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피해 입은 소방관, 주민 등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시달려… 지면 유입에 의한 3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

지난달 27일 구미 4공단의 한 공장이 폭발하면서 구미 일부 지역이 불산가스에 노출되었다. 농작물과 야생동물들의 피해와 죽음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불산가스에 의한 사고피해액은 177억원이며 이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불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12일 만에야 뒤늦게 구미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늑장대응을 하고 있어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불화 수소산(Hydrofluoric Acid)?
불산이라고도 한다. 불화수소(HF)의 수용액, 무색의 자극성 액체로 공기 중에서 발연하며, 유독성으로 피부나 점막을 강하게 침투(표면 장력이 대단히 작고 침투력이 강하다)하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반응성이 풍부하고, 알칼리, 알칼리토금속, 납, 아연, 은 등의 금속 산화물, 수산화물 또는 탄산염과 반응하여 불화물을 생성한다. 거의 모든 금속은 침투 당하지만, 금, 백금은 침해당하지 않는다. 유리나 규소화합물을 침해하기 때문에 합성수지제(폴리에틸렌)의 용기에 넣어 밀봉하여 저장한다. 도금에서는 불화욕으로써 주석, 납, 땜납, 크롬 등의 도금욕에 사용된다. 그 외, 유리의 부식, 주물의 모래 제거, 스테인리스의 표면처리, 도금의 전처리 등에도 이용된다. 시판 제품은 46~50%의 불화수소(HF)를 포함하고 있다. 배수에는 석회 또는 소석회(消石灰)를 첨가시켜, 불화칼슘으로써 침전시켜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2년 9월 27일에 구미에서 플루오린화수소(HF, Hydrogen Fluoride)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 작업자 5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고, 2차 피해가 현재 확산되어 가고 있다. 플루오린화수소는 본래 무색의 기체이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에 포함된 수분과 혼합되어 플루오린화수소산(Hydrofluoric acid, 뉴스에서 불산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이 형성되었을 것이고, 불산 에어로졸이 빛에 산란이 되면서 뿌연 연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러한 불산에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쉽게 흡수되는 불산, 식물은 견딜 수 없어
불산은 1771년에 스웨덴의 화학자 셸레(Carl Wilhelm Scheele)가 처음 발견을 했고, 유리를 녹이는 성질이 있다는 것도 그 당시에도 알았다고 한다. 플루오린화수소는 플루오린화칼슘(형석, CaF2(S))과 진한황산(H2SO4)을 반응시켜 제조한다. 플루오린화수소를 냉각시켜서 액체로 만들면 순수한 불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산칼슘염과 황산을 반응시켜서 인산을 생산하는 공정에서도 플루오린이 불순물로 결합되어 인산칼슘염을 사용하는 경우 플루오린화수소를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불산은 피부조직에 침투하는 성질로 인해서 특히 위험하다. 플루오린 이온(F-)의 크기가 다른 할로겐 이온들(Cl-, Br-, I-의 크기보다 작아서 불산은 쉽게 피부로 침투가 된다. 플루오린 이온을 제외한 다른 할로겐 이온은 수소 이온과 결합하여 수용액에서 완전 해리가 되는 강산(HCl, HBr, HI)이다. 그러나 불산은 완전히 해리가 되지 않는 약산(pKa=3.17)이다. 그러므로 피부로 침투될 때에도 불산 분자가 흡수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불산이 양이온(H+)과 음이온(F-)으로 해리되는 정도도 농도에 따라 다르며, 해리 되지 않은 분자일지라도 크기가 작아서 쉽게 피부에 흡수될 수 있다. 일단 흡수된 불산의 일부는 해리가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플루오린 이온이 생성된다. 바로 플루오린 이온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플루오린 이온이 체내에서 존재하는 칼슘이온(Ca2+) 혹은 마그네슘이온(Mg2+)과 반응하여 불용성 염인 CaF2(s) 혹은 MgF2(s) 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화학반응으로 인해서 전해질의 칼슘이온과 마그네슘 이온의 농도가 정상수치 보다 낮아지면서 전해질 균형이 깨진다. 또한 플루오린 이온이 뼈와 반응을 하면서 뼈가 상하게 된다. 식물의 경우에도 잎이나 줄기에 내려앉은 불산 에어로졸이 식물 조직으로 흡수되면 식물은 대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잎이 누렇게 변하고 결국에는 고사되는 것이다. 현재 구미 가스 누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밭에서 포도 잎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피부 흡수 빠른 불산, 후유증 가능성 높아
