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꽃뱀, 꽃뱀 보이스 피싱, 부부꽃뱀, 레스토랑 꽃뱀 까지…수단도 다양”
제대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24세의 정모씨는 지난 4월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그날도 정씨는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곯아떨어진 채 지하철에 몸을 맡겼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앉은 한 젊은 여성이“당신 치한이야?”라며 다짜고짜 정씨의 뺨을 때렸다. 자에서 덜 깬 정씨는 영문도 모른 채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느냐고 되물었고 여성은“당신이 자는 척 하면서 내 허벅지 더듬었잖아! 너 같은 건 감방에 가야 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정씨는 억울했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그 여성의 완강한 태도에 떠밀려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 급히 지하철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 여성에게서 전화가 왔고 여성은 없던 일로 해주겠다며 50만원을 요구했다. 이런 경우 여자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입건까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정씨는 결국 낯선 여성의 통장으로 50만원을 입금하고서야 발을 뻗고 잘 수 있었다. 뒤늦게야‘지하철 꽃뱀’에게 된통 당한 것을 알았지만 생돈 50만원은 이미 정씨의 것이 아니었다.
지하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꽃뱀’
합의금을 노리고 지하철에서 남성에게 몸을 맡기는 이른바‘지하철 꽃뱀’이 등장해 출퇴근길 남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지하철만 타면 몸을 사리게 된다는 김모씨도 지하철 꽃뱀에게 당한 케이스. 지난 달 여느 날과 다름없이 붐비는 1호선에 몸을 싣고 출근하던 김씨. 가뜩이나 전날 회식자리에서 과음을 한 탓에 속이 울렁거리는 찰나 앞에 선 여성에게서 풍기는 진한 향수냄새가 코를 찔렀다. 김씨는 이 여성을 피해 다른 칸으로 옮겨보려 애쓰지만 발 디딜 틈도 없는 지하철 안에서는 쉽지 않은 일. 그런데 문제의 이 여성은 계속해서 김씨에게 몸을 기댔다. 김씨는‘이 여자가 왜 이럴까’란 생각을 하며 하체를 조금씩 뒤로 물려봤지만 여성은 김씨에게 더욱 가까이 엉덩이를 밀착시켰다. 잘못하면 치한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터라 김씨는 괜스레 주위 시선마저 의식하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행여나 손이라도 닿을까봐 어색하게 팔을 뒤로 뺀 자세를 취하며 이 여성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이쯤 되면 지하철은 그야말로 지옥철.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이 여성이 몸을 돌려 김씨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여성은“당신 뭐야? 치한이야? 왜 내 몸을 더듬어?”라고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고는“경찰서로 가자”며 김씨에게 다음 역에서 내릴 것을 강요했다. 김씨는 아무런 잘못 없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수근거림을 당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여성을 따라 지하철을 내렸다. 마침 앞에는 공익근무요원이 있었고 여성은“이 사람 치한이니 수사대로 데리고 가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순간 김씨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말로만 듣던 지하철 꽃뱀에게 당했구나’라는 것.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김씨는 공익근무요원과 여성을 따라 지하철수사대로 향해야 했다. 경찰관 앞에서 이 여성은 보다 강력하게 김씨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갔다. 김씨는 있는 힘껏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눈물까지 보이는 여성 앞에서 그의 주장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경찰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김씨를 바라보며 무언으로 자백을 요구했다. 김씨는 이미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은 물 건너간 일이라 여겼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 여성과 합의를 시도했다. 돈 이야기가 나오자 이 여성은“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며 못이기는 척 흥정에 돌입했다. 처음 여성의 입에서 나온 합의금은 2백만원. 그저 뒤에 서있었던 대가치고는 너무나 큰 액수였다. 김씨는 조금만 낮춰 달라고 사정했고 이 여성은 인심 쓰듯 50만원을 깎아줘 두 사람은 1백50만원에 합의를 봤다. 치한이란 오명에 큰돈까지 덤터기를 쓴 김씨는“꽃뱀 무서워서 복잡한 지하철 타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하철 꽃뱀’기승에‘진짜 피해자’가 운다
