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주재 객원기자 김숙원

EU(European Union)는25개 유럽국가로 구성돼 있으며, 2년 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추가적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현재 EU는 4억6천만 이상이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미국과 같은 연방제도도 아니고 유엔과 같은 국가간의 협력기구도 아닌 회원국들의 독자적인 통치권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통치권을 한데 합친 지역적 통합기구이다. 거꾸로 말해서, EU는 유엔 같은 협력기구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유럽의회, 각료 이사회 등의 공동기관이 회원국의 통치권 일부를 위임받음으로써 연방제도의 통치형태도 부분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중 통치구조가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이 글을 통해 EU의 구조와 그들의 주요 핵심기관들을 중심으로 살펴 보기로 하자.

혼동스런 명칭들

먼저 EU 핵심기관들을 언급하기 전에, 매우 유사한 명칭으로 혼란을 빗게 하는 서로 다른 국제기구들을 명확히 구분하기로 하자.
* EU 정상회담 (European Council): EU 회원국의 정상들과 유럽 집행위원회 의장으로 구성돼 원칙적으로 일년에 2-4번 정상회담을 갖는다. EU회원국 정상들은 브뤼셀에 모여 터키의EU가입, 테러리즘의 극복, EC의 예산분배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결정하며, 장관회의인 각료 이사회에서 결정될 수 없는 사안들을 결정한다.
* 유럽 이사회 (Council of Europe): 프랑스의 쉬트라스부르크에 주재한 이 기구는 유럽에서 인권침해와 인종주의 같은 사회문제 퇴치를 목표로 1949년에 창립되었으며, EU와 전혀 관계하지 않는 국제기구이다. 현재 25개 EU국가를 포함해 46개국이 여기에 가입해 있다. 유럽 이사회에는 독자적인 재판소가 설치돼 있는데, 우리는 터키, 유크레인 등 과거 소비에트 연방국 국가들의 고문폭력에 관련해 법원 제소를 종종 접할 수 있다.
* 유럽 각료이사회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각료이사회는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각료 이사회에 대해 아래에서 상세히 설명됨).
EU에 대한 조약(Treaty on European Union; 이하 EU조약으로 약칭 함)
1992년 2월 EU정상들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체결한 이 조약을 마스트리히트 조약이라고도 한다. 유럽정상들은 여기서 경제통합 실현을 목표로 유럽중앙은행 설립과 통화통합을 위한 유럽경제통화연맹(Economic and Monetary Union)에 대해 논의하였고, 특히 더 폭넓은 공동협력과 유럽정치를 위해 기존해 있던 유럽경제공동체(EEC: European Economic Community)에서 EU로 변신할 수 있는 기본구조를 마련하였다. 그 기본구조는 EC(European Community), 외교와 보안의 공동협력, 치안의 공동협력이라는 세기둥이 EU라는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형태이다. 그 구조를 그림으로 보자.

EU의 구조

위 그림을 상세히 설명하자면, 첫기둥인 EC는 관세, 통화, 통상, 교통, 교육, 환경, 보건 등 정치, 경제, 사회의 본질적인 분야를 포함한다. 또 원자력 개발과 원자력사용의 안전보장을 위한 국제협정인 EURATOM(European Atomic Energy Community)도 EC에 속한다. 우리 매체가 흔히 EU와 EC를 혼동해서 사용하는데, EC는 EU의 한 핵심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용어들을 분명히 구분해 사용해야 하겠다. 둘째 기둥인 보안과 외교의 공동협력에서 EU는 공동 군사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EU가 독자적인 군비를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 유지와 인도적 목적에 한해서 각 회원국의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9년 코소보에서, 2003년 콩고, 2004년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에서 EU군의 참가와, 이라크 전쟁에 EU군의 불참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외교의 공동협력은 보안에 관련한 외교정책으로 제한된다. 아래 EC조약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사회, 경제분야에서 외교정책은 EC가 담당한다. 한편, 유럽시민들은 EC조약(EC Treaty)에 따라 기본적 자유로서 EU안에서 상품유통의 자유, 여행의 자유, 취업을 위한 이동의 자유, 회사설립의 자유, 자본이동의 자유를 갖는다 (지난 호에서 센드라의 일상을 통해 유럽시민의 기본적 자유를 살펴 보았다). 이 자유권이 유럽시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할 뿐 아니라 국제범죄조직에게도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제3기둥인 치안의 공동협력에서 회원국들은 형법재판에 관련해 서로 협력한다.

