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담합에 시장경제 파탄… 서민 피해 막심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자들의 부당한 담합으로 소비자나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주말마다 캠핑을 해 왔다는 캠핑 전문가 K씨. 그는“올해 들어 캠핑 용품 가격이 이유도 없이 급증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아무리 비싸도 200만원을 넘지 않던 텐트가격이 고급 재료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100만 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에 대해 제조 회사 측에 따져 물었지만‘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을 반영했다’는 알 수 없는 이유만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사용자나 소비자 단체들은 캠핑용품 회사들이 최근 일고 있는‘캠핑 열풍’을 틈타 가격 담합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국내 유명 캠핑 회사 3사가 모두 한 달 간격으로 일제히 30%에서 최대 60%까지 가격을 올린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6~8%에 불과한 점도 담합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담합 수장국 불명예 떠안은 한국
실제로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담합으로 처벌받은 벌금이 총 1조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미국 법무부의 카르텔() 법집행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라이신, 조미료 등 화학분야와 반도체, LCD, CDT 등 전자부품 분야에서 10개 기업이 총 12억7천167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처벌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약 1조7천310억 원에 이르는 돈에 해당한다. 그런가하면 5개사의 임직원 15명은 기소돼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기도 해, 연방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담합으로 인한 벌금을 부과 받은 일은 1996년 라이신 가격담합이 최초였다. 제일제당과 세원아메리카의 라이신 가격 담합으로 당시 벌금 총액은 157만8천 달러.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의 국내 기업 담합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2001년 제일제당과 대상저팬이 핵산조미료 가격담합으로 벌금 309만 달러 ▲2005~2007년 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D-RAM 가격담합으로 법인에게는 벌금 4억8천500만 달러, 연루된 개인 10명에게는 벌금 250만 달러와 징역 5~14개월 ▲ 2007년 및 2009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항공운송 가격담합으로 벌금 3억5천만 달러, 개인 2명은 기소 ▲2008년 LCD 담합으로 LG 디스플레이에게 벌금 4억 달러, 개인 2명은 벌금 5만5천 달러와 징역 각 7개월, 12개월 ▲ 2011년 CDT 담합으로 삼성SDI에게 벌금 3천200만 달러와 개인 1명이 기소됐다. 미 정부의 국가별 벌금 부과액을 보면 한국은 일본 13억6천570만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건당 평균 부과 금액은 2억1천100만 불에 달해 2건 이상 벌금을 부과 받은 국가 중에 가장 높은 셈이다. 벌금 부과액 상위 10대 기업 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삼성전자가 각각 4, 6, 8위를 차지해, 한국 기업이 3곳으로 가장 많다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이렇듯 한국사회는 담합이 판치고 있음이 분명했다.
식료품에서부터 가전, 심지어 정치까지‥
담합 판치는 한국사회
몇 달 전‘국민 간식’인 라면도 제조사들의 담합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있다. 4개의 라면 제조회사들이 라면 판매 정보를 공유하고 적정가격을 임의로 책정해 그 이하의 가격으로는 절대 도·소매점에 제공하지 않았다. 당시 소비자들은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같은 가격이 붙어 있는 라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여름밤을 식혀 줄 시원한 맥주의 경우 생산 회사가 한정돼 있어 시장 지배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맥주가 지난해 말 8% 가까이 상승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형마트 가격 라벨이 거의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6월 말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경우 제조회사에 상관없이 캔 맥주 6개 들이 가격이 모두 7천250원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 밖에 유류할증료 담합으로 항공기 이용객들의 주머니를 털어 해당 업체가 과징금을 받기도 했고, 비료회사들의 가격 담합으로 농민들과 농수산물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기도 했다. 담합은 국제 사회나 정치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제자유협정(FTA)을 계기로 유럽연합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담합한 의혹이 제기돼 현재 조사 중이다. 이미 제일제당, 대상,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은 담합으로 현지에서 적발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상태이다. 정치에서도 이러한 담합 논리는 존재한다. 그것은 소수당을 옥죄여오는 다수당의 공격을 부정하려는 수법으로도 사용되기도 하는가 하는 등 의 방식이다. 지난달 경북도 일부 기초의회 의원들이‘새누리당 의원들의 임기 나눠먹기’의혹을 제기했고, 경남의 일부 기초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국회의원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도 자신들을 향한 칼날에 대해‘다수당의 담합적 횡포’라는 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거대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담합해 자신들을 밀어내려 한다는 음모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음모일지 아닐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말이다.
