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러 제네바 합의안, 시리아 사태 해결의 기미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가 보유한 화학무기를 국제 관리를 통해 폐기한다는 데 합의했다. 채택 후 1주일 이내에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11월부터 이에 대한 국제 사찰을 실시하며 내년 중순까지 화학무기를 전량 해체한다는 일정이다. 시리아 정부가 제대로 보고하고 사찰에 응할지, 또 불응 시 강압 제재가 가능한지 국제 사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 제네바 합의안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해결을 위한 기본 틀에 합의하면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 국면은 사실상 종료됐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각각 이끈 미국과 러시아 대표들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3일간 마라톤협상 끝에 이 같은 화학무기 해체 로드맵을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일주일 내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 공개 대상에는 화학무기 종류와 보유량, 화학물질 재고, 저장시설 위치, 생산ㆍ연구시설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어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 사찰단이 오는 11월까지 시리아에 들어가 활동을 개시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화학무기와 장비를 해체해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가 화학무기 해체를 거부할 경우 평화파괴 행위에 대한 제재를 명시한 ‘유엔헌장 7장’ 에 따라 조처를 내리기로 했다. 유엔헌장 7장 41조는 비군사적 조치(경제관계 및 교통통신 수단 중단과 외교관계 단절)를, 42조는 군사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합의안이 나온 직후 서방국가와 유엔 등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제통제하에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폐기하기 위한 목표 실현에 중요하고 구체적인 진전”이라고 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은 합의안을 환영한다. 이제 합의안을 이행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 사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유엔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번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 로드맵은 무기 통제 역사상 가장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ㆍ러 간 합의를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은 물론 중동 지역 전체의 전쟁 위험을 차단하고 2년 이상을 끌고 있는 시리아 유혈사태를 종식하는 길을 열어줄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등공신 러시아가 침착한 속내는 

▲ 제네바 합의안 체결

세계 언론은 시리아 화학무기의 국제통제 이전과 폐기를 조건으로 서방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 계획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안해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낸 러시아의 외교적 성과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시리아 사태 중재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이룬 최대의 외교 성과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알리 하이다르 시리아 국민화해부 장관도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ㆍ러 간 합의가 시리아 전쟁을 막았다”며 “이 합의는 러시아 외교와 러시아 지도부의 공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자국의 외교적 업적 홍보에 열을 올릴만한 러시아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하루 전 자체 웹사이트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간 협상 결과를 설명하는 간단한 언론보도문을 게재했을 뿐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조심스럽고 겸손하기까지 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는 이번에 이루어진 시리아와 미ㆍ러 간 합의가 힘들고 복잡한 시리아 사태 해결 과정의 첫 단추일 뿐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유력 정치ㆍ군사문제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사회정치연구센터’ 소장은 국내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ㆍ러가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전복을 목표로 미ㆍ러 간 합의 이행을 방해하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조심스런 태도에는 미ㆍ러 양국 합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서둘러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예브세예프 소장은 또 이번 합의를 이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을 지적했다. 그는 “시리아가 이번 합의 요구 사항에 따라 일주일 안으로 보유 화학무기의 명칭과 종류, 비축량, 저장 장소 등을 담은 자료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제출하는 의무는 이행할 것으로 보지만 내전 상황에서 화학무기를 시리아 밖으로 반출해 폐기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극단주의 세력이 화학무기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운송 행렬에 공격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큰 문제이며 선적과 하역, 해상 운송 과정 등도 아주 복잡한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일부 노후 화학무기들은 장거리 운송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 시리아 내의 특정 장소로 옮겨 콘크리트 등을 씌워 임시로 봉합했다가 시리아 상황이 안정되고 나서 폐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반군이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화학무기를 찾아내 환수하기 위해 유엔 조사단을 다시 시리아로 파견해 조사활동을 벌여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고 예브세예프 소장은 지적했다. 러시아가 ‘역사적 합의’ 에 여전히 침착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이런 복잡한 사정으로 합의가 예정대로 이행돼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음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비관적 의견도 잇따라 

