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월14일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노 대표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지난 해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지 불과 10개월여 만에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옛 안기부의 도청 녹취록에 들어있는 속칭 “떡값 검사”의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재벌권력과 검찰 권력이 결탁하여 ‘사회적 정의’를 합법으로 짓밟은 횡포에 가까운 처사다.
노 대표가 지난 2005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삼성그룹에서 ‘떡값’을 받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 전 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한편 이것을 인터넷에 게재한 바 있다.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노 대표를 고소하고 검찰은 2007년 5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노 대표를 기소했었다.
1심 재판(2009년 2월)에서 노 대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다. 2심 재판(2009년 12월)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는 듯 했다. 그러나 대법원(2011년 5월)은 보도자료 배포는 면책특권의 사유가 되지만 인터넷 게재는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심(2011년 10월)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마침내 대법원은 2013년 2월14일 노 대표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여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녹취록에 등장한 정치자금을 논의 한 삼성 관련자, 실명 공개된 의혹 검사 전원에게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결과적으로 제보자와 이를 보도한 기자, 비리 검사를 실명 공개한 국회의원만 기소되는 본말이 전도된 판결이었다. 노 대표가 지적했듯이 “뇌물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수수를 모의한 간부,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억울한 피해자고 이들에 대해 수사를 촉구한 사람이 가해자”가 된 꼴이 되었다. 이 사건을 지휘했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창이 박근혜 차기 정부의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황교안 변호사라 더욱 역설적이다.
검찰의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와 검찰 ‘제 식구 감싸기’는 ‘재벌권력’과 ‘검찰권력’이 돈을 매개로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검찰의 편파수사와 법원의 편협한 법해석은 재판을 합법으로 포장시켜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된 ‘꼼수’외 다름 아니다.
시대착오적 법적용을 가려내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최고법원인 대법원마저 형식논리로 일관하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의 부조리를 옹호하고 누리는 세력들은 과거와 달리 ‘억압적 힘’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정교한 논리로 무장하여 합법적 절차를 따르면서 그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따라서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수정, 보완하여 더욱 정의로운 제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것이다. 우선, 권력형 비리범죄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 시효가 지난 후에 증거가 드러나도 처벌할 수 없는 공소시효제도를 악용할 경우 국가권력이 자행한 범죄는 영구히 처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소시효의 소멸시효이론을 형법권을 행사할 수 있을 시점에 맞추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즉, 노 대표가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시점서부터 뇌물죄 시효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 역시 수정해야 한다. 공익적 목적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사항들은 정당방위의 관점에서 법해석이 필요하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국회의원이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권력형 부패를 어떻게 청산할까요”라며 개탄했다. 거대 권력들 간에 발생한 부정비리 사건은 반드시 파헤쳐져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한 합법적으로 자행되는 국가권력기관의 부정의(不正義)는 국민의 이름으로 저항 받고 심판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NP>
- 기자명 진태유 논설위원
- 입력 2013.03.01 00:00
- 수정 2013.04.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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