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가 먼저인가 법의 수호가 먼저인가
2005년 정계유착비리 ‘떡값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던 노회찬 전 의원이 최근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MBC-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검찰로부터 기소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경유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기부X파일’ 보도를 담당했던 이상호 전 MBC기자는 이미 유죄를 선고받았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들에게 ‘불법 감청’ 이란 죄목을 붙였다. 이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촉구 토론회 열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본부장의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 매각 논의를 폭로했던 최성진 한겨레 기자, 지난 2005년 삼성 X파일을 폭로한 이상호 기자, 법률가, 언론학자가 모여 지난 4월 3일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언론노조, 송호창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고 토론회 주제는 통신비밀보호법이었다. 주최 측은 “소위 안기부X파일 관련 도청내역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도 했다”며 “이처럼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간에 상충하는 사례가 빚어지고 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을 촉구하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국가기관에 의해 취재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성진 기자는 지난해 10월 경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통화 도중 최 이사장이 통화버튼을 종료하지 않고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과 대화를 시작하자 이를 듣고 녹음했다. 검찰은 해당 행위가 통비법 구속 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는 “①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16조 (벌칙)에는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며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2.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로 규정돼 있다. 최성진 기자가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지만 법률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맞다. 그러나 법률을 위반해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위법성 조각과 책임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조계의 의견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최 기자에 대한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강혁 변호사는 “최 기자의 보도 행위는 통비법 위반죄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며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어야 했다. 무리한 기소는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공익을 위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은 물론 범죄의 ‘구성요건’ 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최 기자가 녹음하게 된 것은 새삼 작위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최 이사장과의 인터뷰 통화 및 녹음에 대한 휴대폰의 기능 작동을 멈추는 행위를 하지 않아서였을 뿐”이라며 “당시 최 기자는 최 이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끊자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받지 못해 먼저 전화를 끊기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통화를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통비법위반죄의 보호 대상이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일 뿐 대화자들이 ‘공개할 의사가 없는’ 대화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며 “공개할 의사가 없었으나 (실수 등으로)본의 아니게 공개한 대화까지 보호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통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송 의원은 “과거 노회찬 전 의원의 제1심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면서 “X파일 사건은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경유착의 전형이었고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이를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이나 MBC 이상호 기자가 유죄를 받은 것은 통신비밀법에 의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됐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송호창 의원은 “1차로 통신을 불법녹음한 사람과 이것을 받아서 2차로 공급한 사람을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벌금형이 없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검찰의 최성진 기자 기소에 대해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최 기자가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으로 대화 내용을 취득한 것은 아니었다”며 “이 사건에서 통비법 위반죄의 작위범, 부작위범 모두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객관적인 구성 요소인 행위 객체의 존재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검찰은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에 따라 혐의 없음 또는 죄가 안 됨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어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안기부 X파일의 전말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2월 14일 과거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노회찬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국회 법사위 회의를 앞두고 이른바‘안기부 X파일’을 공개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X파일의 전말은 아래와 같다.“간단히 말하면 삼성측에서 대선후보 등과 검찰 고위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준‘건국 이래 최대의 권ㆍ경ㆍ검ㆍ언 유착사건’이다. 당시 안기부에서 보유한 불법도청 테이프는 280여개가 있었다. 그 중 1997년 4ㆍ9ㆍ10월의 테이프 3개를 녹취록으로 보고 테이프로 확인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이학수 부회장, 당시 주미대사로서 대권과 연관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등장하고 돈을 받은 사람으로는 정치권과 검찰의 고위관계자들도 등장한다. 실명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직 검사들에게 돈을 준다는 내용이 2005년 7월에 보도됐다. 8월 18일 열린 법사위에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서 ‘떡값검사’ 로 의혹을 받는 법무부 차관이 나와 있었다. 당시 법사위원이라 참석해 ‘당신의 이름이 X파일에 들어간 걸 알았느냐’니까 ‘알았다’ 더라. 어떻게 알았느냐니까 대검 수사부에서 알려줬다고 했다. 세상에, 수사대상에게 수사는 하지 않고 당신 이름이 들어가니까 조심하라고 알려준 거다. 법사위 회의에서 본인이 증언한 내용이다. 나는 그걸 이야기했다고 국회의원직 박탈됐는데 정작 의혹이 되는 사람에게 알려준 수사검사는 누군지 밝혀지지도 않았고 처벌받지도 않았다”라고 노회찬 전 의원은 밝혔다. 노 전 의원은 ‘X파일’ 을 근거로 떡값 검사로 언급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과 전ㆍ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 자료와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그러자 안강민 지검장 등은 노회찬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2007년 5월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노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도자료 배포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지만 이를 인터넷에 올린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2011년 다시 열린 2심은 노회찬 전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노 전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일부유죄 취지로 파기하면서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등 이 같은 기준을 유지해왔다. 노회찬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노 전 의원은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으로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건 시대착오적 궤변이다”며 “이번 판결은 뇌물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수수를 모의한 간부,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은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가해자라는 판결이다”라고 억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대법원은 나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피고석에 설 것이다”이라고 질타했다. 비슷한 시기에 임명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05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는 등 부실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은 X파일 특별수사팀을 지휘했다. 수사팀은 불법 로비 정황이 드러난 삼성 측 인사와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모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 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 등은‘검찰이 재벌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수사팀은 노회찬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안강민 변호사만 한 차례 조사했을 뿐 다른 관련자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기소 후에도 검찰은 이런 입증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부실 수사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익을 위해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뇌물과 떡값 검사를 고발했던 노 의원은 통비법에 걸려 의원직을 잃게 됐고,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의 악용과 언론자유 침해
4월 3일 토론회에서 최성진 기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정부 부처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나 칼럼이 나오면 이른바‘전략적 봉쇄 소송’을 남발했다”며 “특히 국정원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허물이 드러나면 일단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고 비판했다. 권력이 통비법을 이용해 취재 봉쇄를 하고 있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개인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본래 취지보다는 권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호 기자는 “마치 경찰관이 사거리에서 교통 단속하듯 지나치게 소송을 건다”며 “정작 사생활이 보호돼야 할 국민들은 도ㆍ감청은 물론 개인정보 유출 등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국민들의 알 권리는 물론 사생활 보호를 위해 통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의 취재 자유도 국가 폭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수장학회 사건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 고소, 2011년 희망버스 동행 취재 언론인에 대한 집시법 위반 기소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 기자는 “취재 결과물인 보도의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는 수준이 아닌 언론의 취재 과정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며 “국가 기관이 언론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법적, 제도적 권한을 남용한다면 취재ㆍ보도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는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며 억압했다”며“언론 탄압을 고발하는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고 일축했다. 최 성진 기자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진실보도라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밝혔듯 최성진 기자는 지난해 ‘MBC - 정수장학회 비밀회동’으로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대화 녹취록을 보도해 올해 1월 검찰에 기소됐다. 이상호 기자는‘떡값검사’내용이 담긴 도청자료인 ‘안기부 X파일’ 을 입수, 2005년에 mbc 뉴스를 통해 보도해 2011년 유죄를 선고받았다.
