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도가니법’ 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첨예한 갈등

최근에 산부인과 의사가 여성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 10여 가지 약물을 투약한 뒤 성관계를 맺고, 

 

그가 사망하자 사체를 유기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사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환자에 대한 성범죄는 물론 리베이트 수수, 보험사기 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환자 안전을 위해 지난해 8월 2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의료 ‘도가니법’ )을 시행했지만 의사협회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지난 2007년 경남에서 수면내시경을 받는 여성 환자를 의사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이 의사가 상습적으로 여성 환자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환자 성폭행은 아예 의료법상 면허 취소 사유에 들어 있지 않았고 단지 1년 이하의 면허정지가 가능할 뿐이었다. 게다가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징역 5년을 받았던 성폭행 의사에게 회원권리 정지 3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려 공분을 샀다. 지난 7월 20대 여성에게 접근해 “보톡스를 놔 주겠다”고 꾀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투약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의사가 법정 구속됐다. 이 의사는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다 같은 건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해 여성에게 접근해 집으로 데려간 뒤 “보톡스를 맞기 전에 아프지 않게 소염제를 주사하겠다”며 프로포폴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과 본분을 다하기는커녕 의학지식을 악용하고서도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에는 고려대 의대생 두 명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추행 장면을 촬영했다가 구속됐다. 의사가 될 때 거쳐야 할 핵심 의식 중 하나가‘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등의 내용이 담긴 윤리지침인 ‘히포크라테스 선서’ 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의사윤리강령을 무색케 하는 의사들의 불법행위와 비윤리적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정감사 자료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의사 증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법조인과 교수 등 타 전문직 종사자보다 훨씬 많다는 국정감사 자료가 공개돼 의사 윤리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강기윤 의원(새누리당)은 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6개월간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의 수가 1181명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8년 175명에서 2009년 198명, 2010년 243명으로 증가하다 2011년 217명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2012년 232명으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상반기동안 116명의 전문직 종사자가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별로 보면 종교인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가 354명, 예술인이 198명, 교수 114명, 언론인 53명, 변호사 15명 순이었다. 특히 의사들의 강간범죄가 타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강간죄를 저지른 의사는 2008년 43명에서 2012년 83명으로 4년 새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한 성범죄에도 2009년부터 2013년 8월말까지 의사 14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기윤 의원은 “몸이 아픈 환자들은 의사에게 자신의 신체를 온전히 맡기게 된다. 또 의사들은 수면유도제, 몰핀 등 각종 약물을 다루기 때문에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며 “의사 집단에 고도의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필요하고, 진료실 및 수술실내 성범죄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원인 ‘윤리교육 미비’
최근 5년간 보건복지부가 불법행위로 의사들의 자격을 정지하거나 면허를 취소한 건수는 2042건이다. 이 가운데는 서류를 위ㆍ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한 사례가 4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료광고의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광고를 내건 사례가 18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의료와 직접 관련된 불법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수치로 성범죄나 살인 등 의사들의 일반 강력범죄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명백한 불법행위 외에 법적으로 입증하기 힘든 비윤리적 사례도 많다. 불필요한 검사나 약물 투약, 부적절한 수술 권유 등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잘잘못을 따지기 힘들다. 진료 과정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 등 의사의 지극히 개인적인 윤리가 작용하는 곳에서도 환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불필요한 검사나 위험성 높은 수술을 권유해도 환자 측에서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은 의사들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매년 발생하는 의료분쟁이 수천 건을 넘는다. 복지부가 취합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접수 현황을 보면 2007년 2435건, 2009년 2457건, 2011년 2756건에 달한다. 비윤리적 의료행위의 원인으로는 우선 윤리교육 미비가 지적된다. 현재 국내 모든 의대는 생명윤리, 의사와 환자의 관계, 리더십 등 의료윤리를 가르치는 과목을 개설해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대학을 졸업하면 의사들에 대한 별도의 윤리교육은 전무한 상태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의실에서 하는 이론 윤리교육이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의사로서 숙련되는 과정, 전문의로 양성되는 과정에서야 실질적인 윤리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사윤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원협회 강력 반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자료” 

