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영상물들이 범죄 유혹의 ‘교과서’ , 사회적 차단 장치가 절실”

1988년 일본에서 잔혹한 10대 범죄의 서막을 알린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 은 만 15~18세 청소년들이 하굣길 여고생을 납치해 40여 일 동안 성폭행 및 신체적 고문을 가한 뒤 살해해 드럼통에 넣고 인근 공사장 콘크리트로 묻어버린 사건이다. 이제 10대의 잔혹 범죄 사례는 남의 나라 사정으로 간과할 수 없다. 대한민국 10대들의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도 폭력 등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타나는 일탈을 넘어 살인 강간 집단성매매 등 성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강력하고 지능화된 범죄 사건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난 지옥에 가고 싶었어요” 

▲ 현장 검증하는 피의자 심군


지난 6월 9일 시체를 도륙한 살인사건이 경기 용인에서 발생했다. 사건의 범인이 학교를 중퇴한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피의자 심모군은 친구로 지내던 김모양(17)을 강간 후 목 졸라 살해한 뒤 공업용 커터 칼로 16시간 동안 시신을 훼손했다. 공업용 커터 칼로는 시신을 토막 낼 수 없자 시신에서 살점을 도려내 화장실 변기에 버려 흔적을 없앴다. 얼굴마저 심하게 훼손됐고 살점이 대부분 떨어져나간 뼈는 20여개 조각으로 나뉘어 졌다. 김장용 비닐봉투에 담긴 시신은 거의 뼈밖에 남지 않아 수사진을 경악케 했다. 심군은 살해 과정을 친구에게 문자로 보냈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SNS에 “악감정 따위도 없었고, 좋은 감정 따위도 없었고, 날 미워하세요. 난 지옥에 가고 싶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전과도 없는 심군이 술에 취하지도 않은 맨 정신으로 이 같은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삼일 뒤 12일 심군에 대한 현장검증이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모텔과 심군의 집에서 실시됐다.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의 주민과 취재진이 몰려 혼잡을 이룬 가운데 진행된 모텔 현장검증은 모텔 측의 거부로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오후 2시48분께 경찰과 함께 차에서 내린 심군은 파란색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차림이었다.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검증은 심군이 모텔에 도착한 시점에서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양을 불러내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밖으로 나올 때까지의 전 과정을 재연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현장 주변에선 경찰기동대 2개 중대가 폴리스라인을 만들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2시간여 뒤 밖으로 나온 심군은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 

▲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지난 5월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종호)는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 갈등을 빚던 대학생 김 아무개 군(20)을 불러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고등학생 이모군(16)과 대학생 윤모군(18)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범행을 함께 모의하고 살인을 묵인한 혐의(살인 방조 등)를 받은 고등학생 홍모양(15)에게는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숨진 김 씨의 여자 친구였던 대학생 박모씨(21)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징역 20년은 미성년자가 선고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량이다. 이 군 등은 2012년 4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공원에서 목과 배 등을 흉기로 40여 차례 찌르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치는 등 잔혹한 수법으로 김 씨를 살해하고 공원 숲 속에 시신을 유기했다. 코스프레 축제와 인터넷 게임 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된 이들은 함께 어울리던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 김 씨가 리더로 나선 것에 불만을 품었다. 특히 개신교 신자인 김 씨가 피고인들이 관심 있어 하던, 죽은 자의 영혼을 믿는 속칭‘사령카페’를 비난하자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김 씨가 스마트폰 메시지를 통해 욕설로 대응했고 피고인들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피고인들이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흉기와 쇠파이프, 전기선 등을 미리 준비했고 피해자가 애원했는데도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 ‘카카오톡’ 메시지나 대화 내용을 봤을 때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미리 계획한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범행 전날 휴대전화로 ‘뭔가 돼지 잡는 것 생각함’, ‘편하게 죽일 가치가 없네’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경악하게 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범행 뒤에도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며 완전범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데이트를 약속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다만 이들이 미성년자임과 성장환경을 감안해 법정 최고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10대 범죄 갈수록 지능화
10대들의 성범죄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초등학생 김모군(12)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음란사진 684장과 음란 애니메이션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군은 불과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다. 경찰은“김군이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면서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인터넷에 몰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수형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만드는 데 익숙한 학생들이 범죄라는 인식을 못한 채 음란물 제작 유포의 유혹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또래 청소년을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한 10대 포주도 학교를 자퇴한 ‘거리의 청소년’ 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소재조차 교육기관에서 파악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치밀한 사전계획이 필요한 보험사기 피의자가 10대들 사이에서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도 지능화된 범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10대는 1562명으로 2010년의 586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2010~2012년에 적발된 10대는 매년 62.5%, 64.1%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적발인원 증가율 4.5%와 15%를 크게 웃돌았다. 실제로 1월에는 양어머니와 공모한 10대 서모군(18)이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뒤 숨진 남성의 이름으로 생명보험을 들고 9억 원가량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사건이 제주에서 적발됐다. 서군은 숨진 남성의 이름으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기 위해 피해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도려내는 엽기적인 행각을 저지르기도 했다.

