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이 천하제일, 중국 계림”

살면서 꼭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명절날 잔소리 하는 친척들이 아닐까. 어느덧 노총각의 반열에 들어서다 보니 친척어른들의 이런저런 걱정 어린 눈빛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친척들을 피해 설날 전에 여행을 떠나 설날연휴가 지나면 돌아오는 여행을 계획했다. 중국은 개인적으로 조금 꺼려지는 여행지이다. 치안이나 편의시설 등도 문제지만 어느 나라를 가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필자에게 딱 한나라, 중국 음식은 항상 적응이 안 되기 때문이다. 출발도 하기 전, 걱정이 넘쳐 망설임을 거듭했다. 그러나 앞서 다녀온 지인들의‘너무나, 너무나 좋다.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도피성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기고가 강일모 kang1mo@nate.com

동양의 프라하, 계림
 

▲ 복파산 시검석

중국은 4개의 직할시와 22개의 성 5개의 자치구가 있다. 4개의 시로는 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징시가 있으며 성으로는 허난성, 허베이성, 산둥성, 산시성, 라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장쑤성 등외에 성들이 있다. 또한 자치구로는 네이멍구자치구, 시짱자치구, 닝샤후이족자치구, 광시좡족자치구가 있다. 그중에 필자가 간곳은 광시좡족자치구인 계림인데 계림은 한국이 한겨울인 지금도 평균기온이 6도~10도 사이의 약간 쌀쌀한 날씨를 보이는 곳으로 한여름에는 무시무시하게 더운 곳이라고 한다. 5구 10현 2자치현으로 구분된 계림은 중국말로는‘구이린’으로 카르스트지형으로 특이한 지형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그 옛날 많은 화가나 문인들의 글과 그림의 소재가 되었으며 중국영화 소림사의 주 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카르스트 지형이란 석회암 지역에서 잘 나타나는 것으로, 화학적으로 용해하여 침식되어 나타나는 지형을 통틀어 이른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빗물과 지하수에 쉽게 용해되면서 나타난다. 지하에 하천이 흐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점차 석회암을 용해시키면서 일련의 지형변화를 볼 수 있다. 보통은 침하된 카르스트 지형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계림은 높게 솟은 봉우리가 시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동양에서 프라하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프라하를 다녀온 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도시곳곳에 탑들이 참 많은 아름다운 도시이다. 한 소설에서는 프라하를‘천개의 탑으로 만들어진 도시’라고 표현했다. 프라하에서는 도시중간 중간 중간 높게 솟은 탑들을 보면 일부러 만들어 놓은 봉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는데, 반대로 계림의 약 5만여개나 되는 봉우리들을 보니 프라하의 탑들이 생각난다니.‘동양의 프라하’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강명주 관암동굴과 이강
계림시내에서 차로 약4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관암동굴. 이강 주변에 있어‘이강명주’라고 불린다. 차에서 내린 필자는 이강에 위치한 식당에서 방목으로 직접 키운 닭으로 만든 백숙을 먹고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모노레일을 타고 5분정도를 가니 동굴의 입구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동굴들이라고 해봐야 토굴수준이거나 규모가 상당이 협소한데 대륙의 동굴이라고 할까 대형터널을 보는듯했다. 관암동굴에는 탈거리가 4가지나 있다. 동굴에서 탈거리라 하니 의아하겠지만 동굴이 워낙 크다보니 그 안에 탈거리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타고 들어온 모노레일이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동굴 바닥에 형성된 물위로 달리는 배, 그리고 정말 믿기 어렵지만 동굴 안에 기차도 있다. 마지막으로 승강기까지 타고 올라올 수 있는 소형 버스(?)까지. 이정도만 말해도 대략 동굴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관암동굴은 종요동굴에 속하는데, 오랜 기간 폐쇄되어 있었던지라 종유석이나 석주, 석순 등의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입구에 들어서서 조금만 걸어가면 동굴 안에서 거대한 폭포를 맞이하게 되는데 사방이 막혀있다 보니 폭포의 물줄기를 고스란히 맞게 된다. 동굴 안에서 폭포를 마주한다는 것. 그 웅장함에 감출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동굴내부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로 인해 물줄기가 형성되어 있고 그로인해 배로 이동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걸어서 이동하면 4시간 정도이지만 동굴안 탈거리를 이용하면 1시간 20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관광객도 많고 그 규모에 비해 관람시간이 적어 동굴 안의 생물들을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종종 박쥐가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수천년의 시간동안 만들어진 종유석은 사물이나 동물들을 닮앙 있었다. 글자 그대로 만물이 다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 관암동굴이 아닐까 싶다. 동굴을 나오면 커다란 강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경치가 한 폭의 수묵화와도 같다. 거대한 산을 감싸 안은 강이 주는 고요함을 느끼고 있노라면 자연의 웅장함 앞에 다시한번 작아지는 인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이강유람구’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제일 크고 아름다운‘용암산수관광지’라고 한다. 이강은 화남제일봉이라 불리는 묘아산에서 발원하는데 그 길이가 무려 497km나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약400km이니 서울에서 부산보다 더 긴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동굴에서 내려와 이강 선창작으로 내려오면 유람선을 탈 수 있는데 A코스: 죽강부두-양삭은 약4시간 정도가 걸리며 B코스: 관암-양재, C코스: 양삭-복리 두코스는 1시간 정도이다. 필자는 관암-양재로 가는 유람선을 탔는데 유람선이라기 보단 그냥 통통배 한 대가 강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중간 중간 주민들의 모습이나 가정집, 수상가옥도 볼 수 있었고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양쪽으로 병풍처럼 서있는 산을 보며 과연 절경이구나 싶었다. 이강은 계림내에서도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니 유람선 여행도 잊지말고 즐겨보길 바란다.