믿었던 은행마저..대출 수수료에 중도상환 수수료도 털렸다
서민주머니도 털어버린‘악질’담합
그런가하면 담합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담합은 바로 서민경제와 직결되는‘금융권’의 담합이다. 경제가 얼수록 사치는 못 부려도 적금은 붓겠다는 것이 한국사회에 즐비한 서민층의 . 은행들이 중도상환 수수료율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여수신 관행 개선 협조 공문을 보내자 이를 편법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산정방식에 대출일수를 끼는 방식으로 실제 수수료 보다 오히려 높은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금융비용 부담 경감 및 금융피해 예방 추진을 위해 ▲대출연체이자율 ▲예금 담보대출 제도 ▲대출중도 상환수수료 부과방식 개선안을 각 은행에 보냈다. 금감원은 수수료를 대출 만기일까지의 잔존일수에 따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 잔여일수를 산술에 적용하면서 오히려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높이 챙겼다. 대출기간과 대출일수를 기간별로 구분해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오히려 수수료가 많아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중도상환수수료 폐지에 대한 여론도 들끓는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접수된 중도상환수수료 상담 286건을 분석한 결과 담보대출 경험이 있는 사람의 72.7%는 은행 등 금융사업자가‘일방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정했다고 응답했다. 반면“설명을 잘해줘 이해가 잘됐다”는 응답은 전체의 53.7%에 그쳤다.
민원 중‘수수료 과다’가 30.4%(87건)로 가장 많았고‘설명 부족’은 22.7%(65건), ‘수수료 부당청구’는 16.4%(47건) 순 이었다
계속되는 금융권 악재
증권사, 서민 손해 조장...“담합위의 담합”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은행권의 수수료 담합 사실이 적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 마저 2004~2010년에 20개 증권회사들이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연이어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들 증권회사에 총 192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삼성ㆍ대우ㆍ현대ㆍ동양종금ㆍ우리투자ㆍ한국투자 등 6개사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을 밝히면서도, 증권회사들이 금리 담합을 통해 벌어들인 부당이득 금액과 추정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그 금액이 연간 수백억 원은 족히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증권회사들이 금융소비자의 돈을 갈취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인지 이번 금융권 담합에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경재계의 담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1ㆍ2종 국민주택채권, 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이런 소액채권의 금리 결정에까지 담합이 끼어들 수 있다고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그 피해는 곧바로 국민, 국민의 다수를 이루는 서민, 바로‘내 주머니’로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이번 금융권 담합 논란의 진상은 이렇다. 소액채권은 소비자가 주택 또는 자동차 등을 구입할 경우 의무적으로 사는 것으로, 이는 곧바로 되파는 경우가 많다. 되파는 소액채권은 22개 매수 전담 증권사가 사들이며, 매입가격은 한국거래소에서 고시하는 신고 시장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신고 시장금리는 증권사들이 매일 제출하는 금리를 산술평균해 정해진다. 결국,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채권 값은 하락해 이를 사들이는 증권사는 이익을 챙기는 반면, 되파는 소비자는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난 2004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7년간 매일 오후 3시 30분을 전후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소액채권의 금리를 담합, 4천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증권사들은 담합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수익률의 컴퓨터 입력 화면을 출력해 팩스로 확인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반투자자의 시장 참여로 자신들에게 배분되는 채권 물량이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채권 매수가격을 높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동차 등록이나 아파트 등기에 필요하다 해서 소액채권을 샀다가 되판 경험이 있는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 20개 증권사 과징금 부과,
6개 증권사 검찰 고발키로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5일 국민주택채권 1·2종과 지역개발 채권, 서울·지방도시철도채권 등 소액채권의 금리를 사전에 합의한 증권사 20곳에 대해 시정명령 및 법위반 사실 공표 명령, 과징금 192억3천300만원을 부과하고, 6개 증권사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증권사는 교보, 대신, 대우, 동양종합금융, 메리츠종합금융, 미래에셋, 부국, 삼성, 신영, 신한금융투자, 아이엠투자, 솔로몬투자, SK, NH투자, 우리투자, 유진투자, 유화, 하나대투, 한국투자, 한화, 현대증권 등이었다. 그 중 대우증권(주), 동양종합금융증권(주), 삼성증권(주), 우리투자증권(주), 한국투자증권(주), 현대증권(주) 등 6개 증권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여전히 대단하다. 실제로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부터 각 금융권이 수수료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 불거지면서 금융권 전체에 대한 신뢰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어쩐지 금융권들의 입장은‘억울하다’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증권회사들은 소액채권의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과 국고채와 소액채권의 금리 차이를 줄여달라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랐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금융권, “우리도 억울하다‥
담합의 주범은 바로 정부”
