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뿌리 깊은 악습과 부조리 관행”
<뉴스 피플> 은 과월 호부터 3회에 걸쳐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부조리한 관행에 대한 기획 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한국은 급속도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경이로운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에 따라 파생된 많은 병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 한국인 의식 저변에 깊게 뿌리 내린 촌지 문제를 필두로 혼수, 장례 문화의 허례허식을 순차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금월 호는 제 2부로 결혼 혼수이다. 혼수 문제로 결혼식을 미루거나 파행에 이르는 커플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또한 ‘신등골브레이커’ 와 ‘웨딩푸어’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혼수 문화의 허례허식, 그 해결의 실마리는 엎는지 짚어보자.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아들의 사랑을 위해 강북 며느리를 받아들이면서도 남들의 시선에 목숨 거는 강남 시어머니와 딸의 안위를 위해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만의 주판알을 퉁기는 강북 친엄마의 대립구도에서 긴장감이 넘친다. “다른 건 다 양보할 테니 예단만은 지켜 달라”며 1억 원이 넘는 예단 리스트에 강북 아파트를 약속하는 시어머니와 “예단이 무슨 소용이냐”며 1000만원어치 혼수로 강남 아파트를 채우고 털겠다는 친엄마의 어긋난 노선이 대립하기도 한다. 과연 이 커플, 결혼할 수 있을까. 아니 이 결혼, 꼭 해야 하는 걸까.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의 한부분이다. 시청자들이 극 속의 천민자본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지켜보며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꼬집고 짚었기 때문일 것이다. 웨딩업체 아이웨딩의 자료에 따르면 평균 예물비용은 2008년에는 530만원, 2009년 520만원, 2010년 510만원으로 평균 500만원이 넘는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예비부부가 가장 고민하는 게 바로 예단과 예물이다. 아직 허례허식이 많이 남아 있어 예비 부부 사이에 예물ㆍ예단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예물과 예단 때문에 결국에는 결혼을 파행으로까지 몰고 가는 경우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남자 부모 입장에서 거액을 들여 집을 마련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혼수나 예단을 요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양가의 자존심과 감정싸움이 시작된다. 크고 작은 다툼은 결혼이후에 더 이어져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재판까지 간 사례에 의하면 결혼하면서 신랑 집에 예단비 10억 원을 전한 아내가 이 결혼 후에 갖가지 문제로 5개월 만에 이혼을 요구해 별거에 들어갔고 아내는 이혼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며 8억 원을 반환을 요구했다. 결혼 시기가 너무 짧아 결혼으로 보기 힘들다고 본 재판부는 결국 아내의 손을 들어줬고 8억 원 반환을 판결한 예도 있다.
‘신등골브레이커’ 와 ‘웨딩푸어’ 신조어 등장

허례허식 결혼문화와 전세 값 상승 등 결혼에 드는 비용이 신혼부부의 ‘신(新)등골브레이커’ 로 떠올랐다. 등골브레이커란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들 만큼 비싸다는 의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남녀 평균 결혼비용이 둘이 합쳐 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결혼준비 과정에서 신혼집 마련이나 결혼비용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 다음으로 혼수 문제로 인한 양가갈등, 예단비용 등이 이어졌다. 이 같은 갈등은 결혼으로 이어진 후에도 그 뒤끝이 길게 마련이다. 이처럼 결혼비용이 계속 증가면서 신혼부부가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 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결혼비용은 남성의 경우 7545만6000원, 여성은 5226만6000원에 달했다. 2009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남성은 316만원 늘어났고, 여성은 1963만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김승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수 및 결혼식장 비용이 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집 장만에 들어가는 자금의 일부를 여성이 부담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식 비용이 갈수록 상승하면서 신혼부부의 부담은 점점 커졌다. 빚을 내서 결혼한다는 ‘웨딩푸어’ 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한국에서 결혼은 돈이다. 상견례부터 집 장만, 웨딩홀 예약, 혼수, 예단, 예물, 신혼여행, 가구 등에 적지 않은 돈이 든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신혼부부 한 쌍의 평균 결혼비용은 2억808만원에 달했단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2월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미혼 직장인 155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 마련 비용은 평균 1억4582만원으로 집계됐다. 1억~2억 원 미만(37%), 9000만~1억 원 미만(13.5%), 2억~3억 원 미만(12.9%), 8000만~9000만원 미만(6.6%), 5000만원 미만(6.3%), 7000만~8000만원 미만(6%) 순이었다. 자금 조달 방법은 대출(34.5%), 적금 등 모아둔 돈 사용(32.7%), 부모님 지원(22.2%) 등이었다. 신혼집 마련 비용은 평균 1억5000만원이어서 아예 전셋집 찾기를 포기하고 처음부터 부모와 함께 사는 신혼부부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결혼한 강모(35) 씨는 현재 서울 송파구 소재 부모의 아파트에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강 씨는 “결혼하기 6개월 전부터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결국 구하지 못해 부모의 집에 얹혀살기로 결정했다”면서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하면 곧바로 부모님 집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지블루’ 와 혼수플래너의 등장
