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사는 남자의 특별한 여행이야기 Ⅵ

거제도는 마산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에 친구들과 자주 가던 곳이다. 교통도,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마산에서도 차로 두 시간 이상 걸리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거가대교가 완공되어 거제도로 가는 길이 예전보단 많이 용이해졌다. 최근 자신의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벗에게“머리도 식힐 겸 여행을 떠나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얻고자 한다면 산으로 가고 버리고자 한다면 바다로 가라’했던가. 무겁게 짓누르는 고민들을 버리고 휴식을 만끽하기에 거제도는 최적이다. 의기투합한 두 남자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무작정 거제도로 출발했다. 차로 서울에서 5시간 정도 달려가니 어두웠던 하늘에 조금씩 푸르스름하게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기고가 강일모 kang1mo@nate.com

남쪽의 금강산, 해금강

고성휴게소에서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거제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물 빠진 갯벌에 굴양식장이 드러난 모습이었다. 인적 드문 어촌의 모습은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해무가 낀 남해의 여름은 몽환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시 차를 타고 달려 장승포에 도착한 우리는 외도로 들어가는 배 시간을 알아보고 시간 여유가 있어 장승포 근처에서 우럭국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젓갈 등 해산물이 반찬의 대부분인 낯선 식사가 여행의 시작을 느끼게 했다. 배 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필자와 친구는 승선 후 서로 말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외도로 향했다. 남들이 보면 싸웠나 하겠지만 10년 지기는 말없이도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몇 마디 말보다는 여행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외도로 가는 길엔 해금강을 지나쳐 간다. 바다에 웬 강인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해금강은 그 경치가 금강산을 닮았다 하여 남택하라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 지은 이름이다. 남택하라는 인물은 문장이 뛰어나 18세에 백운동상량문을 지었는데, 당시의 대학자 이지백이 이를 읽고 칭송하며‘백의대제학’이라 불렀다고 한다. 다시 해금강을 이야기 하자면 외금강 동쪽 해안에 있으며, 삼일포와 남강 하류에서 북쪽으로는 금란굴, 총석정 일대와 남쪽으로 영랑호, 감호, 화진포에 이르는 약30km 정도 되는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를 타고 해금강을 도는 코스로는 삼일포, 해금강, 총석정을 운행하는 총석정 코스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화강암이 해안에서 반석, 언덕, 암초 등을 이루어 절경을 이룬다. 선장님의 배려로 나간 갑판에서는 유리창 너머로만 보이던 해금강의 바위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는데 가끔 운이 좋으면 돌고래가 헤엄치는 것도 보인다고 한다. 해금강에는 많은 바위와 섬들이 있는데 그 중에 십자바위 동굴이라는 곳이 있다. 바위 틈새로 들어가 하늘을 보면 열십자의 모양으로 하늘이 보이는 데에서 유래된 이름이며 작은 배 한 척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너비 때문에 일 년에 30일 정도 날씨가 좋아 파도가 없는 날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운 좋게도 동굴에 입성해 열십자 모양을 구경하고 외도로 향했다.

