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문제로 장관의 사퇴까지 불러온 대선 공약, 적색등이 없는 이유는?
국무조정실은 9월 박근혜 대통령의 140개 국정과제를 점검한 결과 132개 과제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녹색등(燈)’ 을 켰다. 나머지 8개 과제인 국가재난관리체계 강화, 공공갈등 관리시스템 강화, 교통안전 선진화, 세종시 조기 정착, 안정적 에너지 수급, 에너지 공급시설 안전관리, 원자력 안전관리, 청년 취ㆍ창업 활성화 등에 대해서는 이행 진도가 다소 미흡하다는‘노란등’을 켰다. 공약 이행의 재검토 및 중단을 의미하는‘적색등’이 켜진 국정과제는 전무했다. 그러나 최근 공약 후퇴 논란을 빚은 기초연금 공약이 녹색등으로 표시되는 등 정부의 국정과제 관리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정과제 중 92%가 과연 ‘녹색등’?

국무조정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각 부처가 진행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 상황을 신호등 체계로 관리해왔다. 지난 6월부터 매월 국정과제 이행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140개 국정과제 중 92%인 130개 이상의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녹색등’ 이 켜졌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 내에서도 “국민 인식과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초연금제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최근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10만~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현 시점에서 기초연금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기초연금 관련 국정과제에 대해 여전히 ‘녹색등’ 을 켰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해당 국정과제에는 기초연금제를 실시한다고만 돼 있을 뿐, 지급 대상과 금액을 적시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는 올 하반기부터는 국정과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9월, 정부가 밝힌 ‘녹색등’ 과제 132개 중 적지 않은 과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색등 과제’가 없는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적색등이 켜지면 정부가 해당 과제의 이행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공약 이행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140개 국정과제의 목표가 대부분 ‘확대’ ‘제고’ 같은 모호한 말로 돼 있어, 부처는 정책의 현실성보다는 단순히 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국무조정실 측은 “국정과제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야당 “대선공약 종말시계 등장”
국무조정실의 신호등 체계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전 내세웠던 국방 관련 핵심 공약들이 대거 수정되거나 지연되는 등 사실상 공약 파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 종말시계까지 등장했다. 국회 정무위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14일 국감자료를 통해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행복주택 등 주요 대선 공약들의 파기되고 축소됐다”며 “대선공약 이행 현황을 ‘지구 종말시계’ 에 빗대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 종말시계’ 가 종말 직전의 위기 상황인 자정 1분전 11시 59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 분석에 따르면 대선 핵심 공약 중 파기되거나 미이행된 공약 30개는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무상 보육 ▲고교 무상교육 ▲상설특검제ㆍ특별감찰관제 ▲국민 통합 대탕평 인사 ▲권력기관장 임기 보장 등이다. 또 ▲고령층 임플란트 지원 ▲환자 본인 부담비 경감 ▲책임총리ㆍ책임장관제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 20개 공약이 후퇴ㆍ축소된 상태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대선공역 발표 때는 자정 7분을 남긴 11시53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올해 1월 인수위원회가 140개 국정과제를 확정할 때 몇몇 공약파기와 후퇴로 11시 55분으로 앞당겨졌고 5월 박근혜정부 140개 국정과제 최종 확정과 공약가계부를 발표할 때 다시 다수의 공약 파기와 후퇴, 공약이행 재원 방안 부재로 11시 57분으로 치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 박근혜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을 내놓을 때 대선공약 이행 재원 대책 미흡으로 자정 2분전인 11시 58분으로 위기감이 반영됐고 9월 기초연금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 대표적인 어르신 공약 파기와 후퇴, 주요 대선공약 예산의 미반영 등으로 자정 1분전 11시 59분을 가리키게 됐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선 정책 공약집은 박물관에나 보내져야 할 유물이 돼 가고 있다”며 “대국민 약속인 대선 핵심공약들이 줄줄이 파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공약 이행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정의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민 의원 주장을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국무조정실 측은 “현 정부 출범이 1년도 되지 않은 만큼 공약 이행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재정 여건을 봐가며 임기 내에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시절 숱한 공약 파기 사례를 잊었느냐”며 “박근혜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계획까지 공표하는 등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약 이행률을 높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화선이 된 기초연금은…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구성해 기초연금 설계 방안에 관한 여론을 수렴했다. 위원회는 지난 7월 기초연금의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4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국민행복연금위는 당시 ▲ 70% 노인(인구비중 고정)에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최대 월 20만원에서 차등지급 ▲ 70% 노인(인구비중 고정)에게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부분(A값)을 기준으로 최대 월 20만원에서 차등지급 ▲ 80%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정액 지급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10만~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민들, 특히 노인층은 분개했다. 기초연금안 문제를 둘러싸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거듭된 사표 반려에도 불구하고 전격 물러났다. 게다가 진 전 장관이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실세 측근이라는 점에서도 파급력은 컸다. 더욱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안이 가진 문제점을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까지 공개됐다. 