EC조약-제1기둥(EC Treaty)

EC조약은 EU구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EC에 관한 회원국 간의 기본조약으로, 원래 유럽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맺은 협정이었지만, 1992년 EU조약에 의해 전반적으로 수정되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기둥 가운데 EC만이 하나의 법인체로서 국경을 초월해(supranational) 독자적인 행정체제와 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회원국이 이 조약에 따라 해당분야에서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 일부를 EC에 반납하고 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 반면, 다른 기둥들은 법인체가 아니므로 EU의 독자적인 법과 행정체제 없이 다만 국가간 공동협력으로 이루어 진다. 그러므로 법적 효력을 갖는 EC만이 유럽국가가 아닌 제3국과 국제적으로 협상할 수 있으며, 유럽시민에 대해 행정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바로 이러한 독특한 구조를 통해 EU는 하나의 국가형태도 아니고, 유엔과 같은 국제 협력기구도 아닌 체제를 취하고 있다.

새로운 구성을 위한 EU헌법안 (New Constitutional Treaty)

EU는 새로운 EU헌법을 통해 EU조약과 EC조약의 복잡한 갈래와 구성을 포기하고 EC만이 아니라 EU 전체를 법인체로 하여 유럽정치를 더 강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래서 길고 힘든 준비작업을 마치고, 새 EU헌법을 출발시키기 위해 모든 회원국에서 이 헌법안에 대한 승인을 받고자 했다. 2004년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에서 EU의 새로운 구성에 대해 반대투표를 던짐으로해서 EU헌법에 대한 모든 추진과정들은 중단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EU정상들은 2005년 브뤼셀에서 1년간 재추진을 위한 충전기간을 가질 것과 EU의 새로운 구성에 대한 국민승인을 2007년까지 연기하기로 결의하였다. 대중매체들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국민투표를 EU에 대한 기본지식 없이 현상만을 야단스럽게 발표함으로 해서 많은 이들이 EU의 몰락으로 오해하고 있음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이 국민투표로 해서 EU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EU의 구성과 발전에 유럽시민들이 제동을 건 것으로 현재 EU는 EU라는 지붕과 세기둥의 행정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제 EU구성에 대한 논의를 접어 두고 유럽정치를 실행하는 EC(EU의 제1기둥)의 주요기관들을 살펴 보기로 하자.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C (EU의 제1기둥)의 가장 중요한 핵심기관으로 유럽의회, 각료이사회, 집행위원회를 들 수 있다. 먼저 의회의 경우, 의원들은 유럽시민에 의해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임기는 5년이다. 현의회는 2004년 출범하였으며, 스페인 출신의 요세프 보렐(Josep Borrell)이 현재 의장직을 맡고 있고, 총의원 수는 732명으로 그 가운데 222명이 여성의원이다. 의회 본부는 룩셈부르크에 위치하지만, 매월 정기총회는 프랑스의 쉬트라스부르크에서, 임시총회는 브뤼셀에서 개최된다. 의석수는 회원국의 인구수에 따라 다르게 분배되어 독일이 99석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가 그 다음으로 각각 78석을 차지한다. 당파별로 의석수를 나누어 보자면, 보수당인 유럽민주당이 268석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사민당이 201석을, 민주자유당이 88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환경문제를 강조하는 녹생당, 반EU를 주장하는 좌익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7개 당파를 형성하고 있다. 의회는 첫째 각료이사회와 함께 EC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명령, 지침, 규정 등의 유럽법을 결정하며 (EC조약에서 설명한 대로 EU의 다른 두기둥들은 법을 창출할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지 EC만 해당된다), 둘째 EC의 모든 행정기관을 구체적으로 감독한다. 또 의회는 집행위원회 내각임명에 찬성 또는 불신임할 수 있다. 2004년 집행위원회 부서인 Justice, freedom and security의 이탈리아 출신 위원(Commissioner)이 여성평등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불신임되었으며, 그 외에도 불신임된 몇가지 실례들이 있다. 셋째 의회는 각료이사회와 함께 예산편성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 프랑스의 쉬트라스부르크에 위치한 유럽의회. 유럽의회의 7당파를 한눈으로 볼 수 있다.