“심군, 얌전하고 평범한 학생”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심군은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을 챙길 줄 아는 자상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심군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심군의 중학교 친구도 “친구가 범인이라는 소문이 돌 때도 믿지 않았다”며 “오히려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평범한 친구였다”고 평했다. 이어 “영어를 잘했고 왕따 같은 것도 당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고등학교를 중퇴한 심군은 성남 분당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교적 평범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범죄의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심 군을 ‘사이코패스’ 나 ‘소시오패스’ 로 단정 짓는 것을 경계했다. 사이코패스는 뇌의 이상 탓에 사악한 행동을 하면서도 상식적 수준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를 뜻한다. 소시오패스는 뇌의 이상과는 무관하게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을 뜻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굳이 말하자면 심 군은 ‘사이코패스’ 라기보다 ‘소시오패스’ 에 가깝지만 둘 모두 인격이 완성된 어른에게 나타난 정서적 질병을 뜻하므로 심 군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 군은 아이와 같이 자아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심 군은 극악무도한 살인자처럼 보이지만 최근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아 심약한 면모도 있다”며 “범행 뒤 그가 SNS에 올린 ‘내게 실망했겠지만…’이라는 글을 보면 주변인이 자기에게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범죄심리학자인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 군이 SNS에 올린 ‘내가 사람 죽이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글은 왜곡된 영웅 심리를 보여준다”며“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주검을 훼손하는 방법은 인터넷과 유튜브 같은 곳에서 배워… 

▲ 영화 호스텔


‘수원 살인마’ 오원춘을 떠올리게 하는 경기 용인 엽기살인 용의자인 심군이 털어놓은 범행 동기는 놀라웠다. 피의자 심군은 오원춘 사건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원춘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사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평소 잔인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내용을 범행 중에 떠올렸다”고 진술했다. 또 “평소 공포영화를 볼 때면 영화처럼 한 번쯤은 흉내 내 볼 생각도 했고 인터넷에서 해부학을 검색해 보곤 했다”며 주검을 훼손하는 방법은 인터넷과 유튜브 같은 곳에서 배웠다고 덧붙였다. 심군의 증언을 통해 미디어가 흉포한 살인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심군이 언급한 영화 ‘호스텔’ 의 경우 미국의 일라이 로스 감독이 제작한 잔혹 공포영화로, 호스텔에 머물고 있는 여행객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해 신체 훼손 장면이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고 반인륜적인 내용과 잔인한 장면이 그려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2006년 1월 미국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R등급(Restricted)’ 을 받았다. ‘R등급’ 은 허가가 있는 영화관에서 성인에게만 상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일부 문제 장면을 삭제한 뒤 심의를 거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극장에 걸린 바 있다.‘호스텔’은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영화’ 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각종 국내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이른바‘무삭제판’까지 성인 인증 없이 손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영화뿐만 아니라 실제 살인 장면이 담긴 해외 동영상까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잔혹한 동영상 수십 편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문제는 이 동영상들이 연령 확인이나 로그인 등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각본(스크립트ㆍscript)이 심군의 머릿속에 내재돼 있었기에 태연한 범죄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음식점에 가면 ‘자리에 앉는다-메뉴판을 보고 주문한다-음식을 먹는다-계산하고 나온다’ 는 일련의 과정들이 프로그래밍 화돼 있듯이 살인범들도 살인에 관한 일련의 과정들을 머릿속에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력물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이른바 ‘폭력 스크립트’ 가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다는 설명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군은 인터넷에서 해부학 동영상 등을 보며 머릿속으로 수차례 살인 예행연습을 해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 은 이제 더 이상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며“대범해지고 있는 10대 강력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불법 영상물에 대한 사회적 차단 장치 필요
이들 사건 모두가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기 청소년들이 급격한 호르몬 변화의 영향과 아직 체계적인 감정 통제 방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진단했다. 폭력적인 성향의 게임, 영상 등에 자주 노출되면서 폭력에 무뎌진 것도 끔찍한 범행이 잇따르는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학생 정서ㆍ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초중고생 648만여 명 중 16.3%에 달하는 105만 4천500여명이 불안ㆍ우울 증세를 보여 지속적인 상담과 관리가 필요한‘관심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5%인 22만 4천여 명은 불안, 우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문제가 심각해 집중 관리가 필요한‘주의군’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지난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ㆍ강도ㆍ강간 및 강제추행ㆍ방화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미성년자는 3239명에 달했다. 10대 범죄를 돕는 것은 인터넷이다. ‘19금’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인터넷 공간에서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가진 10대들이 무분별한 폭력과 음란물을 흡수하고 이를 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의 미디어는 일반 대중들의 사고, 행동, 가치관에서부터 일상생활에까지 실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가치관 정립이 완전하게 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난다.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미디어는 심군처럼 많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 점에서 대중들의 정서가 파괴되고 행태가 흉포화 되는데 미디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불법 영상물들이 범죄 유혹의‘교과서’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사회적 차단 장치가 절실해 보인다.