 


대한의원협회는 보도 자료를 통해 강기윤 의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곳곳에 존재한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원협회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검거가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검거는 범죄자의 확률이 높은 용의자에 대한 행정적 조치로, 검거 자체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에도 마치 유죄를 의미하는 것인 양 호도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이다. 이어 의원협회는 “검거된 의사들이 실제로 유죄로 확정되는 것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인 특성상 불가피한 신체적 접촉을 환자가 오해할 경우, 검경에서 검거될 가능성이 다른 직군보다 높을 수 있지만,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이러한 오해가 풀리는 경우가 많아 단순 검거 횟수만으로 직군들의 성범죄를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가 있다는 것. 두 번째로 의원협회는 강기윤 의원 측이 진찰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빈번한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은 필수적으로 환자의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군인데도 신체적 접촉이 없는 다른 직군과 단순 비교해 비도덕적인 직군인 양 호도했다는 것이다. 강기윤 의원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다른 직군들은 2011년 대비 2012년 성범죄가 감소하거나 비슷한 반면, 의료인들의 성범죄는 증가했다. 이는 강 의원이 의료인들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비난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의원협회는 그 이유가 “지난해 8월 2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아청법(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때문”이라며 강기윤 의원 측이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인에 대한 가벼운 성추행만으로도 10년 동안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하여 성범죄 검거 횟수가 증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성범죄 특성상 가해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범죄조건이 성립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의원협회는 “물론 본 회는 파렴치한 성범죄 행위자를 보호하거나 변론할 의도는 추호도 없으며, 그들에 대한 강력한 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잘못된 법안에 의해 선량한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고 선량한 피해자 역시 의료인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10년 취업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강기윤 의원의 보도 자료로 인해 “사실관계 확인 이전에 의료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국민들에게 심어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더 나아가 의사의 행위 하나하나가 성적 행위로 의심받거나 법적 판단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로 인해 의료인들은 필수적인 의료행위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자칫 강기윤 의원의 보도 자료가 최근 ‘의사 나쁜놈 만들기’ 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며“국정감사를 앞두고 대중으로부터 주목 받기 쉬운 직역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자료를 내는 행태 또한 지양돼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전의총 “아청법의 위헌적 조항으로 부작용 속출”
성범죄 의사의 의료기관 개설 및 취업을 10년 간 제한한 일명 ‘도가니법’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아청법)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청법의 의료인에 대한 위헌적인 조항으로 현재 부작용이 속출되고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 및 취업 10년 제한 대상을 의료행위와 관련된 성범죄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행위와 무관한 성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은 아동청소년 관련 의료기관의 개설 및 취업을 금지하도록 그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의총은 “아청법을 보면 대부분 성범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가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해임이나 기관 폐쇄를 하도록 돼 있는데 유독 의료기과만 아동ㆍ청소년 관련 의료기관이 아닌 모든 의료기관이 해당돼 있다”며 “애초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설계한 목적과 맞지 않고 의료인에게만 헌법상의 평등 원칙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청법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 가 양산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의총은 월급을 더 올려줄 수 없다고 하자 여직원이 원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거나 여자 환자의 귀를 들여다보다가 몸이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추행 당했다며 고소당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현재의 아청법은 한 명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수천 명의 억울한 의료인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법으로 유독 의료인에 대해서만 기본적인 법 정신과 헌법을 망각한 채로 불평등하게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청법 개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적 수치심을 느껴서 한 고발보다 복수심이나 앙갚음 또는 합의금을 목적으로 한 성추행 고발만 난무하게 된다”며 “필수적인 의료행위들에 대해 의료인들이 기피하는 사태가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선 의료현장 ‘아청법’ 에 대한 공포감 확산
