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 눈부신 날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면…

여행을 하는 방법과 떠나는 이유는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배낭여행, 운치와 낭만을 안겨 주는 기차여행, 고행을 자처한 자전거 여행, 도보여행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가족ㆍ연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혼자 떠나는 여행,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줄 여행을 계획할 때면 ‘어디로 떠나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4월의 봄, 역사와 문화가 더불어 숨 쉬며 교육의 장을 이루는 곳,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박물관 여행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빼어난 절경과 고풍을 자랑, 해금강테마박물관!!!

   ▲ 해금강테마박물관 전경

지나간 시간의 자료들이나 특정한 주제를 한 곳에서 바라보는 전시관의 목적은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도 함께 한다. 박물관을 찾아 재미를 얻고 싶다면 거제도의 끝자락에 해금강테마박물관이 있다. 폐교로 방치됐던 건물을 단장한 박물관은 내부 가득히 우리의 지나온 세월 속 물건들을 모아뒀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은 단순한 진열이 아니라 영화 세트를 보는듯한 주제와 함께 추억의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어 과거의 거리를 거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모두 한 개인의 노력으로 수집된 5만 여 점의 옛 물건들이라는 사실이 놀라운데 전시공간이 협소해 소장품의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더욱 경이롭다. 유천업ㆍ경명자 관장은 사람을 사랑하고, 그 역사와 문화를 후손에게 전해주기 위해 그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던 우리의 정체성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기 위해 박물관을 설립했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의 1층은 근ㆍ현대사 생활자료전시관으로 중장년층에게는 지난 1950~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자, 어린이들에게 부모세대의 유년 시절을 체험할 수 있는 근ㆍ현대사의 교육의 장이다. 옛날 미장원, 사진관, 세탁소, 전당포, 인쇄소 등의 점포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거리의 모습과 당시 교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곳은 단연 인기가 높다. 박물관 2층은 유럽장식미술관으로 유럽풍의 장식품들과 모형 범선, 중세의 기사관, 밀랍인형과 칸느 영화포스터, 세계명화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상의 전시물들은 공동 관장이 전 세계의 21개국 이상을 답사하며 모은 수집품부터 예술품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식물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게 하는 곳이다. 한편 박물관을 나와 주변을 살펴보면 거제시 남부면 갈곶마을 끝자락, 바람도 쉬어가는 아름다운 절경이 박물관 주위로 펼쳐져 있다. 여기서 옛날 선인들은 저 멀리 남해안 다도해를 바라보며 시를 읊조리고 오대양을 상상하면서 희망을 꿈꾸었을 것이다. 박물관 앞마당 밑으로는 신선대가 있다. 신선이 내려와서 풍류를 즐겼을 만큼 자연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그 주변의 해안 경관과 더불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가 멋진 곳이다. 박물관 북쪽에 자리 잡은‘바람의 언덕’은 탁 트인 바다전망이 좋은 곳으로 TV드라마‘이브의 화원’(2003년),‘회전목마’(2004)와 영화‘종려나무숲’(2005년)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렇듯 해금강테마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전시, 유물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천혜의 자연과 파도소리까지 만끽할 수 있다.

돼지들이 묘기를? 이천 돼지박물관! 