이 문건은 지난 8월 30일 복지부가 청와대 대면보고 때 제출한 자료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가 되고, 특히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저소득층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보고 후 며칠 만에 국민연금과의 연계방식으로 확정하라는 뜻을 복지부에 통보했고, 이 안이 확정된 뒤 진영 전 장관은 사퇴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초연금 정책이 표류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미리 예고된 사태나 마찬가지다. 재정 형편상 기초연금 지급액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노인들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매달 2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한다는 방안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짜 맞춰도 국가 예산이 따라줄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 수급자에 대해서는 연금을 깎아서 지급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이 굳어지면서 드디어 갈등은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물론 설득과 해명은 여전히 줄을 잇는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을 합친 총연금이 많아져 이득을 보게 된다느니, 미래 세대가 현재의 노인 세대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느니 하는 식이다.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만 충당할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여진다. 그러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안과 반발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기초연금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들의 집단탈퇴 움직임마저 엿보인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어차피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예간 기초연금 도입 안을 발표한 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탈퇴 건수가 하루 평균 365명으로 그 이전보다 40%나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의가입자란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 등 예외적으로 국민연금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주어지는 집단을 말한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임의가입자 탈퇴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 연계 기초연금안이 발표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하루 평균 탈퇴자가 365명에 달했으며, 이는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탈퇴자 수인 82명의 4.5배 수준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 등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하루 평균 탈퇴자는 365명으로, 지난 5년 일일평균 82명의 4.5배에 달한다. 지난 연말에 비해 전체 임의가입자수는 2만2000여명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의원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국민연금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며 “임의가입자부터 시작된 탈퇴추세는 지역가입자의 대규모 미납사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복지재정 위기, 국민연금의 위기가 더욱 빨리 도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국민연금 탈퇴 방법을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국민연금 탈퇴 방법 등이 주요 포털 인기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안에 따른 불안에 대해 “국민연금 수급자는 절대 손해 보지 않으며 오래 가입할수록 유리하도록 마련했다”,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시는 분들이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왔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국정감사에서 여야, 날선 공방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공약 원안보다 대폭 후퇴한 기초연금의 책임 소재에 대해 여야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야권의 대선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미 박 대통령이 사과했기 때문에 정쟁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부터 기초연금 공약이 시작됐다고 상기하며 “수년 전부터 세운 공약이기 때문에 충분히 재정 추계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또, 기초노령연금을 소득하위 80%에게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공약과 비교해“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선명성과 파괴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은 “대선 득표율은 108만 표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60대 이상에서는 72.3%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면서 “분명한 것은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이 박 후보를 지지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민의 표를 훔쳤다. 어르신들 상대로 거짓말을 치고, 심하게 말하면 사기를 쳤다”고 공약 후퇴의 책임을 정조준 했다. 이에 대해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국민의 투표 성향에 대해 말하는 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사과한 내용을 정쟁에 끌어들인다며 맞받았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자처해 “정부가 한 달간의 시간 동안 고개 숙여 거듭 사과 말씀을 드렸다”면서 “여러 안에 대해 고려한 결과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20만원을 다) 드리지 못한 점을 대단히 죄송스럽고 유감스럽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60대 이상의 대선 지지도가 이명박 후보 시절보다 월등히 높았던 점에 대해서도 민 의원은 “어느 하나의 공약으로 통제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한 숫자를 가지고 지지율을 비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기초연금안이 후퇴된 것에 대해서 비판하고, 좀 더 나은 안을 추진하게 위해 건설적인 안을 제안하는 것은 수용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수치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정책국감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역공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도 “대통령께서 사과발언도 했고 임기 내에 노력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기초연금 이슈를 자꾸 논란의 장으로 이끌어가는 의도가 안타깝다”며 “말꼬리잡기식 정치적 논쟁이다”고 규탄했다. 이에 양승조 의원은 “역지사지이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당했던 당이다”고 상기시키며 “대선 결과에는 승복하지만 대선결과 패배에 기초연금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명확하게 책임을 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선은 누가 더 거짓말 잘하느냐하는 거짓말 공연장, 사기 공연장이 될 것이다”고 재반박했다
청년 공약은 과연?

