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가 된 이산가족상봉, 웃으며 만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남북은 2014년 2월 12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우리 측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규현 1차장을 수석대표로, 청와대ㆍ통일부ㆍ국방부 관계자 등 5명이 참여했으며 북측에서는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국방위ㆍ통전부 관계자 등 5명이 참여했다. 우리 측은 이날 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대해 북측에 설명했다. 특히,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임을 강조했다. 반면 북측은 2월 24일 개시 예정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산가족상봉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이산산봉 행사의 ‘온전한 성사’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이산가족 상봉이 3년 4개월 만에 재개됐으며, 남북 관계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이견(異見)… 이산가족상봉 ‘적색등’
지난 12일 열린 남북고위급접촉에서 북측이 2월 24일 개시 예정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산가족상봉

 
(20~25일)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이산가족상봉 행사의 ‘온전한 성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산가족상봉이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북측이 끝까지 이같은 입장을 이어나갈 경우, 이산가족상봉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양측은 12일 오전 10시에 접촉을 시작해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접촉을 각각 2회씩 여는 등 이날 밤 11시 25분에 회의가 종료될 때까지 약 14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예상대로 우리 측은 이 자리에서 이번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우리 측은 “이산가족상봉의 차질 없는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임을 강조하면서 우선 남북 간 합의사항인 이산가족상봉 이행을 통한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제안했다. 반면 북측은 최근 국방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중대제안과 공개서한 등에서 주장했던 ▲ 상호비방중상 ▲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을 수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특히 북측은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한미군사훈련을 연계시키며 2월 24일 시작 예정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산가족상봉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북측은 최근까지 보였던 ‘이산상봉-한미훈련 병행 불가론’ 입장을 이번 접촉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우리 측은 두 사안이 연계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으로 맞섰다. 당초 정부 안팎에선 북측이 이례적으로 청와대 인사를 지목하면서까지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상황에 비춰 북한이 다소 유화적 태도로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이산가족상봉이 불과 일주일여 남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됨에 따라 ‘이번 이산가족상봉 행사 까지는 치르고 본다’는 암묵적 공감대를 양측이 형성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다. 이 같은 흐름에서 북측이 이날 한미합동훈련과 이산가족상봉 연계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 측으로선 북측의 태도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번 이산가족상봉이 무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마저 국방위의 중대제안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요구한 것은 북측이 최근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한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내세운 이산가족상봉을 성사시키고 싶다면, 최소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그 뒤로 연기하는 실천적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의 원칙을 훼손시키면서까지 대북 안보의 가장 큰 상징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시킬 것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양측은 남은 일주일 동안 다른 제안들을 통해 해결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날 접촉에서 양측은 “논의된 사안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원론적인 합의만 했을 뿐 다음 접촉 날짜를 잡지도 못했다. 일단 북측의 반응을 기다려봐야겠지만 북측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마땅한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날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한 북측 내부적인 평가와 판단에 따라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시일인 2월 20일 이전에 북측이 이산가족상봉에 관한 합의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산가족상봉 무산 우려 나와 
남북이 2월 14일 오전 10시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 고위급 접촉을 재개했다. 남북은 이번 고위급 접촉에

 
서 1차 접촉에서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낸 이산가족상봉과 군사훈련문제에 대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예상됐다. 양측 수석대표는 모두 바뀌지 않은 상태로, 우리 측에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북측에서는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를 맡았다. 우리 측은 조건 없이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북측은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는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남북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로도 흘러나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남북이 이날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이산가족상봉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됐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군사훈련 때문에 이산가족상봉이 방해를 받거나 이산가족상봉 때문에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지장이 빚어지는 깃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산가족상봉이 무산돼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북이 지난 회담과 달리 이날 만남에서는 합의문이나 공동보도문 형태의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렸다. 남북이 이날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어렵게 성사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갈 경우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통큰 용단’ 내린 북한…
- 남북관계 물꼬를 틀 계기될까
통일부는 2월 1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0분간 수석대표 접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접촉에

 
서 북측이 이산가족상봉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연계를 처음으로 공식 제기한 가운데 양측이 이날 접촉에서 이와 관련한 이견의 폭을 좁힐지 여부가 주목됐다. 양측은 앞서 오전 10시부터 40여 분간 진행된 1차 전체회의를 통해 지난 12일 접촉에서 교환했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수석대표 접촉을 마친 양측은 이후 각기 오찬 및 내부 회의를 진행한 뒤 수석대표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남북 간 접촉 결과가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 12일 열린 1차 접촉 당시 합의 도충에 실패한 공동보도문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10시 40분 전체회의, 오전 11시 30분~11시 40분 수석대표 접촉을 가진 뒤 오후 12시 50분부터 1시 15분까지 종료회의를 갖고 접촉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지난 12일 열린 1차 접촉에서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낸 이산가족상봉과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에 대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조율했다고 전해졌다. 북한이 남북 구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줘 주목됐다. 북한은 그동안의 완강한 입장에서 물러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적극성을 보이면서 남측의 요구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 이산가족상봉을 절대로 할 수 없다던 입장을 사실상 완전히 접었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언론 통제 한계’를 받아들였다. 특히 그동안 ‘대결을 위한 정책’이라며 비난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의 기본취지에는 이해도 표시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남측에 많은 양보를 했다고 생각하고 이를‘통큰 용단’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북측이 남측의 “우리 대통령의 마음이시니 믿어라”라는 설득에“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까 그 말을 믿겠다”라며 “통큰 양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외에는 말 그대로 남측에 통 큰 양보를 한 셈이다. 김규현 1차장에 따르면 북측이 이번 접촉에서 자신들이 통 큰 양보를 했으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한 것에도 북측의 속내가 드러났다. 북측은 애당초 이번 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냉랭했던 우리 정부의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북한은 이번
 