증권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상당 부분 이해는 간다. 증권사들의 사정은 이랬다. 증권사들이 소액채권 매매 시장에 참여한 지 올해로 18년에 접어든다. 준조세 성격의 소액채권은 국가나 지자체가 발행하는데 이렇게 모은 자금은 공공재원으로 쓰인다. 소비자로선 소액채권이 번거로웠다. 만기가 5년 이상이라 당장 현금이 필요한 개인에겐 불필요했다. 소비자가 소액채권 매입 후 즉시 되파는 문화가 형성된 배경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비자가 소액채권을 들고 찾아갔던 건 명동 사채업자 등 시중의 채권수집상들이었다. 당장 현금이 필요했던 소비자는 높은 할인율(낮은 가격)에 채권을 넘겼다. 때문에 당시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시중 채권상들은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들끓기도 했다. 이에 1995년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이 채권시장 정비방안을 들고 나왔다. 5천만 원 이하 소액채권은 증권사에게 매도할 수 있게끔 했는데, 소액채권 매매 시장에 증권사들이 참여하게 된 계기다. 당시 증권사와 채권상에게 매도할 경우 할인율을 비교해보면 증권사가 10%포인트 가량 더 낮았다. 소비자는 그만큼 더 높은 값에 소액채권을 팔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증권사를 통한 소액채권 매매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증권사는 소액채권의 만기가 길고 표면금리가 낮아 거래를 기피했다. 당시는 채권발행 물량의 4%가량만 증권사가 매입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소액채권 매매 활성화를 위해 다시 제도를 바꿨다. 지난 2004년의 일이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채권의‘실물발행제’를‘등록발행제’로 바꿨다. 실물 채권증서를 발행하는 대신 전자로 등록, 매매를 보다 편리하게 했다. 정부는 등록발행제를 시행하며 증권사에게 40bp(0.4%포인트) 수준이던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간의 수익률 차이를 10bp(0.1%포인트)로 줄이도록‘권고’했다. 할인율을 낮춰 개인들이 소액채권을 은행창구 등에서 즉시 매도하게끔 유인하겠다는 의도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차도“2004년 정부의 할인율 축소 권고가 채권담합의 배경”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20개 증권사는 자신이 매수할 소액채권의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담합의 유혹이 상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기도 했다. 이후 감사원은 2010년 국토해양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주택채권 매수를 전담하는 증권사 20곳 중 19곳이 금리를 담합한 혐의를 발견했고, 2011년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에 제재 검토를 요구했다. 과징금 조치를 받은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수익률 제시 자체가 정부의 행정지도 및 소액채권 유통구조 효율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라며“수익도 크지 않은데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 고스란히 피해 안긴 금융당국의 무능
시민단체 집단소송 움직임
시민단체들도 집단 소송인단을 모집해 공동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담합 사실이 적발 된 이후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이번 증권사의 담합과 관련해‘부당이득’을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피해 소비자들을 모아 부당이득반환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소연 관계자는“이들 소액채권은 거의 대부분 서민 소비자들이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입 후 바로 은행에 되팔아 할인료만 부담하고 있다”며“이 할인율을 높이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낮추면 올라가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리를 담합해 높게 잡아 서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금융권의 야만적인 수탈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담합의 피해자는 2004년 4월부터 국민주택채권, 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을 매입한 후 매도한 개인 및 기업 모두 해당된다. 금소연의 홈페이지 (www.kfco.org)에 채권매도일, 채권종류 및 금액, 매도은행 및 증권사를 확인 후 신청하면 된다. 향후 금소연은 피해 사례자들을 모아 1차적으로 해당 증권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증권사들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단체소송이나 공동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렇듯 많은 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은행의 CD담합, 생보사의 이율 담합, 증권사 채권수익률 담합 등 일련의 금융권의 담합사태는 금융감독 당국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그대로‘소비자피해’로 전가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감독 당국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앞으로 소액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피해는 반드시 해당 금융사가‘배상’하도록 해야 하고, 조속한‘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과‘집단소송제도’의 확대가 시급해 보인다.
제2 제3의 금융권 담합 사태 막아야‥
감독 체계에 대대적 개선 이뤄져야할 터
지난 2003년, 민간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공정위원장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며 이런 말을 남겼다. 그가 재임기간 중 미처 손대지 못한 마지막 부문인, ‘금융권 담합’이 그 주제였는데, 그는“제조업과 유통업은 공정 거래를 의식하는데 반해, 금융권은 아직 그렇지 않다. 대충 살펴봤지만 문제가 많다”며“향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공정위 직원들이 밝혀주길 바란다”라고. 은행 및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권의 담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으며, 금융감독 당국이 이를 몰랐을 리는 없을 터. 알고도 방치했을 가능성을 유추해 볼 만한 얘기다. 실제로 이 같은 가설이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이번 소액채권 금리 담합 사건에는 시장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증권회사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를 보면‘거래소와도 협의’라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역시 공정위는 제재 대상 명단에 한국거래소를 올리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와 관련된 부분은 금융감독 당국이 처리할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소액채권 금리 담합에 대해 그동안 눈을 감고 있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니 유구무언일 터이다. 어쨌거나 이 또한 금융권의 담합 사실을 대거 적발한 국가기관이 제 식구 돌보기에 또 다른‘담합’이 아닐 수 없으며, 이번 사건은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와 금융감독 체계의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됨을 여실히 보여준다. <NP>
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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