위처럼 지하철 꽃뱀들이 쉽게 돈을 뜯을 수 있는 이유는 지하철 치한으로 몰릴 경우 여성의 증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금의 법체계에 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한 남성은 대부분의 경우 피해 여성의 진술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성추행을 당하고도 수치심에 모른 척하고 넘기는 여성들이 다반사지만 용기를 내 성추행 사실을 밝힐 경우 여성의 진술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지하철 성추행의 경우 여성이 우기면 장사 없는 셈이다. 이를 노리고 꽃뱀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 경우‘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장소 기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13조를 적용한다. 지하철 꽃뱀에게 걸리면 대부분 합의금 명목으로 어느 정도의 돈을 뜯길 것을 각오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여성들 탓에 정작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 즉 가해남성이 피해를 입힌 여성을 꽃뱀으로 몰아붙일 빌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할 경우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해 돈을 뜯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일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수치심을 무릅쓰고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밝히고도 꽃뱀으로 몰려 우스운 꼴을 당하는 여성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남성, 여성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는 지하철 꽃뱀. 이들이 더 이상 활개를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지하철 안에도 CCTV를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하철꽃뱀에게 당한 경험이 있는 K씨는“출퇴근 시간 등 지하철이 극심하게 혼잡한 시간만이라도 CCTV를 가동해야 한다”며“그렇게 한다면 성추행을 당하는 여성이나 꽃뱀에게 당하는 남성 모두가 오해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불가피하게 꽃뱀에게 당했을 경우 감식의뢰를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들 여성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지문감식 등을 통해 확실한 증거를 잡는 것이다. 행여나 치한으로 몰릴까, 꽃뱀에게 물릴까 두려워 만세자세에 엉덩이를 뒤로 뺀 채 탑승하는 웃지못할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지하철. 남녀 간 불신이란 보이지 않는 벽이 여기저기 가로막고 있어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이 더욱 답답하기만 하다.
‘꽃뱀 공갈단’주의보…두려워 말고 신고하자
지난 10월 9일 전북 군산에서는 60대 꽃뱀이 40대 남성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1억여원을 뜯어내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이 술을 먹던 중 옷을 벗고 유혹하는 A(61ㆍ여) 씨에게 넘어가 유사 성행위까지 한 B(47) 씨는“성폭행을 당했다. 회사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A씨에게 합의금 1억2000만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같은 달 1일 인천에서는 경기도 일대의 재력가들을 상대로 미모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게 한 뒤 이 여성의 남편을 가장해 현장을 급습하는 방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C(61) 씨 등 꽃뱀공갈단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A씨의 경우처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분명하지만 상대방이“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거나“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청 관계자는“성폭행으로 신고된 사건의 경우 합의금을 노린 ‘꽃뱀’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서,“합의로 이뤄진 성관계가 분명할 경우에는 성폭행을 당했다며 금품을 요구하더라도 이에 응하지 말고 협박죄와 명예훼손으로 응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또“가족이나, 회사에 알려질까 두려워 공갈범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 조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가족이나 회사에 알려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상대방이 술에 취해 의식을 잃는 상황이었을 때엔 성관계를 할 경우 성폭행범으로 몰릴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룻밤에 그치는 관계라고 할지라도 서로의 의사가 일치됐을 때에만 하룻밤 사랑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강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술에 취하기 전 분위기가 어떻든 간에, 의식을 잃은 상대와 성관계를 하는 것은‘강간’”이라며“합의한 성관계 중이라도 여성이 거부할 경우 관계를 멈추지 않으면 성폭행이 된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합의금 노린‘부부꽃뱀’기승
