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세수 부족에도 과도하게 복지 지출을 늘리는 정부를 질타했다. 줄어드는 수입에 늘어나는 지출, 정부는 대책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세수부족분 가운데 80% 가량은 이명박(MB)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대규모 세수부족에 직면한 MB정부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2013년 세수를 당겨썼고,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더 짊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알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23조 4천억원 적자이며, 내년에는 25조 9천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MB정부의 ‘꼼수’로…
박근혜 정부의 세수부족이 MB정부 책임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월 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세수감소분(8조 2,000억원) 가운데 6조원은 MB정부의 교묘한 장부 운용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치상으로는 7월까지의 세수(122조 7,000억원)가 지난해(130조 9,000억원)보다 크게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MB정부가 지난해 1월과 12월 ‘꼼수’로 늘린 세수를 감안하면 실제 부족액은 알려진 규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부가가치세 조기환급(8조 6,000억원)이 올해 2월로 미뤄진 것을 세수부족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MB정부의 2012년 예산이 낙관적 세수 예측을 토대로 작성되는 바람에 지난해 말 3조원 안팎의 세수부족사태에 직면했었다”면서 “떠나는 정부는 원래 2012년 말 이뤄져야 할 부가세환급을 2013년 1월로 미뤄 문제를 모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MB정부가 이례적으로 3조 4,000억원의 세수를 이월받은 것도 올해 세수감소 규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1년 12월31일이 공휴일인 토요일이었던 관계로 그 해 마지막 세수(3조 4,000억원)가 2012년 1월 국고에 입금됐다. 올해 세수와 비교되는 지난해 전체 액수가 그만큼 부풀려진 것이다. 이 두 요인 덕분에 MB정부는 “2012년 세수(203조)는 당초 예산(205조 8,000억원)보다 2조 8,000억원 가량만 부족했다”고 예산 장부를 마감할 수 있었다. 이 두 차례의 세수 보강조치가 없었다면 실제 부족액은 9조원에 달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추계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전임 정부 때 발생한 특이요인과 올 들어 급격히 악화한 법인세수를 모두 반영하면, 개인 납세자의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실적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각각 3,000억원과 1조 6,000억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대규모 세수 부족이 MB정부의 ‘회계 장부 운용’에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관료 집단의 이기적 행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 정부의 잘못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는 세수부족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귀추가 모인다.부족한 세수(稅收), 어떻게 채울 것인가.
지난 2005년 이후 줄곧 예산을 초과 달성했던 국세수입 실적이 8년 만에 예산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세수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정부의 빗나간 경제성장 예측이 세입예산 과다로 이어졌다. 결국 경기침체 지속으로 성장률이 하락해 세수입이 예산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수입을 전제로 짜였던 일부 사업계획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올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수관리도 문제다. 지난 10월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 실적을 보면 소득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의 수입은 대부분 양호한 수준이나 민간소비, 수입 둔화 등으로 인해 부가세와 관세 등이 크게 줄었다. 기재부는 경기침체와 수입액 감소로 인해 부가세의 경우 1조 1,000억원, 관세는 1조 8,000억원이 각각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취업자수 증가와 명목임금 상승에 따라 전년 대비 1조 2,000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원천징수세액 인하조치로 인해 약 1조원이 감소하면서 예산 대비 7,000억원의 부족분이 생겼다. 법인세는 법인 신고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예산 대비 1조 원이 증가했다. 더불어 2013년 세법개정안의 근본적인 목표 중 하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었다.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에서 향후 5년간 48조원가량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에는 7조 6,000억원의 추가 세입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세법개정안은 실패작이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세금은 5년간 2조 4,90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중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추가 발굴한 세원이 1조 3,000억원이다. 당장 내년 재정이 문제다. 내년에 추가로 얻는 세수가 4,300억원에 불과하며, 필요보다 7조원이상 모자란다. 정부가 8일 “비과세ㆍ감면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한 뒤 그래도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 세법개정안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말이다. 정부는 이날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통해 “2007년 21%까지 증가했던 조세부담률이 감세정책 등으로 인해 하락했다”며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1%로 되돌려놓겠다”고 밝혀 증세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증세 성격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소득세와 소비세는 올리고 법인세와 재산세는 낮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정부는 “조세구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소득세, 일반소비세 비중이 낮고, 법인세, 재산세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결국 국민들 부담만 가중?
내년 국세수입이 5조원 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국세 예산안은
218조 5,000억원으로 올해 정부 국세수입 전망액(202조 4,000억원)보다 8% 가량 많았다. 이 의원은 세법개정 효과, 최근 국세 증가율, 국세탄성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액이 5조원 가량 과대 계상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보전 대책으로 지방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되면 내년도 국세가 2조원 가량 줄어들고, 늘어날 수 있는 금액은 올해 세제개편에 따른 4,300억원 정도라는 분석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5년간 연평균 국세수입증가율이 4.8%인 것을 감안하면 국세수입 증가율을 8%로 계상한 것은 과대 계상됐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과 국세탄성치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됐다. 이용섭 의원은 “올해 세수부족도 정부가 하향조정된 성장률 전망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상성장률 6.5%는 과대 계상돼 있고, 국세탄성치 1.2도 이명박 정부 5년간 평균 탄성치가 0.9인 것을 감안하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비교적 징수가 쉬운 교통 및 경범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 박남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통경찰관이 올 6월까지 현장 단속을 통해 범칙금을 부과한 건수가 114만 2,4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만 2,087건 대비 1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범칙금 부과금도 199억원에서 425억원으로 전년대비 114% 증가했다.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이 현장에서 범칙금을 부과한 건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 6월 기준 범칙금 부과건수(통고처분, 즉결심판)와 부과금액은 3만 7,618건과 8억 1,93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5,355건, 4억 3,394만원 대비 48%, 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교통사고량 증가와 올 초 개정된 경범죄처벌법 시행에 따라 단속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교통단속 등을 강화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한 것 아니냐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남춘 의원은 “정부가 선거 때는 봐주기로 일관하다가 선거 때만 지나면 법질서 확립 운운하며 단속을 강화한다”며 “과잉단속으로 공권력 남용이나 서민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의 단속과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어려운 국민들의 허리끈을 더 졸라매게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으로 진정한 국민행복시대가 열리길 바라는 바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