10대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주는 노력 필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10대들의 비행 수준을 봐서는 낭만적인 접근으로 대처할 시기는 지났다”며 “형사 사법적 대응도 보다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국 광주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은 “분노나 자신의 감정을 쉽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 청소년들은 갑작스러운 행동이 튀어나올 수 있다”며 “평소 아이들이 분한 감정이 들었을 때 충분히 들어주고 어떻게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지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소위 말하는 ‘따끔한 야단’ 은 신뢰가 쌓인 관계에서 일관성 있게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무작정 청소년들을 엄하게 다스리기에 앞서 그들의 입장에서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범행 후 죄책감을 갖기보단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훼손도 서슴지 않는 인명 경시풍조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를 짓밟는 경쟁위주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성조차 무시하는 잔혹범죄가 이기주의 만연한 경쟁위주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용인 사건과 같은 흉악범죄는 결국 우리 사회가 낳은 결과물”이라며 “과정보다는 결과가 먼저이고,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기 위해 주변을 짓밟는 사회상이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마저 무시하는 잔혹 범죄로 투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조금이나마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신훼손은 생각도 못할 것”이라며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나 생명존중보단 당장 경찰에 잡히지 않는 게 먼저다보니 잔혹범행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와 같은 충동적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등에서 10대들의 고민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들과의 대화가 사라지고, 가정에서 어른들이 대화보다는 훈계조와 명령조의 일상생활이 반복되면서 10대들의 불만이 내재되고 있다”며 “평소에도 10대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고민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인의 도덕성 함양과 사회적 제도 개선이 절실히 요구
‘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를 집필한 은퇴한 독일 살인 전담수사관 요제프 빌플링은 “엽기적이고 잔인한 살인 사건을 접할 때마다 나는 살인 동기가 거창하고 특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놀라곤 했다”고 말한다. 시신 훼손 역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범죄의 증거가 사라지면 범죄 사실을 증명할 만한 것이 없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빌플링의 말에 따르면,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고 나면 겁에 질려 종종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이번 심군의 잔혹 살인 사건으로 또 다시 회자되는 인물이 수원 엽기 살인마 오원춘이다. 그도 평소 고립된 생활을 하며 음란물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그런 잔악무도한 괴물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생겨난다.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물론 가해자인 개인에게 물을 죄가 큰 것은 자명하지만 아직 뚜렷한 정체성도 채 정립 되지 않은 10대들이 이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도덕성 함양과 사회적 제도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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