부부끼리 모의하여 한 남자의 인생을 파탄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름하여‘꽃뱀부부’로 지칭되는 이들은 자신의 와이프를 남성과 성관계를 맺게 한 후 현행범으로 몰아 거액의 돈을 뜯어내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잦은 경찰조사는 오히려 자신들에게 수사가 집중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여 직접적인 경찰조사는 피하면서 피해자를 직접 협박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다. 이들은 특히 가정이 있는 유부남들을 주로 범행대상으로 물색하여‘합의를 해주지 않아 일이 커지면 가정파탄이 난다’는 협박을 주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한번 쉽게 거액의 돈을 만진 꽃뱀부부는 2차, 3차 범죄를 저질렀다. 와이프는 남자를 유혹하여 집으로 끌어들여 성관계를 맺고 남편은 이를 현장에서 목격하여 현행범으로 만들어 버린다. 협박이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진짜로 신고를 하여 어떻게 해서든 합의금을 받으려다 적발되었다. 피해자는 남편이 들어오는 절묘한 타이밍과‘와이프’역할의 여자에게는 한마디 말없이 자신에게만 욕설과 협박을 한 점, 고소는 하지 않으면서 금품을 요구한 점 등을 수상히 여겨 끝까지 합의를 거부하고 신고를 하자 경찰조사를 받던 중 드러나게 되었다. 조사결과 이들은 실제 부부도 아니었음이 드러났다.‘아내’역할을 한 여성은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20대 중반의 여성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손님을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여 성관계를 하고 돈을 받는 생활을 해오다 가정이 있는 상대 남성을‘간통’으로 몰아 합의금을 받는 것이 더 큰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꽃뱀’범죄는 통상적으로‘약자’의 입장에 서 있는 여성의 위치와 수치심을 이용해 쉽게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부천‘꽃뱀’레스토랑
지난 2월, 수도권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을 상대로 음식값으로 최고 180만원을 지불하게 한 레스토랑 꽃뱀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한다.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여성들을 고용해 나이트클럽에서 남성을 꾀어낸 뒤 자신의 식당으로 끌어들여 비싼 식사를 하도록 한 후 거액의 돈을 지불하게 한 혐의로 부천 모 식당주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일명‘레스토랑 꽃뱀’의 여성들은 남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매출액의 10%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레스토랑의 피해자만 6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의 피해자중 하나인 김씨의 얘기를 들어보자.‘안녕하세요? 어제 만났던 사람인데 오늘 저녁 가볍게 한잔 어떠세요?’지난해 12월 초 김씨의 가슴은 설렘으로 쿵쾅거렸다. 설마설마했는데 그녀가 정말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문자를 보내온 여성은 며칠 전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A씨(25). 청순한 얼굴에 다소곳한 몸가짐의 그녀는 평소 김씨가 꿈꿔 온 이상형이었다. 게다가 그 예쁜 입으로‘오빠는 여자친구한테 자상하게 대해줄 것 같다’,‘계속만나면서 알아갔으면 좋겠다’와 같은 달콤한 말로 홀리는 것 아닌가? 부푼 가슴을 안고 김씨가 A씨와 만난 장소는 경기 부천시 상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이 가게 스테이크가 그렇게 유명하대요.”근처에 직장이 있다며 A씨가 직접 고른 장소였다. 너무 거창한듯 해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상형을 눈앞에 둔 김씨는 이내‘비용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밥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와인한잔 하실래요?”젊고 예쁜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와인이 대수랴. 그녀가 원하는 대로 스테이크와 와인을 시켰고 꿈같은 2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받아든 계산서는 경악 그 자체였다. 스테이크 1인분에 15만원씩 30만원, 와인 8잔에 40만원. 스테이크는 그렇다 치고 와인 한잔이 오만원이라니… 처음 음식을 주문할 때 A씨에게 알아서 하라며 메뉴판을 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의 데이트에서 밥값 때문에 구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김씨는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70만원을 카드로 계산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녀와의 인연은 끝이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헤어진A씨는 더 이상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몸이 단 김씨기 계속 전화를 했지만 단 한통도 받지 않았다.“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며칠만에 온 그녀의 문자 메시지. 김씨의 짝사랑은 70만원의 손해만 안긴 채 허무하게 끝이 났다. 경찰 관계자는 악덕 업주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피해자들이 메뉴판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데이트 상대마저 의심을 해야 할 정도로 각박해진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혀를 찼다.
