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공포로 떨게 하는‘외로운 늑대’테러,

 

▲ 보스턴 테러 현장

지난 4월 15일 무고한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80여 명에게 부상을 입힌 미국 보스턴 테러 용의자는 2013년 미국 시민권을 가진 체첸 출신 형제였다. 5월 22일 런던 남동부 울위치 지역에서 흑인 남성 2명이 20대 군인을 차로 친 뒤 흉기를 들고 다가가 난도질했다. 며칠 뒤 25일 프랑스 파리 신도시 지역인 라데팡스에서 군인을 노린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극악무도한 이들 범죄의 범인들은 모두 ‘외로운 늑대’ 로 불리고 있다. ‘외로운 늑대’ 형 테러는 고립된 개인이 혼자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테러를 가리킨다.‘외로운 늑대’테러가 증가하는 이유와 그 해결의 실마리는 없는지 짚어보자.    

체첸 반군으로부터 시작된 어원 ‘외로운 늑대(lone wolf)’
알카에다가 이미 10여 년 전에 런던 참수테러, 보스턴 마라톤폭탄테러에서 나타난‘외로운 늑대’형 테러를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해 추진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극단화연구센터(ICSR)의 테러전문가 시라즈 마허는 5월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10여 년 전에 포스트 9ㆍ11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아부 무사브 알 수리가 주장한 ‘1인 부대화’ 전략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1인 부대화’는 이슬람 신자 각자가 테러 부대가 돼서 ‘지하드(성전)’를 벌이는 것을 말한다. 마허는 “9ㆍ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쏟아져 들어오고 탈레반 조직이 무너지면서 알카에다는 더 이상 아프가니스탄을 테러육성기지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로 인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내부토론이 벌어졌고 알 수리의 주장이 알카에다의 새 전략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등장한 ‘외로운 늑대’의 어원은 체첸 반군에서 시작됐다. 1996년 새해 벽두,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공화국 키즐랴르를 기습한 체첸 반군은 민간인 1000여 명을 인질로 붙잡은 채 러시아군과 대치하며 시가전을 벌였다. 러시아군은 우세한 병력을 앞세워 포위망을 좁혀갔으나 반군은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들 반군은 자신을 ‘외로운 늑대’라고 했다. ‘외로운 늑대’가 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의미로 통용된 건 미국의 극우 인종주의자 앨릭스 커티스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독자적 행동을 선동하며 이 표현을 쓴 데서 비롯됐다.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특징은 특정 국가나 무장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행동에 나선다는 점이다. 개인이 정보를 수집하고 사제폭탄을 만들어 테러를 자행할 수 있게 된 건 2000년대 이후 급속히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잇따라 터진 ‘외로운 늑대’테러
지난 5월 25일 프랑스 파리 신도시 지역인 라데팡스에서 군인을 노린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퇴근 시간 라데팡스 지하철 역 안에서 군복 차림으로 순찰하던 프랑스 병사가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가 휘두른 커터 칼에 목을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공격당한 병사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검찰은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스는 올 초 아프리카 말리 내전에 정부군을 지원하며 개입했다. 당초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가 공공연히 보복 테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간 경계를 강화해왔다. 그에 앞서 22일 오후 2시 20분쯤 런던 남동부 울위치 지역에서도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현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됐던 웨일스공주 포병연대 제2대대 병영과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범인인 흑인 남성 2명은 이 부대 소속 20대 군인을 차로 친 뒤 흉기를 들고 다가가 난도질했다. 목격자들은 피해 군인이 거의 참수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시신을 차도 한가운데 버려둔 뒤 주변 시민들에게 자신을 사진 찍으라며 어슬렁거렸다.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검은색 모자를 쓴 한 남성이 피 묻은 손으로 흉기를 든 채 “우리는 당신들과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능하신 알라신 앞에 맹세한다”며 “오늘 일은 무슬림이 매일 죽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외치고 있다. 나이지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란 범인 중 한명인 아데볼라요는 무슬림으로 개종한 뒤,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무장단체인 알샤바브에 가입하려고 시도했다. 공범인 마이클 아데보왈레와 함께 런던 시내에서 알카에다 참여를 권유하는 선전전도 벌였다. 이들은 20분 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체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국 대테러ㆍ치안당국은 이들이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거나 ‘우리 땅(our land)’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이슬람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보당국은 2005년 7ㆍ7 런던 지하철 테러 발생 이후 또다시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테러가 일어나자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테러가 처음으로 영국에서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폭발물을 동원한 대량학살이 아니라 영국 태생의 인물이 자발적으로 흉기 등으로 공격한 것이다. 런던경찰청 특별기동수사대장을 지낸 존 오코너는 “매우 낮은 수준의 테러공격이 갖는 모든 특징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다”며 “일정한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공격 유형이 아니라 방어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전체 규모도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존 오코너는 “영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테러 위협이 출현하고 있다”며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50여 명이 숨진 2005년 7월 런던 동시다발 폭탄테러 이후 정보기구를 대폭 확대하고 국경 보안을 강화하는 등 각종 테러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리처드 배럿 전 영국 국외정보국(MI6) 테러대응국장은 영국 방송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비조직적 테러는 사전 대응이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의 여야 정치인들은 이슬람과 이번 공격을 연계시키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영국에선 반 이슬람 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 거점을 둔 알카에다 또는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를 걱정해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옛 식민지인 아프리카 출신 자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독자 공격’ 을 감행한 것이다. 현재 유럽 전체 인구 가운데 3% 정도가 무슬림으로 추정되는데, 그 상당수는 과거 유럽 각국이 식민지로 삼은 북아프리카 출신이다. 이들은 이주 뒤 하층민의 삶을 전전하다가 이슬람 무장단체의 선전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는 “지난해에만 180~200명의 프랑스 국적 자가 시리아 반군에 가담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의 일부는 알카에다와 연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이들이 프랑스로 돌아와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보스턴 마라톤 대 참사