비슷한 비용에 웨딩컨설팅 업체에서 예식장부터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이하 스드메)과 예물, 예단 그리고 신혼여행 등 전 과정을 컨설팅 하는 것이 신혼부부의 실상이다. 이 과정에서 수입 드레스의 경우 빌리는 데만 최하 25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유명 드레스 업체 측의 설명이다. 드레스를 고르고 예식장 예약 땐 기존 제시받은 비용에 꽃길 등 추가 옵션이 기다린다. 또 하객 수와 상관없이 기준인원 이상을 계약해야 돼 식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더불어 결혼식 당일 ‘이모님’ 이라고 불리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일당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고, 드레스 정리 및 폐백을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 또 일당을 내야 한다. 결혼식 비용이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은 셈이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예비부부들로 하여금 혼수 문제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혼수플래너’ 까지 등장했다. 웨딩업계에선 고객들이 상담을 원하는 분야가 주로 양가에서 주고받는 예물과 예단이라는 점에서 체면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식 결혼문화가 ‘혼수플래너’ 라는 신종 직군을 탄생시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편 ‘메리지블루’ 는 결혼 전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 전 우울증, 즉 ‘메리지블루’ 는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우울증”이라며 “초기에는 결혼준비로 이런저런 스트레스에 생각이 복잡하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으로 시작되다가 혼수, 결혼식 준비와 이 과정에서 겪는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불안, 우울증상으로 변화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좀 더 심해지면 잠이 잘 오지 않고 기억력도 떨어지면서 뭘 해도 흥미가 없고 의욕이 없는 무기력증에 빠지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대개 이정도가 되면 결혼 자체에 대해 회의가 들면서 판단이 흔들리고‘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또는 ‘일을 크게 그르칠 것 같다’ 는 극단적인 불안감에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불만이 생기기라도 하면 큰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스트레스이론의 대표적인 연구자인 TH Holmes와 RH Rahe는 살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했는데 여기서 결혼은 7번째로 심한 스트레스에 해당됐다. 이는 실직이나 임신, 가까운 친구의 죽음보다 더 큰 스트레스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교수는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여행에 타고 갈 흠 없고 성능 좋은 차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동승자를 고르는 것”이라며 “비갠 뒤에 땅이 더 단단히 굳는 것처럼 의심과 불안의 시기인 결혼우울증을 믿음과 신뢰로 잘 이겨 낸다면 서로의 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례허식을 지양한 자신만의 결혼문화 속속 등장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작고 알뜰하지만 품격을 지키는 결혼식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공공시설 예식에 모범이 되는 공공기관도 있다. 울산 중구청이다. 울산 중구청은 6억6000만원을 들여 예식 홀을 리모델링해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300인 기준 뷔페(1인당 1만5000원)를 포함해 결혼식 비용은 560만원이다. 서울 소재 모 웨딩업체의 경우는 지난 1년간 낮 시간대보다 20%가량 가격이 저렴한 야간 웨딩 예약과 폐백을 생략한 예식이 10~20% 정도 늘었다. 시민단체인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에서는 스튜디오 촬영과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을 시중가의 절반 정도 가격인 110만 원대에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변호사ㆍ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전체 이용자의 3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장 관계자는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고비용 결혼식 대신 거품을 빼고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결혼식이 많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리적인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라면 한번쯤은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은 한복부터 예단, 예물, 혼수 제품까지 무려 100년간 우리나라 결혼 준비 역사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해가 지날수록 결혼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이 곳 상인들이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예비부부를 위한 정보를 직접 제공하려고 나섰다. 바로 ‘생산자직거래연합’ 이다. ‘생산자직거래연합’ 은 지난 2004년 출범했다. 당시 결혼 정보가 부족한 예비부부들에게 결혼 준비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결혼 및 예단 절차, 합리적인 혼수용품 구매법 등 결혼 길라잡이 역할을 지금까지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이곳을 통해 합리적인 결혼 준비를 마치고 결혼에 골인한 커플만 몇 만 명에 이를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자직거래연합회를 통해 유통마진 없이 직거래로 혼수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비부부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생산자직거래엽합은 실제 광장시장에서 최소 30년 이상 한 우물만 파온 예단, 예물, 한복 등 ‘혼수의 달인’ 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제작공장을 운영하거나 전국 매장에 직접 납품을 하기 때문에 유통과정에 거품이 없다는 것도 저렴한 구매가 가능한 이유다. 또한 전통혼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식을 치를 수 있는 곳도 많아졌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의 파티움성균관(구 유림웨딩홀)ㆍ한국의집ㆍ남산골한옥마을ㆍ운현궁ㆍ관악예절원ㆍ경기 과천의 서울경마공원과 용인의 한국민속촌 등이 대표적인 전통혼례식장이다. 각 지역의 향교나 문화원 중에도 전통혼례를 진행하는 곳이 있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국 공공기관 식장은 혼례종합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혼은 조건을 따지는 비즈니스적인 접근으로 생각하면 금물
결혼 문화의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혼부부들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는 결혼식으로 가정의 첫 시작부터 빚을 짊어지는 것은 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개별 신혼부부가 결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재무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빚으로 해결하려다가 신혼여행 후 파산으로 치닫는 사례가 많다”며 “공공기관 등에서 최근 들어 작은 결혼식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공간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은 만큼,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줄이고 필요한 비용만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듀오웨드 컨설턴트 채지우 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주었다. 현장에서 다년간 컨설턴트로 일하며 많은 커플들을 지켜보았던 사람이기에 조언들은 되새겨볼 만할 것이다. 채 팀장은 우선 ▲부모로부터 떠나 한 몸 되라고 충고한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가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가 되면서‘결혼은 독립’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 과거 부모세대는 가정 안에 형제가 많았고, 그들의 독립은 경제적인 이유로 당연시됐다. 그러다 보니‘결혼=경제적 독립’이라는 등식 성립이 자연스러웠다. 