옛 직장상사 유혹, 성관계 촬영해 협박
옛 직장 상사를 유혹해 성관계를 맺으면서 이를 촬영해 돈을 뜯 어내려던‘꽃뱀’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옛 직장 상사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촬영해 협박한 혐의(공갈)로 김모(여ㆍ36)씨와 동거남 추모(37)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1월 20일 오후 9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포장마차에서 같이 술을 마시던 옛 직장 상사 C(53)씨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 성관계를 맺으면서 추씨 등에게 성관계 장면을 촬영토록 한 뒤 C씨에게 1억원을 요구하는 등 C씨를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10여 년 전 1년가량 같은 회사에 근무한 C씨와 사건 당일 술을 마시다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넣은 숙취해소제를 건네 마시게 한 뒤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했다.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추씨는 김씨의 연락을 받고 오피스텔로 찾아가 성관계 장면을 찍은 뒤“약혼녀를 건드렸으니 1 억원을 내놔라”고 C씨를 협박, 1,000만원을 지불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범행을 한 김씨 일당은 25일 오전 영등포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C씨를 만나 500만원을 받아내려다 C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세종시 기러기 아빠들‘꽃뱀 특보’
지난 9월 국무총리실이 처음 세종시로 이전할 때 공직복무관리관실이‘선발대’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총리실은“총리실의 외곽 조직이 먼저 옮긴다는 원칙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공직사회에선“낯선 곳으로 근무지가 바뀐 탓에 자칫 공직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어 공무원 감찰을 담당하는 조직을 먼저 이동시킨 같다”는 얘기가 많았다. 기러기 아빠나 남편들이 주말마다 서울 가족에게 가기위해 금요일에 조기퇴근하는‘금퇴족’이 생기는 등 기강이 해이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사전에 단속할 필요가 있고 특히 전국의‘꽃뱀’들이 홀로사는 남자 공무원들을 노리고 세종시로 집결하고 있다는 첩보도 적잖았기 때문이다.최근 이런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소문에 지역에 나돌고 있어 관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모 부처의 직원 2명이 꽃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경찰에 내사에 들어갔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돈다. 또 대전 유성쪽의‘꽃뱀 공갈단’조직이‘세종시 기러기’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대거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다는 말도 있다. 관가에 이런 소문이 나돌자 이주를 앞둔 각 부처 공무원들도 진위여부를 탐문하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각 부처에 복무기강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나름 점검도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개개인이 몸가짐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한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패가망신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세종시로 이전하는 총리실의 한 과장은“공무원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곧바로 징계로 이어지고 만약 언론에라도 나면 그걸로 공무원 생활은 끝”이라며“이런 약점을 노리고 세종시로 가려는 꽃뱀들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서기관(4급)은“한 번 꽃뱀에게 걸리면 합의금이 최소 3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말을 직원들끼리 주고받기도 한다”고 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국장은“국ㆍ과장 이상 간부는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생활 터전을 세종시로 옮기기가 불가능하다”면서“결국 가족과 떨어져 혼자 외롭게 자취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만큼 유혹에 흔들릴 여지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1998년 대전 둔산동으로 이전한 관세청ㆍ조달청·중소기업청 등 대전청사 공무원들의‘선례’도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그 당시 대전청사 공무원들은 꽃뱀들의 집중 타깃이 됐고, 일부 간부들은 실제 걸려들어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세종시로 옮겨가는 부처 간부들 사이에서는‘꽃뱀 퇴치법’도 돌고 있다.“예쁜 여자가 접근해오면 무조건 의심부터 하라”,“현지에서 만난 여자와는 단둘이 술을 마시지 말라”는 식이다. 법제처의 한 과장은“외로움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세종시로 내려가면 밤에는 대학원에 다니며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예정”이라고 했다. 비슷한 연차의 총리실 과장은“공부도 좋지만, 결국 혼자 온 간부들은 밤에 자기들끼리 모여 술 마시며 지낼 것”이라고 했다.