미국이 보스턴 테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법 하다. 9ㆍ11 테러 후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첫 테러인데다 범행 현장인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갖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보스턴은 ‘안전 체감도’조사 결과에서 미국 50대 대도시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밤에 홀로 길을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보스턴 주민의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처럼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가 지난 4월 15일 ‘체첸의 형제’로 불리는 26세, 19세의 두 젊은이가 저지른 압력밥솥 폭탄 테러에 의해 일체 마비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테러 용의자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되뇌었다. 용의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이웃이었다. 동생은 유명 사립고를 졸업한 대학 2학년생이었다. 형은 한때 올림픽 챔피언을 꿈꾸던 복서였다. 스물 네 살의 아내와 두 살 난 딸도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만들었는가. 미국인들은 혼돈 속에 빠졌다. “왜 미국 공동체의 일부로 자라고 공부한 두 젊은이가 그런 폭력에 의지했을까”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 속에서 그 당혹감을 엿볼 수 있다. 용의자 형제의 가족은 10년 전 카스피해 연안 자치공화국 체첸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형제는 미국식 교육과 복지 혜택을 누렸다. 형 타메를란은 지난해 체첸여행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동생 조하르는 미국 시민권까지 땄지만 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식 교육보다 ‘민족과 종교’ 가 테러리스들에게 훨씬 강하고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외로운 늑대들의 경우 알카에다로부터 직접적인 조종을 받지는 않지만 그로부터 ‘영감’ 을 받은 추종세력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내부의 적’과의 싸움에 직면해 있는 미국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과 더불어 알카에다 조직의 실질적 궤멸 상태를 선언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빈 라덴 사살을 명분으로 9ㆍ11 이후 개전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의 종식도 정당화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 전투 병력은 철군을 완료했고, 2014년 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병력도 완전 철수할 예정이다. 9ㆍ11 테러 이후 강력한 반테러 정책을 폈던 미국이 이제는 자국에서 싹튼, 지하디즘(성전)을 주창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같은 ‘내부의 적’과의 싸움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자생테러를 막을 길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미 당국의 고민이 깊다. 내부 소행일 경우 차단할 방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의 불안과 고민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날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계층 간, 정치집단 간 갈등이 첨예화되는 사회 풍토 속에서 어디서나 ‘외로운 늑대’가 생겨날 소지가 다분하다. 미국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슬림이 또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랬는가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9ㆍ11 테러의 교훈도 그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9ㆍ11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참담한 증거다. 검거과정에서 숨진 범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는 한 명의 미국 친구도 없다. 나는 미국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고 한다. 26살에 죽은 그가 2000년 미국에 이민 와 삶의 절반이자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한 명의 친구도 없었다고 비관한 것을 개인의 성정 탓으로만 돌려야할까.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 동기로‘도덕적 분노감’을 지적했다. 2009년 뉴욕지하철 폭탄공격, 2010년 뉴욕 타임스퀘어 차량폭탄 공격기도 사건 등은 모두 인종적 종교적 소수들이 저지른 사건이었다. 매일 끊이지 않는 총기난사 사건도 결국은 사회적 편견과 불평등이 병인이다. 미국 언론들은 금융위기 이후 인종 간 빈부격차와 교육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9ㆍ11 이후 대규모 조직적 테러가 불가능해지자 알카에다가 새로운 악의 자양분으로 삼는 것은‘외로운 늑대’라고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도덕적 분노다. 이들은 전문 테러범과 달리 정치적 메시지나 동기가 강하지 않다.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울분과 좌절감을 표출할 타깃을 찾을 뿐이다. 미국이 테러보다 외로운 늑대에 더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 테러 시대가 성큼.
호랑이는 새끼 때를 제외하면 홀로 사냥하며 일생을 보낸다. 반면 늑대는 무리를 이뤄야 살아남는다. 늑대가 자연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은 것도 철저한 위계 속에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늑대의 무리생활과 인간의 사회생활을 보노라면 많이 닮았다. 그러나 늑대 가운데는 스스로 집단을 이탈하거나 쫓겨난 외로운 늑대들이 늘고 있다. 고독한 이단아들은 항상 극단적 선택에 빠져들기 쉽다. 우리 주변에도 ‘외로운 늑대’가 어슬렁거리고 다닌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테러는 방법이 정교하진 않지만 실행계획 및 의사결정이 독립적이라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대상 선택 역시 체계적 지휘 통솔에 따르기보다는 개인이 혼자서 창의적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피터 킹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의 말처럼 향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은 이처럼 혼자 활동하는 자생 테러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이념 및 구체적 실행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고, 특정 인물과의 접촉 및 네트워크 형성도 혼자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러행위의 착수 및 실행에 있어 지도자와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번에 사용된 압력밥솥 폭탄 역시 누구나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급조 폭발물의 구조 및 제조 방법 등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압력솥 안에 담겨 있었던 못, 쇠구슬 등의 재료 또한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얼마든지 혼자서 테러가 가능하게 됐다. 일종의 개인 테러 시대인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1970년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의 폭력행위(테러 포함) 중 개인이 저지른 것은 전체의 6.5%에 불과했다. 하지만‘외로운 늑대형 테러범 티머시 맥베이의 오클라호마시티 테러 사건 이후는 확 달라졌다. 1995년부터 2010년 사이 개별적 테러 즉‘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전체의 33%로 늘어났다.

