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하는 미국, 과연 빅브라더인가

미국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유럽ㆍ아시아ㆍ중동 등 38개국의 재미 공관을 전 방위로 도청한 사실이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추가로 폭로돼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연합(EU)의 본부와 사무실까지 도청, 해킹 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이 빅 브라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당장 미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교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고, 독일 연방 검찰은 미국 정보기관을 상대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아무런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노벨 평화상’ 후보로까지 추천 받은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잇따른 폭로, 미국 빅브라더 논란
‘빅 브라더(Big Brother)’ 라는 용어는 거대권력이 사회를 통제하는 사회를 묘사한 소설  <1984>  에서 유래

 
됐다. <1984> 는 1949년 출판된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로 1984년을 전체주의 사회로 상정하고 쓴 미래 소설이다. <1984> 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통치하는 독재자이지만 실제로는 당이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허구의 인물이다. 오세아니아 국민은 ‘빅 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는 문구가 표시되는 감시 장치인 텔레스크린에 둘러싸인 채 외부 감시에 길들여진다. 이 화면은 침실에 설치돼 부부의 성생활까지 감시하는가 한편 화장실까지 있다. 이렇게 유래된 ‘빅 브라더’ 는 사실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를 뜻하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실상은 권력자들이 정보독점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미국, 일본 등 20여 개 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매년 ‘빅 브라더상’ 을 시상해오고 있는데 이는 정부나 기업의 국민 사생활 침해여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근래 들어 조지오웰이 상정한 전체주의 시대가 2013년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만큼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빅 브라더’ 논란이 거세다. 그 시발점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비밀리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수집하고 있다는 한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촉발됐다. 지난 6월 6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29)는 영국 <가디언>에 미 정보기관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했다. 전 세계는 경악했고, 그간 인권을 강조해온 오바마 정부는 수세에 몰리게 됐다. 스노든은 ‘가디언’ 과 인터뷰를 가진 뒤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과 인터넷의 자유,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걸 보고 양심상 허락할 수 없었다. 그동안 2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편히 지내왔지만 양심에 따라 모든 걸 희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의 폭로는 이어졌다. 가디언은 6월 30일 스노든이 제공한 미국 국가안보국의 2010년 문건을 인용해 “국가안보국이 38개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표적’ 으로 지정하고 도청과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도청 대상국에는 미국이 ‘적대국’ 으로 간주하는 나라나 중동지역 국가 외에도 한국과 일본 등 우방도 포함됐다. 국가안보국의 2007년 문건에는 이 정보기관이 워싱턴DC의 EU 대사관을 겨냥한 염탐을 통해 대상국들의 내부 정보와 정책상의 이견 등 회원국 간의 불화를 포착하려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한편 같은 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스노든의 자료를 통해 미국이 유럽 연합(EU) 본부와 사무실을 도청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국제 사회 반발, 한국 침묵
전미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도청 사실이 알려진 후 EU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반미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비비안 레딩 EU 법무집행위원은 6월 30일 “협력국 사이에는 스파이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며 “우리의 파트너들이 유럽 협상가들의 사무실을 도청했다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우리는 대서양 양안간 시장 확대에 대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시사했다. 이번 도청 의혹으로 미국과 EU 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약 2주 전 시작된 미-EU FTA 협상에도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정부에 공식 해명을 요구했으며, 이외에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유럽 의회 의원들, 독일 등 주요국 정부의 항의성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감시 타깃이 돼온 것으로 알려진 독일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독일 법무장관은 미국이 유럽을 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며, 냉전 당시를 연상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스파이 행위가 중단됐다는 보장이 이뤄지기 전에는 미국과 어떠한 협상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비판에 가세했다. 러시아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도청 시스템을 설명할 수 없다며 비판했고, 특히 하원 지도부가 미국의 외국 공관 도청 활동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동맹국 대사관 도청 시스템을 설명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 대사관엔 테러리스트들이 없고 그런 설명은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푸슈코프는 이전에도 포괄적 염탐과 도청이 미국 민주주의 본질이라며 미 정보당국의 도청 활동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으로부터 사이버해킹의 주범으로 몰렸던 중국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오전 정례 회견에서 “그런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내용은 확실하지 않다”며 “이 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으며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 측에) 확인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또 ‘사안의 성격상 미국이 제대로 답변을 하겠느냐. 보안 강화 등 별도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외교 루트로 진위 확인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철저한 동맹국이면서 뒤통수를 맞은 격인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7월 2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한국ㆍ일본 등 38개국의 주미 대사관을 상대로 도청 등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박근혜 정부는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권국 대사관에 대한 도청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으로 국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원내대변인은 “우리정부는 여전히 동맹국이란 이름으로 미국 국가 안보국에 의한 불법행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진상에 대한 설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미국에게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뒤늦은 진화 시도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의 정보수집 활동이 자국민은 물론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까지 겨냥했다는 주장과 보도가 잇따르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국가안보를 위해 정보 수집 활동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조기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NSA와 CIA 국장을 역임했던 마이클 헤이든은 지난 6월 30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U 본부에 대한 도청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유럽 국가들도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이든은 “공직에서 물러난 지 5년이나 돼서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안다고 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국제 첩보활동에 대해 비난하고 싶은 유럽인들은 먼저 자기 나라가 하는 일을 살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같은 날 미국의 유럽연합(EU) 본부 건물 도청 등과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보프로그램의 폭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태도 표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벤 부보좌관은 그러나 “그들(EU 회원국)은 가장 가까운 정보 파트너 국가들”이라면서 “유럽 국가들은 우리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긴밀한 정보 관계를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도청 스캔들로 인해 EU 국가들과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외국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도 해명하기에 골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관련 정보를 EU 회원국에 넘기겠다고 말했고, 케리 국무장관은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를 만나 다른 나라도 다 하는 일이라며,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 알려주겠다고 전했다. 미국은 뒤늦게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도ㆍ감청 파문은 쉽게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초미의 관심사,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변 문제
한편 에드워드 스노든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신변 문제가 국제 사회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

