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가지고 1년 넘게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다. 그 끝이 어딘지 알 길이 없다. 10월2일에는 검찰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에 대한 명증한 결과 없이 중간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여·야간의 정치공방이 한 층 가열되고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그로인해, 지루할 정도로 끌어 온 여·야 정쟁은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고 국회의 민생 현안들을 내팽개치게 했다.
작년 10월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노무현-김정일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폭로하고 새누리당 대선 전략으로 이용함으로써 첨예한 정치적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겠다”라며 맞받아 쳤다. 대선 전날 12월18일에는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인 김무성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안보의 생명선인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우리 영토가 아니라고 말하고 전세계가 반대하는 경수로를 짓겠다고 하고 미국과의 합동작전인 ‘작계5029’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다며 대화록을 낭독하다시피 했다.
대선을 치른 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이 잠잠해지는 가 했더니, 지난 6월17일 민주당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이 법사위에서 국정원 발(發) 제보라며 “지난해 NLL 포기 논란이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불을 지폈다.
설상가상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2007년 ‘10.4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전격 제의하고 나섰다. 이에 6월24일 국정원이 ‘북방한계선(NLL) 포기취지 발언’ 내용이 담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자 여·야간 장외설전과 더불어 대화록 수령여부를 놓고 격렬한 대치정국으로 악화되었다.
마침내 국회는 회의록 전문 등의 국가기록원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요구안을 통과시키고, 7월18일 국가기록원은 대화록 관련 기록물을 찾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을 이어갔다.
이어서 10월2일 검찰은 대화록이 처음부터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기 전에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이 삭제된 흔적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만일, 검찰조사가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도 재직 시의 행위가 평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검찰은 그 경위를 명백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아울러 검찰은 대화록 최종본이 ‘이지원 봉하사본’에는 있고, 국가기록원에는 왜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문재인의원도 대화록 실종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다. 검찰을 향해 “정치적 수사”니 이런 말 할 것 없이 검찰에 자진 출두해 자초지종 밝히는 것이 옳다.
사실상 대화록 공방의 본질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할 의사가 있었느냐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의 발언과 국방부 획인에 의하면 노 전 대통령은 ‘NLL 존중 및 준수’, ‘NLL 기준 등면적 원칙으로 공동어로수역 설정’이란 두 가지 원칙 아래 회담에 임하도록 승인했다고 한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논란은 지나 친 확대해석이고 정치 공작적 성격이 짙다. 지난 1년 동안의 여·야간 ‘대화록 정쟁’ 과정에서 대화록의 내용과 보관을 둘러싼 사실관계는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
이제 나올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다. 이쯤에서 법적인 문제는 검찰에 맡기고 정치적 책임을 질 사람들은 책임지는 것으로 매듭진 뒤, ‘회의록’관련 모든 정쟁은 중단해야 한다. 국익에 도움도 없고 국민에게 피로감만 쌓이게 할 뿐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대화록 수정본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녹음 파일 공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것은 정쟁을 확대 재생산할 위험이 있어 옳지 못하다. 국론 분열이 가속화되어 또다시 정치권은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제 여·야는 더 이상 소모적인 공방을 중단하고 어렵고 시급한 민생현안들을 푸는 지혜를 모을 때다. 1년을 끈 대화록 정쟁, 이젠 끝내라! 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