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염수정(71)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한국 사제(司祭)로서는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했다. 한국의 가톨릭이 개신교나 불교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이유는 군부독재 시절에 고 김수환 추기경의 민주화운동 세력에 보인 관용과 사랑의 실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임명된 염수정 추기경에 대한 진보세력의 평가는 너무 편협 적이고 정치적 이다.

20013년 11월4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에서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며 천주교 신자들을 선동하는 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11월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전주교구 사제단의 요구를 존중하며 이를 사제단의 입장임을 밝힌다“며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시국미사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 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며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온 위기대응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유신 독재의 비참한 결말은 모든 집권자에게 뼈아픈 교훈“이라며 ”불의에 맞서는 일에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반정부 투쟁 결의를 분명히 했다. 이미 2013년 11월 염수정 추기경이 명동 성당 미사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에 대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 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아닌 평신도의 소명”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천주교 사제들 사이에서 분열된 사목의 길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편성한 진보세력과 진보언론 그리고 반-박근혜 시민세력은 염수정 추기경의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정치적 진영논리의 잣대로 비난하며 매도하는 행위는 지나칠 정도다. 성직자들이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에 항의하기 위한 사회적 발언을 부당한 정치개입으로 몰고 가거나, 소영웅주의쯤으로 폄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염 추기경은 연평도 포격 때, 희생자들이 발생했고 희생자의 가족들과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고자 했으며 편가르기 논란은 어불성설이다.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NLL(북방한계선)에서 한·미 훈련하면 쏴야지, 그것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다”라는 한 쪽에 치우친 온당치 못한 발언에 대한 당연한 꾸지람이다.

게다가 염 추기경은 1월16일 명동성당 서울대교구 주교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겠다...남보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실제로 내가 (그렇게) 사는 게 중요하다. (나부터) 맘이 열려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믿음의 생활을 하고 하느님의 사업과 복음을 충실히 하는 것을 따라 살아가면 분열되는 게 아니라 일치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성직자로서 하느님을 따르는 길이 속세의 공동체를 위함임을 분명하게 했으며 속세의 정치적 현장에 직접 나서는 것은 성직자의 도리가 아님을 은연 중 표현했다. 염 추기경은 3형제가 사제인 천주교 집안 출신이다.

그의 지난 사목의 길은 자살·낙태·배아복제 반대 활동을 하는 서울대교구생명위원회를 이끌어 왔으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받들어 봉사 단체인 '바보의 나눔', 장학 재단 '옹기 장학회'를 창설하여 공동체 사랑을 실천해 왔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사랑의 등불이 되었으며 사회적 불의에는 말씀의 쓴 비판도 하기도 했다.

다만,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갈등의 치유를 위해 가톨릭 내부의 반대의 의견도 수렴하여 설득하는 넓은 관용의 정신이 더 요구된다.

쾌쾌 묵은 해방신앙에 뿌리를 둔 정의구현사제단은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 없다. 시민의 기본권이 마비된 독재정권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는 속세의 정치적 현황들에 개입할 필요도 없고 시민사회는 정치적 관점으로 종교를 바라볼 이유도 없는 시대다. 따라서, 겸손하고 봉사하는 자세로 헌신의 길을 걷고자하는 염 추기경의 앞날을 염원하는 것이 도리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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