유럽 각료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 유럽 각료이사회의 본부
각료이사회는 EC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결정그룹으로, 본부를 브뤼셀에 두고 있다. 의장의 임기는 6개월이며, 각 회원국이 순차적으로 의장을 역임한다. 사무총장은 의장을 후원하며, 현재 하비에르 솔라나(Javier Solana)가 2004년부터 사무총장으로 재임하고 있으며, 제2기둥인 외교와 안보정치에 관련해 국제적으로 EU를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새 EU헌법에 따르면 EU외무부장관이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게 된다. 각료이사회는 회원국들의 장관회의로 논의의 분야에 따라 해당장관들을 소집하며, 앞서 언급했듯이 의회와 함께 EC예산을 편성한다. 회원국들이 독자적인 국가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공동목표를 실현코자 하기 때문에, 각료이사회는 상호간의 정치적 차이를 조절하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호협력을 도모한다. 또 각료이사회는 의회와 함께 유럽법(법령, 규정, 지침 등 2차법에 한함)과 정책들을 결정하는데, EC에서 특히 중요한 분야인 농업, 경제, 비자와 이민정책에 대해선 의회의 동의없이 단독으로 결정하며, 통상, 기술개발, 유통, 공정거래, 공동협력 등과 관련해 유럽이 아닌 제3국가와 국제협정에 조인할 수 있다. 따라서 각료이사회는 의회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한다고 하겠다. 직접선거로 선출된 의회보다 장관들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EU는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받고 있다. 한편, 각료이사회에서는 인구수에 따라 투표권 수가 다르게 분배되는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 총 321표 가운데 각각 29표를, 다음으로 스페인과 폴랜드가 각각 27표를, 가장 적게는 몰타가 3표를 보유하고 있다. 정책결정은 모든 회원국 가운데 2/3가 찬성해야 하고, 총 투표권의 72,3%가 동의해야 한다(이중적 과반수 원칙). 또한 회원국은 동의한 투표권이 유럽시민의 최소 62%를 대변하는지 확인을 요구할 수 있으며, 62%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책은 거부된다. 또 과반수 원칙에 대한 예외경우로 어떤 회원국에 일정한 분야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 의안은 만장일치로 결정돼야 한다. 특히 세무, 이민, 보안, 외교정책의 경우도 EC조약에 따라 만장일치 원칙을 따른다. 이러한 정책결정의 원칙들은 모든 회원국이 주권국가임을 인정하고, 대국이 소국을 누를 수 있는 위험을 원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 유럽집행위원회의 본부인 벨라몽(Berlaymont)
집행위원회는 의회와 각료이사회에서 결정한 모든 법령과 조치, 프로그람들을 회원국이 실행하도록 추진하고, 모든 재무를 관리한다. 본부는 룩셈부르크와 브뤼셀에 나뉘어 위치하며, 또 각 회원국과 세계 곳곳에 대표부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EU대표부가 개설돼 한국과 EU의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집행위원회의 구성을 보자면, 장관급의 정치가로서 각 회원국의 대표자 한명이 집행위원회의 위원을 역임하며, 회원국들이 집행위원회 의장을 공동으로 선정하여 의회의 동의를 구한다. 또 의장이 회원국과 협의해서 위원들을 결정하여 역시 의회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그는 내각을 출발시킬 수 있다. 현재 포르투갈 출신의 호세 마누엘 바로소 Jos? Manuel Barroso가 2004-2009년까지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이미 언급한 이탈리아 위원 때문에 의회가 바로소의 전체내각을 거부함으로써 그는 임명 당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곧바로 다른 후보를 제안함으로써 그는 의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집행위원회 내각은 의장이 있고, 32 정치 테마에 따라 25위원들이(회원국 당 1명) 설정되며, 그 아래 행정 지도부인 director general와 약 25.000명 EU공무원들이 집행위원회의 업무를 추진한다.