▲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고 있다. 폭로 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지만, 자국인 미국에서는 시민 자유를 수호한 영웅이라는 찬사와 파렴치한 배신자라는 비난으로 평가가 극명하다. 미국 일부 중진 국회의원들은 스노든의 본국 송환을 잇달아 주장하지만,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스크의 설립자로 에콰도르 대사관에 1년 넘게 피신해 있는 줄리안 어산지는 스노든을 영웅으로 치켜세운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백악관 청원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의 사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로이터/입소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분의 1이 스노든이 영웅이며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그가 배신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23%인 반면 영웅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1%였다. 모르겠다는 의견도 46%에 달했다. 스노든은 현재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서 3주 가까이 체류하며 제3국으로의 망명을 모색 중이다. 망명이 미국의 압력으로 몇 차례에 걸쳐 불발되자 7월 13일 스노든은“미국에 최악의 악몽이 될 정보를 가졌다”며 신변을 위협받을 경우 미국에 사상 최대의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경고했다. 인터뷰를 맡은 그린 월드 기자는 “스노든이 가진 수천 건의 문서파일 전체가 세계 곳곳의 몇몇 사람에게 전달됐으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공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에드워드 스노든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아 화제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 사회학과의 스테판 스발포르스 교수는 기본권과 자유 옹호에 힘썼다며 스노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4일 보도했다. 스발포르스 교수는 추천서에서 “스노든은 영웅적인 노력을 통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실행한 사이버 감시 활동의 존재와 규모를 폭로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스테판 스발포르스 교수는 또한 스노든이 “국제법과 국제협정 위반사항인 감시프로그램의 존재를 밝혀내 세계를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스발포르스 교수는 스노든의 행동이 1945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가 천명한 개인의 국제법 준수 의무에도 들어맞는다고 밝히며 “강대국이 탐탁지 않게 여기더라도 시민적 자유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당시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나치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 국가뿐 아니라 개인도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피고들을 처벌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문은 올해 후보 추천이 끝나 스노든은 내년도 노벨평화상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상을 받게 된다면 스노든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된다고 전했다.