섬 밖의 외딴 섬, 외도
외도는 말 그대로‘섬 밖의 외딴 섬’이란 뜻이다. 하나의 섬같이 보이지만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져 있다. 원래 여덟 가구만이 거주했던, 척박한 땅이 대부분인 섬이었다고 한다. 선착장도 없어서 쉽게 육지로 나가기도 어렵고 땅이 대부분 경사져 있어 농사를 짓기도 어려웠던 이곳을 바꾼 것은 故 이창환 회장이다. 바다낚시를 왔다가 태풍으로 외도에 머물게 되면서 외도에 경관에 반해 3년 여 시간동안 차근차근 사들였고 꾸준히 가꾸고 손질해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다. 해금강을 지나면 저 멀리 보이는 섬.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아 저기가 외도구나’할 정도로 그 경치가 수려하고 빼어나다. 외도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길을 만들어 방문객들을 반긴다. 외도에는 주로 해송, 돈나무, 동백, 사스레피, 사철, 후박, 자귀, 천선과 등 염분에 강하고 추위에 잘 버티는 나무들이 주를 이루고 섬이라 바람이 강하므로 큰 잎의 활엽수보다는 잎이 작고 두꺼운 나무와 덩굴성 식물 등이 자생하고 있다. 2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다가 돌아보면 화려한 외도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8월에는 200종이 넘는 꽃들이 절정을 이루는데 란타냐, 능소화, 푸른바고, 툰베르기아, 화와이무궁화 등이 한창이다. 코카스 가든을 지나‘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길을 가면 아왜나무와 여러 나무들이 잘 다듬어져 어우려진 모습을 보인다. 원래는 밭이었던 자리에 감나무 3천 그루 이상을 심고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으로 심은 나무들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천국의 계단을 지나 진한 꽃향기를 맞으며 올라간‘비너스가든’은 중세영화에 보던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과 유럽식 건축물 비너스상 등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있다. 외도에 가면 연인들이 꼭 사진을 찍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리스하우스’이다. 리스하우스는 비너스가든 앞에 있는데 겨울연가의 마지막회 촬영장으로 사용되었고 그로인해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외부는 지중해 스타일의 건축양식이나 내부는 안채와 사랑채 개념의 전통적인 한옥양식으로 되어 있다. 외도 여행시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기상체크이다. 날씨가 좋지 못하면 거제도 여행 중 가장 중요한 외도에 들어가지 못하니 미리 기상을 알아보고 출발하기를 권한다. 또한 11월까지 외도는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한다고 하니 겨울이 오기 전 가 보기를 추천한다.

특이하고 특별한, 거제도의 먹을거리

▲ 몽돌해수욕장
흔히 경상도 음식은 짜고 맛이 없다고들 많이 생각하는데 거제도는 바다를 낀 지리적 환경 탓에 음식의 개성이 다른 곳보다 강하다고 보면 된다. 장승포항으로 돌아온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게장백반집들이 즐비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아도 전부 게장백반집만 나오는 것이 식당 블로거들의 마수가 뻗친 듯 했다. 원래 거제도는 게장백반이 그리 유명한 지역이 아니다. 학생 때만 해도 생선구이나 멍게비빔밥이 맛있는 지역으로 유명했는데 현지인들 말로는‘1박2일’팀이 다녀간 후 물가도 비싸지고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식당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원래 거제도하면 멍게비빔밥이 가장 전통적 대표음식이다. 커다란 양푼에 따뜻한 밥과 깨소금, 날치알, 참기름 등이 들어가고 한눈에 봐도 먹음직한 커다란 멍게젓갈을 넣은 후 슥슥 비벼서 한입 먹어주면 멍게 특유의 향과 바다내음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요즘은 냉동건조 시켜서 나오는 집들도 있다는데 제대로 된 멍게비빔밥을 먹어보고 싶다면 생멍게젓갈을 넣은 멍게비빔밥을 권하고 싶다. 거제도나 통영을 가게 되면 관광객 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게 바로 꿀빵이다. 거제도로 여행 온 이들이라면 한 손에는 꿀빵을 들고서 다닌 적이 있을 것이다. 동그란 빵에 달콤한 꿀과 깨가 버무려진 꿀빵을 먹어보는 것 또한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검은 보석의 음악, 몽돌해수욕장

