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시설 분야 선도할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것”

올여름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전남지역에서만 3천억 원 이상의 전복 양식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전지구적인 기상이변으로 슈퍼태풍의 발생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되풀이되는 태풍과 적조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고전문가 3인의 의기투합
지난 9월 20일 전남대학교 김태호 교수(수산해양대학 해양기술학부)가 세계 최초로 ‘자동부침 가두리 양식시스템’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5회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대상 시상식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산 공학 분야 실용화 기술연구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온 김 교수는 옥조근정훈장을 비롯해 장관표창만 3번째 수상한 세계적 권위자다. 최근에는 ‘당진 화력발전소 온배수 양식기술 개발’ 연구와 농림수산식품부의 수산실용화 기술사업인 “수중 무척추 동물 양식용 부침 기능 보유 수중 가두리 시설 개발” 과제에 연이어 선정되는 등 산학협력과제에도 왕성하게 참여하고 있다. 특히 양식공학 분야 세계최고의 학술지인 Aquacultural Engineering 등SCI급 국제 학술지에 3회 연속 게재될 정도로 세계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온 김 교수의 ‘자동부침 가두리 양식 시스템’ 기술은 향후 우리나라의 수산 양식 산업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올여름 태풍으로 어업인들이 입은 물질적 피해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다. 어업인들의 상처를 다독여주고 차후에는 그런 피해를 덜 입을 수 있도록 더욱 연구에 매진하겠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번에 개발된 자동 부침 가두리 양식 시스템은 가두리 양식 시설에 인공지능 센서가 부착돼 파고, 풍속 등 기상조건을 스스로 감지하고 필요에 따라 가두리 시설이 수중으로 스스로 잠수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부양하는 것이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파도의 영향이 작을 뿐만 아니라 5m 이상 내려가면 적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따라서 태풍과 적조 등 자연재해로부터 시설물과 양식 생물의 안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양식업계의 피해를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양식 산업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개발 취지이다.
김 교수는 지난 5월 자동부침시스템 가두리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직접 써브오션(주)를 설립하고 야심찬 행보에 나섰다. 이제 갓 싹을 틔운 신생기업 써브오션(주)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론에 바탕을 논문과 설계, 특허와 현장실용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기 때문이다.
대표직을 맡은 김 교수와 함께 써브오션(주)을 이끌어갈 핵심 인력은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황규석 총괄이사와 현장실용화를 담당하는 오무환 경영이사다. 이 두 사람이 가진 출중한 실무능력과 풍부한 현장경험은 써브오션(주)의 든든한 자산이자 김 교수가 창업을 결심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직 설립초기라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사비가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세 사람의 얼굴은 한결같이 밝기만 했다.
황 이사는 “세 사람이 만난 것은 운명인 것 같다. 이론과 동기부여, 설계, 현장접목 이렇게 우리 3인은 완벽하게 서로 보완되는 관계에 있다. 일이 재미있다 보니 식사시간도 잊고 밤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라며 1, 2년 내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해안 양식시대 열린다”
써브오션(주)의 첫 번째 상용화 아이템은 수중 전복 가두리 시설인 ‘써브에이(sub-A)’이다. 주로 연안에 설치되는 재래식 가두리의 경우 파도에 취약하기 때문에 매년 태풍에 의해 시설이 파괴되고 전복은 죽거나 도망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써브에이’는 이러한 기존 전복 가두리시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먼 바다로 나가 파도와 적조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수층에 설치가 가능한 가두리시설로서 높은 폐사율과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가두리 시스템이다. ‘써브에이’는 전복뿐만 아니라 해삼과 문어, 털게 등 다양한 수산 무척추 동물의 양식 시설로도 활용 가능하며 이들 생물을 아파트 형태의 다층 구조로 적재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양식할 수 있다.
써브오션(주)측은 ‘써브에이’가 본격 출시될 경우 동해안 양식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해안은 남해안에 비해 파도가 훨씬 높지만 수질이 깨끗하고 수역이 넓기 때문에 앞으로 양식 산업의 메카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개발 중인 수중 전복 가두리 시설인 ‘써브에이’는 내년 초부터 울산에 위치한 시험 양식장에서 현장 시험 후 어업인들을 상대로 시연회와 설명회를 진행한 뒤 늦어도 내년 이맘때쯤에는 제품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또 2015년도에 개최되는 세계전복학회와 매년 개최되는 세계양식학회에 ‘써브에이’를 출품해서 제품과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공인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오 이사는 “김태호 교수를 만난 뒤 누군가 이 사업에 참여를 해서 어업인들에게 보급을 해준다면 어업인들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로부터 이제는 전복 등 수산 생물을 안전하게 양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크다.”라며 써브오션(주)의 첫 번째 작품인 ‘써브에이’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술력, 설계력, 현장실용화를 동시에
세계적으로 어류 가두리 시설 개발에 관한 연구는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수산 무척추 동물용 양식시설 개발에 관한 연구는 거의 사례를 찾기 어렵다. 써브오션(주)가 세계 최초로 개발 중에 있는 ‘써브에이’의 실용화에 성공한다면 수출효자상품으로서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돈을 버는 것은 나중문제”라 말한다. 언젠가 돈을 벌어야겠지만 ‘어업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써브오션(주)의 첫 번째 목표이다. 황 이사와 오 이사 역시 김 교수의 이러한 뜻에 깊이 공감을 하고 의기투합했기에 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젊은 시절 훈장도 받았고 국가로부터 그동안 많은 것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써브오션(주)을 통해 내가 받은 것의 일부나마 국가에 되돌려줄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며 남다른 창업정신을 전했다.
 

전남대학교 김태호 교수 약력

주요 경력: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연구관, 전남대학교 해양환경시뮬레이션센터장, 어업기술연구소장, 한국어업기술학회 총무이사,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조정위원, 행정고등고시 및 대입수학능력시험문제 출제 위원, 써브오션(주) 대표이사
상훈: 옥조근정훈장, 해양수산부장관표창(2회), 농림수산식품부장관표창, 전남대학교총장상, 특허청장표창, 한국발명진흥회장상, 한국수산학회 논문상, 세계인명사전(마르퀴즈 후즈 후) 등재
저서: 어류 가두리 양식시설 설계 외 6권
국내외 특허 등록 및 출원: 자동 부침 가두리 양식 시스템 외 38건

써브오션(주) 황규석 총괄이사 약력
부경대학교 기관학과 졸업, 신영마린엔지니어링(주) 대표이사, 성신조선(주) 기술이사
국내외 특허 등록 및 출원: 조립식 내파성 가두리 양식 장치 외 20건

써브오션(주) 오무환 경영이사 약력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행정학석사, 전남대학원 대학원 박사과정, 전남대학교 어업기술연구소 특별연구원, 동방교역(주) 대표이사, 남영건설(주) 대표이사
국내외 특허 등록 및 출원: 전복을 이용한 김치의 제조방법 외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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