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C TC119설립 주도한 공로 근정포장 수상

SF영화 울트라바이올렛(2006)을 보면 여주인공(밀라 요보비치)이 자판기에서 1회용 전화기를 ‘출력’해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줄 기술이 바로 인쇄전자기술이다. 어느 나라가 먼저 인쇄전자공정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는가가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때 한국의 세계시장선점을 기대하게 하는 낭보가 날아들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주식 기자 press9@

인쇄전자산업 2020년 세계시장규모 780억$ 전망
지난 10월 1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전주대학교(총장 고 건) 나노신소재공학과 이해성 교수가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내최초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인쇄전자분야 기술위원회(TC)를 설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국제표준화의 양대기구인 ISO/IEC에서 모두 활약하며 국제표준분야 국가경쟁력강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IEC에 SC(Sub Committee)와 워킹그룹을 설립한 예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상위레벨 협의체인 TC(Technical Committee)를 설립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지난해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IEC SMB (표준화관리이사회) 회의에서 이사국 만장일치로 30분 만에 TC설립이 승인된 일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우리나라가 그동안 축적했던 국제표준분야의 역량을 세계무대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 IDTech EX에 따르면 2020년 인쇄전자산업의 세계시장규모는 780억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쇄전자산업은 최근 10년간 나노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힘입어 가시적 연구성과들이 나오면서 걸음마단계를 지나 산업화를 꾀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인쇄전자기술은 친환경, 대량생산, 연속공정 등의 전자부품 생산시스템의 혁신적인 기술로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특히 반도체제작공정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이 기술은 우리나라가 반도체・디스플레이분야의 세계시장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해성 교수는 “이번 수상을 개인의 영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많은 분들이 IEC와 IOS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로 제가 대표로 받은 것 같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보다 많은 국내연구자들이 국제표준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한국의 산업환경 고려한 국제표준제정 가능
이번에 우리나라가 주도하여 설립된 IEC 인쇄전자분야 기술위원회(TC119)는 향후 인쇄전자산업의 흐름을 좌우할 국제표준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간사국 지위를 갖게된 TC119는 이해성 교수가 국제간사를, 순천대 조규진 교수가 국제 부간사를 맡아 인쇄전자분야 국제표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세계표준분야에서 풍부한 활동경험을 갖고 있는 이 교수는 “기술우위국가가 국제표준을 먼저 선점해 국제표준자체가 국제경쟁력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동향이다. 간사국지위를 얻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국제표준제정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TC119설립이 갖는 의의에 대해 전했다.

“IEC TC119설립은 국가적인 경사”
지난 2003년 지식경제부와 협력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ISO TC201(화학표면분석 기술위원회)에 신규 분과위원회(SC9 : SPM - 주사탐침현미경)를 설립한 이 교수는 10년째 국제의장직을 맡아 수행하면서 국내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국내기술로 개발된 제3세대 원자현미경(SPM의 일종)의 기술우위성을 국제표준으로 확보하는 등 국제표준을 활용한 국가경쟁력강화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바 있다. 또 2000년대 중반부터 나노테크놀로지분야 기술위원회 ISO TC229와 IEC TC113 양쪽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국제표준분야의 안목을 키워온 이 교수는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각 분야의 국제표준 리더십을 선점하는 것을 지켜보며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선진국들이 선점한 위원회에서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을 했지만 실질적인 리더십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를 오랜 기간 고민하던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첨단제조업이 살아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로 인쇄전자기술은 향후 우리나라가 첨단제조업분야의 세계적인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는 보루가 될 것이다. 이때 (우리나라가 주도하는)국제표준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큰 보탬이 될 것”이란 생각에 한국최초 TC설립에 적합한 분야로 인쇄전자분야를 택했다. 특히 인쇄전자기술 R&D분야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갖고 있는 건국대 신기현 교수를 만나 의기투합하게 되면서 TC설립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되었다.
이 교수는 “한국최초 국제표준기구 TC설립이란 성과 뒤에는 많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이번 성과는 인쇄전자기술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신기현 교수를 비롯해 IEC SMB에서 10여 년간 활동해온 한국 대표 위원들과 국내 인쇄전자분야 전문가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원장 서광현)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뤄낸 국가적 경사다. 이번 성과가 향후 우리나라가 세계 첨단제조업분야를 선도하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함께 성과를 이끌어낸 분들에게 공을 돌렸다. NP

box기사 이해성교수 국제표준화기구 활동 경력
- ISO TC201 국내 전문위원 (2003년 2월 - 현재)
- ISO TC201 SC9 국제의장 (2004년 2월 - 현재)
- ISO TC229 한국 수석대표 (Head delegate) (2005년 11월 - 2007년 4월)
- ISO TC229 Chairman Advisory Group 위원 (2005년 11월 - 2006년 12월)
- ISO TC229 전문위원 (2007년 1월 - 현재)
- IEC TC113 전문위원 (2008년 11월 - 현재)
- IEC TC113 Chairman Advisory Group 위원 (2010년 5월 - 현재)
- IEC TC119 국제간사 (2011년 10월 - 현재)
- SPM 국내 전문위원회 위원장 (2004년 3월 - 현재)
- 탄소나노튜브 국내전문위원회 위원 (2007년 3월 - 현재)
- 나노기술 표준화 국내전문위원 위원 (2008년 1월 - 현재)
- 국제의장간사협의회 회장 (2009년 12월 - 현재)
- 한국 표준학회 창립 위원/이사/기획위원장 (2010년 6월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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