복파장군이 머물렀던 복파산
복파산은 계림시를 북쪽으로 기울어서 흐르는 이강의 강변에 있는 높지 않은 산이다. 복파산의 유래는 복파장군의 일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복파장군이라는 동한기대의 장군이 돌을 칼로 베었다는 시검석을 시험하고자 복파산에 올랐다고 한다. 또한 이산에는 복파장군의 묘가 있어 복파산은 복파장군의 이름을 따 복파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 15분 정도 가면 정상에서 계림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이강쪽에는 수상가옥들을 볼 수 있고 시내쪽으로는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좌우로 첩채산과 독수봉이 차로 1분 안팎의 거리이니 들러도 좋을듯하다. 산을 내려오면 지하로 통하는 동굴이 있는데‘환주동’이라고 불리는 동굴이다. 이곳에는 천여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500개의 동자승만 해도 대단한 규모라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보통 천여개는 기본이라고 한다. 환주동을 지나면 시검석을 볼 수 있는데 정말 칼로 자른 것인지 바위가 반듯하게 잘린 모습이 왠지 전설의 복파장군이 실존인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림의명산, 요산
계림시내에서 동부로 약8km정도를 차타고 이동하다 보면 주봉해발 909.3m, 지면높이가 760m인 계림에서 제일 커다란‘요산’이라는 곳이 있다. 주나라에서 당나라에 이르기까지 산 위에 요임금을 섬기는 사당이 세워져 있어‘요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요산은 계림의 다른 산들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진데 반해 유일하게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한편 요산을 올라가다보면 입구부터 묘들이 참 많다. 중국은 죽은 사람은 화장을 하도록 법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수지리적으로 명산이며 왕이 묻혀 있는 산이라는 이유로 현재도 재력있는 중국인들이 사후 벌금을 내면서까지 자신들의 조상의 묘를 쓰는 곳이라고 한다. 요산에 가기전 구멍이 뻥 뚫린듯한 산을 하나 볼 수 있는데 이 산은‘월량산’이라고 한다. 월량산은 복파장군이 활을 쏴서 산을 관통했다는 전설이 있는 산으로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리 보이는데, 초승달에서 반달까지 다양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한편 요산은 능선의 기복이 있고 산세가 드세며 매년 3월이면 진달래가 만발하여 중국 각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필자가 간 시기는 겨울이었지만 눈 덮인 겨울산도‘요산동설’이라 하여 계림의 명소답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 입구에는 리프트가 있는데 이것을 타고 20분 정도를 올라가면 정상까지 편안하게 다다를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면 12개의 동상과 할아버지 동상이 있는데 이 동상이 바로 중국 신화에 나오는 명군으로 유명한‘요제’이다. 나머지 12개의 동상은 12간지 각띠를 대표하는 동상이라고 한다. 산위에 건설된 오제묘는 현재까지 중국에서 제일 보존이 잘된 고대릉묘군 이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발굴당시 나온 토기인형을 비롯해 당시 사진 자료들이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었다. 요산을 내려올 때는 리프트를 타고 3/1정도 내려오면 봅슬레이를 타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봅슬레이로 갈아타고 6분정도 타고 내려오면 산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 속도감과 스릴은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만큼 짜릿했다. 요산에 간다면 꼭 체험해야할 코스가 아닐까 싶다.

