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현실화 가능성 정면 돌파할 듯, 세제 및 이민개혁 가속화 전망…실리주의적 통상정책기조 예상, 일부 국내산업 피해 우려도”
오바마 재선의 의미와 주요 정책 방향

1. 금융 (Finance): 2008년 대선 때 월스트리트 금융권은 오바마 캠프에 많은 선거자금을 주었지만, 지난 4년간 오바마가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2012년 선거에서 월스트리트는 롬니 캠프에 더 많은 선거자금을 주었다. 하지만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월스트리트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오바마 집권 기간 동안 대표적인 금융산업 규제법안인 도드-프랭크(Dodd-Frank) 법안은 금융권에 가장 큰 이슈였다. 선거 이후 금융권은 도드-프랭크 법안이 금융권에 불리하지 않게 집행되도록 의회와 백악관에 로비를 할 예정이다.
2. 에너지 (Energy): 오바마의 승리와 롬니의 패배는 신재생 에너지의 승리인 동시에 석탄이나 석유 산업의 패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년간 오바마 대통령은 석유와 석탄 산업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했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는 많은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며 육성해 왔다. 오바마는 캠페인 기간 중 석유와 가스 산업이 40억 달러나 되는 세금을 공제 받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재선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산업에 더 높은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또 캐나다에서 걸프 해안까지를 파이프 라인으로 연결하는 KyeStone XL 사업 승인이 지연되거나 아예 백지화될 수도 있다.
3. 군수산업 (Defense):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 지출이 여러 분야에서 자동적으로 삭감되는데 군수 지출도 포함된다. 원칙대로라면 군수 관련 정부 지출은 5천억 달러가 감소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수 지출 삭감은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4년간 점진적으로 군수 관련 정부 지출은 줄어들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내년에 미군이 철수하고,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의 삭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1985년부터 1998년 사이에 미국의 군수 지출은 이미 36%나 감소했다. 이러한 예산 감소에 대응해 군수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많은 나라들이 재정적자 상태에 있기 때문에 무기 수출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4. IT-기술 (Technology): 오바마 집권 2기의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인터넷에 대한 규제일 것이다. 개인 정보를 회사들이 얼마나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얼굴인식 기능의 상용화를 승인할 것인지 등 많은 이슈가 산재해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TC)는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에 많은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캠프가 선거 과정에서부터 온라인상의 유권자 정보를 이용해 맞춤형 광고전략을 썼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새로 들어설 의회는 개인정보와 관련해 25년 전에 제정된 온라인 개인 정보법(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수 시설이나 전기 등 핵심 시설들이 사이버 공격에 의해 마비되는 일이 없도록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법안도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5. 건강(Health):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통과시킨 건강보험개혁법안은 2014년 본격 적용된다. 따라서 건강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보험회사, 그리고 주 정부 관계자들은 법안 집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법안과 규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롬니는 당선되면‘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가장 먼저 폐지하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해 이러한 가능성이 없어지자 병원들과 의사들은 재빨리 새로운 법률 하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케어가 발효되면 제약회사들과 의료장비를 만드는 회사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한-미 관계는 역대 최고
과거 2008년 7월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 이란, 쿠바 등의 지도자들과 조건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1년이 채 되기도 전인 2009년 4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하였고 오바마는 이런 북한에 대해 도발에는 보상이 없다라는 원칙을 세웠다. 이후 지난 해 7월 세 차례의 북-미 간의 고위급 회담에 이어 올해 2·29 합의 등을 이끌며 관계 회복이 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이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반면 한-미 관계에서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는 한국에 대해‘린치핀(linchpinㆍ핵심이라는 뜻)’,‘가장 위대한 친구’ 등 최상의 표현을 썼고, 한미 관계는‘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연기, 미사일 지침 개정 등 민감한 사안들도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악화됐던 관계가 복원된 것은 대북정책 및 안보 문제에 관한 적극적 공조, 미국의‘아시아 회귀’정책에서 한국의 중요성, 양국 최고지도자 간 신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된다. 미국 전임 대통령들은 재선에 성공한 뒤에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쳤다.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은 집권 1기에는 북한을‘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펴다 2기에는 6자회담을 통해 9ㆍ19 공동성명과 2ㆍ13 합의를 채택하는 등 대화 위주로 바꿨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도 집권 1기 초반에 영변 핵시설 폭격까지 검토하는 등 북-미 관계가 경색됐지만 2기 말에는 조명록 북한 차수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교차 방문하며 북 - 미 코뮈니케에 합의 하는 등 관계가 호전 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일단 오바마 2기에는 미국의 대북, 대남 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오바마의 실망이 컸고, 오바마의 외교정책 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뒤로 밀려 있어 무리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9월 채택된 민주당의 정강에도“북한에 정면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오바마가 북한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있어 새롭게 대화를 시도하기는 어렵고 수동적 자세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재선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만큼 북한에 다시 한 번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오바마 측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북 제재 원칙은 유지하면서 북한과 대화의 기회를 갖자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오바마-김정은의 첫 작품인 2ㆍ29 합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와 한국의 대선 결과이다. 지난 해 말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가 집권한 뒤 미국 대선 과정을 관망해 온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미 관계 회복에 나선다면 오바마가 유연한 대북 정책을 펴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북한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오바마는 계속 제재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오바마가 북한과 다시 대화하려면 북한이 뭔가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한 일간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한국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돼 대북 햇볕정책으로 돌아간다면 오바마의 대북정책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므로 한미 관계에 긴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하는 등 한미간 민감한 현안이 불거지면 한미 동맹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바마 재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오바마 재선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
주식시장에도 정책의 연속성이 가져올 경기부양 기조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명‘오바마 효과’가 주식시장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재정벼랑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하원 전체 의석과 상원 33석에 대한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했고,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정치구도는 선거 이전과 변화가 없다. 결국 연말 재정벼랑을 앞두고 공화당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정벼랑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재정감축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의 법정 부채한도가 거의 소진된 상태다. 현재 진행속도라면 12월 중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법정 부채한도 문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맞물려 지난해 8월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재정벼랑 협상이 지연되고 부채한도 소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 지난해 8월과 같은 불안감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이 미국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끌 재정벼랑을 그대로 방치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해 부채한도 협상에서 보듯 정치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협상 과정에서의 마찰음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는 정치권의 모습은 증시 참여자를 포함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기조 유지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는‘긍정적’

박소담 기자
psd0328@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