불산을 다룰 때는 피부 전체는 물론 보호 안경까지 착용을 해야 사고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처음 대응에서 간단한 마스크만 한 작업자들도 불산의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불산에 노출된 피부조직은 점성을 띠는 액체 덩어리처럼 변하고 괴사가 진행이 된다. 염산 혹은 황산과 같은 강산의 피부 접촉으로 인한 피해와 불산의 피부 접촉 및 흡입에 의한 피해는 다르다. 음이온의 크기가 큰 염산 혹은 황산들은 접촉이 되었어도, 불산과는 달리 피부 침투가 느리거나 되지 않아서 피부 겉면에만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부를 통해서 흡수되어 몸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불산은 독성 그 자체가 매우 다른 것이다. 피부에 닿아서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불산의 농도, 노출 지속 시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불산 용액과 접촉이 되면 농도가 높을수록 위험할 수 밖에 없다. 플루오린 이온과 칼슘이온(Ca2+)이 결합되면서 신경말단을 자극하는 포타슘이온(K+)이 대량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심할 경우 심장마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불산으로 인한 사망자의 혈액에서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 농도는 정상치보다 낮고, 포타슘 이온의 농도는 정상치보다 높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불산, 더욱 위험해
불산은 끓는 점이 19.5oC 이므로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변한다. 그러므로 불산이 액체로 누출이 되더라도 기온이 약 20oC를 넘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기화된 플루오린화 수소가 호흡을 통해서 폐로 들어가면 점액질에 포함된 물과 반응하여 불산이 만들어 질 것이며, 그것은 폐 조직을 괴사를 시킬 것이다. 또한 약한 경우라 할지라도 폐 내에 물집을 형성하여 호흡이 곤란해지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불산은 기체 상태로 체내에 흡수되면 호흡기 점막을 해치고 뼈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또한 불산에 노출된 피부조직은 점성을 띠는 액체 덩어리처럼 변하고 괴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산의 접촉 정도가 비교적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접촉된 피부는 글루콘산 칼슘(calcium gluconate) 젤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접촉된 피부에 젤을 문질러 칼슘 성분을 흡수시켜 국부적으로 존재하는 플루오린 이온과 결합하는 것이다. 일단 CaF2(s)를 형성한다면 플루오린 이온에 의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글루콘산 칼슘 10% 용액은 저 칼슘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용되고 있다. 불산으로 오염된 물건은 일단 물로 철저히 씻어 내야 된다. 땅이나 건물에는 수산화칼슘(Ca(OH)2), 산화칼슘(CaO) 혹은 염화칼슘(CaCl2)을 뿌려서 불용성 염을 형성하여 안정된 형태로 변형을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물에 씻긴 불산은 물속에서 칼슘 이온 혹은 실리콘 등과 반응하면 보다 안정한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동ㆍ식물 및 인간에 해롭지만 제품 생산에는 꼭 필요한 불산
불산도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산업에서 다양하게 이용된다. 유리를 가공할 때, 테프론을 생산할 때, 불산이 실리콘이나 실리콘 산화물을 깎아 낼 수 있으므로 실리콘 웨이퍼를 미세 가공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불산의 농도, 불산 용액의 이온 세기를 조절하면 깎는(etch)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미터 크기의 매우 정교한 미세가공도 가능한 것이다. 테프론(Polytetrafluoroethylene(PTFE)) 제조에 필요한 원료인 사플루오린에틸렌(CF2CF2)를 합성하는 경우에도 불산이 사용된다. 프라이팬 중에서 바닥 면을 테프론으로 코팅을 한 제품은 요리할 때 들러 붙지 않아서 각 가정에서 인기가 높다. 플루오린이 첨가된 치약은 충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어떤 치약에는 플루오린화 소듐(NaF) 혹은 플루오린화 주석(SnF2)이 약 1000ppm 정도까지 포함되어 있다. 수산화소듐과 불산을 반응시키면 플루오린화 소듐 염을 만들 수 있다. 치아 표면에 있는 에나멜 성분(Ca5(PO4)3(OH))의 일부가 플루오린과 결합하여 산에 더 강한 새로운 성분(Ca5(PO4)3(F))이 되도록 만들면 충치 예방 효과가 생길 수 있기에 플루오린 성분이 포함된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충치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수돗물에 일부러 플루오린을 첨가하기도 한다. 플루오린이 결합된 우라늄 화합물(UF6)을 합성할 때에도 불산이 사용된다. 핵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동위원소를 농축하려면 우선 우라늄 화합물을 합성해야 되기 때문이다.