실제로 ‘시리아 화학무기폐기’ 해법에 미국과 러시아가 동의했지만 실제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중대한 장애물들에 놓인 시리아 화학무기폐지안”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매체에 따르면 시리아 군은 계속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한곳에 정착상태가 아니라 이동 중이어서 미국에게는 제한되어있는 탄약 정보가 이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또한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매체는 과거 2003년 미국이 화학무기를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이라크를 침공했을 시에도 결국에는 화학무기를 찾아내 폐기시키지 못했다는 예를 제시했다.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의 주장과 보고서가 허위일 가능성,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내놓은 일정표 기본 틀이 너무 촉박해 이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를‘전량’폐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프랑스 전략연구소의 올리비에 렙픽도 시리아로 파견된 조사관들이 비축된 화학무기를 발견하더라도 실질적인 문제에 다시 직면할 것으로 내다 봤다. 올리비에는 “화학무기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달러가 드는 공장을 지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2014년 마감시한은 상상속의 얘기”라며“평상시에도 화학무기를 폐기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리는데 내전 상황을 감안하면 그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학무기나 재료를 해외로 빼내지 못하도록 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규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리아 내에서 폐기가 불가능하다면 외부로 가져가 해체, 파괴를 해야 하는데 CWC 규정이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내전이 조사단의 활동을 위협하는 것도 한 가지 부정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미ㆍ러 합의안 내놓고도 여전히 삐걱 