   ▲ 공연에 등장하는 미니 돼지

십이지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는 돼지는 우리 민속에서 신통력 있는 동물로 통한다.‘돼지꿈’,‘복돼지’라는 말이 있듯이 돼지는 재산과 복을 주는 동물로 여겨진다. 독일을 처음으로 2011년 11월 경기도 이천시에 아시아 최초로 돼지박물관이 들어섰다. 이천돼지박물관은‘돼지보러 오면 돼지’라는 이목을 끄는 문구를 내걸고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돼지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체험교육농장이자 문화공간이다. 돼지들의 운동회 공연을 즐겁게 관람한 후 소시지를 만들어 보고 돼지를 품에 안거나 먹이를 주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돼지박물관 전시실에는 돼지를 주제로 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전 세계 18개국에서 온 돼지 인형과 미술품 50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돼지 저금통의 유래도 재미있다. 전시물 중에 빨간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이 친근하다.“땡그랑 한푼~ 땡그랑 두푼~”동요가 절로 떠오르며 미소를 짓게 된다. 전시실 관람을 마치면 교육장으로 향한다. 돼지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돼지의 한살이를 직접 체험하면서‘먹을 것만 밝히는 지저분한 동물’이라는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마련된다. 돼지 공연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방역기를 통과, 살균 소독 절차를 밟는다. 공연장은 U자형이고, 낮은 울타리가 객석과 무대를 구분한다. 돼지 공연에서 묘기를 부린 돼지들은 건빵을 먹을 수 있다. 먹을 것에 약한 돼지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축구를 좋아하는‘꿀순이’는 여러 장애물을 피하면서 골대에 골을 넣는다. 가장 예쁘다는 평을 받는 돼지인‘미스 진’은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며 가방 속에 들어갔다가 탈출하는 묘기를 펼친다. 약 40분간의 공연을 본 관객은 하나같이“돼지가 이렇게 똑똑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 다음은 소시지 만들기 체험이 이어진지고 소시지의 역사를 공부한다. 영양가 높은 소시지 만들기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른 먹거리에 대해서도 습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돼지 세밀화 그리기’에 도전하며 돼지에 대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올 봄에는 박물관 마당에 30여 개 텐트를 갖춘 오토캠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이천 봄나들이에는 산수유마을 방문을 생략할 수 없다. 이천시 북쪽 백사면의 도립리ㆍ경사리ㆍ송말리 일대는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과 더불어 산수유 여행지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산수유나무는 8000여 그루로 세 마을 150여 가구 주민들이 9만 9000여 ㎡ 들판과 원적산 산비탈에서‘한 그루만 있으면 자식 대학 공부까지 시킨다’는 산수유를 100여 년 전부터 키우고 있다. 대개 3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10일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도립리의 산수유 군락에는 육괴정이라는 문화 유적지가 숨어 있다. 이천시 향토 유적 13호로 지정된 육괴정 주변에는 500년 된 느티나무 몇 그루가 있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전통문화사랑의 결실, 순천뿌리깊은나무박물관 

   ▲ 순천만 갈대산책로 풍경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낙안읍성 인근에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전시한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다. 평생 우리 것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한 故한창기 선생의 열정과 고집이 깃든 공간으로 2011년 개관했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을 둘러보려면 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뿌리깊은나무>는 1976년 한 선생이 창간한 월간문화종합지이다. 1936년 벌교에서 태어난 한창기 선생은 유창한 영어 실력과 발군의 세일즈 실력으로 브리태니커 한국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영어와 세일즈라는 무기로 정상에 섰지만, 정작 한 선생은 전통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을 넓히는 새마을운동으로 우리의 옛 것이 서서히 사라지고 아름다운 청춘들이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떠나며, 외화 반출이 금지되던 시대다. 브래태니커백과사전을 판매해 많은 수익을 창출한 선생은 영국으로 수익금 대신 편지를 보냈다. 백과사전을 판 수익금을 한국 전통문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편지다. 판소리다섯마당의 음반과 악보를 남긴 것, 100회에 걸쳐 판소리음악회를 연 것, 잎차와 다기와 반상기를 보급한 것 등이 한창기 선생이 시작한 한국 전통문화 사업이다. <뿌리깊은나무>는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선생의 관심과 애정이 발현된 잡지다. 제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문헌 <용비어천가>에서 따왔으며, 창조적이고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잡지 형식을 추구했다. 한글ㆍ한자 혼용, 세로쓰기 방식이던 당시 신문이나 잡지와 달리 한글 전용, 가로쓰기 방식을 처음 선보였다. 잡지는 안타깝게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1980년 8월 강제 폐간됐다. 한 선생이 창간한 잡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유물 전시실과 야외 전시 공간, 백경 김무규 선생 고택으로 구성된다. 유물 전시실은 선생이 만든 잡지의 이름을 따 각각 뿌리깊은나무(상설 전시실), 샘이깊은물(기획 전시실), 배움나무(세미나실)로 나뉜다. 전시실에는 유물 800여 점이 전시된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의 기와, 옹기, 토기에서 청자, 백자, 불교 의식 용구, 민속용품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문화재급 유물도 있지만, 아직도 온기가 남았을 것 같은 서민 생활용품도 제법 많다. 서까래의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 끼우던 서까래막새, 청동기시대의 별 모양 돌도끼, 한글과 한자가 혼용된‘정순왕후국장반차도’ 등 특이하면서도 희소가치 있는 유물들이다. 박물관 주변에 멋들어진 한옥 한 채가 있다. 1920년대에 지어진 백경 김무규 선생 고택으로, 전남 구례에서 옮겨왔다.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 송화가 눈먼 뒤 아버지 유봉과 함께 머무르는 곳으로, 하얀 한복을 입은 이가 사랑채 누마루에 앉아 거문고를 타자 유봉이 구음을 부르는 장면이 이 집에서 촬영된 것이다. 고택은 전형적인 양반 상류 주택으로 사랑채와 안채, 사당으로 구성됐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지척인 낙안읍성은 1983년 사적 302호로 지정되어 있다. 낙안읍성은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면 서문을 지나 남문으로 내려오는 돌계단에서 낙안읍성의 풍경이 가장 잘 보인다. 남문까지 길게 이어진 성곽 길과 초가집, 흙길 등 온통 누런빛이 감도는 읍성의 풍경이 예스럽다. 해돋이와 해넘이의 장관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여수반도 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화포해변의 해돋이로 시작해 고흥반도 뒤로 고요히 넘어가는 와온해변의 해넘이로 마감하면 순천 여행의 감흥은 하릴없이 깊어진다.

