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의 잇따른 망언과 개헌 움직임으로 동북아시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거듭된 망언으로 동북아시아에 또다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된 춘기예대제 때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주요 각료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아베 총리 자신은 신사에 바치는 공물인 마사카키(일종의 화분)를 봉납했다. 아베 내각의 최종 목적지는 ‘전쟁 포기’ 를 규정한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이다. 오는 7월 치러지는 참의원(상원) 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번에도 자민당이 압승하면 아베의 극우정책에 날개가 달리는 형국이다. 전쟁 피해국인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언론들도 일제히 비난 대열에 나섰지만 아베의 신념은 요지부동이다. 일본을 ‘아름다운 나라’ 로 만들겠다는 아베의 의욕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거듭되는 망언

 

▲ 일본 아베 총리

4월 22일 아베의 ‘무라야마 담화 부정’ 은 재개된 1995년 이후의 한일ㆍ중일 관계를 박살내는 측면이 있으며 23일의 “침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정립된 것이 아니다”는 말은 ‘일본 재무장 저지’ 가 포함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동북아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24일의 “일본 각료들은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발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항의’ 를 ‘위협’ 으로 규정하는 것이어서 적반하장이 도를 넘어섰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반발하며 일본과의 외교 일정을 취소했지만 아베 총리는 국회답변에서 “나라를 위해 귀한 목숨을 잃은 영령에 대해 존숭의 뜻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자유가 있다”고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했다. 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1일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자들과 만나“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개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헌법이기에 한국이나 중국에 하나하나 설명할 과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주권 회복의 날’ 이라고 이름 붙인 4월 28일 행사에서는 군국주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덴노(天皇ㆍ일왕) 헤이카(陛下ㆍ폐하) 반자이(萬歲ㆍ만세)’ 라는 구호까지 합창하는 등 경거망동이 그칠 날이 없다.

 

한국 정부의 반응
외교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주권회복ㆍ국제사회복귀 기념식’행사에 참석해 ‘천황 만세’ 를 외친 데 대해 “일본 내부 행사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최근 일본 우경화 흐름에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며 “향후 일본이 어떻게 나오는지 더 지켜보면서 대응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주일대사 소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일본 각료 입국 금지 ▲미국을 통한 우회적 압박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항상 강경대응만 할 수는 없고 이 문제가 한ㆍ일 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 측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이미 한ㆍ일 관계 및 한ㆍ미ㆍ일 3각 공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로써 5월 중순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5월 3일로 날짜까지 받아놨던 ‘한중일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 도 취소됐다.

일본, 헌법 개정의 속내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평화헌법을 만들면서 헌법 제9조에 “①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希求)하며,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를 영구적으로 포기한다. ② 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육·해·공군 및 기타의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交戰權)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왔다. 이 헌법은 제정 66년간 한 번도 개정된 사례가 없다. 이 헌법조항은 그간 일본이 세계 각국에 대하여 자신들의 평화 의지를 보여준 단적인 좋은 예였다. 그런 평화 헌법이 아베 신조 총리의 의지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아베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은 요 근래 보수 우익세력화 경향을 통하여 자국민들의 힘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엔저(円低)에 힘입어 경제가 살아나면서 아베신조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을 빌미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노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예가 아베정권이 “일본의 개헌발의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과 5월 3일 중동을 순방 중에 아베 신조 총리가 “헌법 96조 개정에 필요한 의석 확보를 위해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 등 우익정당과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일본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중ㆍ참의원 의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개정하도록 되어 있다. 아베 총리로서는 개헌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여 개헌발의 요건을 일반 법률개정 요건과 같이 중ㆍ참의원 의원 총수의 과반수이상으로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임기 안에 헌법 96조 개정을 넘어 숙원인 9조 개정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정권 내부의 인식이라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아베의 한 측근 의원도 “9조 개정에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우리 정권(아베 정권) 하에서는 무리”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 본인도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다면 역시 9조를 개정하고 싶다”면서도 “내 임기 안에 96조를 개정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고 피력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의 각계각층의 반응
일본 야권은 아베 내각의 ‘2단계 개헌론’ 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자와 이치로 생활의당 대표는 지난달 4일 인터넷 생중계 토론에서 개헌 발의 요건을 중ㆍ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에서 과반수로 완화하는 헌법 96조 개정에 대해 “내각이 바뀔 때마다 헌법이 바뀌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는 4일 “아베 총리는 헌법 96조 개정, 그다음 (침략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만 머릿속에 들어 있다”면서“경제 정책 부작용이나 리스크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내 시민단체인 아시아공동행동은 지난달 30일 낸 항의성명서에서 “아베 신조 내각 각료와 국회의원 163명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아시아공동행동은 “아베 수상도 속마음으로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전쟁은 옳은 전쟁이었고, 천황과 국가를 위해서 죽는 것은 정의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베 정권 각료들의 야스쿠니 공식 참배는 이러한 전쟁 국가화의 일환이며, 과거 아시아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천황과 나라를 위해 전사하는 것을 다시금 미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미 아베 수상과 여당인 자민당은 헌법 9조를 개악해서 국방군을 창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면서 일ㆍ미 군사동맹 하에서 미군과 함께 자위대를 세계 어디서도 전투 가능한 군대로 바꾸어 나가려고 한다”면서 “요즘 아베 정권에서 새로운 방위대강 작성준비가 시작되었는데 거기에는 적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립한다고 명기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 7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헌법 96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자민당은 96%, 일본유신회는 98%, 다함께당은 96%가‘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3일 보도했다. 반면, 민주당은 25%, 공명당은 11%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헌법 개정에 보다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헌 발의 요건을 완화하는 자민당의 주장에 대해 반대가 54%로 찬성 38%를 웃돌았다고 아사히신문은 3일 보도했다. 헌법 9조에 대해서도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는 의견이 52%로,‘바꾸는 것이 좋다’의 39%보다 많았다. 평화헌법 개정엔‘중·참의원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함께 국민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그리 쉽게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당수 일본인이 여전히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평화헌법의 근간인 ‘헌법9조’ 개헌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52%로 찬성(39%)을 앞섰다.