구미‘불산 누출 심각’, 강한 독성에 사람ㆍ가축ㆍ농작물 피해 속출
경북 구미 화학공장의 화재로 불산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난 현재 400여 명이 고통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인근 지역 가축과 농작물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27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산이 유출되면서 화재 당시 보호장구 없이 현장에 접근했던 소방관ㆍ경찰관ㆍ주민 등 398명이 어지러움,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불산 누출 사고 현장에서 1.5㎞쯤 떨어진 마을인 구미시 산봉면 봉산리와 임천리 마을 밭에는 제초재를 뿌린 것처럼 포도 등 과수의 잎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고, 축사에서는 소가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연신 해대는 등 가축들도 집단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시에 따르면 농작물 피해는 지난달 초 기준으로 포도ㆍ멜론ㆍ사과ㆍ대추ㆍ자두 등 과수와 벼 등 180개 농가 91.4㏊에 이른다. 또 봉산리의 29개 축산농들은 농가에서 소 812마리와 개 500마리, 말 1마리가 이상 증세를 보인다고 구미시에 신고했다. 수확을 앞두고 농작물이 모두 말자 죽자 주민들은 넉을 잃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 마을이장은“이 정도 독성이라면 고엽제보다 더 심한 것 아니냐”며“마을 전체가 불산 피해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불산은 발암성 물질은 아니지만 매우 위험한 가스로 부식성이 강하고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세포 조직을 쉽게 통과한다”며“해당 피해 지역 주민과 인근 공장 근로자들의 피신, 농산물ㆍ토양ㆍ수질과 주민 역학조사 실시, 독성 화학물질의 체계적인 관리체계 수립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불산 노출 피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이렇게 심각한 사고인지 몰랐는데 불산 누출 정말 무섭네요. 재앙이다”,“뉴스보니 거의 생화학 수준이던데 저기 사시는 분들 걱정된다”,“불산성분이 스며든 고기나 농작물이 시중에 유통될 것이 가장 걱정된다”등의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구미시, 불산 사고 직후 피해 막을 기회 7번 놓쳐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직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하 환경과학원)이 모두 7차례에 걸쳐 중화제인‘소석회(수산화칼슘)’살포를 요청했지만 구미시 등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과학원은 지난 9월 27일 사고 발생 후 1시간40분이 흐른 오후 5시 20분쯤 구미시와 경북소방본부 등에“방제약품으로 소석회를 뿌리고 내화학 보호 장구를 착용하라”고 첫 경고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과학원은 오후 6시 6분, 6시 33분 소방 당국에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지난달 9일 밝혔다. 환경과학원 현장대응팀은 이날 밤 11시 55분 사고 현장에 도착, 산성도 측정을 위해 pH 시험지를 뿌렸지만 수분이 많아 농도가 측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소석회 방제가 아닌 물을 뿌렸기 때문이었다. 구미소방서 관계자는“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기에 물로 상황 진압에 나선 것”이라며“당시는 가스인지 화재로 인한 연기인지 구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곧이어 28일 0시 30분 사고 현장에서 불산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고 즉시 소석회 방제를 요청하는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방제를 독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소석회는 뿌려지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28일 오전 11시 20분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구미시에 소석회 살포를 지시해 달라고 마지막으로 요청했고, 구미시는 사고 발생 22시간이 지난 오후 1시 25분이 돼서야 사고 현장에 소석회를 살포했다. 구미시 관계자는“사고 발생 직후 20㎏들이 소석회 15포를 현장 인근에 가져다 놨는데, 접근이 어려워 뿌리지 못했다”며“환경과학원의 요청은 경황이 없어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사고 당일 주민을 대피시켰다가 소석회 방제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인 28일 오전 10시쯤 마을로 돌려보냈다. 