소수민족 문화촌, 세외도화원
계림에서 양삭으로 가다보면‘세외도화원’이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역의 민속촌 같은 곳인데, 이곳에는 소수민족들의 문화생활과 생활풍습 등 여러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세외도화원은 진나라 때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오랜 시간 녹아든 소수민족의 전통생활 방식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이런 곳에서 살면 스트레스따위 없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곳은 보통 걸으며 관람하는 코스와 달리 유람선을 타고 관람하게 되어있다. 배를 타고 지나가면 민족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춤과 음악을 들려주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은 이날 영하17도였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시각 세외도화원은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이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1500년을 살아온 대용수
대용수는 계림 양삭현성에서 현성남쪽으로 7.5km가량 떨어진 위치에 있는 용수나무다. 대용수는 용수나무의 일종으로 열대 아시아에서 주로 자라는 큰 나무로 가지에서 기근이 내려 지주근이 되는 나무이다. 계림이 열대성 기후를 띄고 있어 용수나무들이 자라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용수나무는 통상 2천년정도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 있는 대용수나무는 현재 1500년정도의 나이에 높이 17m, 둘레 5m를 자랑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거대하고 푸른 버섯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몸집과 위용은 말할것도 없다. 대용수 주변에는 장족의 전통의상을 빌려주는 곳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장족의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대용수에서 멀지 않은곳에 요족마을이 있는데 이곳에서 이들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무더운 기후에서 살아가는 민족이라 그런지 활발하고 호전적인 모습이었다. 요족 처녀들이 장난도 치고 사진도 같이 찍자며 관심을 보이는 통에‘이곳으로 이사를 와야하나’하는 고민을 잠깐 해 보았다. 공연은 15분 정도로 아주 짦은데 대부분이 우리나라의‘차력쇼’와 비슷하다. 공연 중간중간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부분도 있는데 필자가 선택되어 올라가 같이 춤도 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기념품도 챙겨올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가재래시장
양삭은 작은 도시이다 보니 걸어서 반나절만 돌아다녀도 웬만한 곳은 다 둘러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면이나 리 정도의 크기일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양삭은 시내 곳곳에 산봉우리들이 있어 이곳이 도심인지 산속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양삭에는 낮은 건물들이 주를 이룬다. 보통 2층 건물이 대부분이었고 어쩌다 4층 정도의 건물이 대부분이다. 양삭의 경치가 너무 좋아 주민들이 일부러 건물을 낮게 짓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간다고 한다. 양삭은 외국인이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로 유명하다. 베트남과도 지리상 멀지않고 양삭의 경치를 보러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한다고 한다. 양삭 지역에서도 외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은 서가재래시장이다. 이름에서처럼‘서가’는‘서양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시장에 들어서면 왜 시장 이름이 서가인지 단박에 알게 된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서양식 건물들과 영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하다. 흡사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처럼 시장길 곳곳에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양고기를 파는 노점에 들러 양꼬치를 한입 베어 물며 시장을 활보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한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동양 문화권이라 그런지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서가시장은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서 배낭 여행족이나 학생들도 많이 온다고 한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이고 그래서 밤에 먹거리나 술 한잔 하기 좋은 술집들도 많다. 이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강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유명하며 특히나 물고기 비늘을 발효시켜 만든 맥주는 이곳에서 꼭 마셔봐야 할 술이다. 길을 걷다보면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향을 지닌 열대과일들이 참 많은데 특히 망고와 두리안은 한국에서 먹는 맛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양삭에 간다면 한국에 있는 열대과일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꼭 현지의 과일을 맛보길 바란다. 또 며칠 동안 느끼한 음식으로 속이 더부룩했다면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두부조림을 추천하고 싶다. 향신료 맛이 약간 나지만 한국의 매콤한 두부조림과 비슷해서 속풀이에 그만이었다. 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아담하고 건물양식이 서양과 비슷하여 고풍스러움이 더해져 걷기에 그만이다. 특히 고개만 들면 마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봉우리와 유유자적 잔잔히 흐르는 이강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한편 양삭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지역인만큼 중국에서 국제 결혼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곳에 와서 정착을 할까. 계림에 왔다면 양삭은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출사지로 유명한 용척제전 계단식 논
계림에서 100km떨어진 곳에 위치한 요족마을에는 대규모 계단식 논이 있다.‘용척제전’이름 그대로 말하면‘용의 등뼈를 닮은 계단식 논’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이곳은 길도 험하고 너무 멀리 있기에 가기를 포기했던 곳이었으나 우연찮게 본 사진 한 장이 마음을 돌려놨다. 계단식 논이 어디나 그러하지만 산에 만들어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해발 300m에서 1100m사이에 분포 되어 있으며 그 경사도가 최저 26도에서 최대 50도 까지라 하니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면 정상에서 계단식 논을 바라본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장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발걸음은 이미 산을 오르고 있다. 한편 용척제전은 원나라 때부터 만들기 시작하여 청나라 초에 현재의 모습을 갖춘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이다. 현재까지 650여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산기슭에서부터 산 정산까지 가지런히 계단식으로 정돈된 논은 장관이라고 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몸과 마음이 지쳐갈때쯤, 해발880m에 위치한 용척제전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의 전경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산과 산 사이에 수백 마리의 용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곳에 올라서서 내려다보아야 왜 이산의 이름이 용척제전인지 깨달을 수 있으리라. 한편 용척제전에 그려지는 용의 모습은 계절마다 다르다고한다. 여름에는 짙은 녹색의 녹룡이, 가을에는 황금룡, 겨울에는 눈 쌓인 모습이 백룡을 닮았다고 한다.