세계 최고의 한국 범종과 다양한 전 세계 종- 진천종박물관
 

   ▲ 개관 7주년 기념전, 상원사동종

아기 울음소리를 본떠‘에밀레종’이라 불렀다는 성덕대왕신종(국보 29호) 이야기, 목숨을 구해 준 선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제 머리로 종(치악산 상원사종)을 치고 죽은 까치 이야기 등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에는 종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었다. 진천종박물관은 이처럼 흥미로운 설화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 범종의 역사와 특징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하고, 한국 종을 연구ㆍ수집ㆍ보존할 목적으로 개관한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다. 2층 규모의 박물관은 외관부터 한국 종을 빼닮았다. 항아리를 뒤집어놓은 듯한 유리 구조물은 종의 기본 형태를, 그 오른쪽으로 음파가 퍼져 나가는 듯한 굴곡은 맥놀이를 형상화한 것. 맥놀이란 진동수가 다른 두 소리가 서로 간섭하며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현상으로 한국 범종의 특징이다. 전시실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종은 현존하는 고대 범종 가운데 가장 큰 성덕대왕신종(통일신라, 771년)을 실물 크기로 재현해 놨다. 쇳물 주조 과정을 마치고 거대한 거푸집을 떼어내는 장면을 연출해 종의 탄생을 표현한 것이다. 1층 제1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ㆍ복제한 문화재급 고대 범종이 즐비하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대표하는 이 종들은 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인 주철장(鑄鐵匠) 원광식 선생이 기증한 작품이다. 50여 년 동안 만든 크고 작은 종이 무려 7000여 개에 이른다. 2005년 화재로 소실된 양양 낙산사 동종 복원도, 매년 1월 1일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종제작도 원광식 장인의 손을 거쳤다. 한국 범종의 전형으로 최고의 예술미를 자랑하는 통일신라, 전 시대의 양식을 이어받으면서도 현실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고려, 중국 종의 형식이 결합된 조선, 전형적인 일본 종의 형태로 제작된 근대, 한국 종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도기인 1970년대까지 관람을 마치면 시대별 범종의 특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관람 동선은 2층으로 이어진다. 한국 종 제작 기법인 밀랍 주조 공법과 중국 남방 계통이나 일본 종 제작 기법인 사형 주조 기법의 다른 점이다. 밀랍 주조 공법으로 종을 만드는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했다. 종과 관련된 설화, 지구촌의 종소리, 일상에서 쓰이는 다양한 종소리도 체험할 수 있다. 다음은 세계의 종 전시실이다. 인물 종, 데스크 벨, 유리 종 등 여러 가지 종을 매년 새로운 시리즈로 선보이는 이 전시는 한국의 범종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말안장에 장식해 말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내는 행진용 의례 종, 20세기 러시아의 토이 벨, 자명종 등 귀엽고 앙증맞은 종이 가득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도회에서 쓰던 가면의 축소품에는 장식용 방울이 있어 흔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 내부에 추가 있어 칵테일을 혼합하기 위해 흔들면 소리가 나는 셰이커, 붉은색 칵테일 잔 손잡이 아랫부분에 금속 추를 달아 마신 뒤 흔들면 소리가 나는 1960~1970년대 미국 제품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세계의 종을 경험한 뒤에는 1층으로 내려가 개관 7주년 기념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천년에 얽힌 이야기전〉을 관람할 수 있다. 상원사 동종은 현존하는 고대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이다. 전시는 성덕왕 24년(725)에 제작되어 한국전쟁 당시 월정사가 소실되는 와중에도 기적적으로 화마를 피한 사연, 천년의 울림을 멈추고 휴식기에 들어간 안타까운 사연, 원광식 장인에 의해 전통 기법으로 다시 태어난 사연으로 이어진다. 진천종박물관에 이어 돌을 깎거나 다듬지 않고 원래 모양 그대로 쌓아 만든 진천 농다리는 허술해 보여도 천년을 이어온 진천의 자랑이다. 10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총 28칸으로 구성됐다. 다리 건너 언덕을 오르면 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산책로가 있다. 구불구불한 모양새 때문에‘지네 다리’라고도 불린다. 1930년에 건립된 덕산양조장은 양조장 건물로는 유일하게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단층 합각지붕 목조건축물이다. 지금도 3대째 가업을 이어 전통 막걸리를 만든다. 예약하면 전시 시음관을 견학하고, 막걸리와 빈대떡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에 가면 나도 로봇 박사! 포항 로보라이프뮤지엄
 