환경과학원측은“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에서 구미시가 임의로 대피 주민을 복귀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대 유영억 교수(환경교육학)는“불산은 물과 만나면 더욱 확산되고, 침투성이 강해지는 성질이 있다”며“사고 초기에 즉시 소석회 방제를 실시했다면 피해나 위험요소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산 노출 주민ㆍ소방관들 외상후증후군 심각”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2차 피해를 입은 주민과 소방관의 상당수가 외상후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과 경북도가 공동으로 구성한 주민건강영향 공동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순천향대 구미병원 우극현 교수(작업환경의학과)는 지난 8일“그동안 주민 등을 치료하면서 주민과 소방관 등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농작물이 고사하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면서 정신심리분야 진단과 상담도 병행키로 했다. 불산가스 유출사고 수습이 장기화되면서‘3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비가 오면 논밭 등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산이 땅으로 스며들거나 주변 하천으로 흘러들어‘3차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환경연구소 고도현 선임연구원은“최근 대구지방환경청이 인근 한천과 낙동강 수질을 검사한 결과 먹는 물 기준 이내라고 했지만 미량의 불산이 검출됐는데 자연상태에서 검출돤 건지 이번 사고에 따른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비가 오면 토양에 잔류해 있던 불산이 지하수와 주변 하천으로 들러들어‘3차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유출된 불산가스의 양을 두고 구미시와 경찰의 추정치까지 엇갈리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구미시는 유출된 불산가스 양을 8t 정도로 보고 있고 경찰은 이보다 훨씬 많은 13t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미시는 각종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로 유출된 불산가스의 양이 8t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미시 관계자는 별도 조사도 없이“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공장 관계자가 8t 정도 유출된 것 같다고 해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20t 탱크로리에서 불산가스가 3분의 2가량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지난달 27일 오후 3시43분 발생했고 유출 차단작업을 완료한 시점이 오후 11시40분으로, 6시간가량 불산가스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유출량에 따라 2차 피해지역의 범위와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도 구미시가 사고 업체의 말만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구미시의 사고 초기 안이한 대응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대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피난민’ 같은 생활에 지쳐가는 분위기다. 이 마을 박종욱 주민대책위원장(53)은“주민 모두 건강은 물론 먹고살 길도 막막해져 앞으로 어떻게 살지 겁내고 있다”고 전했다. 봉산리 주민대책위 임채호 부위원장(51)은“당국이 그동안 뒷북조치로 일관했던 만큼 이제라도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따른 후속조치와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합당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 마을 주민들은 정부와 구미시 등의 대책을 봐가며 국가산업단지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 등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구미 특별재난지역 선포, 12일만에 늑장 대응‘그동안 뭐했나’
정부는 지난 8일 오전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열린‘구미시 불산 누출사고 관련 제2차 관계 차관회의’에서 구미 불산 누출 사고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1차 정부합동조사 결과 불산 가스 누출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 추정됨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지난 2007년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 이후 5년 만에 내린 선포이다. 그러나 최초사건 발생으로부터 12일이 경과한 뒤에 선포함으로써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여론에 대해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구미시와 함께 2차 정밀조사를 벌여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지역의 대기와 수질, 토양의 불산농도 측정치도 수시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조사와 보상이 끝날 때까지 주민들은 기약 없는 대피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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