전 세계가 아베 내각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인터넷을 달구는 패러디물

앞서 일본의 침략 역사를 부인한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L)은 지난달 27일 사설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세력이 누구인지는 마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약관화한 사실”이라며 “오로지 아베 총리만이 ‘참신한 해석’ 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이지만, 아베의 망언은 결국 그들을 지구촌의 외톨이로 만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을 통해“한국ㆍ중국은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격분하고 있으며, 이는 이해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밝혔다. 이어“역사는 물론 늘 재해석되곤 하나 사실(fact)은 존재한다”며 “일본은 한국을 점령했고, 만주와 중국을 점령했으며, 말레이 반도를 침공했고, 침략을 저질렀다는 것은 ‘사실’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토머스 시퍼 전 주일 미국대사는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일 관계 심포지엄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를 수정한다면 미국에서 일본의 국익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5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도 최근 일본 아베신조(安倍晋三) 잇따른 망언과 망발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신화통신은 4월 28일 사설과 29일자 기사를 통해 최근 일본 정부관료 및 의원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아베의 도발적 언행을 언급하며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면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아베의 망언이 국제사회와 심지어 일본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으며 그의 비열한 철학에는 인간성은 존재치 않는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을 숭상하고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도 신화사는 “반성을 모르고 역사를 외면하는 국가 지도자가 일본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베 총리가 앞서 “정치인이 역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인본주의적이고 도덕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침략’의 정의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학계에는 침략에 관한 정의가 있다”며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는 ‘침략’ 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해하는 것으로 특히 정당하지 않은 침해를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신화통신은 이는 “아베 총리가 애매한 언사를 통해 과거 일본이 주변국을 침략해 주민들을 학살, 강간, 약탈했던 사실을 외면하고 그 어떤 책임감과 죄책감도 갖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외에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개인이나 국가의 태도는 해당 개인과 국가가 선과 악 어느 쪽에 서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면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의 역사관이 대(對)중국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일본 정부의 개헌 움직임을 비난하면서 “일본에서 전쟁헌법이 생겨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극우익에로 맹질주하는 일본을 경계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베 정권이 일본 사회를 지난 70여 년 전의 전쟁국가를 연상시키는 극우익 풍조로 물들이고 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제96조를 개정해 개헌 발의요건을 낮춰 헌법 9조를 개헌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현 일본집권세력은 헌법의 제96조를 뜯어고치고 뒤이어 제9조를 완전히 개악함으로써 허울뿐인 평화헌법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일본은 침략무력을 세계 임의의 지역에 진출시켜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의 급진적 우익화는 본질에 있어서 전쟁국가로의 질주”라며 “일본의 우익반동들의 군국주의적 야망은 동아시아를 훨씬 벗어나 세계적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통신은 “되살아난 일본 군국주의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또다시 엄중한 전쟁의 재난 속에 몰아넣을 수 있다”며 “아베 정권의 추악한 모습은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 인민들의 커다란 경계심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의 ‘아름다운 나라’
아베는 두 권의 책을 썼다. 하나는 첫 총리 취임을 앞두고 2006년 7월 내놓은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國へ)’, 지난 1월에는 ‘새로운 나라로(新しい國へ)’라는 책도 출간했다. 앞뒤에 약간의 내용이 추가됐을 뿐이지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일본을 위해 싸우는 정치가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본문에는 “일본은 패전 후 60년간 국제공헌에 노력해 오며 호전적인 자세를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국가 간에 문제만 생기면 과거 전쟁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꾹 참으며 오로지 폭풍우가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그 결과 걸핏하면 우리(일본)에게 잘못이 있는 듯한 인상을 세계에 심어 왔다”며 이어 “(옛) 서독은 같은 패전국인데도 주권 회복과 동시에 국방군을 창설했고 통일까지 36차례나 헌법을 개정해 징병제를 채용하고 유사 사태에 대비한 법도 정비했다”는 인식 속에 전쟁에 대한 일본의 책임이나 침략에 대한 반성 등이 자리 잡기는 역부족인 것이다. 아베의 우익적 성향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기시 노부스케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3년간 총리로 활약했던 인물로 아베의 외조부다. 기시는 ‘A급 전범’ 으로 몰릴 정도로 극우주의자다. 정치가로 활동하면서 줄곧 매진했던 사안도 헌법 개정과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자학적 역사관’ 의 수정이다. 아베는 이런 외할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다. 극우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베는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등 망언을 일삼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거침없다. 그런 그가 두 번째로 일본 총리가 됐으니 일본 정치판의 ‘우향우’ 는 당연한 절차이다. 
 