▲ 바람의 언덕
거제도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어 늦은 오후지만 우리는 몽돌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확한 명칭은 학동몽돌해변인데 이곳은 학이 날아오르는 지형이라 하여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3km의 동백림이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길이는 총1.2km 남짓으로 해변에는 온통 검은 몽돌이 깔려있다. 햇빛을 받은 몽돌은 검은 보석이 깔린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반들반들하고 따뜻한 몽돌의 감촉을 맨발로 느끼며 친구와 걸으면서‘발바닥에 지압효과 생기겠다’며 웃었는데 다음날 발바닥이 부어 고생을 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맨발로 장시간 해변을 걷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해가 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이 되자 인적도 끊긴 몽돌해변에서는 파도가 일며 부딪치는 몽돌의 소리가 잔잔히 들려온다. 자라락 자라락… 검은 보석의 노래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거제도 여행의 필수코스‘바람의 언덕’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어시장을 구경했으나 기대했던 활기찬 모습은 없었다. 발길을 돌린 곳은 바로 거제도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어있는‘바람의 언덕’이었다. 바람의 언덕은 해금강 유람선이 있는 도장포 항구의 작은 언덕을 말한다. 필자가 도착하여 처음 본 바람의 언덕은 푸른 잔디가 깔려있고 많은 드라마의 배경으로 사용되었던 아름다운 풍차가 돌고 있었다. 나무계단을 따라 산책로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에 도달하는 작은 언덕인데 바람이 거세어서 모자가 날아갈 뻔했다. 언덕 위에 올라가니 푸른 벌판 앞에는 바다가보이고 뒤에는 빨간 풍차가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지중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아름다운 경치였다. 바람의 언덕 옆에는 아름다운 절벽이 있는데 신선들이 절경에 잠시 머물렀다간다 하여‘신선대’라고 불린다. 한편 바람의 언덕을 내려오면 해금강 테마박물관이 근처에 있다. 이 테마박물관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 분교에 조성된 박물관으로 1950~1970년대의 모습을 재현해 아련한 향수를 일으키는 생활모습과 용품들, 그리고 유럽풍의 장식품들이 5만 여 점이 전시된 박물관이다. 이발관, 만화방, 세탁소, 다방, 잡화점 등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어 흡사 영화세트장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해금강테마박물관이라 하여 해금강에 관련된 박물관인줄 알았는데 내부 내용은 전혀 달라서 조금은 당황했지만 다양한 테마로 이루어진 박물관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6.25전쟁의 아픔이 담긴, 거제포로수용소
필자가 바람의 언덕을 지나 이동한곳은 바로 거제포로수용소이다. 현재는 유적공원으로 조성하여 관광객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지만 1950년 6.25전쟁 발발이후 유엔군과 한국군이 사로잡은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집단으로 수용하던 곳이다. 거제도에 포로수용소를 설치한 것은 섬이라는 지리적 배경과 많은 인원이 수용가능하다는 점,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되어 설립된 것이라고 한다. 초창기에는 5만여 명의 포로를 수용하였고 차후 부산에 있던 포로들까지 이송하여 22만 명을 수용하였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히 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포로송환 문제를 놓고 송환을 거부하는 반공포로와 송환을 희망하는 친공포로로 갈려져 유혈사태가 일어났는데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거제도 포로소요사건이다. 총 64224㎢의 부지에 조성된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분수광장을 기점으로 철모 모양의 철모광장과 흥남철수기념비, 탱크전시관, 무기전시관 등이 있으며 당시 포로들의 생활모습과 6.25전쟁 당시의 모습 등을 전시하고 있다.

동백의 섬, 지심도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 주변에도 섬들이 많은데 그 중에 가볼 만한 곳이 지심도와 소매물도이다. 전날 외도와 해금강을 가기 위해 찾아갔던 장승포항을 다시 방문하여 지심도로 가는 배를 탔다. 지심도는 약 11만평 정도의 크기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심자(心)를 닮았다 하여 지심도라 부르는데 흔히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섬 전체 면적의 70%가 동백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지심도의 동백꽃이 피는 기간이라 하는데 그중에서도 절정은 2월 말쯤이라고 한다. 이번 방문은 한여름이라 안타깝게도 동백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바다로 둘러싸인 푸른 섬의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선착장에서 걸어가 약 20여분이면 지심도의 맨 끝자락인 마끌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마끌에 도착하면‘그대 발길을 돌리는 곳’이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발길을 돌리지 않으면 추락한다는 뜻이란다. 이곳에서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트레킹코스 중 손꼽이는 곳이다. 지심도를 트레킹 하다보면 한여름에도 햇빛이 거의 안 들어올 정도로 울창한 숲에 감탄하게 된다. 자연이 선사해주는 시원한 그늘아래를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거제도 제1비경, 대소병대도
다음으로 향한 곳은 거제도 제1비경으로 불리는 대소병대도이다. 대병대도와 소병대도라 불리는 섬을 함께 일컫는 말로 무더위 속에서도 하늘과 바다는 더없이 맑고 푸르렀다.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흡사 에메랄드 빛 배경에 작은 섬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은 섬의 군락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대소병대도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은 홍포여차전망도로인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곳에서 통영의 매물도까지도 볼 수 있다. 외도와 더불어 대소병대도는 거제도 여행 시 꼭 봐야 할 비경중의 비경이다.