실제로 일선 의료현장에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하 아청법)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진찰하기 위한 가벼운 신체접촉에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성추행이라며 항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개정된 아청법이 지난 2012년 8월 시행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 등 의료인은 10년 동안 의료기관에 취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아청법 제56조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은 물론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의료인은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유예ㆍ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의료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성범죄에는 특수강도강간은 물론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이 포함되며 미수범도 취업제한 대상에 들어간다. 법 시행 초기 의료계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성추행 의심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당혹감에 휩싸였다. A피부과의원 원장은 피부트러블 때문에 온 한 여성 환자를 진찰하면서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가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진찰을 받은 당일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바로 다음 날 이 여성의 남편이 의원을 찾아와 부인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하겠다고 소동을 부린 것이다. 원장은 황당하고 억울했지만 순간 아청법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문제를 키워봐야 자신만 손해라고 판단한 이 원장은 남편에게‘합의금’조로 몇 십만 원을 쥐어주고 말았다. 이런 일은 아동ㆍ청소년을 주로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B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어느 날 복통 때문에 엄마와 함께 온 5세 여아를 진찰하다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원장이 배가 아프다는 여아의 웃옷을 거둬 올리고 배를 만지자 이를 지켜보던 아이의 엄마가 “지금 뭐 하시는 거냐. 옷을 왜 그렇게 많이 올리고 만지느냐”고 따졌다. 이 엄마의 입에서는 성추행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원장은 오해라고 했지만 이 엄마는 불쾌한 표정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진료실을 나갔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사들 늘어
더욱이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을 10년간 제한하는 아청법(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시점으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현행 아청법은 성범죄가 적발된 때가 아닌 형의 확정 판결 일을 법적용 시점으로 못 박고 있어, 법적용 이전에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취업과 개설을 10년간이나 제한받는 이른바 ‘소급적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자신도 동일한 처지에 놓였다며 호소하는 의사들의 문의도 잇따르는 현실이다. 30대 의사 A씨는 최근 2012년 6월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사실상 의사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취업과 의료기관 개설이 10년간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아청법 시행은 2012년 8월 2일부터이므로 그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법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아청법에 따른 취업·개설제한 규정이 적용된 것은 2012년 8월 2일인데도, 어째서 A씨와 B씨는 법 적용 이전에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취업ㆍ개설 제한을 급적용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일까? 이유는 취업ㆍ개설제한 적용 기준이 성범죄를 저지른 시기가 아닌 확정판결일을 기준으로 하는 조항 때문이다. 아청법 제56조는 의료인의 취업이 제한되는 성범죄 적용 시기를 2012년 8월 2일 이후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 받아 ‘형이 확정된 경우’ 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 A씨의 경우 아청법에 의료인이 포함되기 전인 2012년 6월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같은 해 9월 범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불과 한달여 차이로 10년 취업ㆍ개설 제한에 묶인 셈이다.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청법 제56조의 적용시기를 확정판결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아청법의 취업개설 제한 규정이 ‘형벌’ 이 아닌 ‘보완규정’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취업ㆍ개설 제한 규정이 형법에서 규정한 형벌이라면 죄형법정주의를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취업ㆍ개설 제한규정은 아청법의 취지를 살리려는 보완규정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ㆍ개설 제한규정은 의료인을 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대상자가 될 환자들을 보호하려는 규정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취업ㆍ개설 제한 규정이 형벌보다 훨씬 가혹한 형벌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보완규정이라고 해서 죄형법정주의의 예외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의료계와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경권 의료전문변호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완규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형벌의 성격이 있는 만큼 소급적용의 부당함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취업ㆍ개설 제한 효력을 중지시키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불과 한 달, 그리고 3개월 차이로 무려 10년간이나 의료기관 개설은 물론 취업까지 하지 못하게 된 A씨는 일단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아청법의 10년간 취업ㆍ개설 제한 규정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소급적용으로 낭패를 보고 있는 회원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일부 파렴치한 의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어 늦게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아동청소년보호법의 부작용이나 악용을 우려하는 한 쪽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 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