집행위원회의 임무

집행위원회의 업무 가운데 중요한 것들만 대략 짚어 보기로 하자. 오직 집행위원회만이 의회와 각료이사회에 유럽법을 제안할 수 있으며, 의회와 각료이사회는 이 제안에 한해서 유럽법을 결정할 수 있다. 법을 제안하기 위해 집행위원회는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정부기관, 기업체, 전문기관, 지역문제에 관한 EU 자문기관인 경제사회위원회(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지역위원회(Committee of the Regions)와 연계한다. 또한 집행위원회는 의회와 각료이사회에서 편성된 예산을 집행한다. 집행위원회는 결정된 정치적 조치와 유럽법에 따라 회원국의 정부기관이나 지역기관과 연계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거기에 따르는 비용을 예산에서 지원한다. 그리고 각 행정기관들이 지불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행정감독한다. 지난호에서 설명한 유럽 내에서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를 한 예로 살펴 보자. 집행위원회는 에라스무스 추진을 목적으로 매해 각 유럽대학을 지원하고, 그 진행을 감독한다. 집행위원회는 대학에서 에라스무스 학생들을 위한 어학과정과 기숙사 설비, 교류학생을 위한 커리큘럼과 대학행정 개선 등을 추진시키고 또 대학으로 부터 프로그램 진행에서 발생한 문제와 개선점들을 수렴하고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대학, 지역관청과 연계한다. 만일 집행위원회가 관청이나 대학이 재대로 실행하지 않음을 확인할 경우, 집행위원회는 지원금 환급을 요구하며, 기관들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그 밖에도 EC를 대표하여 각료이사회가 국제조약에 조인하기 전, 집행위원회는 EC의 교섭주체로서 이 조약에 대해 제3국가와 타협 합의한다. 일례로 집행위원회는 2005년 7월 우리나라와 민간 위성항법 시스템(Civil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의 공동개발연구를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각료 이사회가 두 지역간의 공동개발연구에 대해 외교적으로 조인하였고, 집행위원회가 공동개발연구를 실제로 진행시키고 있다.