   ▲ 로보라이프뮤지엄 - 로보카페

인간 대신 청소와 빨래를 도맡아 하고, 노인을 간병하며, 깊은 바다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는 로봇들. 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영화와 TV에서나 보던 장면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로봇이 보편화되는 미래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북 포항시 한국로봇융합연구원 1층에 자리한 로보라이프뮤지엄은 로봇을 활용한 주거생활과 미래 로봇 환경을 구현한 소박한 규모의 이색 박물관이다. 평상시 로봇을 접하기 어려우나 이곳에서는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볼 수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로워한다. 전시된 로봇 중에는 실용화되어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이용되는 것도 있다. 제1전시실‘지능로봇 흥미관’은 지능로봇이 우리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심리치료용으로 쓰이는 물개 로봇‘파로’, 4족 보행 로봇‘번룡’이 반겨 맞는다. 인형처럼 생긴 파로는 만지거나 쓰다듬으면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드는 등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인다. 이때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탄성을 지른다. 가장 인기 있는 로봇은‘제니보’다. 국내에서 최초로 제작된 지능형 로봇 강아지로 스스로 돌아다니고 감정 표현을 하며 코끝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애교도 부린다. 춤출 때도 흔들기, 물구나무서기 등 못 하는 동작이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로보노바’의 군무도 볼 만하다. 싸이의‘강남스타일’에 맞춰 로봇들이 일사불란하게 댄스 동작을 선보인다. 섬세하고 호흡이 척척 맞는 군무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제2전시실‘지능로봇 체험관’은 지능로봇의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조작해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분주하다. 아이들은 센서의 움직임에 따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 로봇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어른들은 무선 축구로봇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게임 삼매경에 빠진다. 권투 로봇은 인기 높은 체험 시설, 팔다리 관절이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여서 로봇들의 권투를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로봇의 눈, 코, 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고, 감정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는 감성 로봇을 따라 하며 즐거워한다. 제3전시실‘KIRO 홍보관’은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연구ㆍ개발한 로봇을 만나는 뜻 깊은 공간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유리창 청소 로봇‘윈도로’, 국내 최초로 개발된 다목적 수중 로봇 등이 전시된다. 이를 통해 첨단 과학이 발전한 미래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로보라이프뮤지엄에는 로봇 관련 도서와 물품이 비치된 로봇 카페와 화상 강의실, 로봇 교육실도 있으며 하루 전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4시 입장 마감) 정시마다 전시 해설프로그램이 진행되며(정오 제외), 1회당 40명까지 예약 가능하다. 운영 요원이 동행해 로봇의 원리와 기능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로보라이프뮤지엄 관람을 마치면 주변 관광에 나서볼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포항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이나 포항함체험관에 들러볼 만하다. 또한 포항함과 포항함 건너편에 펼쳐진 죽도시장은 포항 여행에서 꼭 한번 다녀가야 할 명소다. 북부해수욕장과 환호공원에서는 색색의 불빛으로 치장한 공장 지대의 색다른 야경과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시 외곽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포항시 북부 지역에 자리한 경상북도수목원은 평균 해발 650m에 조성된 고지대 수목원으로 다양한 자생식물이 있다. 계곡을 따라 폭포들이 줄지어 있는 내연산도 경치 좋기로 유명하다.

박물관 고을에서 ‘삶의 그림’을 만나다
-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 김삿갓문학관 내부