안전망을 갖추고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 여의도 직장동료 칼부림 사건 용의자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체첸의 형제’들처럼 이들이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키는 테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안전망을 갖추고 경계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은둔형 외톨이나 폐쇄적 반항아들은 많은 경우 자신만의 근거지로 도피한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를 사회에 직접 전달하겠다고 나서면 곧바로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들의 메시지는 극단적이어서 대개는 문명 부정적이거나 종말론적이다. 요구는 비타협적이고 교조적이다. 비단 이슬람 세력이 아니더라도 미국 내외에 다양한 형태의 소외와 경제적 피폐 감으로 인해 정신적 고립세계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여하한 형태의 제도권과 기성질서에 관해 극단적인 반발을 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하는 경우가 많다. 소외감과 고립감이 임계점에 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행위로 표현되거나, 아니면 반발심을 사회에 투사시켜 불특정다수에 대한 테러행위를 일으킨다. 이들이 도처에서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흩어져 살고 있는 셈이다. 극단적 고립감에 사로잡힌 외로운 늑대들은 반사회적 심리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해 다수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고 행사함으로써 자유를 추구한다. 다운받은 정보로 폭발물을 만들고, 인터넷 매뉴얼대로 시민들 대상의 테러를 자행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테러집단의 종심을 파괴하고 리더들을 체포, 소멸시킴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 더 이상 아니다. 광대한 인터넷의 바다에 떠도는 무수한 정보들을 추적할 능력도 없거니와, 그렇게 몇몇 용의자들을 잡아낸다고 해서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런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이 생산되는 음습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접근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차원의 대테러전은 무의미하게 되었다. 부의 불평등, 청년 실업, 심리적 좌절 등을 정확히 읽어내고 이에 대한 처방을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알카에다와는 비견할 수 없는 어려운‘숨은 적들’과 상대하게 된다. 이기기 힘든 싸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테러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미국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미국보다 덜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도 복잡해지면서 소수와 약자의 권익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과 살인은 한국에서도 보스턴 테러 같은 비극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인지 모른다. 여의도에서 전 직장동료 및 지나가던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사건, 경기 의정부역에서 퇴근 중이던 다수 승객에게 칼부림을 한 사건 등은 보스턴 테러로 ‘악성 진화’ 할 수 있는 사례다. 최근에는 총기를 개조해 비비탄을 난사하는 쇠구슬 테러도 있었고 심지어 개인적 불만 때문에 방화를 해 국보 1호 숭례문을 전소시키기도 했다. 대부분 홀로 지내면서 사회적 연결고리가 약한 사람들에 의한 행위였다. 비록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반체제적 모습의 전통적 테러는 아니라 할지라도 다수의 안전과 공공의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는 테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사람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극단주의 테러 단체의 이념에 동조하게 된다면 국내에서도 보스턴 테러 같은 사건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이즈음에서 영국이 무슬림 공동체 등과 협력, 이들이 영국 시민권자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등 ‘테러 예방 정책’ 이 효과를 본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영국은 테러로 연결될 수 있는 500~600건의 개별 사건에 선제적으로 개입해 사회적 분노가 폭력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이 덕분에 현재까지 8년간 심각한 테러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로운 늑대는 알카에다 같은 투쟁적인 이슬람세력이 젊은 무슬림들을 세뇌시킨 탓도 있지만 세상에 대한 혐오 이데올로기도 한 몫 한다. 높은 실업률과 어려운 경제 상황, 성공의 사다리가 사라진 우리 사회 어딘 가에도 외로운 늑대들이 자라고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돌아보는 공동체 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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