▲ 시리아 알 아사드 대통령

한편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포기를 제안한 제네바 합의안을 내놓고도 시리아 문제 전반에 걸쳐 여전히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는 극명했다. 미국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이 단죄되지 않고 넘어갈 경우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국제 규제가 느슨해질 것을 우려했다. 반민주적 통치와 내전 과정에서의 시민 학살로 악명 높은 시리아의 알 아사드 독재정권을 분쇄하는 수준의 개입은 힘들더라도 분명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반면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이 확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 개입이 국제화된 내전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며, 특히 미국 주도의 공격은 일방 주의적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를 입증하듯 15일 ABC방송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 에 출연,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양국 간 견해차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해 미국과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비호하는 등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분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참사가 반군 소행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동안 미국은 자체 조사결과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파리에서 회담을 갖고 시리아 화학무기에 대해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이 따르는’ 유엔 결의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폐기 일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ㆍ러의 이번 합의가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강대국 주도로 대량살상 무기 해체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무기통제 체제의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세부절차 이행과정에서 시리아가 미국 등이 기대하는 대로 성실하게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케리 장관은 쐐기를 박듯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한 뒤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은 진짜”라며 이같이 말했다. 케리 장관은 시리아가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를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시리아가 이를 어긴다면 군사력 사용에 대한 위협은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우리는 국제 현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공허한 말을 하지 않는다”며 “대량 살상 무기가 자국민에게 사용됐다는 사실은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로 이는 용납될 수 없다”고 거듭 시리아를 압박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러시아가 전날 화학무기 해법에 관해 전격 합의하면서 일각에서 미국의 대 시리아 군사 개입이 무산됐다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러시아가 ‘어떤 경우에도 군사개입은 안 된다’ 는 입장을 한 결 같이 주장해왔다는 점에 비춰 미국이 ‘군사개입 불가’ 쪽으로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이에 따라 케리 장관은 시리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동시에 앞으로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지를 피력해 시리아의 오판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거는 중동 전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극단적인 (시리아) 정권이 대량의 무기를 보유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자국 내 화학무기를 폐기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군사공격 위협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 때문에 시리아 정부가 이번 합의에 동의했다는 오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시리아는 어떤 위협에도 복종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제안과 자국의 신념 등에 부응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사드 대통령은“G20 정상회의 전, 러시아의 제안이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 보면 화학무기를 이양할지가 아니라 화학무기를 다시 사용하지 않도록 시리아를 공격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며 “그러니까 위협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는 어떤 위협에도 복종하지 않는다”며“우리는 실제로는 러시아가 낸 제안과 우리의 필요, 신념에 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지난달 시리아에서 사린가스 공격이 이뤄졌다는 유엔 보고서에 대해 “비현실적” 이라고 일축하며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합의대로 화학무기를 폐기할 것이지만, 여기에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사드 대통령은 “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작업이며 돈도 많이 든다. 일각에서는 10억(달러) 가량을 예상한다”며“1년 혹은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또 “시리아 국민 수만 명과 정부군 1만5천명이 대부분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암살행위, 자살폭탄 테러로 숨졌다”며 외국에서 들어온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는 “국민의 말을 들어라”며 “당신 국민의 상식을 따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보고서 “화학 무기 확인”
알 아사드 대통령의 8월 21일에 사용된 화학무기가 정부군의 소행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시리아 사태’과 정에서 대규모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제출한 38쪽 분량의 보고서는 “유엔 조사단이 시리아 현지에서 수집한 로켓 파편에서 치명적 살인무기인 사린가스가 검출됐고,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서 채취한 토양ㆍ대기 증거물 30개에서도 예외 없이 사린가스가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는 “사린가스는 M14 대포를 통해 다마스쿠스 외곽 자말카, 에인 타르마 등 광범위한 지역에 살포됐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화학무기 사태가 발생한 8월 21일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과정에서 다친 환자 34명으로부터 조사단이 확보한 혈액, 소변, 머리카락에서도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현장에서 심층 면접한 피해자와 유족 50여명의 진술에서도 화학무기가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반 총장은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부가 민간인을 학살한 이후 가장 심각한 화학무기 공격이자 21세기 최악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이라고 강력 비판하며 “국제사회가 도출한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합의안을 시리아 정부가 이행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지대지 미사일 공격과정에서 사린가스가 사용됐고, 화학무기가 사용된 8월 21일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에서는 공기의 움직임이 지상으로 향하고 있어 어린이 등 민간인들이 공격을 피해 숨은 지하실 등으로 사린가스가 쉽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끔찍한 일을 누가 저질렀는지는 보고서에 나오지 않았고, 반 총장도 언급하지 않았다. 애초 유엔의 조사 범위에 화학무기 사용주체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린(Sarin) 가스는 청산가리보다 500배나 강한 맹독성 물질이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근육과 시력을 마비시키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1925년에 채택된 제네바의정서와 1997년에 발효된 화학무기금지조약에 따라 사용이 금지되고 모두 폐기하도록 규정돼 있다. 유엔 보고서에 적시되어 있듯 지난 8월 21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인근에 사린가스가 살포됐다. 2년 반 동안의 내전 과정에서 200만 명 이상의 난민과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뒤 독가스 피해로 수백 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1000여명이 더 희생됐다는 보도가 잇따른 터라 국제적 논란이 뜨거웠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는 “알아사드 정권의 책임”이라며 시리아 정부를 압박했다. 미국 서맨사 파워 주유엔대사는 이날 “이렇게 대규모 화학무기 공격을 할 수 있는 곳은 알아사드 정권 밖에 없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시리아 반군이 정부군 지배지역에 침투해 독가스 로켓을 발사했다’ 는 알아사드 정권 주장에 대해서도 “논리에 어긋난다”고 일축했다. 반면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독가스 공격이 반군 소행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을 미국과 러시아의‘제네바 합의’의 첫 시험대로 전망했다. 이 날은 미ㆍ러가 합의한 화학무기 해체 1단계에 따라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 가입 1주 내로 보유 병기 명단을 내야 하는 기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적 개입 등 극단으로 치달았던 시리아 사태가 일단 숨통이 트인 형국이다. 적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모처럼 의기투합해서 얻어낸 성과물이 제네바 합의안에 따르기로 한 이상 시리아 정부는 더 이상 비열한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으로 죄 없는 많은 민간인들이 죽음과 그에 상응하는 비극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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