“얼굴보고싶어요? 돈부터 입금하세요.”‘꽃뱀’, 이젠 보이스 피싱까지
최근 채팅 사이트에 미모의 여성 사진을 등록하는 방법으로 남성들을 유인해 수 천만 원을 뜯어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일명‘인터넷 꽃뱀’으로 불리는 이 여성은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하거나 혹은‘성매매’를 가장해서 피해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2월 27일 미녀 사진을 미끼로 사이버 상에서 교제한 4명의 남성으로부터 7300만 원을 가로챈 박 아무개 씨(여ㆍ31)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박씨의 범죄 수법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했다. 박씨는 2003년 3월경 한 유명 사이트에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메인 화면에 인터넷 상에서 구한 미모의 20대 여성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김씨(31)에게 미니홈피를 공개하며‘실제 나의 사진’이라고 속여 교제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매일 통화와 채팅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박씨는 김씨에게“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엄마가 아픈데 병원비가 없다”,“만나려고 하는데 차비가 없다”등 갖가지 거짓말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김씨로부터 3년 동안 636차례에 걸쳐 3350만 원을 뜯어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당연히 그녀의 실제 사진으로 알았고, 사진이 예뻐서 호감이 갔다”며“2~3년간 통화와 채팅을 이어왔기 때문에 실제로 사귀는 줄 알고 돈을 송금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에게 당한 사람은 김씨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같은 수법으로 남성 3명을 유혹해 4000여만 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들은 2~3년 동안 박 씨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나기를 미루는데도 박 씨의 다정한 태도에 속아 넘어가 금품을 계속 건네줬다. 사기를 당한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고, 피해자들은 실제로 만남을 가진 후에야 속은 것을 깨달았다.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피해자들은 처음에‘아픈 과거를 들추고 싶지 않다’고 진술을 거부해 애를 먹었다”며“경찰이 끈질기게 설득해 진술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 사건처럼 미모의 여성과 만남을 가지려는 단순한 호기심에 채팅을 했다가 피해를 보는 남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성매매’를 빙자한‘꽃뱀 보이스 피싱’은 남성들이 사기를 당하더라도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악용해 최근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새벽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장씨(34)는‘지금 당장 번개팅 가능해요!’’라는 제목의 대화방에 들어갔다. 그를 맞이한 것은 자신을 20대 초반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며 다정하게 말을 건넨 한 여성회원이었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뛰어난 미인임을 증명하는 사진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며“비교적 싼 가격에 성매매가 가능하다”며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는“가격 흥정도 가능하다”며 자신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 것을 요구했다. 장씨는 호기심에 별 의심 없이 전화를 걸었고, 그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 모 회사 사장이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한 이 남성 “우리 업체 이용료는 아주 저렴하다”며“한 번도 경찰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그는 장 씨에게“조건 만남의 계약금 10만 원을 입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어눌한 말투 때문에 혹시 사기일이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장씨는‘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입금을 했다. 그리고는 여성에게 전화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전화는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알려준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멘트만 흘러나왔다. 장 씨는 성매매를 시도한 것 때문에 자신도 처벌을 받을까봐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한동안 주춤하던 보이스 피싱의 변종이라고 보면 된다”며“지난해 말부터 피해 신고가 증가하고 있는데 성매매 남성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피해 사례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이들의 IP 주소는 거의 중국이다. 통장도 대포 통장인 경우가 많아 피해 금액을 되돌려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