영월은 박물관의 대표 고을이다. 전국에 수많은 전시관과 박물관이 있다. 영월만큼 다양한 박물관을 한곳에 갖춘 고장도 드물다. 2000년대 초반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20여 개 박물관이 옹기종기 진영을 갖췄다. 테마도 민화, 사진, 동굴, 화석, 악기, 지리, 천문 등 제각각이다. 영월군 여행안내 팸플릿만 살펴봐도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도드라진다. 정중앙에 20여 개 박물관에 대한 설명이 큼직하게 정리된 것은 물론 선명한 지도 표시와 내비게이션용 주소, 관람시간, 휴관일까지 병기돼 있다. 박물관 서너 곳만 둘러봐도 영월 여행이 풍성해진다. 박물관 고을이 되기 전 영월의 모양새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동강, 한반도 지형, 선돌, 고씨동굴, 청령포, 그리고 장릉 등 수려한 자연과 문화 유적을 갖춘 고장이 영월이다. 박물관 관람 후 자연경관과 문화유적까지 둘러보는 아기자기한 여행이 가능하다. 빛바랜 전시물에서 구수한 정서를 음미하고 쾌청한 자연에서 마음껏 심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고장이다. 영월의 박물관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조선민화박물관으로 김삿갓계곡 깊숙이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은 영월지역 박물관의 단초를 마련한 곳이자,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2000년 개관 당시만 해도 비포장도로를 지나 외진 데 자리한 이곳은 영월 지역 박물관의 역사를 지켜 본 명물이 됐다. 국내 최초 민화전문박물관에는 조선시대 민화 30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 그중 200여 점과 현대 민화 100여 점을 상설 전시한다. 진열된 민화를 살펴보면 소박한 서민의 정서가 묻어난다. 익살맞은 호랑이와 까치를 그린‘작호도’, 십장생을 표현한‘십장생도’, 글자를 화폭에 옮긴‘문자도’등에는 금방이라도 호기심을 쏟아낼 듯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삶을 표현한 민화는 때로 익살스럽게 때로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다가선다. 그림에는 낙관도 없고 작자도 불분명하지만 재액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기복 신앙의 의미가 서려있다.‘화조도’는 가정의 화목, 물고기를 그린‘어해도’는 부부 금슬이나 출세를 기원하는 뜻이 있다. 민화로 만든 기념품은 선물로도 인기 만점이다. 언뜻 보기에 생소한 그림들은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져 귀에 쏙쏙 들어온다. 박물관 측은 한 명이 박물관을 찾아도 전문 해설사의 해설을 제공한다. 처음 방문하는 방문객을 위한 오석환 관장의 배려다.“이야기가 담긴 민화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오 관장의 지론이다. 박물관에서 어른들의 흥미를 돋우는 곳은 춘화를 전시한 2층 공간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수집한 춘화들이 전시되어 19세 이하는 출입금지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민화 체험이 흥미롭다. 민화 그리기, 판화 찍기 같은 실습이 1층 전시관에서 진행된다. 나무나 부채에 곱게 칠한 민화는 가져갈 수 있으며 선물하기에도 좋다. 조선민화박물관에는 250년 된 배롱나무(목백일홍) 등 희귀 분재도 식재되어 그윽한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을 벗어나면 김삿갓계곡 외씨버선길을 따라 난고김삿갓문학관과 묵산미술박물관이 이어진다. 난고김삿갓문학관은 김삿갓 선생의 생애와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자료와 시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묵산미술박물관에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과 영월의 설경 작품 등을 볼 수 있는데, 1박 2일 머무르며 미술 체험도 가능하다. 영월 읍내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주천 방향으로 가면 박물관의 테마가 더욱 풍성해진다. 지난해 문을 열어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인도미술박물관이다. 미술가 박여송 관장과 인도지역을 연구하는 백좌흠 교수 부부가 문을 연 곳으로 외관부터 인도를 연상케 한다. 박 관장 부부가 30여 년간 여행하며 수집한 현지인들의 투박하면서도 알토란같은 작품을 전시하는 이곳은 작품 구성과 전시, 설명에 섬세함과 꼼꼼함이 돋보인다. 인근 호야지리박물관에서는 동해가 한국의 바다로 표시된 고지도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지리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지형이 있는 영월을 공부하고 직접 밟아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과거 책박물관에서 새롭게 오픈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에서는 기자들의 취재 현장과 사진 작품을 엿보고 기자되기, 가족 신문 만들기 등 오붓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영월 읍내에서는 별자리 관측과 다양한 천문 체험이 가능한 별마로천문대, 국내 최초의 공립 박물관으로 동강을 비롯한 사진 작품 1500여 점이 전시된 동강사진박물관이 위용을 자랑한다. 박물관과 자연경관, 문화 유적이 어우러진 영월은 나들이를 더욱 신명나게 만든다. 단종의 슬픈 역사가 서린 장릉과 청령포, 선돌은 영월 읍내에서 가까우며, 인도미술박물관과 호야지리박물관이 들어선 주천 권역은 요선정, 다하누촌, 꺼먹돼지촌 등 먹을거리골목으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조선민화박물관이 들어선 김삿갓계곡에서는 맑고 깨끗한 영월 계곡의 진수를 음미할 수 있다. <NP>

출처: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해금강테마박물관(www.hgg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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