각계각층의 통비법 개정 요구 봇물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현행 통비법은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만 치우쳐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며“언론이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위법성 조각사유를 넣은 법령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통비법에 범죄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 제한조치가 허용되는 예외조항에는 비판을 가했다. 최 교수는 “공권력에 의한 감청은 허용하고 권력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하고 밝히기 위한 언론의 감청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감청은 최소화하고 통비법이 더 이상 언론의 족쇄가 되지 않도록 공익적 목적을 위한 언론 활동에는 너그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원 변호사도 ‘안기부X파일’ 사건 판례를 중심으로 통비법에 위법성 조각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박 변호사는 “판례에서 밝히고 있는 통신비밀 공개행위의 정당행위 성립요건이 협소해 실제 통비법에 위반될 경우 정당행위로 인정받을 여지가 없다”며 “소극적인 행위만을 요구해 언론기관의 취재 자체를 봉쇄하며 사실상 보도가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류신환 변호사는 “독수과실(독나무에서 자라난 과일은 사용할 수 없다)의 원칙에 따라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통비법은 폭력과 강제력을 보유한 국가 및 수사기관이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호 제주대 교수도“중요 보도에 대한 기소로 언론을 위축시키는 사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통비법을 규제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언론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법성 조각 사유를 공인과 진실보도에 맞춰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또한 “X파일 사건은 기득권 간 유착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하지만 진실을 기록하려 했던 분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며“법과 제도는 국민을 보호하는 울타리여야 한다.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토론회를 통해 그 울타리가 촘촘하고 튼튼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상호 기자와 최성진 기자를 가리키며 “진실과 함께한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조차 < ‘정수장학회’ 우연한 녹음 취재 기소할 필요 있었나> 란 제목의 사설에서 “검찰은 최 이사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끊겠다고 했으므로 그 후 대화를 녹음한 것은 도청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이번 경우 기자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남의 대화를 엿들으려 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부주의로 대화 내용을 듣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정수장학회 문제는 대선 정국에서 논란의 핵심 중 하나였다. 취재 기자가 우연히 전화기를 통해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의를 듣게 되었는데 ‘이건 남의 대화이니 들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휴대전화를 끊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MBC 지분을 판 자금으로 특정 지역을 위해 쓰자는 논의에 관한 보도는 공익적 보도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통비법 개정을 위한 국회 움직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은 지난 2월 28일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불법감청이나 녹음 등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승희 의원은 “이 규정은 통신의 대화내용을 공익적 목적으로 공개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하며, 개정법률안을 통해 불법 감청이나 녹음 등을 통해 생성된 정보라 할지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공익성을 갖출 경우에 한해 처벌을 면하도록 규정했다. 유승희 의원은 “노회찬 전 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삼성X파일을 공개했다. 하지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이 있는 자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떡값검사 모두 기소되지 않았는데 본인은 의원직 상실형까지 가게 됐다”며 “이 같은 일을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개정안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유승희 의원은 “형법에서 명예훼손에 대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위법성 조각사유’ 를 규정하는 만큼 <통신비밀보호법> 에서도 이 같은 규정이 필요하다”며 개정법 취지를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2일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 외 16인은 통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위법성 조각사유를 명문화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항목이다. 서영교 의원실 측은 “공익과 국민의 알 권리에 따른 언론의 보도나 부정ㆍ비리를 밝히는 내부 고발에 따른 정당방위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이라며 “통비법에서 공익을 인정하고 무죄를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 측은 “예를 들어 살인죄는 위법하지만 경우에 따라 정당방위로 무죄 추정을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통비법은 정당방위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공익 목적이 있어도 무조건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또 개정안에는 현재 징역형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처벌 항목에‘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금형을 추가했다. 서 의원은 “일률적 징역형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한번쯤 되새겨 볼 만 하다. “기자들이 ‘귀대기’ ‘벽치기’ 하면서 취재하는 게 그것을 통해 사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진실보도라고 하는 언론의 사명을 위해서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언론인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언론에 아쉬운 점이 많다.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론화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 지는 않았을 거다. 박근혜 당선인(당시)도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언론책임론이 상당히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