기초연금 공약을 수정해 비난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그렇다면 청년 공약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 걸까? 박 대통령의 18대 대선 당시 청년 공약은 ‘교육’, ‘복지’ , ‘일자리’.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내 한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교육ㆍ복지 공약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일자리 공약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었지만, 공약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 ‘선별적 복지 철학’ 을 기반으로 저소득층에 혜택을 더 주고 고소득층은 혜택을 덜 받도록 차등 지원(소득 2분위까지 전액지원, 3~4분위 75%, 5~7분위 50% 등) 7조 원의 필요 예산 중 4조 원은 국가 예산에서 편성. 나머지 3조 원은 교내외 장학금과 대학의 자체노력으로 충당하겠다던 소득 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의 경우를 보면 현재 공약 이행 여부는 적색등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선 토론에서도 화두가 되었다. 정부가 편성한 2014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예산은 3조1850억 원이다. 2013년에 비해 4100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기존에 약속했던 4조 원에는 못 미친다. 교육부 역시 공약의 실현을 위해 전년도 예산에서 1조6000억 원을 증액 요구했으나 실제로는 4100억 원만 증액됐다. 게다가 교내외 장학금 및 대학 자체 노력으로 충당해야할 3조 원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다. 이 부분은 공약을 내놓은 당시에도 무책임하다는 평을 들었다. 정진후 의원 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 대학교의 등록금 인하 액은 450억 원, 장학금 확충 액은 949억 원이었다. 3조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 사회 초년생, 신혼 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와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임대 주택과 기숙사 등을 제공, 철도부지 위에 인공 대지를 조성하여 내년 하반기 5개소에 시범 착공한 뒤 55개소에 약 20만 가구를 건설하겠다던 행복주택 건설의 공약도 난맥상이다. 올해 남가좌동, 공릉동, 오류동, 안산 고잔동의 철도부지 4곳과 목동, 가락동, 잠실동의 유수지 3곳을 1차 지구로 선정했다. 그러나 착공이 예정된 지역은 오류 1500가구, 남가좌 650가구뿐이다. 나머지 5개 지구는 주민 반발이 거세서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올해 착공 목표는 1만 가구였다. 2차 지구 발표도 미뤄지고 있다. 주민 의견을 미리 수렴하지 않고 무조건 부지를 선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의견이 많다. ‘행복 주택’ 공약을 지키려면, 행복 주택의 당위성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등한시하지 않는 게 먼저일 듯하다. ▲저소득층 조제분유와 기저귀 제공 (소득 12개월 미만 어린이), 고위험 임산부 지원 강화하겠다던 육아 지원도 임산부나 소득 12개월 미만 어린이가 있는 저소득층 젊은 부모들은 뒤통수를 맞게 됐다. 복지부는 고위험 임산부 경비 지원 사업에 100억 원, 조제분유와 기저귀 지원 사업에 162억 원의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둘 다 2014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는 명백한 공약 파기라고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두고 박 대통령은 국가 재정상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코 ‘공약 파기’ 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기에 이런 변명은 통할 수 있었다. 조금 어렵고, 조금 촉박하고, 조금 더디더라도 다수의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것은 선거 공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예산으로 누구에게나 선심을 베풀 수는 없으며, 선심을 베풀수록 마침내 모든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 재정 투입이 필요한 법률을 만들 때는 재정운용 방안을 함께 마련토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여겨진다. 선심성 법률 제정으로 재정 집행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뜻이다. 이번 진영 장관의 사퇴 파동을 불러온 기초연금 사태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 다잡아먹었던 마음처럼 모든 국민이 행복한, 그리고 화해와 협력을 이룰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