양강사호 유람선
계림의 마지막날 일정은 양강사호 유람선을 타며 보내기로 했다. 원래는 인상유삼제를 관람하려 했으나 날씨가 추워서 열리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상유삼제는 중국영화의 거장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작품을 제작기간만 5년을 소요하고, 배우와 스탭만 600명이 넘는 대공연으로 공연시간은 약 한 시간 반 정도이다. 12개의 산봉우리와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대공연은‘중국인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계림에 갔다면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이다. 날씨 탓에 인상유삼제를 보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양강사호 선착장에 도착했다. 양강사호는 계림시에 흐르는 도화강과 이강을 시내 안에 있는 4개호수인 용호, 산호, 계호, 목용호와 연결시켜서 유람선을 타고 계림의 시내를 도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낮보다는 밤의 야경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양강사호 유람선을 타면 호수인근에 지어진 전통양식의 건물들과 그 건물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다. 소수민족 자치구이다 보니 각 소수민족들이 자신들만의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노래를 부르며 관광객들과 호흡을 맞춘다. 특히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을 하루 앞둔 날이어서 곳곳에서 불꽃놀이와 함께 폭죽을 터트리며 공연을 하고 있어 더욱 흥을 돋궈 주었다. 음식과 편견 때문에 망설였던 도피성 중국여행에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자신을 발견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국의 설레임 가득했던 중국 계림 여행을 마무리 했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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