너무 다른 독일과 일본

 

▲ 위안부 할머니들

독일과 일본은 2차 대전 패전국이다. 전쟁을 일으켜 주변 국가를 침탈하려 했던 국가다. 식민지 통치를 통해 경제적 약탈은 물론이려니와 대학살과 같은 비인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패전 이후 두 나라 정치인들의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독일 정치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역사를 진심으로 사과하고 적절한 배상도 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치인들은 반성은커녕 침략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 등 망언을 쏟아내기 바쁘다. 지난 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인은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대학살) 등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 이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역사를 직시하고 어떤 것도 숨기거나 억누르려 해서도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자손대대로 과거의 잘못을 바로 알려야 한다는 역사관도 뚜렷하다. 독일의 반성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사과와 철저한 보상을 약속했고 실천하고 있다. 독일은 1952년 유대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30억 마르크(약 2조 1000억 원)를 보상했다. 전쟁이 끝난 지 67년이 지났지만 홀로코스트 피해자 가운데 아직 보상받지 못한 사람을 찾아 돕고 있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독일 정부로부터 위로금 2556유로(약 370만원)와 매달 300유로(약 43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 피해자에게 보상한 돈이 700억 달러(약 77조원)에 이른다. 독일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교육시키는 나라다. 전범 처리와 함께 교과서에 자신들의 만행 내용을 수록했을 정도니 때마다 교과서의 과거사 부분을 왜곡 수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만행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피해국들이 독일의 사과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적대감을 갖지 않을 정도로 관대해진 것도 이런 독일 정치인들의 노력 덕분이다.

 

일본이 진정한‘아름다운 나라’가 되려면…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4월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의 지지율은 76%다. 지난해 8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당시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3등에 그쳤으며, 12월 총선을 지휘할 때에도 지지율이 30% 남짓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는“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 군대와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를 반드시 개정하겠다”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개헌은 첫째 국회(중의원ㆍ참의원)에서 2/3가 발의하고, 둘째 국민투표 과반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의 경우 366석, 2/3 초과다. 7월의 참의원 선거만 압승하면 개헌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76%에 다다른 아베의 놀라운 지지율을 볼 때 아베의 망언이 한 발짝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역사에는 늘 인과응보가 존재한다. 아베신조 정부는 더 이상의 평화헌법 개정움직임을 중단하고 역사를 왜곡하지 말 것이며, 망언을 삼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일본이 ‘아름다운 나라’ 가 되는 첩경이다. 독일의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1985년 행한 연설에서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 대해서도 눈을 감게 된다. 비인간적인 행위를 마음속에 새기려고 하지 않는 자는 또 그와 같은 위험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쯤에서 이 명연설의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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