노부부의 40년 세월에 녹아든, 공곶이

▲ 해금강 전경
여행을 떠나면 항상 잊지 말아야 할 수칙이‘현지인들과 최대한 친해져라’이다. 현지인들만이 아는 정보를 들은 후 여행 계획을 바꾸곤 하는데 이럴 때면 생각지 않은 행운을 잡은것 같아 기분이 좋다.‘공곶이’라는 곳이 바로 그 행운이었다. 공곶이는 개인이 수십 년간 만들어온 농원인데 4만 평에 육박하는 대지에 봄 수선화가 한창 피면 그 절경이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고 한다. 공곶이는 예구마을을 지나 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데 아직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야 했다. 가파르고 험한 산길을 걷자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 간신히 중턱에 도착하여 바라본 예구포구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 그 자체였다. 언덕으로 올라가자 해금강이 한눈에 펼쳐지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경 또한 장관을 이루었다. 최근에서야 거제도 제8비경으로 알려진 공곶이는 몇 해 전‘종려나무숲’이란 영화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은 강명식 선생이 선을 보러 거제도 예구마을에 왔다가 마음이 빼앗겨 십 년이 넘는 세월과 돈을 투자해 조금씩 사들였다고 한다. 1969년에 터를 잡고 살며 40년간의 세월동안 꾸며 왔다고 하니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공곶이 입구는 동백터널로 만들어져 있는데 길이가 200미터나된다. 동백터널을 지나 나오면 작은 돌담과 종려나무숲이 맞아주는데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눈앞에 잡힐듯한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몽돌해변에서는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해변에 반짝이며 여전히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었다. 공곶이는 외도와 달리 개인농원이다 보니 따로 입장료는 없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가 늘며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40년을 정성으로 가꾼 개인사유지를 무료로 개방하신 노부부의 아름다운 뜻을 이해한다면 제발 지킬 것은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제최고의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면,‘장승포 해녀의 집’
거제도에 왔으니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거칠지만 순박하고 정직한 할머니 해녀들이 도매를 위해 시작한 것이 찾아오는 이들의 입소문으로 지금의‘해녀의 집’으로 자리 잡게 됐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해산물계의 원조로서 위풍당당함을 뽐내고 있다. 해녀는 생명을 담보로 한평생 물질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슴 아픈 전문가이다. 이런 해녀들이 운영하는‘해녀의 집’의 특징은 다름아닌 해녀들이 직접 해산물을 채취해 온다는 것. 자연산 전복, 멍게, 소라, 군소, 굴(석화), 개불, 성게 등 다양한 해산물을 손님의 주문에 맞추어 내어 놓는다. 산지에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하는 싱싱한 해산물의 맛은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술을 절로 부르는 맛이랄까. 탱글탱글 신선한 해산물과 통통한 전복살이 그대로 씹히는 고소한 전복죽 맛은 단연 으뜸이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입맛도 달라서 해산물에 대한 호불호도 명백하다. 그러나‘장승포 해녀의 집’에서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택배로 주문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산물을 잘 먹지 못하는 이도“어머 어머! 나 이거 싫어했는데!”라며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해녀의 집’의 할머니 해녀분은“가끔 직접 채취해 온 것은 맞는지 양식인데 자연산이라고 속이는 것은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고충을 털어 놓는다. 그러나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이 들고 물질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거제도에서 해녀가 운영하는 어느 해산물가게에 가게 되더라도 우선 의심은 내려놓길 바라는 바이다. 넓은 바다가 출렁이고 자연이 만들어 준 선물이 풍부한 거제도에서 해산물의 싱싱함에 취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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