부모세대는 경제적 독립의 어려움에 대한‘한’을 가진 세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상심리는 자녀를 향한 물질적, 정신적 아낌없는 투자로 이어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육 받은 지금의 결혼적령기 세대는 부모로부터 독립의 필요를 절실히 부여 받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양육에서 학업, 결혼까지 상당 부분이 부모에게 결속돼 있다. 그리고 이것이 부모의 사랑으로 이해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결혼을 통한 독립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부모와 자식 서로가 진정한 결혼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가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함을 인정하는 부모의 태도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가정의 만들려는 자녀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볕을 받아야, 부모의 버팀목이 되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와 역할분담 하되, 중요한 계획은 신랑신부가 세워야 한다.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결혼이 두 집안간의 결합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이 신랑신부의 고유한 영역까지 계획하는 것은 지양하라는 말이다. 부모는 집안 경사에 오시는 축하객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신랑신부는 새 가정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는 등 역할분담을 통해 서로의 필요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 좋다. 주체가 되어 계획을 하게 되면 책임감과 능동성이 생기게 되기 마련이다. 이 때 신랑, 신부 서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고, 이 과정이 가정 안에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기초가 될 것이다. 현실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자연스럽게 조율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부부로서 용납하고 인내하는 인격적 성숙도 가져오게 된다. ▲관습적인 허례허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신랑신부가 결혼 계획 상담 시 가장 어려워하고, 의견 차이를 첨예하게 보이는 부분이 혼수, 예단이다. 전통적 관례와 현실적 가치, 각자의 입장이 상충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댁에 들어가 신혼생활을 시작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고로 시집살이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에 관행되었던 혼수, 예단의 개념 변화가 필요하다. 관습적인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는 결혼준비를 해야 한다. 신랑, 신부가 살 집을 공동으로 준비하거나 예단을 생략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요즘의 경향을 살펴볼 때, 이 부분에 대한 부모세대의 인식의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결혼준비는 결혼 생활까지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결혼 생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원한다면 바로 코앞에 있는 물질을 쫓는 것이 아니라, 신랑신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의식을 살펴봐야 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그럴듯한 아파트, 멋진 차,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 반지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혼 생활에 있어 경제적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신랑신부 두 사람만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트렌드를 쫓지 말고,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은 결혼마저 트렌드를 무분별하게 쫓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이렇게 했고, 누가 얼마짜리 뭘 받고, 어떤 연예인이 어떤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고 등등 이런 이야기들이 결혼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다. 물론 한 번뿐인 결혼이기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와 경제적 상황, 환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형편을 파악하고 둘이 함께 공동의 그림을 그리며 결혼준비를 할 때, 오히려 이혼의 빌미가 되는 단서와 생각들을 줄여나갈 수 있는 것이다. 트렌드를 쫓는 신랑신부가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예비부부가 된다면 결혼준비를 통해 사랑과 이해가 켜켜이 쌓여가는 준비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결혼준비과정을 통해 결혼 생활을 예행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서로가 배려하고 섬기는 연습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랑은 신뢰로 진화돼 더 깊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이보다 이상적인 결혼준비는 없을 것이다. 1200여 쌍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각종 매스컴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중매하는 스님’ 대성사(태고종) 혜철 스님의 조언도 한 번쯤 곱씹어볼만 하다. 그는 짝을 찾는 싱글을 위한 책 ‘스님의 쓴 소리, 절대 혼자 살지 마라’ 라는 책을 출간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터득한 제 짝을 만나는‘행복한 결혼의 비밀’을 소개했다. 비밀은 다음과 같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현재 위치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여야 한다 ▲결혼 준비는 혼수 준비가 아니다 ▲상대방의 단점을 수용하라 ▲결혼은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는 것 등이다. 스님은 덧붙여 ‘결혼은 조건을 따지는 비즈니스적인 접근으로 생각하면 안 되며 서로의 가슴에 울려 퍼지는 주파수를 감지해 그 사람의 진가를 발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고 조언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출발점으로서 이러한 결혼 행사는 예식 당사자를 진정으로 축복해주는 성스러운 장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결혼식 문화는 최대한 호화롭고 화려한 결혼식을 통해 자신이 얼마만큼의 부와 어떠한 배우자를 소유하고 있는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기과시의 장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진정한 결혼이란 우선 혼자 살기에는 불완전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서로 의지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보완해주면서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친밀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반자로서 삶을 같이 엮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