접촉을 통해 지난달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제안’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의 강경 입장에서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찾으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처럼 남측에 진정성을 보이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장성택 처형 이후 우방인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고립과 압박이 강화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급선무로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성택 숙청으로 불안해진 민심을 달래고 1인 지배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경제난 해소가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선 외자유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포전담당제와 같은 내부적인 개혁조치를 취하고 있고 경제개발구를 통한 개방조치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세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 정부의 외교로 대북문제에서 정부와 주변국의 협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먼저 풀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결국 북한은 이번 접촉과 향후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중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복원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접촉에서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양보를 했다”며 “북한은 당장의 실익을 못 얻었지만 남북이 앞으로 대화를 지속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대내적으로 악화된 이미지 개선과 정세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가족상봉… 예정대로 진행키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예정대로 2월 20~25일 진행될 것으로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수석

 
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세 개 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상대방을 비방ㆍ중상하지 않기로 했으며, 상호 관심사에 대한 협의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ㆍ미 군사 훈련 연계를 주장했다”며 “하지만 인도적인 사안과 군사문제 연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북측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규정한 이산가족상봉이 3년 4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그는 “오늘의 결과를 출발점으로 남북 당국이 대화로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이산가족상봉이 예정대로 열린다니 다행이다”, “이산가족상봉 예정대로 진행, 이산가족들 가슴 무너질 뻔 했네”, “이산상봉 예정대로 진행, 대한민국 눈물바다 되겠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금강산行!!!

 
이산가족상봉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상봉 가족들이 강원도 속초에 모여 60년 넘게 만나지 못했던 가족 재회의 길을 준비했다. 2월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96세인 김성윤 할머니 등 남측 이산가족상봉 대상자 83명은 동반 가족 61명과 함께 19일 오후 2시까지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화콘도에 집결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상봉하는 이산가족은 90대 27명, 80대 42명, 70대 9명, 60대 이상 5명으로 이들은 신원 확인과 건강검진 절차를 거친 뒤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의 방북 교육을 받고 상봉의 설렘 속에 하룻밤을 보냈다. 이산가족들은 이튿날인 2월 20일 오전 9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으며 속초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오후 1시에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호텔에 도착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남측 의료진 12명과 구급차 1대도 이들과 동행했다. 이산가족들은 오후 3시 금강산호텔에서 열리는 ‘단체상봉’을 비롯해 2월 22일까지 4차례 상봉과 공동중식 등을 가지며 11시간 동안의 만남을 가졌다. 이들과 만나는 북한 가족들은 모두 180명이다. 최근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강원도 일대에는 19∼20일에도 눈이 내려 고령 이산가족들의 상봉길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현지에서 제설차량 15대를 동원해 눈을 치우고 있다”며 “눈 때문에 이산가족들이 탄 차량의 이동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는 있겠지만 상봉 행사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측 상봉 대상자들이 남한의 가족들을 만나는 2차 상봉 행사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이 행사에 참석할 북측 상봉 대상자들은 88명이며 남한 가족들은 372명이다.

눈물바다를 이룬…
- 1차 이산가족 단체상봉
2월 20일 원래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던 이산가족 상봉단의 단체상봉이 이뤄졌다. 60년을 기다린 이산가

 
족들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누구보다 설레고 기쁜 사람들은 바로 이산가족들.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해졌다. 한 장 있는 사진은 너무 자주 꺼내봐서 닳아버린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사진조차 갖고 있지 않은 가족들은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일부 건강이 안 좋은 어른들은 이번 상봉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91살 김섬경 할아버지는 설령 숨을 거두는 한이 있어도 가겠다며 아들과 딸을 만나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상봉길에 올랐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이선향(88세) 할머니는 지난 20일 금강산에서 북측의 남동생 이윤근(71세) 할아버지를 만나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부모의 기일을 물으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 할머니는 1ㆍ4후퇴 때 가족들과 고향을 등지고 피난길에 올랐지만 도중에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황
 
해도 옹진이 고향인 김명복(66세) 할아버지도 1ㆍ4후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전쟁을 피해 내려와 당시 조부모에게 맡겼던 누나 김명자(68세) 할머니와 생이별을 했다. 김 할아버지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누나를 꼭 만나라고 했다”며 “이번에라도 만나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며 60년을 훌쩍 뛰어넘은 남매 상봉에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상봉장에는 고모인 김창숙(77세) 할머니와 사촌 여동생인 리순녀(43세) 씨까지 함께 해 가족 친지들 얘기로 김명복 할아버지는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이범주(86세) 할아버지는 남동생 이윤주(67세) 할아버지와 여동생 이화자(72세) 할머니를 만나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이 할아버지는 “1ㆍ4후퇴 때 할아버지께서 내가 장남이니까 나만 먼저 가라고 했다”며 “연백에서 바로 건너가면 강화도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의 묘소는 어디에 있는지, 기일은 언제인지 등을 물으며 부모님 곁을 지킨 동생들에게 미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최정호(91세) 할머니는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입원을 하다가 이번 상봉을 위해 2주 전 깁스를 풀고 이번 상봉에서 남동생 최윤호(86세) 씨와 여동생 최찬호(75세) 할머니를 만났다. 최 할머니는 동생들에게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알아보겠느냐고 물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8ㆍ15해방 때 헤어져 69년 만에 만나 얼굴을 못 알아볼 것 같아 사진을 챙겼다”며 이제라도 동생들을 만나게 된 기쁨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60년 만인 이산가족상봉은 보는 이들까지 가슴 뭉클하게 만들고 눈물을 훔치게 했다. 지속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더 이상 고통 받는 이들이 없게 되길 바라는 바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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