 선사한다.‘아라나비’를 타고 내려와 산악바이크를 빌려 해안을 달리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다. 이렇듯 즐거움이 가득한 주문진을 떠나 양양으로 이동했다. 양양의 명물이라면 역시‘하조대’인데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 은거하였다 하여 두 사람의 성을 붙여‘하조대’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때 양양의 대표 여행지였던 하조대는 드넓은 백사장과 기암절벽,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여름철 휴가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하조대를 나오자 어둠이 깔려 있다. 다시 찾은 어시장. 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생선구이 가게가 즐비하다. 강원도 대표생선인 도루묵구이부터 통오징어 구이, 성게, 꽃새우, 다양한 생선 모듬구이까지. 밤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고소한 생선구이와 달큰한 한 잔의 소주. 진정한 여행의 맛이란 이런 맛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동해 바다를 달린다
바다 신선이 노니는, 죽서루
삼척여행을 간다면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는 꼭 봐야할 필수 코스이다.‘관동팔경’은 대관령 동쪽의 빼어난 경치 여덟 곳을 가리키는 말인데, 통천의 총석정 - 고성의 삼일포, 청간정 - 양양의 낙산사 - 강릉의 경포대 - 삼척의 죽서루 - 울진의 망양정과 월성루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8경중 유일하게 하천을 끼고 있는 정자가 죽서루이다. 죽서루는 보물 제 213호로 측면 2칸 정면 7칸의 정자이며 건립 연대는 고려 초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한다. 죽서루에 올라서면 보이는 하천이 바로 오십천인데 원래는 제법 볼만한 경치였으나 도착했을 때에는 하천 공사로 인해 모래 바람만이 필자를 반겨주어 허무하기 이를데 없었다. 한편 죽서루 안쪽에 현판이 걸려있는데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해선유희지소(海仙遊戱之所) 라고 적혀있다. 뜻을 풀이하면 관동의 첫 번째 누각이고 바다신선이 노니는 장소라는 뜻이다.
천년의 고찰, 낙산사
낙산사는 신라 문무왕 때인 671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로 남해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불리는 곳이다. 몽골의 침입과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을 겪으면 수없이 파괴되고 재건이 이루어졌던 곳으로 2005년 산불로 인해 낙산사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었다. 현재는 다시 복원된 상태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 주차장에서 내려 15분 정도 소나무숲길을 걸으면 낙산사에 도달한다. 홍예문을 지나면 바로 원통보전이 나오는데 그 이름은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전각이라는 의미로 내부에는 보물 1362호인 건칠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원래 낙산사 근처 영혈사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인데 2005년 화재당시 스님들이 불상을 들고 대피하는 덕분에 화마의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낙산사 원통보전 앞에는 낙산사 칠층석탑이 있는데 이 역시 보물 499호로 원래는 3층 석탑이었던 것을 조선시대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에 보수하면서 7층으로 증축한 것이라고 한다. 낙산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수관음상이다. 해수관음상은 1970년대 700톤의 화강암으로 만든 것인데 그 높이만도 16m에 이른다고 한다. 해수관음상에서 남쪽으로는 낙산해변, 북쪽으로는 정암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절경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해수관음상을 지나면 의상대가 보이는데 의상대는 낙산사 창건 당시에 의상대사가 좌선하던 장소에 만해 한용운 선생이 지은 것으로 이후 무너진 의상대를 1975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낙산사의 마지막 코스는 홍련암이다.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바다에서 떠오른 붉은 연꽃 속에서 관음보살을 보았던 장소에 지은 암자로 암자 나무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구멍을 들여다보면 아래쪽 관음굴로 밀려들어와 부서지는 파도가 보인다.
북쪽의 관동팔경, 청간정
강원도 고성에 자리하고 있는 청간정은 관동팔경 중 가장 북쪽에 있다. 청간정이 지어진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증종 15년에 군수 최청이 고쳐 세웠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다. 고종 21년 갑신정변에 불타 없어졌다가 1928년 지금의 정자로 재건했다고 한다. 앞면 3칸, 옆면 2칸의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의 누각형식 정자이다. 추녀 밑 청간정이란 현판은 1953년 이승만이 직접 쓴 현판이라고 한다. 주위가 모두 석봉으로 되어 층층이 대를 이루고 있고 높이도 수십 길에 달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의 파도가 암석에 부딪쳐 하얀 거품을 남기며 부서져 나가는 광경이 장관이다. 특히나 일출의 모습은 관동팔경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경치다.
강원도 여행의 중심, 영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