올리버 스톤 “오바마가 미국을 디스토피아로 내몰고 있다”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이 “오바마가 미국을 디스토피아( ‘이상향’ 의미하는 유토피아의 반대)

▲ 올리버 스톤 감독
로 내몰고 있다”며 전임자인 조지 W.부시보다 더 나쁜 면도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해온 스톤은 7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피터 쿠즈닉 아메리칸대학 교수와의 공동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톤은 무엇보다 오바마가 대선 후보 때 집권 시 투명성을 약속하고 군사주의를 거부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올리버 스톤은 그렇다고 해서 부시 정권 때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의 표현대로 오바마 집권 2기가 마치 부시의 네 번째 임기로 보인다거나 오바마를 위선자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지나친 비약은 경계했다. 스톤은 하지만 최근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감시 파문을 예로 들면서 이와 같은 중대한 면에서 “오바마는 부시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 스톤은 최근 스노든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리버 스톤은 스노든의 뒤를 쫓는 오바마를 보고 있자면 60여 년 전 프랑스인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경고가 떠오른다고도 전했다. 미국인들을 향한 사르트르의 경고는 이랬다. “당신들의 나라는 두려움이라는 병에 걸렸다. 유럽 이쪽에서 저쪽까지 모두가 크게 소리치더라도 놀라지 마라. ‘조심해! 미국은 광견병에 걸렸어! 미국과 엮인 모든 관계를 끊어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미국에 물려서 미치게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스톤은 또한 오바마와 NSA를 각각 미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도청 파문을 촉발한 J. 에드거 후버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인 ‘슈타지’ (Stasi)에 비유했다. FBI의 초대 국장인 후버는 1924∼1972년 반세기에 걸쳐 FBI를 지휘한 인물이지만, 불법 도ㆍ감청을 통한 인권운동가 감시 등으로도 악명이 높다. 스톤은 “미 국가 전체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연출자 겸 작가인 스톤은 이전에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오바마에게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미국이 점차 전체주의적 국가가 돼간다”는 등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곤 했다. 스톤과 쿠즈닉은 세계 2차 대전부터 오늘날 대테러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 전쟁의 역사를 다룬 책 ‘들려주지 않은 미국의 역사’ (Untold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공동집필하고 동명의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전 세계 민간인, 도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 민간인 불법 사찰 스캔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도 연방정부의 감시프로그램에 대한 끈질긴 탐사보도로 정부를 궁지로 몰아붙이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NSA가 채팅, 이메일, 파일 전송, 인터넷전화, 로그인, 메타데이터, 사진, 소셜네트워킹, 저장 데이터, 비디오, 화상회의 등 최소 11개 유형의 전자통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ㆍ11 테러 이후 제정된 소위 ‘애국법(Patriot Act)’ 은 미 연방 수사국(FBI)이 손쉽게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 왔다. 영국은 180만대에 달하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가디언’은 지난해 영국 정부가 전화통화와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영장 없이 조회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떠할까. 멀리보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때 논란이 됐던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이 떠오른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은 2008년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실 산하‘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다. MBC PD수첩에 보도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게 되었다. 2010년 6월 29일 MBC PD수첩은 영화 식코의 패러디인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2008년 당시의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김종익 KB 한마음 대표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보도를 배경으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국무 총리실은 이어 한국노총 간부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정부의 방침에 반기를 드는 언론인과 일부 연예인들까지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큰 타격을 입었다. 사찰 범위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지만 이후 몸통논란이 점점 청와대로 집중되었던 이른바 한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정보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과거 국정원은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인의 통화를 불법 도ㆍ감청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다. 최근 국정원은 인터넷 회선 감청(패킷감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메일은 물론 웹서핑, 게시물 읽기와 쓰기 등 인터넷상 모든 활동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2013년판 빅 브라더 논란이 불거진 미국이나 전 정부의 권력 누수 현상이 그대로 드러난 한국 정부나 “일시적인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다면 자유는 물론 안전도 누릴 수 없다”라고 역설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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