유럽 사법 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 룩셈부르크에 자리잡고 있는 유럽 재판소
룩셈부르크에 주재하는 EC의 사법 재판소는 유럽법이 모든 회원국에서 동일하게 해석되고 동일하게 적용될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각국 법원이 동일 법조항을 다르게 해석하여 다르게 판결내리지 않도록, 법원은 사법 재판소에 법해석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 있으며, 또 사법 재판소는 사전판정(preliminary ruling)을 법원에 제시한다. 또한 사법재판소는 EC기관들 간의 분쟁, 기업체들 간의 문제, 회원국 간의 분쟁, 또는 개인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여 유럽법이 효율적이고 의도에 적합하게 작용하도록 한다. 사법 재판소의 구성을 살펴 보면, 각 회원국에서 추천된 1명의 판사(총25명)와 8명의 보조판사(advocates general)로 구성되며, 그들의 임기는 각 6년이다. 또 1989년 늘어나는 소송사례에 따른 업무분담을 위해 1심법원 (Court of First Instance)의 부설하였다. 판사 가운데서 사법 재판소장과 1심법원장이 선발되며, 그들 임기는 각 3년이다. 최근 EC공무원이 부당한 대우에 대해 제소할 수 있는 EC 공무원 법정(Civil Service Tribunal)도 1심법원에 부설하였다. 사법재판소의 특히 중요한 권한은 집행위원회가 회원국이 유럽법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나 프로그램들을 실행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회원국을 제소할 수 있으며, 사법재판소가 이를 인정할 때, 회원국은 벌금징계 된다. 또 EC기관이나 한 개인이 실행되고 있는 유럽법의 적합성에 대해 사법 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그 근거가 인정될 때, 사법재판소는 해당법을 무효화한다. 2000년 미원이 각료이사회가 결정한 법안의 무효성에 대해 사법 재판소에 제소하였으나 기각되었다. 그리고 2003년 대상주식회사는 유럽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사법 재판소에 제소하여 부분적으로 승소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은 화폐통합의 준비과정을 마치고 EU의 통일적인 통화정책 실현과 유로관리를 위해 1998년 설립된 EC기관이다. 현재 유럽중앙은행은 통화회원국의 중앙은행과 협력하여 통화정책의 유럽적 체계(European System of the Central Banks)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이 지폐를 발행하고 회원국 중앙은행이 동전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각 은행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EC조약은 유럽중앙은행의 임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가격안정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을 2% 이하로 유지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으로 특히 두가지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첫째 유럽중앙은행이 물가상승을 감독하고 물가상승에 미치는 요인들을 관찰해야 하며, 둘째 통화량을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통화량이 과도할 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에 대한 금리를 결정한다. 즉 유럽중앙은행은 통화회원국 중앙은행에 기준대출금리(base rate)로 통화를 급여하여 시중금리를 조절한다. 유럽시장의 통화와 경제정책을 관리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은행은 어떤 정치적 세력의 영향없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과 이에 대한 처리방식을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은 국가차원을 넘어서는(supranational) 법인체로서 독자적인 관리체제와 법을 갖추고 있다. 한편, 유로의 성공적인 출범과 진행에도 불구하고, EC의 공동 통화정책에 대해 많은 지지자와 비판자들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공동 통화정책이 환율변동에 따른 환리스크를 제거하고 거래비용(transaction exchange risk)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갖지만, 경제정책이 금융과 통화정책과 분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깨고, 현재 EC가 통화만을 통합하고 경제구조를 나라마다 분리된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전문가들은 공동 경제정책과 세무정책 없이 공동 통화정책만을 실행하는 EC구조의 한계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와 경제통화연맹(EMU: Economic and Monetary Union)

공동의 통화정책을 실시할 목적으로 스웨덴, 덴마르크, 영국을 제외하고 가입기준에 합격한 12 EU회원국을 중심으로 1999년 1월 경제통화연맹이 출범하게 되었다. 1992년 EU조약에서 이 연맹에 대한 구상이 마련되었고, 2단계 준비과정을 거쳐 1999년 통화통합의 3단계를 맞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에 대한 각국 환율을 고정시키고, 지불수단으로 유로를 도입하였다. 당시 유로는 계정상으로만 통용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3년 후인 2002년 마침내 유로를 현금통화로 도입하였다. EU회원국이 경제통화연맹에 가입하려면, 국가 부채률, 물가상승률,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만 유럽중앙은행이 경제통화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13 EU회원국에 자문을 제공하며 그들의 가입을 돕고 있다. 그 밖에도 EU회원국이 아닌 모나코, 바티칸, 산마리노, 안도라와 같은 도시국가들도 EC와 협정으로 유로를 사용하고 있으며, 몬테네그로, 코소보는 국제협정 없이 일방적으로 유로사용을 결정하였다. 북한의 경우, 달러를 거부하기 때문에 수출입에 한해서 유로를 이용한다. 그리하여 유럽은 화폐통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통화권으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현재 세계 40여개국에서 유로를 사용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기관들 외에도 EC기관들을 감독하는 유럽 감사원, EU의 균형있는 발전을 목적으로 중장기 프로잭트를 지원하는 유럽투자은행, 지역의 정치, 사회, 졍제에 대한 자문기관인 경제사회위원회, 지역위원회 등 작고 큰 여러 기관들이 있다. 그러나 지면상의 이유로 핵심기관들로 제한하기로 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대로 EU는 매우 복잡한 갈래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한눈으로 전체를 통찰해 보기 어렵고, 고도로 발전된 정치적 능력과 조직의 독창성 때문에 또한 한눈으로 스쳐 보아선 안될 정치기구라 할 수 있겠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EU의 발전과정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는 아마도 EU에 대한 더 폭넓은 안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서 다음 호엔 EU의 역사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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